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 악기와 편성 당신의 재즈 음반 12장
황덕호 지음 / 포노(PHONO)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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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듣기 시작하다..​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평생 듣지 않을 것 같았던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뭔가 시작할 때는 일단 책 몇권을 읽고 시작하는 쓸데없는 버릇 때문에 재즈에 관한 책을 몇권 샀다.. ​그냥 들으면서 느끼는게 사실 제일 좋긴 하고 대부분의 음악은 그저 눈에 띄는 음반을 사서 듣고 연관된 음반들을 사서 들으면서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듣긴 했지만.. 재즈는 그러기엔 너무 넓었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 가이드를 해 줄 책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딱히 어렵지 않게 12장 정도의 대표적인 음반을 소개 받아 대략적인 재즈의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절대로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았다..

애매모호한..

보통 이런 개론류(라고 기대할만한) 책을 읽을 때는 이 책을 한 권 읽으면 재즈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게 된 후에 그 다음에 어떤 음반을 들으면 될지를 알려 주는 가이드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분명히 이 책은 지은이가 밝힌대로 재즈 입문자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몇가지 면에서 재즈 초심자가 읽고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

첫째로.. 소개하는 음반이 너무 편중되어 있다.. 재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책을 읽을 때는 12장의 음반이 재즈의 여러가지 장르와 시대를 대표하는 음반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몇가지 음반은 그렇지 않지만 결국은 비밥에 편중되어 있는 추천음반구성은 오로지 비밥과 그 시대의 음반만이 재즈의 전부일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저자는 그런 점에 대해서 미리 밝히고 있긴 하지만 일반 사람이 재즈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는 루이 암스트롱같은 사람의 음반조차 추천목록에 없다는 건 재즈를 입문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둘째로.. 용어가 꼭 쉽지만은 않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용어 자체가 낯설어서 읽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음반에 실려 있는 라이너 노트(음반 해설)를 번역해서 따로 실어 놓은 것은 다른 책에서는 본 적이 없는 이 책의 특이한 점인데.. 일단 조금은 번역투라서 읽기가 힘들었고.. 재즈 초심자라면 절대로 알 수 없을 수많은 재즈사의 인물들 때문에 읽어도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셋째로.. ​모든 곡목을 한글로 번역한 것(예를 들면, Chet Baker의 'That Old Feeling'은 '오래전 느낌'으로..)도 이해하는데 너무 걸림돌이 되었다. 이것도 내 생각에는 작가의 일종의 고집이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은 제목을 기억하고 다음에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들을 때 예전에 들은 것과 같은 음악을 구별해 내는 것도 중요할텐데.. 그것을 몽땅 다 한글로 번역한 것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저자가 라디오 진행자라고 하는데.. 라디오 진행을 할 때도 제목을 모두 한글로 번역해서 소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나쁜 책은 아니다..

우선은 이 책에서 소개한 음반 12장을 듣게 되면 확실히 재즈라는 음악에 익숙해지고 재즈가 좋아진다.. 확실히 12장의 음반은 재즈의 전반을 아우르는 음반들은 아니지만 들으면 좋아질 수 밖에 없는 훌륭한 명반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듣다 보면 다른 음반들을 사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음반들이다..

그리고 라이너 노트 부분을 제외하면 굉장히 읽기 쉽고 친근하게.. 심지어는 조금은 오버스러울 정도로 개인적인 감정을 잔뜩 집어 넣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크게 부담이 없는 편이다..

또.. 재즈라는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재즈를 처음 들을 때 멍하니 들으면 놓치기 쉬운 것들을 잘 알려 주고 있기 때문에 ​재즈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음악을 아예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용어나 악기나 기본적인 음악용어를 어느 정도 알지 못하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음악을 어느 정도 듣고 음악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재즈에 대한 소개서(입문서보다는..)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음반은 어떻게 할까..?​

그리고 이 책에 있는 음반들을 듣다 보면 분명히 재즈가 좋아질 것 같고.. 다른 음반을 찾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물론 이 책과 함께 나온 음반이 있어서 12장의 음반에서 1곡씩.. 그리고 다른 유명한 연주자들의 재즈곡들도 수록이 되어 있지만..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12장의 음반을 구매해서 들어 볼 것을 권한다..

