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자를 만든 2인자들 - 기업과 조직의 운명을 바꾼 위대한 참모 리더십
이철희 지음 / 페이퍼로드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직의 성패는 2인자가 좌우한다!


이 책은 <1인자를 만든 참모들>(2003)의 개정판이다. 학계, 교육계, 경영계, 출판문화계 등에서 ’리더십 연구’가 활발한데, 이 책은 기존의 리더십 연구와는 차별적으로 보이는 ’리더’에게 가려진 ’2인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인자만을 기억해온 역사를 고쳐 쓰는 것이다. 

2인자 리더십, 즉 참모 리더십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두 가지 개념 정리부터 해야 한다. 첫째로 ’2인자’에 대한 개념 정리, 둘째로 ’참모 리더십’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먼저, 저자 이철희는 ’2인자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한다. 통상적으로 ’2인자’는 ’1인자’와 비교되는 부정적인 개념어로 사용된다. ’1인자’보다 못하다거나, ’1인자’에게 밀린 두 번째 위치를 나타내는 서열 개념말이다. 그러나 <1인자를 만든 2인자들>은 ’2인자’에 대한 이러한 "무지 혹은 오해, 그것도 아니라면 왜곡"된 개념을 가차없이 걷어내 버린다. 저자 이철희는 새로운 ’2인자 상’을 제시하는데, 2인자는 지위 개념이 아니라, 역할 개념이라는 것이다. ’2인자’는 1인자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참모이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가장 질적으로 기여하는 참모를 말한다. 한마디로, 넘버 투(number two)가 아니라, 롤 투(role two), 퀄리티 투(quality two)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정리되어야 할 개념은 ’참모 리더십’이다. ’참모 리더십’이란 말은 일종의 형용모순(形容矛盾)이다. 리더가 발휘하는 지도력이 리더십이라고 보면 참모 리더십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저자 이철희는 리더십은 1인자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1인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 있고, 2인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 있다는 것이다. 2인자가 1인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조직 내에서 2인자의 지도력을 발휘하다면, 그것이 바로 참모 리더십인 것이다.

’2인자’와 ’참모 리더십’에 대한 이러한 개념 정리는 조직 경영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2인자를 ’서열’로 인식하는 것과 ’역할’로 인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서열에 대한 인식은 주종의 관계를 형성하지만, 역할에 대한 인식은 상호보완적인 파트너십을 형성시킨다. 주종 관계가 참모를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위치에 묶어놓는다면, 파트너십 관계는 참모가 역할 수행을 하는 데 있어서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일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다. 

또한 팔로우십(followship과 참모 리더십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한다. 어느 조직이든 단 한 사람 1인자를 제외하곤 궁극적으로 모두 참모다. 리더 한 사람을 잘 "따르기만" 해서는 조직이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조직원 스스로가 자신을 참모로 인식하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실력과 역할을 감당할 때, 살아있는 조직체가 되는 것이다. 팔로우십과 참모 리더십의 인식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멀고 다른 개념인 것이다.

<1인자를 만든 2인자들>은 참모 리더십에 대한 사례 연구라고 할 수 있는데, 탁월한 2인자가 위대한 참모 리더십을 발휘하여 리더를 성공시킨 사례를 분석하여 귀납법적으로 구성해낸 참모 리더십 원리를 제시한다. 총 8인의 ’2인자’가 재조명 되는데 그들이 ’만든’ 1인자가 워낙 쟁쟁하여, 그 1인자 뒤에 있는 ’2인자’라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해박한 저자의 드마마틱한 해설이 곁들여진 이야기의 재미는 있지도 않는 ’리더십 문학’이라는 단어가 연상될 정도로 독보적이다.

