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혼식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모든 부부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이렇게 살고 있다면,
"도대체 결혼을 왜 한 겁니까?"


야마모토 후미오가 보여주는 결혼 생활은 한마디로 "끔찍하다!"
남편은 아내가 있는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귀가거부증을 보이고, 
아내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바퀴벌레를 넣고 끓인 죽을 남편에게 먹이려 한다.
남편과 아내를 두고도 서로 애인이 있는 것이 더이상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듯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듯 덤덤하고 당연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 남편과 아내들은 또 뭔가.
결혼하신 분들에게 묻고 싶다.
"여기 등장하는 여덟 부부의 이야기는 극단적인 사례겠지요?"
그러나 ’모를 일이다’라는 의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든다.

창조주는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며 "보기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유독 아담이 독처하는 것, 즉 사람이 홀로 있는 것만이 보기 좋지 않다고 하셨다.
그러나 작가 자신이 직접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재혼의 과정을 겪었다고 하는
야마모토 후미오는 함께 살아서 더 외롭고 괴로운 결혼생활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덟 가지 이야기를 끝까지 읽다보니, 어쩌면 야마모토 후미오의 진심은 
결혼생활에 대한 절망이라기 보다 희망이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내게는 이 여덟 편의 단편이 기승전결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로 읽힌다.
야마모토 후미오의 의도적인 자리배치라고 생각되는데, 
이 짐작이 맞다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지독한 회의 끝에
찾게 되는 결혼생활의 희망일 것이다.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사소한 감정 대립이 작은 시비로 번지고,
서로에게 실망하기 시작하면서 사랑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극단적인 장미의 전쟁으로 치닫는다<도계자>.

부모 때문에 정략결혼을 했으나, 남편은 결혼이라는 계약에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남편에게 결혼하기 전부터 숨겨둔 애인과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억지로’ 유지되는 결혼생활을 회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처음으로 질문을 해본다<금지옥엽>.

사실 결혼생활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누가 보아도 원앙 같은 한쌍인 오빠 부부의 숨겨진 갈등을 여동생도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부부는 거짓으로 행복을 가장하고 있지만, 
그것도 결혼생활에 필요한 하나의 노력이다<원앙>.

평화로운 모습 뒤에 숨겨진 결혼생활의 갈등은 설명하기도 미묘하고 복잡하다.
부부는 싸우지 않고 있다고 해서 서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한 번도 싸우지 않는 부부가 더 문제이다.
정숙하고 헌신적인 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이런 아내를 못견디는 것은 바람난 남편이다.
남편 곁에 누워서 꽃미남 연애인과 상상으로 사랑을 나누는 정숙하나 정숙하지 않은 아내.
어쩌면 아내는 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안정한 방법을 찾은 것인지 모른다.
대놓고 바람피는 남편과 상상으로 바람을 피우는 아내, 누가 더 문제일까<정숙>.

결혼생활의 비극, 즉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비극은 서로 다른 행복의 기준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내가 행복하니 내 배우자도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말라. 상대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마스오>.

이혼을 하고, 왜 또다시 재혼을 생각하게 될까?
이혼을 했지만 남녀는 또다시 사랑에 빠져든다.
이혼 경력이 있다면, 그리고 이혼 경력이 있는 상대를 사랑한다면
상대의 과거까지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그대로 헤어지는 것이 낫다<바쓰이치>.

가장 희망찬 부부가 드디어 등장한다.
매사에 완벽한 남편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아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도망치듯 나가버린 것이다.
아내는 많이 당황했지만 남편의 숨은 가족사를 알게 되면서 남편의 상처를 본다.
더이상 멋지기만 한 남편은 아니지만 아내는 남편의 상처를 보듬고,
"셋이서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는 가족에게 내가 보태져서 
사소하지만 확실하게, 또 다른 형태로 가족이 변화하기 시작"(255)
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기대한다<가을 가지>.

이제 작가는 마지막 질문을 우리에게 남겨 놓는다.
부부는 왜 같이 살면서도 외로운가?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남편은 이미 나의 일부이다. 타인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있어도 외로웠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타인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267).

