그는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뚜렷이 하기 싫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일상이 고인 물처럼 혹은 사방으로 뻗은 길처럼 그에게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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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의 당간지주 앞에서 무량수전까지 걸어보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절집이 대개 산 속에 있게 마련인데 부석사는 산등성이에 있다고 했다. 개울을 건너 일주문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사과나무들이 펼쳐져 있다고. 문득 뒤돌아보면 능선 뒤의 능선 또 능선 뒤의 능선이 펼쳐져 그 의젓한 아름다움을 보고 오면 한 계절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릴 힘이 생긴다고 했다.

신경숙 '종소리- 부석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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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윗돌이야 지금 내가 깔고 앉아 있지요

그건 큰 스님도 잘 아시잖아요

그걸 빤히 아시면서 왜 바윗돌이

내 마음속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 묻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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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게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것과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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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저녁 먹으려고요."
차마 같이 먹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봐요!"
"그렇다고, 어떻게, 어떻게 막걸리에 빵을 저녁으로, 밥으로 먹는답니까."
'나는 실은 내가 무서워요.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무섭고, 어찌할지 알아서 무섭고······무서워서 견디기가 힘들어요.'
"막걸리 말고 빵 말고 밥을, 따뜻한 밥을 먹읍시다." 
 

#2.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움직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무 살 시절에 그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를 좇는 것은 오직 내 그림자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선득거렸다. 혼자라는 고적감이라든가 말 붙일 사람 없는 데서 오는 허전함 같은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짜르르, 하게 한 번씩 가슴 한가운데를 훑고 지나가는 그 서늘한 느낌은 견디기가 참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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