’위기의 삼성을 슈퍼 재벌로 키운 재계 사상 최강의 참모’ 이건희의 이학수,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만들어낸 현실적 이상주의자’ 버락 오바마의 데이비드 액설로드, ’날건달 유방을 한 제국의 황제로 만든 고금 최고의 전략가’ 유방의 장량, ’이 땅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기고 훌쩍 떠난 불세출의 소울 메이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루이 하우, ’5백 년 조선 왕조를 디자인한 민족사 최강의 경세가’ 이성계의 정도전, ’한 나라를 바꾸고 세계 질서를 재편한 위대한 파트너’ 우드로 윌슨의 에드워드 하우스, ’난세를 평정하고 천하 패권 구도를 설계한 능소능대의 명참모’ 조조의 순욱, ’냉철한 분석으로 영국 노동당을 패배의 수령에서 건져 올린 특급 애널리스트’ 토니 블레어의 필립 굴드, 이 8인의 ’2인자’의 리더십 공통분모는 ’Yes 맨’이 아니라, 리더에게 ’No’를 말할 줄 아는 참모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협력과 상보 뿐 아니라, 필요할 때는 길항과 견제의 역할도 했다는 것이다. (사례에 등장하는 8인은 역사 해석이 그렇듯이, 측정하는 잣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평가가 가능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여기에서는 리더와 참모라는 제한적 관계와 역할에 초점을 맞춰 2인자로서 그 사람이 보여준 리더십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1인자를 만든 2인자들>의 핵심 명제는 이와 같이 리더에게 능동적으로 파트너 리더십을 발휘하는 참모 리더십이야말로 조직의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1인자의 리더십만 말하는 것은 리더십의 ’반쪽’만 헤아리는 것이다. 극소수의 한 사람을 제외하면, 우리는 리더와 참모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살아간다. <1인자를 만든 2인자들>은 리더가 있고 팔로워가 있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있고 참모가 있다고 말한다.우리는 모두 참모이고, 또 참모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2인자’에 대한 재조명은 리더와 참모의 개념을 자리와 위치가 아니라 역할 개념으로 재정립해줌으로써,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개인 안에 잠재된 모든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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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 -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5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5
조지 사무엘 클라슨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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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비밀


어렸을 때, 어떤 범상치 않은 어른이 내 얼굴을 유심히 보시더니 "재물 복이 있다" 하시며,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때에도 있는 듯 누리며 살라 하셨다.
그 말씀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는지 
돌이켜 보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그런대로 잘 적응하며 살아온 듯 하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별 관심이 없던 ’부자 되기’에 요즘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가 ’부자’를 꿈꾸는 것은, 이 책<연금술>에서도 말하듯이,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을 지배하는 사람, 즉 ’자유인’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 돈 때문에 몸도 마음도 시간도 생활도 자유롭지 못하고 매인다는 생각이 들 때나,
마음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인색해질 수밖에 없을 때는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심하면 비애마저 느낀다.
사람 도리를 한 만큼만,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만큼만
지갑이 두둑했으면 좋겠다.
너무 욕심이 큰가?

’부유했던 고대 도시 바빌론에서 배우는 황금의 지혜’라는 <연금술>은
주요 내용이 바빌론 최대 부호인 알카드가 일주일간 강의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부자 되는 비결이 ’이야기’(story)로 전개되기 때문에
마치 고대 바빌론의 신화를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

<연금술>은 한마디로 ’돈을 끌어들이고 모으고 늘리는 법칙’인데,
구체적으로 ’지갑을 살찌우는 일곱 가지 방법’과 ’돈을 모으는 다섯 가지 법칙’을 공개한다.
최근 ’부자 되기’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저자가 누구이든 간에 ’부자 되는’ 큰 원리는 모두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연금술>의 법칙도 마찬가지인데 크게 보면,
첫째, 종자돈을 모을 것,
둘째, 투자를 할 것,
셋째,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압축해볼 수 있겠다.
<연금술>에서는 특히 수입의 10분의 1일 반드시 저축할 것,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것에 강조점을 둔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연금술>에서 소개되는 부의 비밀은
8천 년 전의 것인데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지금 우리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잠들어 있던 고대 바빌론 유적들 속에서 그 내용이 기록된 점토판을 발견하여
그것을 복원하고 읽기 쉬운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집을 소유하라’는 법칙, ’복리(復利) 원리’, ’미래(노후)를 위한 보험’ 등
현대 투자 전문가들의 조언과 놀랍게 일치한다.
"투자가들의 바이블"이라는 별칭을 얻을만 하다.

