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만 만나." 메이바오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습니다. 난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 P347
가끔 자신이 낯선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뭐랄까. 자신에게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데, 좋은 남자, 좋은 아빠, 좋은 아들, 좋은 남편이라는 얼굴에 가려져 있는 거죠. 그러다가 깊은 밤 샤워를 마치고 거울 속 초췌한 자신의 얼굴을 대할 때 문득 미소 한점 없는 그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아요? 칼로 그은 듯 팔자 주름이 깊게 파이고 줄줄 흘러내린 얼굴이. - P320
시작난 언제나 아빠의 눈빛 속에서 감추지 못한 실망감을 보았다. 아빠가 나는 보는 눈빛은 조악한 위조품을 보는 그것 같았다. - P328
"바오뤄, 난 내 죽음을 여러 번 봤어요. 아주 오랫동안 내게 잠은 곧 죽음이었어요. 머리를 베개에 대고 누울 때마다 이대로 다시 깨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랐죠." - P347
"죽고 나면 갑자기 머릿속이 맑아지고, 더 이상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겠죠. 인생에 아무런 책임도 없고, 먹을 필요도, 잠을 잘 필요도 없고, 누구에게도 응답할 필요가 없어요. 모든 말과 행위가 잠시 멈추는 거예요. 그러면 내 인생을 가만히 돌이켜 볼 수 있을 거예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또 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 P348
"지금까지 29년 동안 살아오면서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육체 속에 갇혀 있었어요. 그 육체는 내게 그 어떤 즐거움도 주지 못했지만 내 운명을 지배했어요." - P350
제게 병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건 제 머릿속에 괴물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 괴물의 교합으로 태어난 자식입니다. 천사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누나가 지켜주었음에도 점점 미쳐가고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누나뿐입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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