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말고도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은 여인, 내가 생활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인 여인, 내 말이 하나의 의견일 뿐인 여인, 옷과 머리를 자기 개성대로 마음껏 표출하는 여인, 친구들과 놀다 신이 나면 집에 늦게 들어가는 여인, 나에게 밥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을 사 먹는 여인, 청소 빨래 등은 하지 않고 자기의 꿈을 찾아 열심히 일하는 여인, 다른 남자들도 만나는 여인, 다 같이 놀러가면 남자들이 밥을 해주는 여인, 다른 남자들이 빼았아 가려고 넘보는 여인, 즉 나에게 있어 불안한 여인, 언제 놓칠지 몰라 내 곁에 있는 게 소중한 여인.

 

'박진영-미안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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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수첩처럼, 습기에 조금은 무겁고 얼룩진 채

잊을법한 볼펜의 촉감에 가슴이 설레인다.

 

나이들어버린 아버지의 눈에 통 먹질 않는 가여운 딸의 모습으로 비치고

당신의 손에 사과 한알이라도 더 들게 만든다.

 

미움이든, 두려움이든, 가슴에 담고 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화냈던 그는

알고 있을까.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이라는 세상에 들어서면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 참 불쌍한 사람일거라고

나는 당신을 만나는 동안 늘 그 생각을 해왔었다는 걸

그때도 지금도 말을 할 수가 없다.

내 가슴에는 온통 당신이 가득 차 있고, 앞으로도 그 자릴 누구에게 덜어줄 자신이 없다는 것을..

 

잘 살지 못할바에야 하지 말라는 아버지와,

아무것도 없어도 한번 살아보자는 말을 외면했던 당신을 위해서라도 나는,

당연하게 그 길을 걸어 갈 것이다.

 

당신의 눈에 안보여 짐이 조금은 더 가벼워 질 것도 알고,

다 갖춰지고 가는 길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평생 뼈저리게 보고 아파하라고

나는 간다

 

술이 가장 큰 힘이고 위로라고 평생을 믿고 살아온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딸에게 권하는 것은 술뿐이다.

한병만 마셔도 다음 날이 무서울 만큼 나이가 든 딸이라는 것을, 모르시는 당신을 위해서라도

나는 물에 뛰어든다.

 

무뎌지는 부분은 너무 무뎌져 너덜해지는데,

이기적인 나는 그 안에 묻혀 그대와 함께 갈 수 없었나보다.

나는 슬프고, 힘들고, 그런 나를 좀 가엾게 봐줬으면 싶었다. 지금도 그런 맘은 변함이 없고,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배우는 34년을 혼자 살아온 자신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며 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삶은 나를 부끄럽고 고개 숙이게 만든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생각지도 못한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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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불변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해도 과거는 그대로이다."

 

"낯선 것들,

뜻밖의 사건들,

자만과 확신의 어긋남들,

그리고 나만은 예외일 거라는 건방짐들,

 

거기에서 고통은 시작된다.

 

양파의 습관이 아닌,

인생의 습관이라고 해두자.

 

나도,

그대들도,

그 습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적응해야 할 뿐.

 

삶에는 다시 삶이 들어와 한때의 슬픔마저 잊게 만들었고, 예전의 나로 되돌려놓았다. 역시 죽음보다 강한 건 삶이었다. 그래서 삶이란 어쩔 수 없이 계속 돼야 하는 삶에 의해, 혹은 옆사람에 의해 살아가게 돼 있는 튼튼한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참 뻔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뻔뻔한 일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머니의 부재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엄마란 늘 후회를 남기는 존재잖아요" 몇살에, 어떤 상황에 엄마를 잃게 되든, 그 부재는 엄창난 것인가 보다.

뻔뻔하게 살아야 됨은 그 부재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옆에 있었더라도 매일 아침 점심도시락을 손에 쥐어주지 않았겠지만, 나는 여김없이 벚꽃 날리는 때가 오면 당신이 그립다..

그리고 삼시세끼 똑같은 반찬을 먹는거라는 말이 마냥 부럽다.

과년한 딸에게도 쿨하게 "많은 남자들, 더 만나봐" 그렇게 호기롭게 말해줬을 당신이 없는 나는,

그 부재를 양 팔 가득 끌어안고 있다.

살아있는 삶이 더 중한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흔들려야 한다.

평생 가슴에 잊지 못한 사람 하나 떠올리며 살게 눈에 보일지언정, 마구 흔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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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부재는 두려움 정도가 아니라 공포 수준이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겁이나서 그렇게도 매달렸는지 모른다.

사랑인지, 미련인지, 집착인지 지금은 생각하기가 싫다.

영원히 안녕이라고도 말하지 않겠다

여느 날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렇게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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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메리에게도 빠삐용에게도, 코코에게도 나는 늘 미안해하기만 하는구나.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동물과 같이 살려고 하고 돌보려고 한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왜 그럴까?

스스로에게 물으니 단순한 대답이 돌아온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미안해도,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이 접어지지 않으니 놓을 수가 없다.

그러니 실수투성이에 후회하는 일이 생겨도 고치면서 갈 수밖에.

내가 원해서 들어선 길.

좀 더뎌도,

좀 헤매도,

앞으로 걸어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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