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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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많은 일들이 있는 곳이고, 어떻게든 나도 그 속에서 밥을 먹고 살았다, 살아, 온 것이다. 미워할 것도, 원망할 일도 없는 그런 인생이다. 예컨대 다행히도, 살아왔다 할 수 있는 인생이다. 터벅터벅,

더는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고통이나 불편함이 아니다. 자식에게서 받는 소외감이나 배신감도 아니다. 이제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며 삼십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실은 누구라도,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연명의 불을 끄고 나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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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저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부처를 일으켜 세우고 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자기 기만으로 덧칠해진 삶, 온갖 허위의식을 아프게 깨우쳐주는 밝은 눈을 뜨고 세상을 살기란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진리란 한달음에 목적지에 이르고 싶은 우리에게 얼마나 거추장스런 걸림돌인가. 하여, 우리는 진리를, 부처를 마주보기를 꺼려 그 얼굴을 흙 속에 묻어놓고, 쉽고 편하고 빠른 길로만 달리려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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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쯤 지난후에 상자를 뜯어보니 사과는 반나마 썩어 있었다. 썩은 것을 골라내면서 그녀는 사과 역시 자기들끼리 닿아 있는 부분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는걸 알았다. 가까이 닿을수록 더욱 많은 욕망이 생기고 결국 속으로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모양이 사람의 집착과 비슷했다. 갈색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 봤지만 살이 깊게 팬 사과들은 제 모양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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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세 가지 길밖에 없대. 달아나든가, 방관하든가, 부딪치는 것. 하지만 방관하는 게 더는 허용되지 않을 때가 오지. 그러면 달아나거나 부딪치는 수밖에.

-이혜경 '문밖에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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