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에서 가장 큰 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형이 아니었다. 특히 지도층 인사가 사회에 대한 중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그러했다. 화형이나 십자가형보다 더 가혹하고 치욕스러운 형벌이 있었다. 기록말살형이다. - P117

유연희가 정의한 식사는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농부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제3세계 빈민들의 삶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의식이기도 했다. 그것을 민소림은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고 미각과 후각의 관능을 즐기는 자리로 축소했다. 식사는 이제 온전히 세속적이고 개인적인 일이 되었다. - P124

계몽주의는 인간을 입자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른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개인들에게 독립적으로, 주체적으로 판단해서 행동하라고 한다. 그런 책임을 지운다.
하지만 인간은 애초에 다른 인간과 중첩되어 있는 존재다. - P133

"너 서울갔었어? 서울에서 민소림 만났어?"
한은수는 그렇게 민소림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조차 자신을 의심한다는 데 경악했고, 자신이 유력 용의자로 보이는 정황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겁에 질렸다. 지독한 함정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 민소림에게 일어난 비극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 P135

"제 생각에 소림이 누나라면, 한은수가 느릿느릿 말했다. "학원에서 제일 영어를 잘 가르치는 강사를 자기 애인으로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 P146

사람들이 자유롭게 판단하도록 놔두면 각자 자신한테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까, 정말로? - P166

누가 내 자식을 죽였다. 그리고 버젓이 잘 돌아다닌다?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은 결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인간은 손해는 잊을 수 있지만 악의는 잊지 못해요. 훌훌 털어버릴 수가 없다고요. - P187

형사라면 다 폭력에 끌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없을 때 자기를 공격하게 되지. 자신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거야.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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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철학자들이라면 기이한 사고실험을 제안할지도 모르겠다. 제동장치가 고장 난 트롤리가 오고 있고, 옆에는 뚱뚱한 사내가 있는데, 선로에 묶인 인부들의 표정이 TV로 생중계되어 내가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느냐라든가. - P7

좋은 삶은,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과도하게 얽매이지 않는 삶이다. - P13

유연희는 중소 도시의 중학생이었던 민소림에 대해 ‘자신이 외롭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외로웠던 아이‘라고 평했다. - P68

사람들은어른이 되면 부모님이 그들에게 했던 방식과 정반대되는 방식으로 자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나를 잘못 대했어, 그래서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됐어,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것 아닐까요? - P71

민소림의 부모들은 영리하고 고집 센 자기 딸이 야생에 너무 잘 적응해서 한달이고 두 달이고 거리에서 살면서 아예 집에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였음을 유연희는 깨달았다. 민소림은 온실 속의 화초였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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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정치인들이 기분 좋게 인정하는 거짓말이 하나 있다. 정치인들은 세상을 향해 여론조사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여론조사의 세세한 부분까지 깊이 들여다보다가 자신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다른 정치인들의 조사결과에 조바심을 내곤 한다. - P10

이 책은 정치 여론조사를 설명한다. 즉, 투표의향, 정부의 최신예산안에 대한 태도,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율 등 주로 정치적인 질문들을 하는 여론조사라는 의미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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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한다고 저절로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게 아니고 거기에 허점이 엄청나게 많은데, 다들 선거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그 허점을 보지 못하는 거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고 믿고. 그러나 선거를 안하면 다른 무슨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 P244

인간 본성과 충돌하는 강령은오래가지 못한다. 집단을 위해 개인적인 것을 모두 내놓으라고 하는 전체주의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망이 없다. 척추동물들은 모두 개체 단위에서 생존을 고민하고 이익을 추구한다. - P246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문장들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도스토옙스키 3대 장편소설과 다른 책들을 한학기 동안 깊이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 P299

나는 계몽주의에 시작부터 근원적인 결함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그 보완은 사실상 재설계에 가까운 작업이 될 터다. 내가 만들어내려는 것에는 ‘계몽주의 2.0‘보다는 ‘신(新)계몽주의‘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 P331

나는 도덕적 책임에 원근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 P363

모든 사람이 정직해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때 거짓말쟁이가 한 명 나타난다면, 그 거짓말쟁이는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 그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그의 거짓말 전략을 흉내 낸 모방범들이 등장한다. - P372

어떤 사건이 사람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는 사건과 사람사이의 인지적 거리에 반비례한다. - P375

멀리 떨어진 별의 중력도 사라지지 않고 지구에 영향을 미치듯, 멀리 떨어진 사람의 고통에도 우리는 도덕적 책임을 진다. 하지만 그 거리가멀면 멀수록 책임의 크기는 작아진다.
그 감소 비율을 다양한 층위에서 여러 방식으로 측정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도덕규범의 한 기초가 될 것이다. - P377

"공방에 오는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 처음 몇 년간은 잘 몰랐습니다. 다른 공방들 중에서는 여전히 모르는 곳들이 많아요. 거의 대부분 모를 겁니다. 사실 그건 고객들도 마찬가지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잘 모릅니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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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표로서 명예라는 가치가 지워지고 그 자리에 행복이 들어서면서 생긴 첫 번째 현상은, 일상적인 모욕 문화다. 론 E. 하워드가 썼듯이, 문명인은 야만인보다 무례한 말을 더 쉽게 한다. 그런다고 머리통이 박살날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P171

사람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시스템이고, 모두가 합의한 규칙대로 움직이는 제도인데 결과가 매번 그렇게 나쁜 쪽으로 향한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갔다. 뭔가 잘못됐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 P179

향이 좋은 프리미엄 커피를 마실 때, 플라스틱 가구 대신 원목 가구를살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택시를 타거나 자동차를 운전할 때,
집에 있지 않고 여행을 할 때, 우리는 계속해서 절대빈곤 상태에 있는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죽게 내버려두자고 선택한다. 우리는모두 학살자이다. - P182

우리는 인간이 무엇을 가장 고통스러워하는지 모른다. 어떤 일이 다른 일보다 더 고통스러운지, 덜 고통스러운지도 모른다.
판사는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선고하는 형량이 가해자에게 얼마나 고통을 줄지 알지 못하면서 판결을 내린다. 그래서 어떤 범죄자는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벌을, 어떤 범죄자는 반대로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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