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징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83
요꼬미조 세이시요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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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징살인사건>은 요코미조 세이지의 작품 중에서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첫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되시겠다. 결국 요코미조 세이지의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읽게 만든 계기는 김전일의 할아버지기 때문이랄까.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사건이 터져도 책 전체를 흐르고 있는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유유자적, 한가한 분위기이다. 긴박한 분위기는 느끼기가 힘들다. 마치 사건을 푸는 주인공 긴다이치 코스케처럼.

   
  하꾸비 선(線)의 기요시 역에서 내려 가와 마을 쪽으로 흔들흔들 걸어오는 한 청년이 있었다. 나이는 스물 대여섯 살 정도이고 키는 중키, 그리고 살이 알맞게 찐 약간 몸집이 작은 청년이었다.
그는 하오리(일본 옷 위에 입는 짧은 겉옷)와 기모노(일본 옷), 그리고 가는 줄무늬의 하까마(일본 옷 겉에 입는 주름 잡힌 하의. 지금은 하오리와 함께 정장으로 입음)를 입었는데 하오리, 하까마, 기모노가 다 주름투성이였다. 감색 다비(일본 버선)에서는 발톱이 튀어나올 것 같고, 게다(일본의 나막신)는 무지러지고, 모자는 쭈그러지고…… 즉 그 나이의 청년으로서는,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인물이었다. 피부색은 흰 편이었으나 용모는 내세울 만한 것이 못되었다. - p.75
 
   

긴다이치 코스케의 용모를 묘사한 부분이다. 이러한 묘사 때문에 책 전체를 통해 저러한 분위기를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내가 요 근래 읽었던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진행된다기 보다는 소설 자체가 커다란 덩어리로 느껴진다. 이 두 가지의 느낌이 같이 혼합되어 묘한 느낌이 든다.

앞서 소설 자체가 커다란 덩어리로 느껴진다고 했는데 이는 책의 내용과도 관련이 있는 듯싶다. 한가로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책 자체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관계에서 인간의 마이너스적인 감정이 물씬 풍겨져 나온다. 거기에 책의 내용 자체도 사람의 허를 간간히 찌르곤 한다. 내용을 이쪽으로 우루루 몰고 가더니 한 순간에 그 내용을 무너뜨려버린다. 반전의 묘미랄까. 그렇지만 아직 한 권의 책만을 봤을 뿐이다. 과연 이러한 작품 안의 분위기가 쭉 이어질지…. 기대된다.
단지 한 가지 단점은… 번역을 할 때 좀 더 신경 써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산만한 분위기. 처음에 누군가가 이에 관한 이야기를 적기 전에 1인칭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든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셜록 홈즈>도 읽어보면 왓슨이 1인칭으로 말하는 시점이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그 땐 이렇게 집중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철저하고도 계획된 추리소설에 약간 질렸다면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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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세상에 답하다 -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이야기
김원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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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신화, 설화 같은 옛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곤 하였다. 아직까지도 신화, 설화와 같은 옛 이야기들은 나에게 활자를 읽게 만드는 좋은 소재이다.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는, 그러한 중독성이 있는 소재인 것이다. 그렇지만 신화와 세상을 같이 이야기 한 책을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건국 신화 혹은 전해 내려오는 설화, 문학 작품 등에서 각각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주로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많이 다뤄진다.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소개한 후 작가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더 소개하는 이러한 방식으로 각각의 챕터가 이루어져 있다. 주제는 우리가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그러한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오만, 사랑, 우정, 희생, 탐욕, 변신 등등…. 주제에 맞게 이야기를 소개하다 보니 몇 개의 이야기들은 또 다시 소개가 되기도 한 점은, 글쎄… 차라리 간단하게 설명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다시금 등장한 이야기들은 읽는다기 보다는 스윽 하고 넘어갔기에.


책을 읽으면서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남성주의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너무 많이 강조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역사, 신화의 기술은 남성에 의해 이루어졌기에 남성주의적인 시각이 강한 것은 알고 있다. 물론 현재의 사회와 사고방식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탈피하여 양성평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회이기에 올바른 시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점을 적당히 언급하면 모르겠지만 너무나 많이 언급했기에 효과가 몰입도가 오히려 떨어졌다랄까.


각설하고. 신화, 설화를 볼 때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그 안에서 뜻을 찾는 것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책을 읽으면서 나와는 맞지 않는 생각이나 코드가 몇가지 있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시각과 생각으로 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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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사진) 강성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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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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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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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의 마지막 책장의 마지막 문장, 그리고 마지막 글자까지 읽고 책을 덮고 나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무엇인가가 나를 휘감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여운이다. 어쩌면 추운 겨울 동안, 세찬 겨울 눈보라가 몰아치는 기나긴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한 뒤의 밀려오는 허탈감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문체는 쫓고 쫓기는 포수와 사냥감과의 관계처럼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간다. 
 