음반에 대해서는.. 책에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음반을 구하기 위해서 해외주문도 하고 중고물품도 뒤지고 해서 겨우겨우 한달여만에 음반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 이 책을 음반을 듣지 않은 채로 읽으려고 한다면.. 이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 책은.. 음악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면서 재즈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마무리는 머리말에 있는 저자의 말로 할까 한다..​

'재즈를 다른 음악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재즈의 관점, 재즈의 맛 그 자체를 독자족인 것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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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비겁한 승리
김연수 지음 / 앨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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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밖에 모르는 임진왜란..

우리나라 사람치고 임진왜란을 모르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임진왜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일 것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권율이 생각이 날테고.. 행주산성.. 한산대첩.. 진주대첩.. 곽재우..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임진왜란의 승리의 기록을 더 많이 기억하고 극난극복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들어간다.. 임진왜란을 '비겁한 승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들이 역사적으로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보다는 임진왜란이라는 전대미문의 국난과정에서 정통성리학이라고 하는 주자학을 떠들고 '충'​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겼던 왕과 집권기득권 세력의 부끄러운 역사를 하나하나 까발리고 있다..

이순신 장군만하더라도 당대에는 전쟁 후에 거의 죽음이 확실시 되던 사람이었으며 권율은 몰라도 조선의 수군을 거의 전멸상태로까지 몰고 간 원균과 같은 반열에 올려 격하되었으며 선조를 호송하던 일개 내시들보다 더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이 성웅으로 추앙받고 민족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훨씬 훗날 정조 때 재조명을 받으면서이다..)

미리 알고 있었으나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던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조정..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에 이미 왕부터 일반 민중에 이르기까지 조선 사람​ 모두가 일본이 조선으로 쳐들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정은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의 지배세력은 조선이 중국 황제를 받드는 한, 명이 조선을 지켜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로서는 상비군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러한 '공짜안보' 의식 속에서 조선은 태평했다." - P.35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그냥 ​명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결국은 일본에 의해서 파죽지세로 거의 전 국토를 유린당하고 만다.. 게다가 제일 어처구니없는 것은 일본의 경험상으로 봤을 때 궁궐을 지키면서 왜적과 싸워야 했을 선조가 자신의 몸을 보살피기 위해 몽진을 떠나고 게다가 국경을 넘어 명으로 피신할 생각까지 했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본이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참 우습기까지 한 대목이다..

진행은 무능.. 결론은 부도덕..

​이 책은 계속해서 임진왜란의 진행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 가장 중요한 논점은 무능력한 왕과 대신들이다.. 백성에 대한 근심은 전혀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일신상의 안전만을 생각한 왕은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하나하나 기억은 못하지만 대신들 또한 탁상공론만을 계속한다.. 결국 온 백성의 1/3이 전쟁통에 사망하고 그 나머지 백성들도 온전했을 리가 없다.. 가끔은 어떤 책들에서 임진왜란이 전국가적인 전쟁이 아니라 주요 거점만을 중심으로 한 그야말로 왜란이라고 하는 글들을 봤었는데.. 이 책을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의 논공행상은 더 어처구니없게 진행이 된다.. 임금을 호송한 '호종공신'과 왜적을 물리친 '선무공신'으로 나누어서 '호종공신'을 더 앞에 놓은 것도 낯부끄러운데.. 의병장들은 공신에 책봉이 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이다..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논공행상의 결과가 병자호란으로 이어져.. 결국은 인조가 청의 황제가 보낸 사신에게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아홉번이나 머리를 찧어 절해야 했던 삼전도의 굴욕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났을 때 도망가는 왕과 대신들.. 전쟁이 끝난 후에 공신들을 대접하지 않는 조정을 위해 어떤 백성들이 목숨을 바쳐 충성을 할 것인가..?

결국 역사는 되풀이된다..

이 당시의 조선의 정세.. 그리고.. 전쟁의 와중에 벌어진 일들은 훗날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 같다.. 6.25가 터지자 시민들은 피난할 수 없도록 한강다리를 끊어버리고 도망쳐버린 이승만 대통령이라든지..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하는 정부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이후 400여년이 지났지만 과연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역사책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을 비판하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읽어 보도록 추천한다.. 읽으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약간 오타가 많은 것은 이 책의 단점이다..

p.​77 평성 → 편성, p.101 산새 → 산세, p.117 병령 → 병력, p.240 읽고 → 잃고, p.244 전랑 → 전란, p.259 가가마자 → 가자마자, p.267 그들이 → 그들의, p.281 수군의 → 수군을, 무함 → 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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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체포하라 - 14인 사건을 통해 보는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
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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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탐험하라..
미시사(문화사의 범주에 들기도 한다고..)에 관해 관심을 갖던 중 읽은 두 번째 책이다.. 로버트 단턴은 예전에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읽지는 않았던 책 때문에 알고는 있었지만 뭘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미시사라는 것 역시 전혀 모르는 분야였는데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로 관심을 갖게 된 후 미시사의 저명한 저자의 책을 읽고 나서 이제야 대충이라도 어떤 분야인지 맛은 보게 되었다. 

