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라면서 단 한 번도 아버지처럼 행동하지 않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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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왜 당신의 딸처럼 행동해야 하죠?" - P266

저 녀석도 나와 다르지 않다.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너를 좋아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여자가 생길 거야. 너보다 더 가치 있는 여자가. - P278

그 애는 알았어. 복수가 내 정당한 권리라는 걸 알았다고. 사람은 자기 부모를 죽인살인자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어." - P338

나는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딸과 아버지로서는 그와 이별을 선택했다. 하지만 의녀와 환자로서는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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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는 슬그머니 고릉군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일러 주었다.
"그래도 너무 서두르실 일은 아닌 듯싶소. 내가 보기에 무신군의 군사는 머지않아 반드시 크게 낭패를 당할 것이오. - P169

"초나라 장졸들은 들으라. 나는 무신군 항량이다. 이제 여기서 싸우다 죽기로 했으니, 그대들도 모두 떨쳐 일어나 적을 무찌르라. 죽기로 싸워 진채를 지켜 내라!" - P178

회왕을 한낱 양치기에서 왕으로 올려세운 것은 죽은 계부 항량이었건만, 그 권위는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커질 대로 커져 한창 때의 진왕에 뒤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 P186

도읍을 팽성으로 옮기고 나라가 안팎으로 안정이 되자 여유가 생긴 회왕은 여러 장수들을 불러 놓고 공언했다.
"누구든 먼저 관중으로 들어가 진나라를 무찌르고 그곳을 평정하면 그를 관중왕으로 삼을 것이오!" - P187

그때 항우가 나섰다.
"서쪽으로 진나라를 쳐 없애는 일이라면 저와 패공이 한 번 나서 보겠습니다. 반드시 함곡관을 두들겨 부수고 관중을 평정해 조상의 한을 풀겠습니다." - P188

진 이세 황제 2년 윤9월 초나라 상장군 송의는 항우를 차장, 범증을 말장으로 데리고 군사 5만과 함께거록을 구원하러 팽성을 떠났다. - P201

"송의가 제나라와 짜고 초나라에 반역하려고 드니, 대왕께서 가만히 사람을 보내 이 적에게 그를 죽이라 명하셨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어서 나가 장수들이나 모두 이 군막으로 불러 모으라." - P209

강을 건너자마자 항우가 장졸들을 불러 모아 놓고 소리쳤다.
"배는 모두 부수거나 바닥에 구멍을 뚫어 강에 가라앉히도록 하라! 우리가 그 배를 타고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P215

항우와 강동병은 진군에게는 거의 악몽이었다. 그들이 피를 뒤집어쓴 채 눈을 부릅뜨고 마주쳐 오면 진군들은 제대로 창칼을 맞대 보지도 않고 길을 열어 주었다. - P242

항우가 진나라의 20만 대군을 깨뜨린뒤 그 장수 소각을 목 베고 왕리를 사로잡으며 섭간까지 스스로 불타 죽게 만들자 그 위세는 다시 천하 뭇 사람을 떨게 했다. - P260

"내 비록 이 사람을 죽였으나 이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다. 이웃에 살던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무겁기 태산 같은 군령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이제 이 목을 바쳐 군기에 제사를 올릴 터이니 모두 그리 알고 채비하라!"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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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의 얼굴이 결심으로 굳어졌다.
"노론, 조정을 지배하는 노론 세력이 저하를 제거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 세자는 사상이 너무 개혁적이고, 자기들이 독차지한 권력을 다른 세력에게도 나눠주려 하니까. 그들에게 확실한 증거를 바치면, 그들은 세자를 산 채로 잡아먹으려 할 거야. 전하께서 아들을 버리게 하려면, 전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움직여야 해." - P188

나는 세자의 결백을 바랐다. 그러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세자빈 마마를 위해,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하지만 그 바람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이제 알겠다. - P199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이야. 분노는 꺼뜨릴 수가 없는 감정이거든. 우리가 벌하려는 괴물처럼 변하는 거지. 하지만 정의는 끝을 가져오고, 그게 내가 원하는 바야. 맑은 정신으로 이성적인 생각을 유지해야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어. - P203

내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세 사람 중 하나와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이, 과연 우연일까. - P220

나는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해와 인정을 받고 싶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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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두 번 물을 수 없어 이번에는 시초로 항량과 항우의 신수를 보았다. 항량에게는 아예 군왕의 운세가 없고, 항우에게는 있어도 굵고 짧았다. 오래 주인으로 섬길 만한 신수들이 아니었다. - P79

"항우가 군사께 절하며 뵙습니다. 이제부터 아부라 부르겠습니다."
아부란 아버지에 버금가는 이를 말하니 곧 아버지 다음으로 우러러 모시겠다는 뜻이 된다. 평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항우의 기개에 견주어 보면 엄청난 겸양이요, 공손이었다. - P86

유방을 처음 보았을 때 항우 또한 유방에게서 묘한 힘을 느꼈다. 후리후리한 키에 우뚝 솟은 코와 튀어나온 이마, 길고 멋진 수염 같은 것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특이한 기품이나 유들유들하면서도 꼬이거나 맺힌 데 없는 언행에서 느끼게 되는 알 수 없는 친화력이 그러했다. - P93

항량은 한신을 집극랑으로 주변에 머물게 하였으나 그 재주를 유별나게 여기지는 않았다. - P105

항우, 과연 그대는 모든 점에서 나를 뛰어넘는 엄청난 기력의 사람이다. 그러나 한바탕의 전투에서는 언제나 이기겠지만, 천하를 다투는 큰 싸움에서는 아마도 끝내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 P129

저 유방이란 사람은 마음이 너무 무르고 아녀자같은 잔정에 치우친다. 저 사람은 세상이 잘 다스려질 때면 너그러운 재상 노릇쯤은 할 수도 있겠지만, 피투성이 싸움으로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제 고을도 지켜 내기 어려운 용렬한 장수가 될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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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인 동생에게는, 내게는 결코 열리지 않는 문이 열렸다. 여자라는 지위가 내 옷을 다 벗겨 벌거숭이로 만든 반면, 남자라는 지위는 동생을 보호해주었다. - P147

"만일 네가 수사를 계속한다면 이것만큼은 기억해라.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이 걸을 길을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후회를 안고 살아가지 말거라." - P158

"우리 어머니는 늘 ‘공(公)‘을 강조하셨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어진의 나직한 목소리가 왠지 멀게 느껴졌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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