오랫동안 함께 동거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울 것도 신선할 것도 흥미로울 것도 없는 남녀는 
’혼인신고서’를 앞에 놓고 고민한다.
각자 혼자의 삶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제 정식으로 결혼을 할 것인가?<지혼식>

끔찍하다고 느껴지는 결혼생활을 놓고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같이 살려고 하고, 결혼이라는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도 모르겠다.
결혼이라는 것이 하고 싶다고 해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것이 
나도 신기하다. 
아마도 인류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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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네...이러고도 삽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몸의 절반이 화염에 휩싸여 화상으로 얼굴이 뭉개지고,
장애를 안게 된 이지선 양의 고백이다.
간혹 사람들은 지선 양의 얼굴을 보고 이렇게 뒤에서 수근거린다고 한다.
"저라고도 살 수 있을까...?"

어쩌면, [꿈꾸는 토르소맨]의 주인공 '더스틴' 을 유투브 동영상으로 처음 봤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첫 생각도 이 말이었는지 모르겠다.
더스틴, 그를 '토르소맨'이라고 부르는 것은 
"얼굴과 팔다리가 없고 목에서부터 다리 윗부분까지의 몸통만 있는 상으로,
미술 수업 시간에 흔히 보는 토르소"(17)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는 팔과 다리가 없다.
다섯 살 때, 위험하고 치사율이 높다는 '수막구균혈증'이라는 병에 걸려
빠르게 괴사 되고 있는 몸을 살려내기 위해 팔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고통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피부를 뚫고 자라는 뼈 때문에 그는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팔다리가 없이 얼굴과 몸통만 남은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아니 그런 사람을 직접 본다면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너무 쉽게,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함부로 생각해버리지 않을까?
이지선 양은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삶에도 죽는게 낫다라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장애인들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어놓는
그런 생각은, 그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분명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꿈꾸는 토르소맨, 더스틴!" 
그를 보며 생각한다.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평생에 걸쳐 우리가 싸워야 할 진정한 싸움은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위대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키웠고,
이왕 태어났으니 멋있게, 폼나게 살다가고 싶다는 그런 욕심이 내게도 있었다.
무엇인가 역사에 남을 만한 큰 일 하나 이루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꿈꾸는 토르소맨", 그는 내게 가르쳐준다.
모든 희망을 싹을 자르며 덮쳐오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디고,
자신의 약점에 좌절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얼마든지 위대할 수 있고, 감동을 주는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팔과 다리가 없어도
혼자서 밥을 먹고, 글을 쓰고, 레슬링도 하는 꿈꾸는 토르소맨 더스틴은
남과 다르게 자신을 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장영희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들은 신체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끔찍하고 비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에 익속해져 
그런대로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
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는 것은 신체적 불편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생산적 발전의 장애로 여겨 장애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못 해서가 아니라 못 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서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신체적 능력만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비장애인들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인용하면서 <꿈꾸는 토르소맨>을 소개하는 것은,
어떤 편협한 선입견이나 어설픈 동정심 없이 
더스틴의 행복한 미소와 평범한 일상과 열정적인 땀과
레슬링 경기장 위에서 그가 흘린 눈물을 함께 보자는 뜻에서이다.
친구들과 가족과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그렇게 사랑하며, 때로는 싸우기도 하며,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며, 그러나 다시 일어서 달린다.
그의 삶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를 울린다.
생명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열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나 행복할 수 있으며, 감사할 수 있고, 또 위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어 주기 릴레이"를 하는 더스틴과 그 친구들의 태연하고도 행복한 웃음이 나를 울린다.
경기장 위에서 승리의 환호를 외치고,
코치와 부둥켜 안고 눈물 흘리는 장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다.
레슬링 세계 경기에서 그의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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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 - 아버지가 행복해지는 이야기
쿡 커뮤니케이션 편집부 엮음, 전나리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은 "함께"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두 명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 그분들은 바로 내 친구의 아버지이다. 내가 그분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버지라고 하는 이유는 내 친구들의 고백 때문이다. 가족 이야기를 하는 중에 두 명의 친구가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 가족의 행복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시작되었어!" 처음에 나는 친구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 줄 알고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분명하고 태연하게 다시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이 우리 가족의 행복이 시작된 날이야!"

두 친구의 기억 속에는 아버지와 행복했던 추억이 단 한조각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술 취한 모습으로, 폭군의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가족 안에는 항상 불안과 눈물과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고.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는 불행과 공포를 의미했다고. 나는 세상에 이보다 더 불행한 아버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친구들에게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지만, 살면서 깨닫게 되는 사실은 불행한 아버지 역시 또다른 피해자라는 것이다. 누구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아버지’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 알고 보면 아버지의 어린시절도 상처와 분노로 가득하다는 사실말이다.