이 책은 18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일종의 유행가라고 볼 수 있는 시를 도구로 해서 왕을 비롯한 궁정의 인물들을 모독한 '14인 사건'에 주목한 후 그로부터 파생한 여러가지 사회현상들과 당시의 시대상황, 그리고 시를 통한 여론의 형성 등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중후반을 넘어가면 유행하던 노래의 후렴구에 시를 붙이고 가사를 관심사에 맞게 자유자재로 불렀던 '매춘부 사생아'라는 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매춘부 사생아'의 구성은 우리나라 민요로 치면 '옹헤야'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 두면 될 것 같다..

저자는 정말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하나의 필화사건을 집요하게 분석하고 당시의 사건 수사기록, 샹송집, 일기 등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 특히 우리가 흔히 보는 큼직큼직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닌 민초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비록 직접적인 연관성을 자세히 밝혀내기 힘들더라고 중간중간 작가로서의 합리적인 상상력까지 보태서 당시의 사회를 재구성해 나간다..

이럼 과정들이 사실상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 지식이 거의 전무한 나로서는 즐기기 어려웠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조금의 상식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우리나라 일반적인 독자가 대부분 그럴테니..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미시사'의 연구방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 든다.. 그야말로 작고 세세하다.. 자료도 그렇고 결론도 그렇다.. 사실 큰 의미에서의 역사와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작은 삶에 대해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같은 방법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려는 시도가 위에 말한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에서 이루어졌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에 대해서는 좀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역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역사학자이긴 하지만 전문번역가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1. 쉬운 내용이 분명한 부분도 너무나 번역투여서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여러번 읽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
2. 우리나라 문장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하이픈과 괄호를 이용한 부연 설명이 많아서 읽는 흐름이 깨진다..
3. 번역을 할 때 가장 많이 거슬리는 단어와 단어의 소유격 연결이 많아 어색하다..
4. 도대체 전혀 접해 본 적이 없는, 영한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단어들이 많이 쓰인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가뜩이나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 머릿속에 더 들어 오지 않는 건 이 책의 아쉬운 점이다..

미시사의 연구방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
그외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어려운 문장을 공들여 읽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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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 케케묵은 고문서 한 장으로 추척하는 조선의 일상사
전경목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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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가 뭐야..? 

역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자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찮게 미시사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이라는 용어에서 유추해 볼 때 뭔가 자세하게 보는 것을.. 아니면 작은 부분을 다루는 것을 말하는 것일텐데.. 책을 검색해 보다 보니 때마침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가 눈에 띄었다.. 조선의 역사를 말한다고 하면 보통은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게 되고 조선사에 대한 책은 꽤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고문서'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제목은 흔히 볼 수 있을 책인 것 같지만 이 책은 꼭 그렇지는 않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고문서'라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각할 법한 대단한 문서들이 아니다.. 주로 탄원서라든지 수기(일기같은..) 등 일상생활에서 공들여 쓴 것이 아니라 그저 적어 놓은 글들.. 중앙정부에서 오고간 문서가 아닌 지방에서 사용된 문서를 화두로 던져 놓고 그 이면에 담긴 조선사회의 생활상을 추리해 보고 자료를 보충해서 증명해 보이는 과정을 통해 조선시대 중하층 민중들의 생활상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흔히  중앙을 무대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들만을 기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는 정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보다 오늘 나의 일상에서 어떤 일들이 오고가는지가 중요할 것이고 대통령의 죽음보다는 내 가족의 죽음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국고가 바닥나 국가가 망하기 직전에 처하는 것보다 내 재산이 줄어들어 내가 파산하는 것이 백배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전체로서의 조선이 아니라 개별적인 인물들의 자세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운 것은 그냥 크게만 봤을 때는 몰랐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실제 인물들의 삶에서는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번째 주제에서 밝혔듯이 조선 후기 중인이나 평민이 공명첩을 사서 양반이 되는 과정을 보면 오히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이들은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오히려 공명첩 사는 것을 꺼렸고 어찌저찌 공명첩을 샀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 양반행세하는 건 어려워서 오히려 몸을 낮추고 살아야 된다는 것들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전혀 달랐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루할 수 있는 미시사라는 주제와 연구방법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한데, 의외로 쉽게 읽히고 일종의 추리소설을 읽어 나가는 것 같은 즐거움도 준다.. 하나의 문서를 가지고 시작한 주제는 그 주제를 가지고 추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른 문서들을 찾아 보고 어떠한 가문의 족보를 뒤져 보고 문서의 위조를 알아내기 위해 당시의 필기 습관을 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지적인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물론 조선의 역사에 대한 개략적인 상황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은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좋은 정보를 줄 것이고 그저 흥미로운 책 한권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에 많은 전문적인 한자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각주로 그 뜻을 함께 알려 줬다면 읽기에 좀더 수월했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

