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범인이 있겠군."
누구도 입에 담기를 주저하던 말을 구조가 태연하게 내뱉었다.
사방이 바다로 막힌 섬이니 외부 침입은 생각할 수 없다. 살인자가 이 코티지 안에 있는 것은 명백했다. - P71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웠다. 분명 그들을 독살할 작정이긴 했지만 이번 사건은 결단코 나와 무관했다. 범인은 누구인가. - P71

배는 엿새 뒤 아침에 우리를 데리러 올 거야. 경찰 신고는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사체는 부패가 진행될 테고 범인의 흔적도 빠르게 희미해지겠지. 그걸 노리고 이 섬에서 범행을 저지른 거라면 범인은 상당히 용의주도한 인물이야. - P75

아마 료마는 죽어 마땅한 짓을 저질렀을 거야. 나는 너희들을 좋아하니까, 만약 우리 가운데 범인이 있다면 체포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거야.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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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한왕 유방이 불시에 정도로 치고 들어 한신으로부터 제나라 왕위와 거느리고 있던 10여만 대군을 하루아침에 빼앗아간 일은 틀림없이 야속하고 서운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래잖아 한 고제가 된 유방의 배려로 그때 초나라로 옮겨 앉은 한신의 마음속에는 이미 작은 원망의 그늘도 남아 있지 않았다. - P13

한신은 장상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그 백정을 중위로 뽑아 썼다.
"하찮은 일에 목숨을 걸었지만 그것도 기백이라면 기백이다. 더군다나 네 그 기백이 과인을 격동시키고 분발케 했으니 어찌 그냥 넘길 일이겠느냐? 그 기백으로 이 하비 저잣거리를 잘 지켜 보아라." - P16

이려로 떠난 근시는 밤이 늦어서야 유자 차림을 한 종리매를 수레 안에 감춰 왕궁으로 데려왔다. 한신은 종리매를 미리 비워 둔 후원의 한 전각에 옮겨 숨게 하고 변화에 따라 대처하기로 했다. - P22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초나라를 들어 고제에게 맞서 볼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막상 군사를 일으키려 하고 보니 한신의 배포로는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다. - P27

만약 대왕이 나를 잡아다 한제에게 바쳐 그 환심을 사고 싶다면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라도 기꺼이 죽어 줄 수 있소. 하지만 내가 죽은 다음에는 대왕도 곧 망해 죽게 될 것이오. - P29

"공이 한 말이 참되다 할지라도 종리매의 일은 용서할 수 없다. 짐의 엄명을 거스르고 몇 달이나 숨겨 주었으니, 비록 종리매와 사사로운 정이 깊었다 해도 남의 신하 된 자가 지킬 바른 도리가 아니다. 공을 초왕의 자리에서 열후(列侯)로 내친다."
고제는 그렇게 한신을 풀어 주며 고향 회음을 식읍으로 내리고 회음후(淮陰侯)로 삼았다. - P34

묵돌은 몰래 우는살을 만들어 자신이 이끄는 1만 기에게 그걸 쓰는 법을 가르쳤다.
"내가 이 화살을 쏘아 날리면 너희들도 모두 이 화살이 소리를 내며 날아가 맞는 곳으로 활을 쏘아야 한다. 누구든 이를 어기면 반드시 목을 벨 것이다!" - P43

고제에게는 뒷날 효혜제가 된 태자 유영이 있었다. 여후가 낳은 유영은 사람됨이 인자하였으나 유약한 데가 있어, 고제는 자기를 닮지 않았다고 하며 탐탁잖아 했다. 하지만 척 부인이 낳은 여의는 자기를 매우 닮았다고 여겨 누구보다 사랑했다. 때가 되면 태자 영을 폐출하고 여의를 대신 태자로 세우려 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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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2020년 8월 4일 13시 3분
건조한 전자음이 심장박동처럼 규칙적으로 울린다. 귀를 기울여 들으니 통화 연결음이었다. - P9

"근처에 무선기지국이 없어서 어차피 휴대폰을 못 쓰니까 상관없잖아. 나는 배터리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어. 이것도 기회니까 다들 디지털 디톡스나 하자고." - P23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역시 하나 뿐이다. 원래 인간은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서는 살 수 없는 생물이니까. - P27

저 여섯 명은 쓰레기 같은 것들이지만 저런 것들을 사랑하는 기특한 사람도 있다. 내가 여섯 명을 죽이면 아마 그들의 친구나 부모들은 나를 원망하고 내가 죽기를 바라겠지.
그러므로 나는 놈들의 최후를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나서 죽을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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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가 그럭저럭 안정되자 제후 왕들과 장군, 대신들이 서로 의논하여 한왕 유방에게 청하였다.
"이제 함부로 패왕을 일컫던 큰 도적은 죽고 사해는 모두 우리 한나라에 귀복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어서 황제의 자리로 나가시어 여정의 분탕질 이래 끊어진 천하의 대통을 이으소서." - P251

한 5년 2월 갑오일, 한왕 유방이 범수 북쪽에서 단을 쌓아 하늘에 고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니 이가 곧 한나라 고제로서 시호로는 고조이다. - P252

"열후와 여러 장수들은 감히 짐에게 감추려 들지 말고 모두 그 진심을 털어놓으라. 묻노니, 짐이 천하를 얻게 된 까닭은 무엇이며, 항 씨가 천하를 잃게 된 까닭은 무엇이라 보는가?" - P258

한나라 제실이 장안으로 옮겨 앉으면서 논공행상을 둘러싼 쟁론이 다시 불붙었다. 낙양에 도읍하고 있을 때 시작되었으나 여러 신하들이 서로 공을 다투는 바람에 1년이 지나도록매듭짓지 못한 시비였다. - P283

사냥에서 짐승이나 토끼를 쫓아가 잡는 것은 사냥개지만, 개의 줄을 놓아주며 사냥감이 있는 곳을 일러 주는 것은 사냥꾼이다. 지금 그대들은 억센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내달아 다만 짐승을 잡아 왔을 뿐이니 그 공로는 사냥개와 같다. 그러나 소하는 개의 줄을 놓아주며 짐승이 있는 곳을 가리켜 준 것과 같은일을 했으니 그 공로는 사냥꾼과 같다. - P284

소하의 위계를 으뜸으로 하면서 아울러 여러 특전을 내렸다. 칼을 차고 신발을 신은 채 전상에 오를 수 있고, 황제를 배알할 때도 걸음나비를 좁게 하여 총총히 걷지 않아도되는 것 따위였다. - P287

"폐하께서 미워하시는 줄 모두가 다 아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미운 사람이 누굽니까?"
장량이 대답 대신 그렇게 되물었다. 고제가 한번 멈춰 생각해보는 법도 없이 말했다.
"옹치와 묵은 원한이 가장 많소. 그놈은 일찍이 짐을 저버리고 떠나 여러 번 욕보이고 오래 애를 먹여 죽여 버리고 싶으나, 짐에게 돌아온 뒤로 세운 공이 많아 차마 그러지 못하고 참고 있는 중이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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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기록문화는 아마도 기원전9~8세기부터 페니키아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이 틀림없다. - P17

《구약성서》의 <느헤미야>에 따르면, 포로 생활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율법학자 에즈라가 율법서를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 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 P19

기원전 3세기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유대인 공동체는 어찌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던지, 그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유대인들의 ‘법‘을 희랍어로 번역하라고 요구했을 정도였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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