토기장이가 발행한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은 "아버지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라고 소개된다. 대체로 우리는 아버지에게 ’책임’을 많이 말했지 아버지의 행복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로 기뻐하기보다,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준 아버지인가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무능력한 아버지, 무책임한 아버지라는 사회적인 지탄과 가족의 시선과 스스로의 자책이 아버지로서의 존엄을 잃어버리게 하고 아버지를 고개 숙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조차 능력으로 평가받고 대우받다는 사실이 얼마나 괴로운 일일지 너무 무관심했다. 표현력이 없고, 가족이 보는 앞에서는 울어서도 안 되는 한국의 아버지들, 책임이라는 돌덩이가 언제나 아버지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을 텐데 이제야 눈이 떠진다. "아버지, 험한 세상이 아버지에게도 두려움이었을텐데 그 두려움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책임을 떠안겨 드려 죄송합니다."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은 하루에 10분씩 투자하는 ’아버지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이다. 아버지로서의 삶, 아버지로서의 사명, 아버지로서의 역할, 아버지로서의 행복, 아버지의 영향력 등을 묵상해볼 수 있는 짧지만 긴 여운을 가진 이야기들을 모았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직접 보여주라’는 제목의 글이다.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야구공과 야구방망이를 선물했다. 그런 그는 공을 던져주거나 어떻게 방망이를 휘드르는지 보여준 적은 결코 없었다. 그는 아들에게 장난감총을 사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으로 강도가 아닌 ’경찰’ 놀이하는 법을 가르쳐준 적은 없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주머니칼을 사주었다. 그러나 그는 비누에 동물을 새겨넣는 방법 같은 것을 보여준 적은 결코 없었다. (...) 당신이 자녀들에게 주는 물건을 통해 그들이 세상을 이해할 것이라고 결코 기대하지 마라. 아이는 삶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어떻게 그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바로 당신이 직접 보여주기를 원한다"(36-37).

그리고 이런 명언을 덧붙인다. "너무 많은 사랑이 자녀를 망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를 ’선물’로 대신할 때 자녀를 망치는 것이다."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 함께해주는 아버지, 그 아버지와의 추억임을 가르쳐준다. ’최고의 선물’(50-51), ’우리 아버지는 오늘 여기 오셨어!’(122-123), ’딱 오분’(214-215), 모두 아버지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함께"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읽으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아버지를 다섯 난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한 시간에 돈을 얼마나 버느냐고 묻는다. 짜증나고 피곤한 아버지는 대답조차 귀찮아 화를 내지만 아들의 진지한 물음에 ’한 시간에 만 원을 번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오천 원만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장난감이나 사려고 돈을 빌려다고 하는 것으로 오해한 아버지는 매우 화가 나서 아들을 심하게 야단쳤다. 그러나 화가 좀 가라앉은 아버지는 너무 심했다는 생각에 아들의 방으로 가서 오천 원을 빌려주었다. 아들은 벌떡 일어나 미소 지으며 베개 아래 넣어둔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그것을 본 아버지는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돈이 있었으면서 왜 더 달라고 한 거냐?" 아들의 대답은 이것이다.  "왜냐면... 모자랐거든요. 그치만 이젠 됐어요. 아빠, 제게 이제 만 원이 있어요. 아빠의 시간을 한 시간만 살께요. 내일은 조금만 일찍 집에 돌아와 주세요. 아빠랑 저녁을 같이 먹고 싶어요.>

어쩌면 우리가 아버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무엇이든 가장 좋은 것을 해주기 원하지만, 자녀가 아버지게 원하는 것은 ’함께’하는 사랑,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존재 자체여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사람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부모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은 것은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이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이 하루에 10분만 투자하여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을 읽으며, 돈 잘 버는 아버지여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자녀된 우리도 아버지에게 무엇을 바라기보다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와 행복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신 후에는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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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영향력 - 선한 영향력으로 자녀를 큰 사람 만든 아버지들의 이야기
보던 북스 지음, 김한성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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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노릇이 아니라 아버지의 자리 지키기