역사에 관심이 없을 경우에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기 힘들 것..

 

p.67의 '무함'은 '모함'의 오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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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달 1집 - 두번째달 [재발매]
두번째달 연주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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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저 MP3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카세트 테잎.. 전축.. 휴대용 카세트.. MD.. 휴대용 CD플레이어.. 로 이어지던 나의 음악 생활은 MP3에 이르러서는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전에는 어떤 음악을 들으려면 어떤 미디어를 사용하든지 음악을 사야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MP3가 나오고서는 얘기가 너무 많이 달라 졌다..

 

아이팟 미니.. 아이팟 미니 2세대.. 아이팟 클래식 4세대.. 를 거치면서 내 모든 음악은 MP3로 차곡차곡 쌓여져 나갔다.. 120GB라는 엄청난 용량을 자랑하는 아이팟 클래식과 1TB라는 더 엄청난 외장하드의 도움을 받아 난 무려 10,000곡이 넘는 음악을 '소유'하고 있었다.. 한 곡당 5분씩만 따져도 무려 50,000분.. 833시간.. 35일을 쉬지 않고 들어야 모두 들을 수 있는 엄청난 음악을 닥치는대로 모았다.. 이 음악을 때로는 스마트 폰에.. 때로는 MP3 플레이어에.. 때로는 USB 메모리에 넣어서 자동차에서 열심히 듣긴 했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들었던 곡들은 500여곡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곡들은 가지고는 있었으나 사실은 없는 곡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없는 돈 모아서 샀던 음악들은 테잎이 늘어날 때까지 듣고 나면 진정한 내 음악이 되어 있었는데.. 이쯤 되고 보니 이 음악들은 그저 한 번 듣거나.. 혹은 듣지도 못하고 그저 소비하는 음악에 지나지 않는 걸 느꼈다..

 

다시 신중하게 듣는 음악의 세계로..

결국 다시 음악을 사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방안 한 구석에 쳐박혀 있던 LP가 눈에 띄었다.. 저것들부터 다시 살려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뒤져 LP를 손쉽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는데.. LP 플레이어를 찾다 보니 스피커도

 

따로 보게 되고.. 리시버며 앰프며.. 튜너며.. 이런저런 오디오 상식이 약간 쌓이게 되

 

어 버리니.. 어느 순간 감당못할 오디오 기

 

기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해 버리게 되어 버렸다..

 

결국 아주 간소하게.. LP는 포기해 버리고 장만한 것이 DENON RCD-39 리시버dhk ACOUSTIC Q2010 스피커.. 물론 돈을 더 들이면 훨씬 좋은 시스템을 들여 놓을 수 있고 더 좋은 음질을 들을 수 있겠지만 한없이 욕심을 내다 보면 비용도 한없이 들게 마련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꾸렸다..

 

이제 간단하게 시스템을 구축했으니 음악을 들으려고 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난 음반이 '두번째 달'이다..

 

처음 사고 싶은 음반은 당연히 '두번째 달'이었어.. 그런데 ethnic fusion이 뭐야..?

