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술의 작동 원리는 이상하다. 주변의 열과 생명을 거둬 이를 집중력인지 촉매인지 아니면 반쯤 예측 가능한 가능성이라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과정을 통해 증폭시킴으로써 대지의 움직임과 열기, 그리고 죽음을 이끌어 낸다. 힘을 투입해 힘을 발생시킨다. - P110

너는 식량이 가득한 자루와 몸을 지킬 무기라곤 칼 한 자루밖에 없는 홀로 여행하는 여자다.(물론너는 그런 무력한 존재가 아니지만 악당들이 진실을 알 즈음이면 너무 늦었을 테고, 너는 오늘은 더 이상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다.) - P111

그들은 불가사의한 존재, 연금술의 산물이다.
연금술은 조산술과 비슷하여 조산술이 산(山) 그 자체를 다룬다면
연금술은 물질의 미세한 구조를 조종하고 부린다. 그들은 인류와
일종의 인척 관계에 있으며 대부분 우리가 아는 석상 형태로 출현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들이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얼음 조각과 산산이 분해된 화살 파편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 속에 우뚝 서 있다. 네 발 주위의 흙바닥 위로 50센티미터 크기의 하얀 얼음서리 원이 생겨난다. 피어오르는 바람을 타고 네 머리타래가 부드럽게 나부낀다. - P83

제국 오로진, 검은 옷, 죽여서는 안 되는 자들, 또는 그 외에 뭐라고 부르든간에, 펄크럼 오로진은 항상 깍듯하고 사무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 펄크럼 오로진은 남들 앞에서 반드시 굳건한 자신감과 전문성만을 내비쳐야 하며, 절대로 감정이나 분노를 표출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둔치들이 불안해하니까. - P91

시엔은 소문을 들은 적이 있고, 드디어 그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열 반지는 건물의 한 층 전체를 독차지하고 있다. - P96

그제야 시엔은 이해한다. 펄크럼은 늘 애매모호한 여지를 남겨놓는다. 심지어 펠드스파마저 ‘네 임무는 그 남자와 1년 안에 아이를 생산하는 거야.‘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 P100

펄크럼은 지켜야 할 명성과 평판이 있고, 오로진은그 일부다. 그래서 그들은 훈련을 받고, 제복을 입고, 끝없는 규칙을 준수한다. 번식도 그러한 책임 중 하나다. - P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점을 명심하라. 한 이야기의 꿈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모든 일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사람은 죽는다. 옛 질서는 무너진다.
새 사회가 탄생한다. "세상이 끝났다"는 말은 대개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행성은 변함없이 존재하기에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완전히. - P7

먼저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빨리 끝내고 더 재미있는 부분으로 넘어가야 하니까. - P11

여기 ‘고요‘가 있다. 평온하고 화창한 날에도 결코 고요하지 않은 땅.
땅이 들썩이며 파문이 일고, 굉음이 울리고, 대격변이 발발한다.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균열이 대륙의 적도를 따라 기이할 정도로 깔끔한 직선을 그리며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균열의 근원지는 유메네스다. - P19

너는 그녀다. 그녀는 너다. 너는 에쑨이다. 누군지 기억나지? 아들을 잃은 여인 말이다.
너는 지난 10년간 티리모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아온 오로진(조산인, 造山人)이다. 이 마을에서 네 정체를 아는 사람은 단 세 명뿐이고 그중 둘이 네 배로 낳은 자식들이다. - P29

어쨌든 그것은 우체가 누워 있는 집을 무너뜨릴 수 있었고, 그래서 너는 그것을 가로막았다. 너의 의지와, 흔들 그 자체로부터 빌린 운동에너지를 결합해 일종의 방파제를 세웠다. 그런 일을 할 때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갓난아기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물론 어린애는 그렇게 깔끔하게 처리하지는 못하겠지. 흔들은 두 갈래로 갈라져 계곡을 피해 돌아 멀어져 갔다. - P36

"마을 사람 중 절반은 몸서리를 치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지자가 잘했다고 생각해요. 왜냐고요? 겨우 세 살짜리 어린애라도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유메네스에서 강력한 흔들을 일으킬 힘을 갖고 있을 게 당연하거든요!" - P42

보육학교에서 다마야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기울어진 돌들의 도시에서 어린아이들을 사고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P44

모든 향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때에도 가급적 많은 내항자를 보유하길원한다. 역병이 들거나 기근이 올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 P47

