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부터 아버지에 대해 생성된 불온한 무엇이 나의 인격을 형성했다면,

숱하게도 남자에, 이성에 매달리는 것이 바보같지만 정상일지도 모른다.

아비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 책임, 이상형을 연인에게서 찾으려 했을 것이다.

운이 나쁘게도 스쳐간 이성들은 따뜻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지 못한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버림받을까 두려웠으며,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내 속의 어린아이를 내세워 그들을 시험했다.

이제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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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에 빠져 있었고, 겁에 질려 있었으며, 혼돈에 차 있었다. 그때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참을성있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다가 나 대신에 결정을 내려주고, 그 결정에 따르는 책임을 져줄 사람‥‥. 이 보호자와 같은 사람이 내 불안을 잊게 해줄 만큼 또한 낭만적이기를 바랐다.

 '김인숙- 부치지 못한 편지中'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온 줄 몰랐어요. 당신 손을 잡고 당신 눈길을 따라 가느라, 이렇게 높은 곳에 올려진 줄도 몰랐어요. 날개라도 달린 듯이‥‥ , 그런데, 당신은 없고 이렇게 외딴 곳에 나만 남겨졌어요. 세상은 나를 향해 일제히 불을 꺼버렸는데, 나 혼자 어떻게 내려가나요?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데, 내가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거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전경린-완벽한 사랑의 내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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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몇시간을 뒤척이다 토막잠을 깨는 날이 이어졌다.

어짜피 이럴거 불을 켜고 책을 들고 아침을 맞았다. 30시간은 몽롱하게 깨어있고, 다시 토막잠, 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불균형 속에서도 멀미를 느끼지 않고 있다. 뻑뻑한 눈과 허옇게 질린 서른셋 여자가 거울에 비친다. 중고등생도 아니고 뒤늦게 이게 뭐람 피식 웃음이 난다. 몇개월 쌓아두기만 했던 책을 밀린 숙제하듯이 읽어내면 달아난 시간들도 되돌아와질까.

아직도 꿈에서 나는 숱한 사람을 만나고 거사를 치루느라 힘이든다. 아무도 없는 천장이 낮아진 방에서 번뜩 눈이 뜨인다. 당신은 어디로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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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살면서 잊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고통스러워서 아름다워서 혹은 선연한 상처 자국이 아직도 시큰거려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뛰는 심장의 뒤편으로 차고 흰 버섯들이 돋는 것 같다.

 

 "스물한 살에 서른 살 먹은 남자랑 약혼했어. 그 사람 스무 살 때 열한 살인 나를 보았고 그때부터 나를 자신의 아내라고 믿었대. 9년 동안 여러 번 도망치려고 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어. 너 그런 거 아니? 변명거리가 너무 없었어. 사람이 너무 좋아. 가진 것도 많아. 심지어 불성실하게 약혼을 이어가고 있는 나에 대한 인내심까지."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대. 어느 날 밤 문득 그 사람의 손을 꼭 붙들고 도망치고 싶어 한 사람과 그런 생각 같은 거 해보지 않은 사람. 손을 꼭 붙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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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낯선 도시에서, 골목을 서성이듯이 낮과 밤도 모른채 몇달을 흘려보냈다. 아무 의미없는 시간들을 살아내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다. 머리가 깨지도록 아프고, 나 아닌채로 숨쉬고 있는 나를 그 누군가가 데려가 주면, 제발 데려가 주었으면 싶었다. 솔직히 지금도 그 바람을 떨쳐내지 못했다.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 그 말에 매달려본다 매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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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닌 채로 사는것만 같아, 버스에 앉아서도 길을 걷다가도 눈물이 난다

울컥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여기가 어디지? 지금은 어떤 내가 나와서 숨을 쉬고 있는거지?

바위처럼 쇼파처럼 그러다 먼지가 되기도 하겠지

무엇 그리  참아내지 못할까 울음을 분노를 두려움을 가여움을 통증을

헷갈리는 순간이 오겠구나 이러다가 어느 감정이 말을 하고 행동을 했는지 머리가 아파오는 순간이 오겠구나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냥 무덤덤 하다가 비틀비틀가면 잘했다 그래줄까

정신하나 못잡고 왜 그랬나 꾸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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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앉혀놓고

시 한 편 조근조근 읽어주었으면.

그 무릎에 누우면 이런 통증, 나아질 것 같은데.

 

가장 깊이 사랑에 빠졌다고 깨달을 즈음에

슈트케이스 끌고 떠나버리는 이상한 습관.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병.

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새벽에는 나가지 말아야지.

안 떼어지는 걸음은 안 가도 되는 거지.

누가 등을 민다고.

 

나는 미련이 많은 여자다. 지워야 할 것들을 잘 지우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미련을 들킨 적이 잘 없는 여자다. 그래서 언제나 잘 지우는 척을 한다.

 

'김서령-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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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정도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각자의 마음이 상하는 깊이도 다르고,

또 상대방이 왜 그토록이나 서운해하는지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러다 이해하기 싫은 사람이 되버릴지도 모른다

불혐화음이 일었던 소재앞에서는 고개부터 돌려버릴지도,

내마음에 그런 슬픈 외로움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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