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필드 홀은 책 천지였다. 유니스에게 이곳은 예전에 샘슨 부인의 연체된 소설책을 반납하러 딱 한 번 가 봤던 투팅 공립 도서관만큼 책이 많아 보였다. 그녀에게 책은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작고 평평한 상자와 다를 바 없었다. - P85

재클린은 이전에도 쪽지를 몇 장 남긴 적이 있었고, 순종적인 미스 파치먼이 쪽지로 남긴 지시만큼은 왜 한 번도 따른 적이 없는지 의아해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안 좋은 시력 탓이었다. - P88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인간의 흥미로운 특성은, 비록 살인이나 협박은 주저하지 않았어도, 물건을 훔치거나 주인의 허락 없이 무언가를 빌린 적이 평생 동안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 P95

열정 때문이든 고통 때문이든, 이익이나 불운 때문이든, 서로 맺어지는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진부한 말로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지. - P101

조앤 스미스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유니스에게 있어서 마치 점이라도 친 것처럼 보였다. 감탄하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때부터 조앤 스미스를 의존하고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믿게 되는 마음이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 P102

그녀는 로필드 홀의 내부 모습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오랫동안 궁금해했다. 가끔 우편물에 김을 쏘여 열어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유니스를 만나게 되었고, 처음으로 나누었던 대화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 P105

그녀는 거의 무성적인 존재여서 정상적인 쪽으로든 비정상적인 쪽으로든 성욕을 갖고 있지 않았다. - P110

그녀는 올해의 고백으로 꼽힐 발언을 쏟아내었다. 모두 잘 풀려나갔다. 신도들은 그녀가 쏟아내는 도를 넘는 폭로에 충격을받아 할 말을 잃었지만, 그녀는 지하철에 무임승차한 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태연하게 용서를 구했고 끝내 받아내었다. - P117

조앤은 우편물을 뜯어보기도 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 중 누가 죄인인지 알아내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편지 봉투에 김을 쏘여서 연 다음 다시 붙였다. - P119

조지 커버데일은 오래전부터 스미스 부부 중 누군가가 자신의 우편물을 뜯어보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 P120

유니스의 으스스한 모습을 보고 조지는 격식을 갖춰 거만한 투로 말했다. "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목록에 있는 물건을 주문해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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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는 목록을 바라보았다. 그 목록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전화번호 뿐이었다. - P124

유니스는 조앤에게,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이 별다른 재능을 갖지 못한 분야에서 절묘한 기량을 발휘했을 때 느끼는 기분, 즉 따스한 느낌과 빼기고 싶지만 동시에 겸손해지는 마음, 그리고 속을 터놓고 싶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P128

조앤은 유니스가 세상 물정을 몰라 금방 구워삶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130

조앤과 유니스는 이제 서로 이름을 불렀다.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황무지에 샘슨 부인과 애니콜의 후계자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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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이 정말 원했던 사람은 가정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집안일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사람 대신 모든 일에 순종적인 하녀를 원했다. 그리고 유니스는 순종하면서 지내는 생활과 고된 일에 익숙했다. 그녀는 딱 커버데일 가족이 원하는 사람이었다. - P57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미스 파치먼?"
유니스는 차갑고 뻣뻣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조지는 태양이 집 안을 비추고 있는데도 그녀에게서 한기를 느꼈다. 미소 짓지도, 아이에게 몸을 굽히지도, 아이를 싸고 있는 포대기를 만지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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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종교적인 확신에서 악을 행할 때보다 더 완벽하고 즐겁게 행하는 때는 없다. - P17

종교의 역사에서 사람들은 너무나 자주 생명의 하나님 이름으로 사람들을 죽였으며, 평화의 하나님 이름으로 전쟁을 벌였으며, 사랑의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했으며, 자비의 하나님 이름으로 잔학행위를 저질렀다. - P17

히브리서에 따르면, 아브라함의 유일신론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제국주의에 대한 배격이었으며, 또한 무력을 사용해서 누구는 주인이 되고 누구는 노예로 만드는 것에 대한 배격이었다. - P19

우리의 과제는 세상에 복이 되는 일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종교를 이용하는것은 의로움이 아니라 우상숭배다. - P19

이처럼 평범하고 정신병자가 아닌 사람들을 냉혹한 살인자들로 둔갑시켜, 어린 학생들, 원조기관의 활동가들, 저널리스트들과 기도하는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 치명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용어가 필요하다.
그 이름을 붙이자면, 이타주의적인 악(altruistic evil)이다. 즉 높은 이상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거룩한 대의를 위해 자행하는 악이다. - P26

종교와 폭력의 관계에 대해…그 대답은 세 가지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종교는 폭력의 주요 원천이라는 주장이다.
둘째로, 종교는 폭력의 원천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 번째로, 그들의 종교는 폭력적이지만, 우리의 종교는 폭력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 P28

세속주의자들이 잊고 있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의미를 찾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현대세계의 가장 위대한 제도들이라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과학기술이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일이다. - P31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최대한의 선택과 최소한의 의미가 주어진 상태이다. - P32

오늘날과 같은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자유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급진적이며 정치화한 종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종교가 바로 우리 시대에 이타주의적인 악의 얼굴이다. - P33

신학 작업을새로 하지 않는다면, 이제까지 21세기를 특징지었던 테러에 계속 직면하게 된다. 테러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 P40

