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성계의 위치가 알려졌어요. 물론 태양계의 위치도 알려졌고요.
삼체인들이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삼체 제2함대가 방향을 돌려 태양계를 떠났고 모든 물방울이 지구에서 철수했대요. 지자가 더 이상 태양계가 침입받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지구도 삼체 성계처럼 우주 전체가 피하는 죽음의 땅이 됐으니까요."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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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수십 개의 손이 함께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마지막 빨간불이 깜빡였다.
예원제가 서기 20세기의 어느 새벽 붉은 스위치를 눌렀을 때로부터315년이 흐른 뒤였다.
중력파 발사 시스템이 작동되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강렬한 진동을 느꼈다. 외부에서 오는 진동이 아니라 자기 몸 안에서 나오는 떨림 같았다. 모든 사람이 악기의 현이 된 듯 울림이 퍼져나갔다. 이 죽음의 악기는 12초간 연주되다가 멈추었고 그 후 모든 것이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함 밖에서 중력파가 시공의 박막에 부딪치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깜깜한 밤 한 줄기 바람에 파문이 번지는 호수의 표면 같았다. 두 세계의 운명을 가를 죽음의 판결이 광속으로 우주 전체에 전송되었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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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이 주위 장교들에게 눈짓을 하자 모두 조용히 무기를 내려놓았다.
블루스페이스호의 승선원 수는 그래비티호의 열 배였다. 해병대원만 해도 100명이 넘었으므로 그래비티호를 가뿐히 점령할 수 있었다. - P290

간단히 계산해도, 이건・・・・・・ 광속에 가깝군."
그래비티호의 모로비치 함장이 말했다. 이틀간 믿을 수 없는 일을 너무많이 겪은 탓인지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추옌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삼체 제2함대가 광속으로 지구로 향하고 있습니다. 4년후 도착할 겁니다." - P292

추옌이 말했다.찻잔을 때렸다.
"지구의 인류는 암흑의 숲 위협을 유지할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우리가그래비티호를 점령해 다시 위협을 작동시킬 계획이었습니다. 중력파 안테나에 반감기가 있다는 걸 방금 알았지만, 두 달 후면 우리도 중력파를발사할 수 없게 됩니다. 그건 우리 모두에게 큰 타격이 될 겁니다. 한 가지선택만 남았습니다. 지금 즉시 중력파를 발사하는 겁니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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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상호작용 우주 탐사정 발견! 총 6대 1대는 지구와 태양의 라그랑주 점을 향해 날아가고, 나머지 5대는 1대, 2대, 2대로 나누어 총 3개편대가 초속 2,500킬로미터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음. 10분후 지면 도착 예상! - P214

청신은 홀로그램 스위치 중 어떤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더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자신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틀렸다. 그녀가 무의식의깊은 곳에 그려놓은 검잡이 임무는 완전히 틀린 그림이었다. - P215

검잡이 신분으로 저 머나먼 세계와 마주했을 때, 그녀는 뤄지와 달랐다. 그녀는 이것이 생사의 결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체스판과 같아서 자신은 가만히 앉아 여러 가지 상황을 예상하고 상대가 말을 옮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그에 대한 대응 방법을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 체스에 일생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말을 옮기지 않았다. 상대는 체스판을 들어 올려 그녀의머리를 향해 내리치고 있었다. - P216

중력파 우주 전송 시스템 회복 불능. 암흑의 숲 위협 무효화. - P222

지자가 싸늘하게 웃었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야. 자책할 거 없어. 사실 인간이 널 선택한 것 자체가 이런 결과를 자초한 거니까. 죄 없는 네가 책임을 뒤집어썼을 뿐.‘
지자의 말에 청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P229

지자가 검을 어깨에 얹으며 코웃음을 쳤다.
"이런 바보를 봤나. 그래비티호는 궤멸됐어. 1시간 전 인수식이 끝났을 때 말이지. 사각지대가 없다면 1광년 밖에 떠 있는 잔해를 보여줄 수 있을텐데 아쉽군." - P231