<연금술>이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부자가 되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가?"라는 물음이다.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간절히 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 <연금술>도 그렇고, <시크릿>의 원리도 그렇고, <4차원의 영적 세계>도 그렇고
정말로 마음으로 간절히 소원하는 것!, 
이것이 큰 우주의 원리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긴다.
부자가 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지금부터 당장 구체적인 소망을 마음에 품어야겠다.
"나는 부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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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소 있다 - 오늘보다 내일 더 새로운 나와 마주하게 하는 특별한 책
카밀로 크루즈 지음, 박정현 옮김 / 로그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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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를 평범하게 만드는 내면의 소! 
평범한 삶을 거부하라!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난 사표를 제출할지도 몰라!"
책을 읽어가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예고를 했다. 
"좋은 직장이야말로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방해가 되는 
내면의 소임을 깨달았다"(68)
는 저자의 말이 얼마나 강력한 유혹이 되는지.
’좋은 직장’까지는 아니여도,
후배 기강 잡으며 고참으로 일하는 일터가 꽤 안정적이라는 것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어우러져 지금의 자리에 언제나 나를 눌러 앉힌다.

<내 안에 소 있다>라는 제목을 보고 ’게으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을 했다.
크게 보면 게으름에 관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좀 다른 각도의 게으름이다.
<내 안에 소 있다>는 심리학과 통찰력이 만난 특별한 ’자기계발서’이다.
총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장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강렬하다!
현자가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인데, 중국의 고사 같은 느낌이다.

"한 현자가 제자에게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지혜를 가르쳐주기 위해
가난한 지역으로 여행을 갔다.
현자와 제자는 8명의 가족이 누추하게 살아가는 한 가난한 가족의 집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소가 한 마리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의 일상은 그 소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우유의 양은 8명의 가족에게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지만,
이들에게 소는 너무도 중요한 존재였다.

그런데 현자는 그 집을 떠나기에 앞서 
음침한 장소로 소를 끌고 오라고 제자에게 속삭인다.
그리고 천천히 소에게로 다가가 단도를 꺼내 들어 소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현자가 소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린 이유를 알겠는가?
1년 후에 현자와 제자는 그 집을 다시 방문한다. 그 가족 안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뻔한 이야기 같지만, 깨달음을 얻었을 때 내 안에 일어나는 충격의 파장이 강력했다.

<내 안에 소 있다>에서 말하는 ’내면의 소’는 
사람들을 평범한 삶에 안주하게 하는 나쁜 습관, 변명, 그리고 제한된 믿음을 
어떻게 떨쳐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우리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실패 때문이 아니라,
’평범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패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오히려 실패는 다시 올라가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나 평범함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결코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평범함을 견디며(!)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저자는 바로 이 참고 견딜만하다고 믿어지는 이 상황이 가장 위험다고 말한다.

맞다. 실패는 오히려 강력한 ’변화’의 계기가 된다고 배웠다.
실패가 탄성을 만들어준다고 말이다.
또 나는 경험적으로 그것이 진리인 것을 알고 있다.
완전히 망한 후에 다시 일어선 신화 같은 성공 사례가 주변에 즐비하다!
그러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소를 "잃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에 안주하도록 만드는 내면의 소! 자체이다.

저자는 실체도 없는 두려움에 떠는 것이 가장 나쁜 내면의 소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을 제한시키는 문제점은 바로 자기 합리화!
가장 흔한 예가, 마음에 들지 않은 직장에 계속해서 머무르는 것이라고!
내면의 소들은 여러 형태로 위장하여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떤 형태로든 변명의 여지를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내면의 소’이다.

소를 없애는 방법은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이다.
누구도, 무엇도 변명꺼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행동하는 것이다!
저자는 행동하는 것만이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아, 몇 년 째 컴퓨터 메인 화면에서 잠자고 있는 사표를 제출하게 되는 것인가!
사실 책을 읽은지 며칠 지났는데, 아직 망설이고 있다.
’무모하다, 객기다, 신중해라 등등’ 갖가지 내면의 소가 변명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맞닥뜨리니 내면의 소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동거해온 세월이 길어서 길들여진 탓일 것이다.
내면의 소는 평범한 삶을 살도록 나를 묶어두려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실체 없는 두려움에 맞서자고,
그리고 행동하자고, 
힘주어 나에게 다시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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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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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과 성찰이 없다면, 
악행이 악행인줄도 모르는 이 천연덕스러운 '마리아'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책 제목을 보고 2백 년 전의 ’악녀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다.
2백 전의 악녀는 도대체 어떤 악행을 저질렀기에 '악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그것을 얼마나 대담하게 일기로 남겼을까?

