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약소 안에 있는 세베리노의 실험실로 들어갔다. 실로 놀라운 장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엾은 본초학자 세베리노는 머리를 얻어맞고 시체가 되어, 흥건한 피 위에 쓰러져 있었다. - P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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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수도원장이 추기경의 말을 가로막았다.
「나는 교회의 사람이고, 교회가 큰 빚을 지고 있는 교단 수도원의 원장입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좌중이 술렁거렸다. 기독교 교회가 베네딕트 교단에 빚을 지고 있다는 발언에 다른 교단 수도사들이 토를 달고 나선 것이다. - P631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했다. 사부님의 엄청난 박학의 시위에 모두가 넋을 잃은 것 같았다. - P655

교회는, 이단자를 색출했다고 여겨질 경우 이를 제왕에게 통고해야 합니다. 제왕에게는 제국의 신민에 관한 것이니 만치 이를 통고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면 제왕은 이 이단자를 어떻게 처결해야 합니까? 제왕이 하느님 진리의 수호자가 아니면서도 하느님 이름으로 이를 처결해야 합니까? 당치 않습니다. 제왕은, 이단자의 행위가 국가의 안위를 위협했을 경우에만 이단자를 처결할 수 있고또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 P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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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책이라고 하는 것은 믿음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새로운 탐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삼는 것이 옳다. 서책을 대할 때는 서책이 하는 말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 P588

「그것은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De te fabula narratur〉.」
그 책을 보는 순간 나는 나의 상사병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중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P600

특히 사랑이라는 병은 괴질(怪疾)이기는 하되 사랑 자체가 곧 치료의 수단이 된다는 이븐 하의 정의는 인상적이었다. 이븐 하즘에 따르면, 사랑이 괴질인 까닭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인가! - P600

내눈에, 경호병들에게 붙잡혀 있는, 얼굴이 눈의 흰자만큼이나 하얗게 질린 살바토레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내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내 생각 속에서 나를 괴롭히던 바로 그 여자였다. 내 쪽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나를 알아본 듯한 그 여자는 필사적인 애원이 묻은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달려나가 여자를 구하고 싶었다. - P607

이 수도원 수도사의 안내를 받아 이자와 마녀를 독방에다 분리 감금하라. 수도사는 벽의 고리에다 단단히 묶어 두되 심문이 시작되면 언제든 끌어 내어 올 수 있도록 하라. 여자는, 정체가 분명해진 이상 화형대로 보내는 마녀 재판이 따로 열릴 터이다. 따라서 밤중에 끌어 내어 심문할 일은 없을것이다.
베르나르기는 끌려가는 살바토레에게, 진실을 말하고 공범을 대면 죽음을 면하는 길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P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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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기이한 것은, 그런 악령을 몰아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내 마음이 추억이라는 신선한 그릇에 든 저 여자의 형상을 좇았다는 점이다. 나는 내 눈에 보일 듯이 어른거리는 그 여자의 형상, 엄위하기가 기치를 드높인 군대 같은, 그 당당하던 여자의 모습에서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 P513

사부님 말씀에 따르면, 서책이라는 것은 서책 자체의 내용도 다루고 있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서책끼리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나는 사부님 말씀을 듣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었다. - P529

자연 현상에서 하나의 법칙을 이끌어 내자면 우선 설명되지 않는 현상에 주의하면서,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갖가지 일반적인 법칙을 서로 연계시켜 보아야 한다. - P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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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나와 여자는 나란히 누워 있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내 몸을 쓰다듬는 여자의 손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내 가슴속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러나 평화롭지는 못했다. - P464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죄악을 저지르기는 하였어도 내 청춘은 참 아름답고 선했었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내 앞에 임박한 죽음에도 내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때가 되었다. 그러나 그 젊던 시절에 나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저지른 죄악을 심히 울었다. - P466

회한에 몸이 오그라들고 공포에 몸이 떨렸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해 성사를 맡아 줄 것을 간청했다. 사부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낱낱이 고해했다. - P468

허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거니, 하느님께서 이 못난 것들을 그냥이야 창조하셨겠느냐? 무엇이든 쓸 만한 걸 좀 넣어 두지 않았겠느냐는 말이다. - P469

살바토레는, 사부님이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얼렁뚱땅 얼버무릴 계제도 아니고 임기응변으로 모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살바토레는 듣기 민망한, 참으로 괴이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살바토레는 식료계 레미지오를 기쁘게 하기 위해 밤이면 마을에서 여자를 꾀어 자기만 아는 통로를 통해 수도원 경내로 들어온다고 고백했다. - P495

살바토레가 중언부언하자 사부님은 결정타를 날렸다. 그를 협박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언제 레미지오를 만났느냐? 돌치노와 함께 있을 때 만났느냐? 아니면 그 뒤에 만났느냐?」
살바토레는 <돌치노〉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단 심판관들로부터 목숨만은 구해 달라고 애원했다. 사부님은 진실만 이야기하면 이단 심판관들로부터 지켜 주고, 들은 이야기도 혼자만 알고 있겠노라고 약속했다. - P496

수도사님,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탐욕스러워지는 것입니까? 여기에 서 있는 저는 꿀돼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단자를 화형대로 보내시는 수도사님, 꿀돼지도 화형대로 보내시겠습니까? - P506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간 저는, 바닥에 쓰러진 베난티오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볼 당시에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주방 바닥에?」
「그렇습니다. 설거지대 바로 옆이었습니다. 문서 사자실에서 내려온 것 같았습니다.」 -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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