위협이 중단된 후 지자가 처음 공개석상에 나섰을 때 그녀는 위장복을입고 무사도를 멘 차림으로 삼체 제2함대가 4년 뒤 태양계에 도착해 이 항성계를 완전히 점령할 것이라고 전 세계에 선포했다. - P236

사람들은 지자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제2함대가 지구에 도착하면 이 대륙위의 모든 사람이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의 악마가 구원의 천사이자 유일한 정신적 지주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들이 어서 빨리 강림하기를 기도했다. - P258

지자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위대한 삼체 함대가 여러분을 아름다운 생활로 인도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모두가 고통스러운 석 달을 보내야 합니다. 인류가 이번에도 훌륭하게 해내길 바랍니다! 선포합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호주 보호지역을 외부와 완전히 격리시키고 강한 상호작용 우주 탐사정 7대와 지구 치안군이 이 대륙을 빈틈없이 봉쇄할 것입니다. 누구든 호주를 빠져나가려 한다면 삼체 세계의 영토 침입자로 간주하고 즉시 사살할 것입니다! 지구에 대한 위협 제거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이 석 달 동안 보호지역은 저기술 농업사회 상태에 머물러야 하며 전기를 포함한 모든 현대기술의 사용을 금지합니다. 치안군이 호주의 모든 발전 설비를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은 모두 보셨겠지요." - P267

"생존 자체가 행운입니다. 과거에 지구에서 그랬듯이 지금 이 냉혹한우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모르게 인류가 환상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생존을 아주 당연한 일로 여겼지요.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이 세계에 다시 진화의 깃발이 올라가고 여러분은 생존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모두 마지막에 남은 5000만 명에 속하길 바랍니다. 식량에 잡아먹히지 말고 여러분이 식량을 잡아먹으십시오." - P269

헌터의 손목시계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발사 컨트롤러가 있는 구형 선실 안에서 폭탄이 터지며 내부의 모든 장비가 고온에 녹아버리게 될 것이었다. 헌트가 하는 일은 단 하나였다. 어떤 종류의 위기가 출현하든 위험이 한계치를 넘어서면 이 버튼을 눌러 발사 컨트롤러를 파괴하는 것. 즉, 중력파 발사 시스템을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위험이 한계치를 초월했는지의 여부는 그의 판단에 달려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헌터는 사실 ‘반검잡이‘였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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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가 여러 경로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후보를 물색했다. 때마침 청신의 대학 동창이 뉴욕에 왔다가 그녀에게 연락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다른 동창들의 근황을 얘기하다가 윈톈밍의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는 윈톈밍이 폐암 말기라는 걸 후원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청신은 윈톈밍의 이야기를 듣고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위웨이민 부국장을 찾아가 윈톈밍을 후보로 추천했다. 위웨이민이 계단 프로젝트 탑승자 선발을 책임지고 있었다. - P108

"서약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인류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어째서 계단 프로젝트에 참여했나요?"
세이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온화했고 윈톈밍을 바라보는 시선도평온했다.
"다른 세계를 보고 싶습니다. 인류에 충성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삼체문명을 본 뒤에 결정하겠습니다."
세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도 서약을 강요하지 않아요. 내려가세요. 자, 다음 분." - P118

청신은 병원 밖에서 서성였다. 들어갈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어서 그 자리에 선 채로 고통을 곱씹었다. 함께 온 웨이드가 성큼성큼 병원으로 들어가다가 우뚝 멈춰 서더니 청신의 고통을 몇 초쯤 감상한 뒤 흡족한 표정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다.
"참, 자네가 기뻐할 소식이 있어. 자네의 그 별 말이야. 그걸 선물한 사람이 바로 윈톈밍이라더군."
청신이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주위의 모든 것이 눈앞에서 빠르게 변하고 감정의 격랑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 덮쳤다. - P119