그런데 정작 책을 펼쳐 읽고는 첫 장에서 경악했다.
<2백 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의 주인공은 이제 막 14살 생일을 맞은
하얀 피부에 파란색 원피스와 하얀색 에나멜가죽 구두가 잘 어울리는 천진한 ’소녀’이다!

내가 경악하는 이유는 ’악녀’로 등장하는 14살 소녀 ’마리아’가 
’너무나 보편적인’ 역사적 인물이라는 것 때문이다.
50년 넘게 어린이, 청소년 책을 썼다는 작가 ’돌프 페르로엔’은 
14살 소녀의 맑고 투명한 감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소녀'에 대한 우리의 감상은
공동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판타지를 형성하고 있다.
각종 CF를 보라!
어린 소녀들의 것은 무엇이든 하얗고, 투명하고, 맑고, 순수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지켜주고 싶어하는 그런 순수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 역사의 악행을 목도하게 한다.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적어도 나는 선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어 뽑아버리는
충격 속에서 말이다.
작가는 제대로 우리의 허를 찌른다! 
우리 안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우리가 믿고 있는
'순수'와 '선함'에 대한 믿음, 바로 그 정곡을!

14살 생일을 맞은 '마리아'는 성인이 된 기념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노예를 선물로 받는다.
그 노예를 다룰 채찍과 함께!
식탁 한 가운데 커다란 쟁반 뚜껑을 여니 꼬마 노예가 쪼그린 채 앉아 있었다.
꼬마 노예 꼬꼬는 늘 멍한 눈빛을 하고 있는데,
마리아는 그게 너무 화가 나서 하마터면 꼬꼬를 때릴 뻔했다.

매주 한 번 아줌마들이 집에 오시는데
에르다 아줌마의 노예가 케이크 한 조각을 바닦에 떨어뜨렸다.
야단법석이 났다.
마리아의 엄마는 꼬꼬에게 "싹싹 핥아 먹어"라고 명령했고,
아줌마들은 정말 놀라운 재치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노예를 다루는 '마리아'에게서 혐오감을 느끼는가?
그러나 우리가 역사의식과 성찰 없이 산다면, 
'악행'에 무지한  이 순진한 소녀 마리아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한참 뒤에 나는 점차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거대한 역사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사실을.
나는 하얀 피부 때문에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에게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된다.
맞는 말이다.
나는 노예무역으로 큰 덕을 봐 잘 살게 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
이제 나는 똑똑히 안다.
역사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만 한다는 것을.
역사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작가의 말 중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그 한 가지 이유로 '인간'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그들의 고통과 비명 소리를 들어도 아무 느낌이 없는 '마리아'처럼,
이 책을 읽고도 역사의식과 성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악녀 마리아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버젓이 자행되어 온 역사의 악행을 외면한 채,
'나의 가슴은 언제 커질까'를 고민하고,
멋진 청년 '루까스'에게 온통 관심이 가 있고, 
그 '루까스'에게 실망과 모욕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다시 여행을 하며 모든 걸 체험해 볼 기대와 함께 멋진 인생을 꿈꾸는 마리아,
그 마리아의 삶과 지금 내 삶의 차이가 무엇인가 말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마리아의 엄마처럼,
"똑바로 앉아. 여자애들한테는 나쁜 자세만큼 안 좋은 건 없단다"라는 식의
교육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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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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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내용이 상당히 불온하다 : 볼온(不穩)서적, 불온한 사상을 내용으로 하는 책.