전통 교회의 교리가 가부장제를 주도하고 견고히 했다는 비난의 화살이 패미니즘 진영으로부터 빗발치게 날아들기도 하지만, 성경에 보면 ’아버지’의 위치와 권위는 실로 높고 위대하다. 아버지의 역할과 권위를 나타내주는 좋은 예로, 구약성경을 보면 아버지는 자녀에 대해 ’축복권’을 갖는다. 야곱이 형 에서와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가로챈 것이 바로 ’아버지의 축복’이었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두 가지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나는, 아버지의 위기시대라는 진단이다. 역사 이래로 지금처럼 아버지들이 불쌍한 적이 없다고 하는 우려의 목소리이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는 권위를 잃어버리고, 일터에서는 언제 밀려나갈지 자리가 위태롭다. 요즘 ’아버지’와 관련한 책이 쏟아져나오는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아버지’에 대한 또다른 목소리는 그동안 ’엄마’에게 일임해온 자녀 교육에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일선 교사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학교에 ’어머니회’와 같은 학부형 모임에 아버지들이 오시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통계자료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딸)의 대부분이 아버지의 적극적인 교육 참여와 지지 속에 성장했다는 보고가 있다. 

토기장이의 <아버지의 영향력>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다. 자녀에 대한 아버지의 권위(위치)와 교육하는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어떤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인가를 성찰하고 고민하도록 도와준다. <아버지의 영향력>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들이 그들의 아버지로부터 어떤 영향력을 받고 자랐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아버지 역할의 롤 모델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롤 모델은 ’부모(아버지) 노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소개하는 리더들은 세계적인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 종교계의 리더들, 경제계의 리더들, 세계를 변화시킨 학자들, 스포츠계의 영향력 있는 리더들, 문화를 이끄는 리더들, 역사적으로 위대한 정치가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키워낸 ’아버지’들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자녀에게 필요한 격려와 지지와 칭찬을 주고, 자녀와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키웠으며, 자녀에게 따뜻한 품이 되어준 아버지들이다.

세계적인 리더를 키워낸 아버지들이 자녀에게 가르쳐준 것은 남다른 지식이나 물리적인 재산이 아니다. 그 가르침은 일방적인 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그 자신의 삶을 통해 가르쳐준 것은 신념과 신앙이며,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것, 검소와 근면, 높은 이상, 높은 이상, 삶의 우선순위, 가족의 소중함, 인생의 원칙, 인내, 그리고 자신감과 열정이다. 나는 이것을 한마디로 ’삶의 가치’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버지의 영향력>은 세계적인 리더들이 아버지와 함께 성공적이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가 위기 속에 있었던 사례도 등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전도자의 아들인 플랭클린은 술과 마약과 흡연과 여자와 벗하여 사는  반항아였다. 나는 성직자를 아버지로 둔 자녀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잘 알고 있다. 내 친구의 절반이 바로 성직자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의 시선에 노출되고, 또래 친구들보다 더 큰 기대와 기준에 부합하도록 요구받는다. 만일 그 요구에 부합하는 모범적인 자녀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 자신은 물론 성직자인 부모에게도 큰 누를 끼치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빌리 그래함 목사에게 탕자와 같은 아들 플랭클린은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키며 아버지의 사역에도 방해가 되는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빌리 그래함은 변함 없는 사랑과 인내로 아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그 자리에서 아들을 기다려주었다.

스티브의 아들 네이트 세인트는 내 생애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짐 엘리엇’ 선교사와 함께 문명에서 고립된 부족인 아우카족에게 창에 찔려 순교한 선교사이다. 스티브는 아버지가 무엇을 위해 생명을 내놓았는지 그 순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그 원수 부족을 용서하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어 평생을 헌신함으로써 아버지가 이루고자 했던 뜻을 이루었다.

수영하러 갔던 얕은 물에서 다이빙을 하다 척추 부상을 입어 전신마비가 된 조니 이렉슨은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자살을 도와달라고 애원할 만큼 고통스러웠고 좌절했다. 그러나 장애를 가졌지만 낭만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삶의 목적과 가치를 발견하고,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을 도우며 누구보다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아냈다.

<아버지의 영향력>을 통해 세계적인 리더들에게 영향을 끼친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으니, 머릿속에 ’아버지’에 관한 두 가지 이미지가 그려진다. 첫째 이미지는, "항구와 같은 아버지"이다. 항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항구는 정박해 있는 배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그리고 배가 멀리 출항할 때는 필요한 것을 채워준다.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났던 배가 돌아와서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항구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등대와 같은 아버지"이다. 등대는 캄캄한 밤에 빛을 비추어 위험을 경고하고 길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즉, 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폭풍을 헤쳐나가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성경은 아비들에게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고 교훈한다. 아버지가 자녀의 마음에 분노를 심어주게 되면, 그것은 자녀의 인생에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독이 된다. <아버지의 영향력>, 이 책에서 부록으로 실어주고 있는 "행복한 아버지가 되기 위한 십계명"은 자녀에게 필요한 아버지의 모범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적어주고 싶지만, 책을 읽으며 확인해보기를 권장하는 뜻에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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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위대한 도전
임진국 지음 / 북오션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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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
김인식 감독의 말이다.
한국식 야구 스타일로 한국 야구를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김인식 감독, 
나는 <김인식의 위대한 도전>을  애국심으로 읽었다.