지구 함대가 장렬하게 산화된 후 14년이 지났다. 태양계 양끝에서 벌어진 어둠의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함대와 지구의 교신이 끊겼다. 하지만 그 후 1년 반 동안 청동시대호는 지구에서 발사한 많은 신호를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은 지구 표면의 방송과 통신 내용이 흘러나온 것이었지만 선명한 우주 통신도 있었다. 그런데 위기의 세기 208년 11월 초의 어느 이틀동안, 지구에서 흘러나오던 전자파가 완전히 사라졌다. 툭 꺼져버린 전등처럼 지구의 모든 주파수대가 고요해졌다. - P128

지구의 전자기 신호가 갑자기 사라진 원인에 대해 청동시대호 탑승자들은 대부분 태양계가 삼체인에게 점령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청동시대호는 속도를 높여 지구형 행성을 가진 26광년 밖 항성을 향해 열심히 나아갔다.
그런데 열흘 뒤 갑자기 우주 함대 사령부가 보낸 전파 신호가 수신되었다. 청동시대호와 태양계의 다른 쪽 끝에 있는 블루스페이스호를 향해 동시에 발송된 이 신호는 지구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설명하고 인류가 삼체세계를 위협하는 데 성공했으므로 지구로 귀환하라는 내용이었다. - P130

"이제 선포한다. 그대들은 이미 군적을 박탈당했다. 그대들은 더 이상태양계 함대 소속이 아니지만 그대들이 함대에 안긴 치욕은 영원히 씻기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은 가족을 만날 수 없다. 가족이 만나기를 거부할 것이다. 그대들의 부모는 그대들을 부끄러워하고, 그대들의 배우자는 이미 떠났다. 그대들의 자식이 사회에서 차별받지는 않았지만 십수 년간 수치심을 안고 자랐으며 그대들을 증오하고 있다. 그대들은 함대 세계의 사법 시스템으로 넘겨졌다!" - P133

-최종 판결
닐 스콧 함장과 고위 장교 6명은 반인류죄와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나머지 1,768 명 가운데 138 명만이 무죄 판결을 받고 나머지는 각각 징역 20~300년 형까지 선고받았다. - P142

지구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도착했을 때 블루스페이스호는 미끼를 덥석 물지 않고 의심하며 망설였다. 저출력으로 감속하며 고민하고 있던 그들은 청동시대호가 보낸 경고 신호를 받은 뒤 감속을 중단하고 최대 출력으로 가속해 태양계에서 도망쳤다. - P144

청신이 소유한DX3906에서 얼마 전 2개의 행성이 발견되었다. 그중 하나가 질량, 궤도, 대기 스펙트럼으로 추측할 때 지구와 비슷한 지구형 행성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사람들은 그 머나먼 세계에 주인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UN과 태양계 함대가 그 항성의 소유권을 되찾으려 했지만 주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이것이 바로 264년 동안 동면하고 있던 청신을 소생시킨 이유였다. - P146

21세기 초 일본과 한국의 남자 스타들도 얼핏 보면 여자로 오해할 만큼 예뻤다. 대협곡이 인류의 여성화를 중단시켰지만 위협의 시대로 들어선 뒤 반세기 동안 이어진 평화롭고 안락한 분위기가 여성화를 가속시켰던 것이다. - P150

여기서 더 나아가 한 세계 전체를 멸망시키고 모든 생명을 죽인다면 그는 틀림없이 구세주가 될 겁니다!"
AA가 말했다.
"뤄지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를 심판하고 싶어 하죠."
"왜?"
"아주 복잡해요. 직접적인 이유는 그 항성계, 그러니까 뤄지가 우주에좌표를 알려서 멸망시킨 그 항성계 속에 생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어요. 그래서 그가 세계 멸망죄를 지었다는 주장이에요. 그건 현대 법률에서 가장 무거운 죄예요." - P152

웨이드의 말투가 3세기 전 청신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처럼 담담했다.
"이유가 뭐죠?"
청신이 3세기 후 그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고왼쪽 어깨가 마비된 것처럼 뭉근하게 아렸다.
"검잡이가 되기 위해서 난 검잡이가 되고 싶어. 자네는 내 경쟁자가 될거야. 그리고 날 이기겠지. 자네에게 악의는 없어. 자네가 믿을지 모르지만 나도 가슴이 아파." - P155

