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결혼을 너무 '사랑'중심으로 얘기하지 않는가?

사이좋게 살 수 있으면 되지, 정도의

가벼움으로 사는 편이 더 원만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어차피  그 '사랑'이란 게

마르기 쉽고 넘치기 쉽고 타기 쉬워서

생활 속에 갖고 들어오면 다루기가 너무 어려워지는걸.

 

'이토이 시게사토-양도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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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롭다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에서 시작해서 "이를테면"을 거쳐서, "마치 그것은......"을 지나 "비교하자면....."즈음에 이르렀을 때에야 그는 겨우, '외롭다'는 말을 이해했다. 이해하자마자 그는 침대에 누웠고 이내 코를 곯았고, 나는 공책을 펼쳤고 '외로움'을 발화한 대가를 치른 간밤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 뒤로 그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내 입에서 나온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한 사람 때문에

 

'김소연-마음사전 책머리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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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하면 척척 알아듣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군요.

그와 말한마디 나누려면 숨부터 막혀오고, 이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노력을 해도 대화로 이어지지도 못한, 수없는 경험을 했군요.

외롭다는 말을 삼키다 밥먹자는 말조차 하기 힘들어진 관계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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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가 1

 

곳곳이 꽃이고 곳곳이 꽃인데

그냥 가시렵니까,집은,달은 저만치서 헤매이고

눈썹마저 강으로 던져버리면

아무리 저문 문틀이라지만 벌레 끼어 웁니다

그러니 덤불에는 눕지 마시고 꽃가지 꺾어

꽃잎에 섞여 마른 빛으로 나십시오

고르고 고른 마음 모진 어둠을 갉을 때

먼 곳으로부터 잠이 옵니다

이것이 이별을 위하는 것이라면 새벽을 달래

강에 적시겠습니다, 곳곳마다 꽃이어서

잔가지만 하더라도 수북이 여기에 있는데

다만 울음을 멈춘 벌레를 따르렵니다

달이 비추는 길에 서 계시는 하얀 옷자락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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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찬 열성과 감성으로 매진하였으나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큰 노력이 필요했으며 

점점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자주 찾아왔고, 울고 웃으며 애증을 쌓았다

이 모든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리라 매달렸다

인연을 넘어 운명으로 끌어안고 싶었다

주체할 수 없는 행복으로 가슴 뿌듯한만큼 회의감에 빠져 우울했던 날들도 많았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이상을 억지로 잘 넘겨왔다 싶었다

그 깨달음이 부족한 공간을 스며들듯 받아들여졌고,

더 이상 사랑이라는 틀이 중요하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자유로우나 여전히 쓸쓸하고, 외롭고

언제 그런 열정이 있었던가 아득하다

원망, 후회, 미련 그 어떤 감정 대신 옛사진을 들여다보듯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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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사랑을 하고 있어?

_모르겠어요

_누가 있구나. 뭘 모르겠는데?

_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_그걸 왜 몰라. 어떤데?

_하루 종일 그 사람이 보여요

_그럼 사랑하는 거지

_모르겠어요. 내 감정을 믿을 수 없어요. 그 사람 없이도 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겨우 이 정도가 사랑일까요?

_좋아하는 걸 대봐. 무엇이든지.

 레몬, 구름, 사람, 달리기, 빛, 아이스크림, 관. 끝없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 정도로 좋아하는 건 천 가지도 댈 수 있었다.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_꿈은 있어?

_없어요. 그저 무엇이 옳은지 알고 싶어요

_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나는 그가 무언가라도 알려주기를 바라면서 초조하게 말했다.

_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야.

 

'이종산-코끼리는 안녕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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