다마야는 이제껏 자신이 큰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남자를 올려다본다. 어머니는 다마야를 팔아넘기는 게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녀를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녀를 싫어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다마야를 두려워한다. - P53

"펄크럼 오로진은 세상을 위해 봉사한다. 지금부터 네게는 쓰임새명이 없다. 왜냐하면 너의 쓸모는 단순히 혈통으로 이어지는 적성이 아니라 네 존재의 본질에 달려 있으니까. 오로진은 태어나자마자 흔들을 멈출 수 있다. 너는 훈련을 받지 않아도 오로진이다. 향에 속해 있든 그렇지 않든, 너는 오로진이다. 하지만 훈련을 받고 다른 숙련된 펄크럼 오로진들의 지도를 받는다면 너는 하나의 향이 아니라 대륙 전체에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지."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라라 엥겔만은 버림받았을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체온은 28도로 떨어졌고 심장박동은 느리고 불규칙했다. 그녀의 귀에는 멀어져가는 발소리도, 울부짖는 폭풍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P330

그녀는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가면 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어." 얼마나 내려갔을까, 저쪽에 두 개의 실루엣이 보이자 그녀는 더욱 힘이 났다.
이제 난 안전해!
마침내 안전해졌어! - P333

"리스베트 당신이 순네르스타 외곽의 숲에 있는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이겠대요! 그 일대에서 경찰이 한 명이라도 보이거나 당신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면 그는 끔찍한 죽음을 맞을 테고 당신과 그의 주변 사람들도 가만두지 않을 거래요! 당신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 이상 끝까지 그럴 거래요! 맙소사, 리스베트, 끔찍해요!" - P353

"대답해!" 카밀라가 소리쳤다.
"리스베트가 말했어…"
미카엘은 숨을 쉬기 위해 거칠게 헐떡거렸다.
"뭘?"
"살라가 밤마다 찾아와 널 데려간 이유를 깨달았어야 했는데 자신이 어머니를 보호하는 데만 몰두해서 그러지 못했다고." - P362

이반은 들것 위에 축 늘어져 있는 미카엘을 내려다보았다. 참으로 지독한 자였다. 이렇게 꿋꿋이 고통을 견뎌내는 자를 보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기자는 죽어야 했다. - P369

리스베트의 모습이 그녀가 바라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카밀라는 완전히 박살나서 겁에 질린 리스베트를 보고 싶었다. 팔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그녀는 그지없이 더럽고 깡말랐지만 금방이라도 펄쩍 튀어오를 고양이처럼 느껴졌다. - P392

다리미로 한 남자에게 화상을 입힐 수도 있었고, 또다른 남자의 배에 거대한 문신을 새길 수도 있었고,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굴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자매에게는 차마 총을 쏠 수 없었다. 거기에 자기 목숨이 달려 있는데도. - P3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밀라는 여전히 냉소적이고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속으로는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반에게 마저 대화를 마쳐달라고 부탁하고 방으로 들어가 악취나는 구정물같은 과거 속으로 잠겨들었다. - P293

친애하는 레베카, 당시 나와 요하네스는 에베레스트 사건 말고도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공통의 관심사로 묶여 있었어요."
"그게 뭔데요?"
"GRU에서 이탈한 자들과 첩자들. 실제로 밝혀진 인물과 추정되는 인물뿐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까지 포함되었고, 그들에 대처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팀을 이루었죠. 그 와중에 우리 팀은 스웨덴 안보기관 세포가 GRU 출신 거물 한 명을 확보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요. 최근 당신 부부가 관계를 맺게 된 누군가 때문에 사후에 유명세를 치른 인물이기도 하죠." - P299

"우리는 살라가 계속 러시아에 충성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즉 그는 죽는 순간까지 이중첩자였고, 세포에 가져다주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GRU에 바쳤다는 얘기였죠." - P300

"클라라가 빅토르에게 마음속 생각들을 털어놓게 했어요. 실은 서로를 격려했다고 할 수 있죠. 클라라는 그에게 자기 남편이 집안에서 얼마나 추악한 인간인지 얘기했고, 빅토르는 그녀에게 스탠이 즈베즈다 브라트바 내에서 어떤 짓들을 했는지 밝혔죠." - P306

빅토르가 이 사건에 우연히 연루된 등반 안내자, 어느 기혼 여성과 사랑에 빠져 산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그 대가로 목숨을 잃은 불쌍한 남자가 아닌 다른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 살펴보니 빅토르의 경력은 사실이라기엔 너무도 밋밋하고 특징이 없었다. - P3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