'두번째 달'의 음악을 들은 건 아마도 '얼음 연못(1집 '두번째 달' 9번 트랙)'일 것이다.. 드라마 '궁'의 삽입곡으로 쓰였는데..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은 잊을 수가 없다.. 예전에 들어 볼 수 없었던 생경한 느낌.. 하지만 느껴지는 애절함.. 그러면서도 끈적끈적하지 않은 깔끔함..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은 그 후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 베스트 10에 꼭 들어갔고.. 그 후 '두번째 달'이라는 연주단체에 대해 약간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약간 자료를 뒤져 보면 '두번째 달'은 에스닉 퓨젼(ethnic fusion)이라고 많이 소개되어 있다.. 도대체 에스닉 퓨젼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저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이국적인 퓨젼 음악'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어디에는 퓨젼 재즈 그룹으로도 소개되어 있고.. 좀 헷갈린다.. 그만큼 굉장히 독특한 음악을 하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좀 이해하기 위해서는 '켈트음악의 느낌을 지닌 퓨젼 재즈 뮤지션'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사실 켈트 음악도 잘 모르겠고.. 퓨젼 재즈도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서.. 좀 나도 잘 모르는 정의를 내린 것이긴 하다.. 어쨌든 '두번째 달' 덕분에 켈트음악을 열심히 찾아 듣고 있는 중이다..

 

*ethnic : relating to a particular race, nation, or tribes and their customs and traditions.. (출처 :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Dictionary)

 

비슷한 분위기를 찾기 쉽지 않은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역시 '얼음 연못'이다.. 이 곡은 내가 정말 좋아해서 한 때는 거의 무한 반복으로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곡은 '서쪽 하늘에'.. 이 곡도 어떤 드라마의 OST로 들어 갔던 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얼음 연못'과는 달리 훨씬 밝은 느낌의 곡이다.. 이 두 곡을 중심으로 귀를 깨끗이 씻어주는 것 같은 음악이 음반 내내 흐른다..

 

이 앨범의 켈틱한 느낌은 아마도 아이리쉬 휘슬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퍼커션도 다양하게 많이 쓰이는 것도 마음에 든다.. 어떤 곡은 마치 아프리카 음악같기도 하고.. 어떤 음악은 북구 유럽의 음악같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애닲게 마음을 움직인다.. 또한 목소리를 악기처럼 다루는 것도 좋은 느낌이다..

 

우연히 보게 된 그들의 연주.. 우연히 알게 된 그들의 근황..

(2008년 10월 30일..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야외광장)

 

2008년 경.. 가슴깊이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고 주말마다 전국을 떠돌며 마음을 추스릴 무렵.. 전남 광주 장천터미널 앞 광장에서 우연히 연주하는 '두번째 달'을 볼 수 있었다.. 예매해 놓은 버스를 포기하고 결국 그들의 한시간짜리 연주를 전부다 보고 갈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횡재한 기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국 그 공연을 보느라 다음 스케줄을 다 망치고 서울로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었지만.. 쓸데없이 광주만 찍고 온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전 우연히 운전 중 들은 컬투쇼에 '두번째 달'이 초대손님으로 등장을 했다.. 반가운 마음에 듣고 있는데.. 아마도 컬투쇼 공연에서 세션을 맡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알았을 때 들었던 안타까움이란.. 컬투는 나도 좋아하고 즐거운 사람들이지만.. '두번째 달'같은 멋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공연에 세션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안쓰러운 기분을 감출 수는 없었다..

 

또 하나의 앨범.. 또 하나의 밴드.. 나는 여전히 그들이 기대된다..

그동안 MP3로만 '두번째 달'의 음악을 들었던 나는 아무래도 그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는 기분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이 앨범을 제일 먼저 사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앨범.. 'alice in the neverland' 역시 구매(이건 절판되어서 중고로 구매할 수 밖에..)했고.. 파생되어 나온 '바드(Bard)'의 앨범도 구매했다.. 아직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며칠간은 '두번째 달'의 음악에 푹 빠져 지낼 것 같다..

 

그들이 더 많은 음악으로 나를 즐겁게 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것을 기대한다..

그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들이 콘서트를 할 때 꼭 찾아가서 다시 한 번 라이브로 음악을 듣고 싶다..

 

 

마지막으로..

 

'두번째 달'이 무슨 의미인지는 찾아 보지는 않았다.. 읽어 보지도 않았고..

아마도..

1.. 판타지 속에 등장할 법한 또 다른 하나의 달..을 의미하거나..

2.. 한 달에 뜨는 두번째 보름달.. 즉 '블루 문'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 본다..

 

특히 요즘 진하게 로스팅한 'Bali Blue Moon'이라는 진한 커피에 꽂혀 있는 나로서는 그 의미가 두번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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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킨 2015-01-0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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