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별이 뜨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 별을 나침반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요. 그래요. 우리 인생의 복선과 암시는 어딘가에 분명 숨어 있어요. 해피엔딩이든, 쓸쓸한 뒷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막을 내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인생의 정면을 관통할 사랑과 의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걸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죠. 난 내 삶 자체가 바뀌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건 아주 절실했죠. 새롭게 시작할 만한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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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복마전이다. 나는 자주 길을 잃거나 발을 헛디딘다.

끝내 닿으리라 찾아 헤매던 그곳의 기억마저 때로 가물가물하다.

어떻게 살아야하나, 꿈결에도 길을 묻곤 한다 모욕을 견디며, 상실을 이기며, '온몸으로 온몸을' 밀어......도대체 어떻게 살라고?

내 안에서 왕왕 울리는 질문들, 내 어깨 너머에서 궁싯거리는 질문들, 내 곁에 나를 닮은 허기진 얼굴들이 꾸역꾸역 토하는 질문들.

제발 나를 건들지 마라, 고 세상을 향해 부르짖고 싶은 나는 웬만한 싸움은 마다하고 더러운 것은 피해가며 산다. 어지간히 타협적으로 비겁하게 변해 버린 셈이다. 하지만 역시 내 맘대로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일상의 곳곳에서 나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것들과 맞부딪힐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 이 누항의 한가운데 몸을 부려 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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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을 때의 후회는 후회가 아니다.

다만 기억의 우물 속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내동댕이치는 짓이다. 무심하고 어리석었던 시간들은 아주 잘게 쪼개져 연속사진처럼 선명하게 재생된다. 그리고는 여기쯤이냐고, 아니면 어디서부터였냐고, 다만 길이 나누어지기 시작한 그 지점을 손가락질해보라고, 다그치고 또 다그치는 것이다.

 '정미경-타인의 삶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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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천개 햇살을 불러내어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대신 보내곤
몇날 몇밤을 붉은 나뭇잎과 함께 새우게 하시는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고개를 넘으라 하셔서 고개를 넘었습니다
고갯마루에 한 무리 기러기떼를 먼저 보내시곤
그 중 한 마리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시며
하늘 저편으로 보내시는 뜻은 무엇입니까

저를 오솔길에서 세상 속으로 불러내시곤
세상의 거리 가득 물밀듯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고 떠오르다간 잠겨가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
상처를 씻을 한 접시의 소금과 빈 갯벌 앞에 놓고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 세상에 의미없이 오는 고통은 없다고
그렇게 써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지금 풀벌레 울음으로도 흔들리는 여린 촛불입니다
당신이 붙이신 불이라 온몸을 태우고 있으나
제 작은 영혼의 일만팔천 갑절 더 많은 어둠을 함께 보내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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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너그럽지 않고, 삶의 반전은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우리를 찾아온다. 사랑이 너그럽지 않고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우리를 찾아오는 것처럼. 그리하여 우리의 삶은, 또는 우리의 사랑은 파멸을 꿈꿀 만큼 지리멸렬해지거나 감당할 수 없게 전복적이 되어가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조바심이 난다던, 매일매일을 생의 첫날인 듯 살겠다던, 스무 살의 설렘과 다짐은 낡은 가구처럼 처치 곤란한 감상이 되어 젖은 아궁이 속으로 던져진 뒤인 것이다.

그리고 서른, 스물과 마흔 사이, 미혹과 불혹 사이.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게 거추장스러운, 이 어정쩡한 서른의 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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