2009년 3월, 함께 함성을 지르며 열렬히 응원하고
한국 야구 때문에 행복했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준우승에 고개숙인 야구단에게 
우리는 그 준우승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고 격려하며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자 했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책을 의무적으로라도 읽어야 한다는 다소 비장한 마음으로 읽었다.
위기다, 불황이다, 모두가 불안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 때,
우리 마음을 감동으로 따뜻하게 지펴준 한국 야구와 그 수장이었던 김인식 감독님께
그때의 감동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존경심을 가지고 읽었다.

<김인식의 위대한 도전>은 한국 야구사는 물론 
전세계 야구사를 새로 쓰게 한 대한민국 야구의 저력을 기리며, 
그들의 보여지는 영광 그 이면의 숨은, 보여지지 않는 역경과 숨은 위대함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다.

국가대표 야구팀의 감독 자리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보이는 승리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러한 어려움을
우리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가대표 팀의 감독이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 명예직이라고 생각했는데
국가대표 야구팀의 감독 자리는 가시방석 같은 자리다.
우선 국가대표 야구팀의 감독 자리는 축구대표팀 감독과 다르게 전담이 아니라고 한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현역 프로야구 감독 중에 한 명이 대표팀 감독으로 추대되는데,
이번 WBC 감독 자리는 가시방석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우선을 다수의 메어저리거가 출전하는 국가대항전이라는 부담이 크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올림픽은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하지 않는다)을 딴 직후라 
WBC에 거는 국민의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며,
WBC는 전지훈련에 이어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살인적인 스케줄과 함께 거의 두 달을 극심한 스트레스와 싸워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WBC에서 성적이 좋더라도 팀 성적이 나쁘면 
재계약에 불이익이 생길 각오도 해야 한단다.
혹여 WBC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여론의 온갖 비난까지 감수해야만 하는 위험부담까지 안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김인식 감독은 "누군가 해야 할 거 아니냐"며 
흔쾌히 그 자리를 맡았다고 한다.
결국 김인식 감독님은 우승보다 아름다운 준우승으로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해주었고,
한국 야구를 세계 최정상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김인식의 위대한 도전>은 마치 한 편의 "인간극장"을 보는 듯하다.
<김인식의 위대한 도전>은 20년 간 스포츠 기자로 재직하며 이름을 날린 임진국 씨가 
WBC 경기 일정을 따라가며 한국 야구의 감동 뒤에 빛나는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과 애국심을 보여준다.
김인식 감독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며 개인적인 위기와 고난,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인간 승리의 과정과,
명장 김인식 감동에게서 배우는 용병술과 성품과 겸손을 배울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책에서도 그런 표현을 하지만 김인식표 리더십은 이순신 장군을 많이 닮아있다.

가장 감동적인 그의 철학은 "선수들은 승리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이다.
철저히 실력으로 평가되며 승률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 몸담아온 그가 아닌가.
그런데 김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작전에 사람 맞추는 건 나와 맞지 안 맞아."
승리를 위해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선수가 이러한 감독을 존경하지 않겠는가!
김 감독님의 피에 흐르는 뜨거운 선수 사랑이 그대로 전해진다.
가족이 경기장에 오는 것을 알고 성적이 부진하여 계속 벤치를 지켰던 선수에게
4번을 주는 감독이다.

그렇다고 김 감독의 야구가 전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치밀하고 냉정한 전략을 구사하는 감독이 바로 김 감독님이다.
단, 차이가 있다면 그의 전략은 사람을 세우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이지만 그의 우선순위는 승부 자체가 아니다.
함께 뛰고, 최선을 다해서 뛰고, 그렇게 뛰면서 즐길 줄 아는
진정으로 행복한 야구를 하는 분이다.

2009년 3월! 함께 응원하며 흥겨웠던 그때 그 기분, 그때 그 감동으로
신나고 부담없이 읽으면서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인생의 참 맛과 지혜를 맛볼 수 있는
행복한 야구인의 이야기, 우리 시대 명장 이야기를 즐겨보아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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