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어둠 속에 버려진 원통함을 외면하지 말거라. - P139

대현이 다시 오라고 힘없이 손짓했다.
"팔줘봐."
"나는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거 별로…"
"감히 왕자의 명령에 불복한다고?"
"왕자라는 칭호를 떼면 뭐가 남죠?"
무력한 모습에 담대해진 내가 심술궂게 말했다. - P163

"그렇다면 왕을 배신할 용의도 있어? 언니를 만날 수 있다면?"
대현이 물었다. - P169

대현의 입꼬리가 실룩였다. 이 아이는 뭘까? 양반 출신이면 유교 사상으로 자랐을 텐데. 어렸을 적부터 고분고분 순종해야 한다고 가정에서 철저히 주입했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슬은 철딱서니 없이 행동했다. - P169

가장 은밀한 비밀을 들려줘요. 대현은 내게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말해 줄 의무가 있었다. 언니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릴때 협박용으로 쓸 수도 있을 만큼 끔찍한 비밀을. - P1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중에는 이미 진나라도, 황제도 없어졌다고 합니다. 공자 영은 조고에 의해 진왕으로 세워졌다가 벌써 보름:에 패공 유방에게 항복하였고, 진나라의 옥새와 부절도 모두 패공에게로 넘어갔습니다. - P192

신풍을 지난 항우는 홍문이란 곳에 군사를 멈추게하고 함양으로 밀고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게 했다. - P199

제가 사람을 시켜 패공 주변을 떠도는 기운을 살펴보게 하였는데, 모두 용과 범의 기세로 오색이 찬연했습니다. 이는 곧 천자의 기운이니, 상장군께서는 반드시 패공을 죽여 그 기운을 흩어 버리셔야 합니다. - P202

패공 유방의 독특한 설득력이란, 곁에서 보는 사람이 답답하고 안타까워 스스로 돕고 나서도록 만드는 힘이었다. - P213

범증은 항우가 조무상의 이름까지 밝힐 때 하도 어이가 없어 자칫 크게 한숨을 내쉴 뻔하였다.
‘오늘 저 유방이 죽지 않으면 반드시 애꿎은 조무상이 죽게되겠구나!‘
거기다가 더욱 기막힌 것은 유방의 몇 마디에 온전히 풀려 버린 항우의 표정이었다. - P222

"에이, 덜떨어진 아이놈과는 더불어 큰일을 꾸밀 수가 없구나! 뒷날 우리 상장군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틀림없이 패공 유방일 것이다. 장차 우리는 모두 유방의 포로가 되고 말리라!" - P241

함양으로 들어간 항우가 저지른 잘못 중에 가장 큰 것은 자신이 거느린 장졸들에게 약탈을 허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시황제나 다름없이 백성을 쥐어짜고 함부로 죽이게 된 일이엇다. - P251

부귀해진 뒤에 고향에 돌아가지 아니하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과 같으니, 누가 그 부귀함을 알아주겠는가. - P2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나라 군사들이 그토록 무력하게 주저앉는 것을 보자 패공은 문득 허망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게 대진의 제도 함양 외곽을 지키던 마지막 방어선이란 말인가. 이들이 강성하던 육국을 차례로 멸망시키고 천하를 아우른 그 무서운 진병이란 말인가. - P121

지금 제후군이 관중으로 들어가 바로 진나라를 쳐 없앨 수 있다면 우리도 풀려나고 가솔에게도 탈이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리되지 못하면 일은아주 고약하게 된다. - P132

항복한 진졸 20만은 진작부터 항우의 골칫거리였다. 무기를 주어 싸우게 하자니 영 미덥지 않았고, 그렇다고 그런 대군을 한곳에 가둬 둘 수도 없었다. - P133

20만의 목숨을 앗는 일이었지만 항우는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자신이 거느린 장졸이 병에 걸리면 눈물을 흘리며 먹던 밥을 나눠 줄 만큼 자애로운 장수와는 너무도 다른 일면이었다. - P136

그 뜻을 거슬러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더라도 상장군을 깨우치고 말렸어야 했다. 이제 관중으로 들어가면 저들의 부모 형제와 처자를 만날 것인데, 어떤 말로 그들을 달랠 수 있단 말이냐? - P147

패공은 그 어느 때보다 엄하게 장졸을 단속하여 터럭만큼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했다. 자신도 이전과는 달리 힘 있는 장수보다는 너그러운 장자같은 인상을 주도록 꾸몄다. - P167

소하는 재물이 들어 있는 창고는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도판과 문서가들어 있는 창고만 찾았다. - P1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특히 소외된 인물의 관점에서 한국 역사를 보여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힘없는 사람의 이야기만큼 강력한 서사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 P6

1506년 7월
절대로 삼악산을 넘으면 안 된다.
할머니의 경고가 귓가에 울려 퍼지며 이쯤에서 그만 돌아서라고 내 뒷덜미를 붙잡았다. - P10

"잘했다, 아우야."
왕이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오늘 하루는 더 살아도 좋다. 이 나라에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마음을 달래 준상이다." - P59

"내가 언니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 나는 언니를 집으로 데려가야 해. 언니를 찾아낼 거야." - P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왕께서는 누구든 먼저 관중으로 쳐들어가 그 땅을 차지하는 제후를 관중왕(關中王)으로 세울 것이라 하셨소. - P11

출세하여 고향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은 옛 기억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 고향에서 저지른 온갖 어리석고 못난 짓을 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열에 아홉 그때와 이제의 처지가 엇바뀌어있어 반갑기보다 거북할 때가 많겠지요. - P29

진 제국의 마지막 기둥이었던 대장군 장함의 항복을 받아내고 그가 이끌던 20만 대군을 부로로 삼자 항우의 이름은 또 한 번 천하에 떨쳐 울렸다. 이제 항우는 한낱 초 회왕의 상장군이 아니라, 진나라에 맞서 일어난 모든 제후의 우두머리인 종장 연합국의 맹장으로서 우러름을 받게 되었다. - P58

모든 일이 되돌리기는 틀려 버렸음을 어렴풋이 알아챈 이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그럼 황제의 자리에서는 물러나겠다. 대신 군(郡) 하나를 얻어 그곳의 왕으로 지낼 수는 없겠느냐?"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