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 수 있다. 모두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다시 그때가 되어 길을 걷는다면 버스를 탄다면 달린다면 그리고 뒤를 돌아보게 되면 누군가는 서 있고 누군가는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걷고 옆에 있는 사람은 먼 곳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누군가가 있다. 어떤 날에 내가 모두를 알게 되듯이 누군가 모두를 알게 되는 날이 오면 나는 나도 알아 버려도 좋고 알아줬으면 좋고 알고 마음대로 그 누군가의 마음대로 나를 완전히 이해해도 좋다 좋아요 좋습니다. 그래 줬으면 좋겠다. 아주 짧은 순간 내가 모두를 이해하듯이 누군가가 길을 혼자 걷는 나를 보면 모두를 이해한 누군가는 나를 이해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박솔뫼-도시의 시간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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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책을 덮거나 파일을 완성시키면 으레 그러하듯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 이번엔 대흥사와 무위사를 거쳐 내소사까지. 마지막 여행지인 내소사에 내렸을 땐 밤이었어. 일주문 앞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그 식당의 방에서 묵었어. 새벽 4시 도량석 도는 소리가 들려서 머리 빗고 나섰어. 일주문 안쪽의 먼 불빛에 의지해서.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 아름드리 나무들이 만든 터널 아래로. 새벽 숲길을 걷자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어둠 내린 숲은 우리에게 똑바로, 앞만 보고 걸으라 가르친다고. 옆에서 눈길 끄는 것에 마음 팔리면 주춤거리거나 되돌아서게 된다고. 난 너무 자주 주춤거리는구나, 어쩌면 이 생의 가두리에서만 맴돌다 말지도 모르겠구나……예불을 마치고 여전히 어두운 숲길을 걸어내려오는데 그런 마음이 들더라.

'이혜경-저녁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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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톱니와 내 톱니가 맞물리지 않는다는 게 선명해질 때가 있잖아.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그럭저럭 굴러가긴 했는데 한순간 꼼짝 안 하는 때. 모터를 꺼버리자니 해야 할 일이 남았고, 억지로 가동시키자니 치명적인 고장이 날 것 같고, 이제 어쩐담, 싶어지는 때." 
 "왜 그러십니까? 여태 씩씩하게 잘 살아왔으면서. 또 아냐, 볼트 하나만 조이거나 늦추면 제대로 돌아갈지."
 "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 않네. 우리가 꽤 괜찮은 자기계발서를 기획하고 있었어. 그런데 다른 데에서 거의 비슷한 성격의 책이 먼저 나와버렸어. 날짜 맞춰 내야 할 다른 책 때문에 좀 미뤄두었거든. 진행 다 된 걸 안 낼 수 없고. 결국 뒷북 친 격이 되어버린 거야. 내 인생이 꼭 그 짝 날 것 같아."
 
 '이혜경-저녁이 깊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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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나는 얼마나 세상과 잘, '잘'이라는 게 애매모호 하지만
어울리며 살아왔는가
은근한 고집과 결정적인 순간 드러내는 성질머리로 
참지못하고 꺽이지 않은 채 
엉뚱한 생각들을 하며 희안한 사람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그래서 부딪히는 시선보다도, 나 자신이 질려 헉헉대며
보통으로 따라가고 흉내내며  살아야지 마음먹고, 다짐하고
근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에겐 가장 힘든일이었지, 힘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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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옆구리가 열리며 타인의 세상이 흘러들어올 때가 있었다. 타인이 헛것이 아니라 자신과 똑같은 양의 실체를 가지고 나란히 살아가며, 자신이 살아가는 것을 나에게 느끼라고 요구한다.

 

나는 일방적으로 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받지 못했으면 사랑이 아니다.

받기만 하는 여자들은 결국 점점 더 상대를 두려워하게 된다. 자신이 갇히고 있을 뿐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기만 하는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두렵기 때문이다.

 

'전경린-해변빌라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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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여인:
3일, 5일, 6일, 9일……
달력에 사랑의 날짜를 빼곡히 채우는 여인.
오전을 서둘러 끝내고 정오를 넘어 오후를 향해 
내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기는 여인. 그녀를 사랑하기에

`심보선-눈앞에 없는 사람(인중을 긁적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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