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가 그럭저럭 안정되자 제후 왕들과 장군, 대신들이 서로 의논하여 한왕 유방에게 청하였다. "이제 함부로 패왕을 일컫던 큰 도적은 죽고 사해는 모두 우리 한나라에 귀복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어서 황제의 자리로 나가시어 여정의 분탕질 이래 끊어진 천하의 대통을 이으소서." - P251
한 5년 2월 갑오일, 한왕 유방이 범수 북쪽에서 단을 쌓아 하늘에 고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니 이가 곧 한나라 고제로서 시호로는 고조이다. - P252
"열후와 여러 장수들은 감히 짐에게 감추려 들지 말고 모두 그 진심을 털어놓으라. 묻노니, 짐이 천하를 얻게 된 까닭은 무엇이며, 항 씨가 천하를 잃게 된 까닭은 무엇이라 보는가?" - P258
한나라 제실이 장안으로 옮겨 앉으면서 논공행상을 둘러싼 쟁론이 다시 불붙었다. 낙양에 도읍하고 있을 때 시작되었으나 여러 신하들이 서로 공을 다투는 바람에 1년이 지나도록매듭짓지 못한 시비였다. - P283
사냥에서 짐승이나 토끼를 쫓아가 잡는 것은 사냥개지만, 개의 줄을 놓아주며 사냥감이 있는 곳을 일러 주는 것은 사냥꾼이다. 지금 그대들은 억센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내달아 다만 짐승을 잡아 왔을 뿐이니 그 공로는 사냥개와 같다. 그러나 소하는 개의 줄을 놓아주며 짐승이 있는 곳을 가리켜 준 것과 같은일을 했으니 그 공로는 사냥꾼과 같다. - P284
소하의 위계를 으뜸으로 하면서 아울러 여러 특전을 내렸다. 칼을 차고 신발을 신은 채 전상에 오를 수 있고, 황제를 배알할 때도 걸음나비를 좁게 하여 총총히 걷지 않아도되는 것 따위였다. - P287
"폐하께서 미워하시는 줄 모두가 다 아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미운 사람이 누굽니까?" 장량이 대답 대신 그렇게 되물었다. 고제가 한번 멈춰 생각해보는 법도 없이 말했다. "옹치와 묵은 원한이 가장 많소. 그놈은 일찍이 짐을 저버리고 떠나 여러 번 욕보이고 오래 애를 먹여 죽여 버리고 싶으나, 짐에게 돌아온 뒤로 세운 공이 많아 차마 그러지 못하고 참고 있는 중이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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