이 책은 상당히 불온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었는데, 책의 끝에 소설가 이인화 선생님이 이 책을 읽고 쓴 글에 "배명훈의 <타워>는 날카롭고 불온하다>라고 첫 문장을 날려주시어 적잖이 실망했다. 내가 먼저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 말의 요지는, 내가 이인화 선생님의 표현을 빌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권력층이나 여러 기득권층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책이 불온서적이 맞다면, 이 책은 상당히 불온한 책이다. 2008년도에 국방부가 군인들 읽지 말라고 불온서적 23권을 지정해서 시끌시끌 했다는데, 내가 읽기에 이 책이 그렇게 불온하다.

674층 높이에 인구 50만을 수용하는 거대한 '타워'가 있다. 이 지상 최대의 건축물, 타워의 이름은 '빈스토크'(Beanstalk), 동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하늘까지 치솟은 그 콩줄기를 닮은 이름이다. 이 빈스토크는 어느 나라의 수도에 위치해 있는데, 특별 투자구역 지위에서 특별 자치구역 지위로 격상, 이듬해 역사상 최초의 타워 도시국가로서 대내외적인 주권을 인정받은 독립 정치제이다. 독자적인 군대도 있고, 의회도 있다.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인공위성 사업을 중심으로 우주 관련 첨단 서비스의 메카로 군림하고 있다.

<타워>는 이 빈스토크 안에서 일어나는 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이다. 여섯 가지의 단편은 서로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빈스토크 안에서 서로 맞물려 있다.

1978년생 저자 배명훈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정도 학력이면 빈스타워에서 적어도 30층 이내 구간을 오가는 단거리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수 있는 승차권 한 장, 즉 수직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왜 이런 불온한 책을 썼을까? 이제는 서울대 학벌만으로는 빈스타워 입국 자체도 어려워질 정도로 대한민국 빈스타워의 국경이 견고해졌는가? 사상 검증 없이, 빈스타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이 책 한 권으로 그는 단 번에 고층으로 수직상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변국가의 땅에 서 있으면서도, 주변국가와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주제에, 언어와 민족 구성이 똑같은 주변국 사람들에게 비자 면제 혜택조차 주지 않는 '빈스타워', 이곳은 기득권을 가진 그들만의 공화국이다. 이 <타워>의 이야기가 대한민국의 실제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하게 그렇게 글을 썼다.

'미세권력연구소'는 현 시장 체제의 권력 구조를 파악한 다음 선거전 막바지에 그 결과를 적극 활용하려는 계획을 가진 야당 선거사무소측의 의뢰로, 빈스토크 내의 권력장, 즉 권력 분포 지도를 그리기 위해 실험을 한다. 그런데 권력의 정점에 있는 영화배우 P의 정체가 네 발로 걷는 '개'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연구는 길을 잃고 헤매는데, '미세권력연구소'의 실세인 정 교수의 두 번째 아내가 '시장 닮은 아이를 덜컥 해산한 날 밤에' 일이 벌어진다. 이것이 첫 번째 이야기이다.

"공권력이 불러온 냉혹한 겨울은, 겨우 목숨 하나 진실 하나 짓이긴 것에 불과하다고 해서 결코 차갑지 않은 것이 아니다"(70). 눈 뜨고 코 베임을 당해도 "악" 소리 한 번 제대로 내보지 못하는 세상이다. 모르고도 당하고, 알고도 당하는 세상이다. 알아도 말 못하고, 말해도 소용없는 세상이다. 기득권자들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 하나 진실 하나 쯤 짓이겨져도 괜찮은 세상이다. 

지금 <타워>는 저항보다 로망이 되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 살지 못해 모두 안달을 하고. 어디선가 '연대'만이 살 길이라는 외침이 들려오는데, 마음은 회의로 가득찬다.

전에는 이런 불온한 서적을 읽으면, 오래도록 분노와 저항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지만, 요즘엔 재밌게 읽고 잠을 잔다. 정리해고된 쌍용자동차 한 노조원의 가족이 항의하다 오열하며 땅바닥에 쓰려져 있는 사진을 보고, <타워>를 빚대어 날카로운 한마디를 하고 싶은데, 생각이 멈춘듯 멍하다. <자연예찬>의 K처럼 공권력이 나의 먼지를 털 것도 아니지만, <타워>를 읽고 날카롭다, 재밌다, 씁쓸하다를 말하는 것이 생각나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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