그런데 사람들은 얼마 안 가 절망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암흑의 숲 위협 통제권을 인류 집단이 가지고 있다면 위협력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우선 인류 집단은 두 세계를 멸망시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결정은 인류 사회의 윤리와 가치관의 마지노선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58

그때부터 암흑의 숲 위협 통제권은 계속 뤄지가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태양을 둘러싼 원자폭탄을 폭파시키는 스위치를 가지고 있었고, 나중에는 중력파 발사 스위치로 바뀌었다. 두 세계의 전략적 균형이 뤄지라는 바늘 끝에 거꾸로 올라앉은 피라미드처럼 위태롭게 지탱되고 있었다.
암흑의 숲 위협은 두 세계의 머리 위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검이고, 뤄지는검을 묶고 있는 머리카락이었다. 사람들은 뤄지를 검잡이라고 불렀다. - P159

뤄지는 양쪽의 주장에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중력파 발사 스위치를 손에 쥔채 반세기 동안 검잡이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사람들은 인류가 삼체 세계에 대해 어떤 정책을 내놓든 검잡이를 피해 갈 수없다는 것을 알았다. 검잡이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그 어떤 정책도 삼체 세계에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검잡이도 면벽자처럼 막강한 권력을 가진 독재자가 되었다. - P161

인류가 억지력을 갖게 된 후 삼체 세계가 지구에 전송하는 과학 기술 정보를 수신하고 소화하기 위해 UN과 동급의 국제기구인 세계 과학원이 설립되었다. 사람들은 삼체 세계가 얼마 안 되는 정보를 치약 짜듯 보내줄 것이고 그마저도 인간을 오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류를 뒤섞어놓은 것이어서 지구의 과학자들이 수수께끼 풀듯 그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골라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삼체인들은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분량의 지식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송했다. - P165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아가씬 검잡이에 어울리지 않아. 정치 경험도 없고 너무 어려. 상황 판단력도 부족하고 검잡이에게 필요한 심리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지. 내세울 건 착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뿐이잖아." - P173

그래비티호가 블루스페이스호를 반세기 동안 추격한 끝에 차이를 좁히고 목표물에 거의 도달했다. 블루스페이스호와의 거리가 3천문단위밖에 되지 않았다. 두 전함이 비행한 1.5 광년의 머나먼 여정에 비하면 지척이라 할 만한 거리였다. - P180

그의 말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전투 경보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하늘 전체가 비명을 지르듯 왱왱거렸다. 채색 먹구름이 차례로 은하를 덮듯 대형 경보 화면이 광장 위 공중에 층층이 나타났다.
놀라서 어리둥절해하는 관이판을 향해 웨스트가 외쳤다.
"물방울 공격이에요! 물방울이 급가속을 하고 있어요. 하나는 블루스페이스호, 또 하나는 우리를 향하고 있어요!" - P201

반년 전 UN과 태양계 함대 연합 회의에서 청신이 제2대 중력파 위협시스템 통제인, 즉 검잡이로 당선되었다. 그녀는 2위 후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표를 얻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위협 통제 센터였다. 그곳에서 위협 통제권 인수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 P202

물방울이 최고 속도로 1500만 킬로미터를 뚫고 지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검잡이에게 허용된 결단의 시간이었다. - P208

"뤄지 선생님, 이쪽은 중력파 우주 전송 시스템의 제2대 최고 통제권자 청신입니다. 전송 스위치를 인수해주십시오."
서 있는 뤄지의 자세가 무척 꼿꼿했다. 그는 반세기 동안 응시했던 흰벽을 마지막으로 몇 초 응시하다가 벽을 향해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적을 향한 인사였다. 4광년의 심연을 사이에 두고 반세기 동안 마주하고 있었으므로 이 역시 인연일 것이다. - P211

그러나 운명은 그 기이하고 변덕스러운 실체를 가차 없이 드러냈다. 정신은 검잡이로 살기 위해 일생동안 준비했지만 그녀의 검잡이 일생은 그녀가 붉은 스위치를 넘겨받은 지 단 15분 만에 끝이 났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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