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원이 천천히 몸을 돌려 순찰대 경찰 둘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저은 뒤 구급 장비를 둘러멨다. 그리고 들것을 들고있는 동료에게 그들의 일은 다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는 이미 몇 시간 전에 숨을 거두었다. - P14
그릇 속에 하얗게 식은 숯덩이, 침대 옆 협탁 위 찌그러진 맥주 캔을 보면 아무리 초짜 순경이라도 자살 현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찰 10년 차인 키다리는 이런 시신을 봐도 무덤덤했다. - P15
옷장 안에 크기가 제각각인 원통형 유리병이 스무 개 남짓놓여 있고, 생체 실험실의 동물 표본처럼 액체가 가득 채워져있었다. 다만 키다리와 아썬의 눈앞에 있는 유리병에 담긴 것은 쥐나 개구리가 아닌, 잘린 팔다리와 장기였다. 인간의 팔다리와 장기. - P20
칸즈위안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셰메이펑이 정신을 차린 듯 버럭 화를 냈다. "그럴 리 없어요! 바이천이 살인을 하는 건 불가능해요! 오랫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 애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숨긴단 말이에요!" - P32
"바이천은 20년 동안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요!" 셰메이펑이 벌컥 소리쳤다. - P33
쉬유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셰바이천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척하면서 어머니 몰래 창문을 넘어 밖으로 나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42
더 중요한 건 셰바이천이 피해자를 어떻게 붙잡았는지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셰바이천이 길에서 모르는 사람을 납치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 P45
심지어 그는 셰바이천의 살인 동기에도 관심이 없었다. 홍콩이라는 압력솥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안고 있다. - P52
"쉬 경위님, 제 말을 믿어주세요! 뉴스에서 하는 말 다 틀렸어요! 바이천이 직장은 다니지 않았지만 제게 돈을 달라고 한적이 없어요. 오히려 제가 생활비를 받았다고요! 바이천은 뉴스에서 말하는 그런 기생충이 아니에요.⋯" "아들이 돈을 줬다고요?" 쉬유이가 놀라며 물었다. - P56
인생이란, 개똥이다. 사람의 운명은 태어나는 순간 모든 게 결정된다. 제아무리 발버둥 치고 저항해도 운명의 신이 정해놓은 길에서 도망칠 수 없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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