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쩌면 달나라에 가는 것과 비슷할 거야. 지구의 중력을 이탈해 별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무한의 우주를 지나 꿈꾸어온 달에 착륙하는 여행 말이야. 그 여행이 엄청난 것은 우주선도 없고 연료도 없이 오직 단둘이 끌어안고 스스로 발사체가 되어 날아간다는 점이지. 그리고 달나라에 갈 수는 있지만 그곳에서 살 수는 없는 것처럼, 사랑 속에 안주해서 살 수도 없단다. 실제로 달은 채석장처럼 끔직하게 척박한 곳이고 인간의 발을 둥둥 뜨게 만드는 곳이지, 단지 지구와 달 사이, 원심분리기같이 광장한 속도로 회전하는 허공만이 사랑의 현장인 거야. 사랑이 끝나고 지상으로 돌아올 때는 우주선을 버리고 각자의 낙하산을 펴야 하지. 이 지상에 따로따로 떨어져 착륙해야 하는 것, 사랑은 그런 거야.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때 함께 있든, 혹은 헤어져 있든, 무사한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결국 끝이 나. 삶은 사랑의 열정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로 사는 거거든.
그리고 평생 계속될 것만 같이 단단하게 뭉쳐서 희끗한 형체의 유령처럼 등 뒤를 따라다닌 감정의 응어리도 때가 되면 결국 재처럼 부서져 흩어지겠지. 단둘만의 달나라를 보았던 동질성조차 겨우 이 년 혹은 삼 년 정도면 무화되고 타인이 되는 것이다......진짜 상실의 아픔은 그것이다. 평생 계속되는 감정은 아무것도 없다.
"세월이 좀 흐르니, 나도 그렇고, 네 아빠도 그렇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산 하나처럼 느껴져. 생각해봐. 산 하나의 내부가 품고 잇는 그 많은 생명들과 어찌할 수 없는 인과관계와 진실을. 그게 한 인간이 품고 있는 자기 자신인 거야. 그러니, 누구도 타인을 구할 만큼 자유로울 수 없어. 제 한 존재를 버티는 일도 참 버거운 거란다."
'전경린-엄마의 집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