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누구에게 저 상주였던 적은 없었던가. 내 진정 너를 할퀴면서 내가 아프다 소리친 적은 없었던가. 혹은 너의 사랑을 배신이라 이마에 적어놓고 남몰래 서슬 퍼런 독을 키우며 산 것은 아니었을까. 이토록 울혈 진 마음......겁내하는 마음...... 그렇게 비겁한 자 되어 마침내 아침이 와도 이렇듯 포대기 속에 숨어 총칼을 껴안고 있어야 하는 마음.

 

'윤대녕-배암에 물린 자국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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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맞이하는 이별은 대부분 그대로 이별이 되지

그때 고백했어야 했어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래야 우리는 이별하지 않았으리라

 

서른보다는 마흔이 더 좋다는 것.

서른에는 많이 아팠을 일들이

마흔하고도 다섯 달이 지난 지금은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한다.

서른에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마흔하고도 다섯 달이 지난 지금은 냉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어.'

'오늘이 내가 이 풍경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몰라.'

사랑도 여행과 비슷하다.

'어쩌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녀를 혹은 그를 꽉 껴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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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과정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인연이 이미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다음.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받아들이고 다시 걸어가는 것. 생에 같은 순간이 두 번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파국으로 인한 교훈도 실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를 원망하거나 스스로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후일담이다.

 

지나고 나면 이 봄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다음 봄이 올것이다. 이 봄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새로 오는 봄 또한 오직 하나뿐인 색과 향기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연출해내리라. 물론 내게도,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아름다운 봄이 다시 올 것이다. 살아 있기만 한다면. 그러므로 나는 돌아보지 말고 걸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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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시간이라는 말. 인생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먼지처럼 덧쌓여야만 사람의 마음은 자리를 옮겨 앉을 수 있을까. 아니 아니,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 해도 순정과 사랑과 선한 동기 같은 것들만 변해갈 뿐, 아집과 집착과 미안함과 원망 같은 것들은 결코 그 빛을 잃지 않는 건 아닐까.

 

'류소영-개미, 내 가여운 개미/꽃마차는 달려갑니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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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 같지 않은, 남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느낀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인가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나에게 삶은 반복재생을 멈추지 않고 학습시켜준다. 멀미가 나다가 이제는 냉소적인 얼굴로 마주 볼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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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득뽀득한 삶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실은 그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도 안다. 볼을 벼리는 추위를 참고, 얼어버린 나뭇가지가 된 손가락으로 찍었을 설원의 한 컷을, 난방 잘된 전시관에서 편히 보는 것. 보는 사람 참 좋군. 폭염 속에서 우연히 본 어느 농가 처마에 달린 고드름 사진. 저긴 참 좋군. 구석에 수년간 작동하지 않았을 혹은 못했을 녹슨 경운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 그렇지. 알고 있었다.

 

 서로 가장 사랑하면서 가장 자유롭게 놓아둘 사람들. 그러나 언젠가 만나게 될 다른 이성에게는 치명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연인의 사랑과는 다른 모습의 사랑이 연인을 힘들게 할 것이다. 때문에 또다른 사랑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여자가, 다른 남자가 서로를 대신할 수 없다. 나는 이들이 여전히 함께하고 있을 어느 먼 날을 미리 본다.

 

 여자들은 그럴수록 더 싫어해. 사랑은 잘 놀고 있는 고무줄 끊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무거운 쓰레기통을 살짝 들어주는 거거든.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헛갈리게 굴지 않는다고. 고무줄 끊는 건 진짜 나쁜 놈도 하잖아. 사랑은 앞뒤 잴 것 없이 명확한 거야.

사랑은 그렇게 간결하고 명확한 것이라 했다.

 

"형은 도대체 얘 어디가 좋은 거야?"

몰라, 그냥 좋아. 처음으로 내 것이었으면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가졌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 또 그렇게 나를 가졌으면 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것은 다 가졌으면 좋겠는 사람이, 지금 있습니다.

 

 나를 본 날,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떨리는 존재가 있구나 싶어 그대로 좋았다고한다. 존재 자체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면 이미 소설 이상의 소명을 해낸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자신의 남자가 되었다. 떨어져 있어도 그가 거기에 있지 생각하면 그새 행복한.

"난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선배님이 영재야, 부르는 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따뜻해. 그래서 선배님 이해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나 아직도 선배님 사랑해요. 그런데 이제 선배님 여자는 아니에요."

 

"누구든 서영재 건드리면 나한테 죽는다, 이게 그냥 뿜어져나왔어. 둘이 떨어져 앉아 있어도, 형이 니 어깨를 꼭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고. 모든 신경이 너한테 열려 있는 거야. 저 형이 저렇게 사랑할 수 있는 남자였구나. 어디서든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어디서든 키스도 할 수 있는 남자였구나. 그런 남자가 그렇게 홀로 서 있는 나무처럼 살았다니. 형이 한 사랑 의심하지마. 군더더기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곧장 꽂히는 사랑 했으니까 죽어서도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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