우리는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으로서, 더욱 불편한 질문들을 물어야만 한다. 아브라함의 하나님은 자신의 제자들이 자신을 위해 살인하기를 원하시는가? - P41

이 책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종교와 폭력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지만, 그 연관성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 P44

아브라함의 세 종교 각각은 애당초 나머지 두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고생각했다. - P45

우리는 오랜 진화 역사를 통해 연마되고 정련된 두 가지 본능을 갖게 되었다.
하나는 다윈이 말한 "애국심, 충성심, 순종, 용기, 공감"으로서 우리를 이타주의로 기울게 만드는 본능이다.
또 다른 본능은 공격, 두려움, 분노, 호전성에 대한 기본적 반작용이며, 기꺼이 싸우고 타인들에게 상해를 입힐 능력으로서, 부족한 자원을 놓고 우리와 다투는 경쟁 집단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 P54

우리가 타인들에게 선하게 행동할 때 그 원천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와공통된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 P55

우리를 현재의 모습처럼, 선과 악의 희한한 혼합물로서 도덕적 높이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야만적 구덩이 속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세속주의나 종교적 믿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집단성이다. - P56

초기 종교는 도덕적 공동체를 창조함으로써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신뢰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 P60

우리가 선하기도하고 악하기도 한 것은 우리가 인간이며, 사회적 동물로서 집단 안에서 살고 생존하며 번창하기 때문이다. 집단 안에서 우리는 이타주의를 실천한다. 집단들 사이에서 우리는 공격적이기도 하다. - P66

그들이 무엇인가 고난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오늘날 서양과 이슬람세계의 타락한 세속 정권의 공허감, 무의미, 물질주의, 그리고 나르시시즘이다. - P70

"정치적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윤리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죽은 자에 대한 숭배, 극단적이며 절대적인 존경의 표현이다." 거룩한 전사들은 이타주의자들이며, 그들이 자행하는 것은 이타주의적인 악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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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데일 가족은 유니스 파치먼이 얼마나 일을 잘 할지, 자신들에게 공손한 태도를 취할지 궁금했다. - P43

그 시점에서 그들에게 있어 유니스는 기계에 지나지 않았다. 기계에게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으려면 적당히 기름을 치고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도록 계단에서 거치적대는 물건을 치우기만 하면 족하다.
하지만 유니스는 한 명의 인간이었다. 멜린다의 말처럼 유니스는 살아 있는 존재였다. - P44

이제는 글을 몰라도 스탠트위치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터였다. 그곳은 종착역이어서 기차가 더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미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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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체 인구에서 20퍼센트 미만을 차지하는 인구수가 낮은 주들만으로도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전체 인구의 11퍼센트에 해당하는 주들만으로도 필리버스터로 입법을 가로막을 수 있는 충분한상원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 P256

경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몇몇 선거구에 집중적으로 몰아넣고 나머지는 다른 대다수 선거구에 골고루 분포시키는 방식으로 선거구를 구획함으로써 경쟁 정당의 표를 희석시킬 수 있다. - P262

사람들은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에 자율교정 기능이 있다고 기대한다. 즉, 선거의 경쟁적 압박과 헌법이 규정한 견제와 균형이 독재로 나아가는 흐름을 막고 그 방향을 되돌릴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반민주적인 정당은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를 이용해서 독재를 인정하고 ‘강화‘하기까지 한다. - P276

잇단 선거 패배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공화당의 태도는 상원과 선거인단에서 만들어진 다수를 얼마든지 차지할 수 있다는 그들의 자신감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 P279

민주주의는 스스로 교정한다. 경쟁적인 선거는 유권자의 생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당에게 피드백 시스템을 선사하고, 그렇지 못한 정당은 처벌한다. 그렇기 때문에 패배한 정당이 다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존 의제를 수정하고 확대해 나가야한다. - P280

결론적으로 20세기에는 현대 민주주의 시대, 즉 민주주의 이전에 왕과 귀족이 설계한, 대중 다수에 대한 많은 제도적 족쇄를 해체하는 시대가 열렸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악명 높은 반다수결주의 제도를 폐지하거나 약화시켰다. - P308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 중 미국 헌법은 가장 수정이 힘들다. 그이유는 양원의 압도적 다수에다가 3/4에 달하는 주들의 비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P314

미국 헌법은 전제적인 당파적 소수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헌법은 개혁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 P321

다수만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구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다수가 실제로 미국 사회를 지배하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 P326

봉쇄전략을 통해 반민주세력이 권력을 잡지 못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세력을 반드시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들을 더 강화할 위험도 있다. - P329

"민주주의의 병폐를 치료하기 위한 약은 더 많은 민주주의다." - P333

너무나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이 보장하는 "투표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 P335

미국인들은 그들의 근본적인 제도가 역사적으로, 그리고 모든 상황 속에서 실질적으로 최고의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헌법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생각은 객관적인 증거나 진지한 논의에 기반을 둔 게 아니다. 다만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 P346

오늘날 미국에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 개혁 의제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개혁 ‘운동‘일 것이다. 이를 통해 각계각층의 시민을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사회 운동으로 집결시킴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적 논의의 틀을 바꿔나가야 한다. - P358

민주주의 세력은 2020년과 2022년에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미국 사회를 후퇴하도록 만든 요소(급진화된 정치적 소수,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고 힘을 실어주는 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불안정한 상태다. 역사는 다시 소리치고 있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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