솔직히 나의 리뷰의 핵심은 저 위의 네 문장이 끝이라고 할 수 있겠다-_-;;; 끝에 밀려오는 여운이 나에게는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밀림무정은 우리 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가보지 못하리라 생각되는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이라고 칭해지는 곳이 공간적 배경이다. 그렇지만 개마고원은 1권에서의 배경이고 2권의 배경은 경성으로 옮겨진다. ‘경성’이라 하면 느껴지겠지만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일제치하이다. 우리 나라에 있어 너무나도 아픈 기억이 많은 시간이다. 
 
책과 별개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책 내용과 연관된 것 같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호랑이는 옛날부터 친근하면서도 무서운 존재로 옛날 이야기, 그림 등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나름 단골 손님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산의 주인, 신령님, 이라고 칭해지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정신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으며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많은 호랑이들 중에서도 특별히 ‘조선 호랑이’라고 칭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제치하 당시로 시간을 옮겨오자면, 일본은 우리나라의 혼과 정신을 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두 가지의 생각이 문득 들면서 책 안에서 일제가 해수격멸대를 앞세워 호랑이를 잡으려고 했던 건, 아마 우리네 혼과 정신을 끊어놓기 위한 것이 아닐까...그걸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생각과 여기에 추운 겨울 보다 더 추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개마고원과 개마고원의 왕대 ‘흰머리’, 그리고 이를 쫓는 개마고원의 포수 ‘산’의 관계, 그리고 ‘주홍’이라는 일본인도 될 수 없고 조선인도 될 수 없던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책을 덮고 나니 밀려오는 것은 허탈감과 먹먹함이었다. 
 
물론 이 책은 단순히 호랑이 ‘흰머리’와 포수 ‘산’과의 관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존재의 관계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그 주위에는 개마고원 포수들 간의 의리, 그리고 가족 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추운 겨울날,
한 번 읽어보시라 추천해 드리고픈 책이다.
겨울 바람이 불면 ‘흰머리’와 ‘산’, ‘주홍’이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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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2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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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고원의 포수는 어려서부터 소리를 소리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소리를 만드는 사물이나 상황을 상상하지 않고 소리를 소리로만 품었다. 상상을 멈추면 소리에서 비롯되는 공포도 사라졌다.-26쪽

개마고원에서 나고 자란 포수들에겐 나침반도 수첩도 필요 없었다. 아무리 작고 복잡한 길이라도, 한 번 지나간 길은 한 달 아니 1년이 지난 뒤에도 기억해냈다. 나무, 바위, 물소리, 먼 산을 한꺼번에 머리에 집어넣었다.-167쪽

창경원. 1909년 11월 1일, 세계에서 서른여섯 번째 아시아에서 일곱 번째로 개원한 근대 동물원. 치타는 달리지 못하고 원숭이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건너다니지 못하고 두더지는 땅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새는 하늘로 날지 못하는 곳. 낮잠에 취한 야행성 동물들을 대낮부터 깨워대는 곳. 산이 가장 증오하는 곳.-174쪽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슬픔이었다. 산은 7년 동안 흰머리를 쫓으면서 흰머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그들이 흰머리에게 품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광활한 벌판과 까마득한 고산(高山)의 지배자! 사냥으로 삶을 이어가는 포식자 중의 포식자! 산이 개마고원에서 주홍과 어울렸을 때, 그미가 흰머리를 아끼고 걱정하는 것조차 낯설었다. 왕대를 제집 강아지처럼 위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중략)… 달리고 부딪치며 살기를 내뿜는 호랑이의 광폭함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는가. 그러고도 쏟아지는 이 슬픔은 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 이상한 사실은 산 자신도 가슴 저 깊은 곳이 뭉클거리며 뜨거워졌다는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살기에는 살기로만 맞서온 산으로서는 낯선 기분이 아닐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출렁임은 도대체 무엇인가?-226쪽

- 생명을 끊는 일은 쉽게 정해선 안 된다. 사냥 전에는 반드시 혼자 총을 정비하며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라. 짐승을 쏠 땐 한 번 묻고 호랑이를 쏠 땐 열 번 묻고 사람을 쏠 땐 백 번 물어야 한다. 이 길밖에 없는지-274쪽

저물녘 눈 내려 세상이 고요할 무렵이면, 풀숲에 숨어 쉬던 호랑이도 가끔 가장 높은 바위에 우뚝 서서, 홀로 겨울 바람 맞으며 스스로를 뽐냈다. 산 아래 티끌처럼 모여 사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우러러보며, 호랑이야말로 좋은 날이든 궂은 날이든 산을 지키는 신령이라고 칭송했다.-381쪽

밀림은 본디 정이 없다. 산도 들도 계곡도 나무도 새도 꽃도 호랑이도 정을 주고받는다면 죽고 죽이며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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