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정면에 있는 하얀 벽에 눈길이 머문 그는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 깨끗한 하얀 벽에 적갈색으로 J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비뚤비뚤 씌어 있었던 것이다. - P221

이 가엾은 숙녀는 즉사했습니다. 그런데 손가락에 자신의 피를 찍어서(보다시피 피도 거의 흐르지 않았습니다.) 벽에다 J라는 글자를 썼다니요. 하,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 P224

제가 듣기로는 장인어른과 맞서다가 큰 손해를 본 사람의 자식이 이 배에 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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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선전深圳을 보고 1,000년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베이징北京을 보고 3,000년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시안西安보라"라는 말이 있다. - P5

중국 역사의 아버지 사마천은 『사기』「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관중의 땅은 천하의 3분의 1이고 인구는 10분의 3에 불과하지만, 그 부는 10분의 6을 차지한다"라고 했다. - P17

하·상·서주 역사에서 마지막 왕과 그 곁에 있던 여인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사하다. 말희 · 달기 · 포사 모두 바쳐진 여인이었고, 걸왕 · 주왕· 유왕은 여자에게 빠져 황음무도荒淫無道하고 포악무도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다가 결국 망국에 이르렀다. - P28

진시황이 통일 후 세운 비석과 21세기 영화 <영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천하‘의 논리는 전국시대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후적으로 재해석된 논리다. 그 논리의 근거는 ‘통일‘된 현재 상황이다. - P33

헝가는 구리기둥에 기댄 채 울분을 터뜨린다. "일이 실패한 건 너를 사로잡고자 했기 때문이다. 너를 위협해 약조를 얻어내어 태자에게 보답하고자 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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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사책을 펼칠 때 표지에 있는 저자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와 집필 일자도 살펴보아야 한다. 때로는 그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려 준다. - P222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선택한 사실만 살아남아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 P231

사실을 다루는 역사가의 태도에는 두 극단이 있다. 하나는 역사의 교훈을 전하기 위해 깎을 것은 깎고 보탤 것은 보탠 공자의 ‘춘추필법‘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 그 자체가 말하게 함으로써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준다는 ‘랑케필법‘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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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넷 도일은 말을 계속했다.
"저는 지금 말이죠, 무슈 푸아로, 참을 수 없는 학대의 대상이 되고 있어요. 이런 학대는 중단되어야 해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경찰에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남편은 경찰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더군요."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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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은 만인에게 유용하지만 권력자에게는 특별히 쓸모가 있다. 현명하거나 현명해지려고 애쓰는 권력자일수록 명성 높은 역사가를 가까이 둔다. - P119

랑케는 유럽 군주정의 권력자들에게 그들이 지배한 시대가 신과 직접 맞닿아 있으며 다가올 시대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신학적 · 역사학적 축복‘을 내렸다. 이 복음은 과학 기술과 물질의 힘은 진보하지만 인간 정신은 진보하지 않는다는 특유의 역사철학을 담고 있는데 역사가로서 랑케가 범한 중대한 오류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했다. - P131

흔히들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에 대비하도록 사람들을 일깨우는 것이 역사 서술의 과업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그처럼 고매한 과업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 책은 단지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wie es eigentlich gewesen)‘ 보이려 할 뿐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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