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9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나가다 들린 어느 분의 서재에서 [인간 실격]을 좀 더 어린 나이에 봤으면- 이라는 아쉬워하는 글귀를 만났다. 그런데 재미있는게 다시 리플에다가는 어렸을 때 봤으면 사단이 났을 것이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여기 너무 어릴 때 [인간실격]을 만나서 사단 난 사람 한 명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난 행복과 낙관주의로 가득찬 명랑한 아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내 인생에서 하나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밝고 활기찬' 아이였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었던 내 안의 고통과 비애, 끔찍한 자기애와 동시에 자기혐오를 [인간실격]에서 낱낱이 확인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였는지, 이 책 때문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난 더 이상 따뜻하고 마냥 행복한 아이인 척 할 수 없었다. 이후로 외로운 유학생활을 하고, 엘 그레코의 그림들을 접하고, 시든 장미와 해골의 정물화를 만나고, 나쓰메 소세키와 헤르만 헤세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게 된 것의 연유가 [인간실격]에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꼭 '이상향'과 '아름다움'을 그려야 아름다운 예술이 아니라는 게 왜 그리도 감동적이고 꼭 내 이야기인 것 마냥 가슴이 저렸는지, [인간실격]을 보는 어린 마음도 그러했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아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야 하는 것인지,
 꼭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게으름을 피우고 사색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일인게 부끄러운 일인건지,
 의심해 보도록 도와준(?) 계기가 [인간실격]이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은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이유도 모를 불안을 묻어둔 채 행복하다, 여느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하면서 가끔씩 까닭 없는 고독과 불안을 모른척하고 살았을 지도 모른다.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면서도 아무 감정 없이 지나쳤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사회에 적합한 인간으로 단단히 굳어진 후에야 [인간실격]을 보고 귀족이나 한량의 배부른 푸념으로 치부해버렸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다자이 오사무 덕에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을 생각하고, 의심하지 말아야만 하는 것들을 의심하며, 나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태생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 아니라 사색하기 위해 태어났기에 인간실격임을 너무 어렸을 때 알아차린게 참 다행일 수도 있겠다. 그런가? 그래야 한다. 난 실패했기 때문에 특별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매혹적인 포스터는 '거미여인의 키스' 뮤지컬의 것인데 호주의 소극장에서 인턴으로 있던 시절에 처음으로 접했다. 엽서로 되어 있는 광고(?)였는데 제목이며 그림이 진짜 특이하고 강렬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들어와 도서관에서 [거미여인의 키스] 책을 발견하곤, 아 이게 그거구나! 하며 얼른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타라~~ 책 내용도 포스터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기둥 얘기는 두 죄수의 감옥 안에서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엄청 우울하고 지루할 것 같은데 읽다 보면 이야기의 포스가 장난 아니다. 왜냐면 기둥 이야기는 단지 기둥일 뿐 잔가지 역할을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발랑틴이 정치범인 동료죄수에게 해주는 영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이야기들 하나 하나가 대중적이고 재미 있는 이야기들인데 흥미롭다. 그 영화들이 실제로 있다면 보고 싶을 정도이나 발랑틴이 이야기를 하는 당시의 자기 기분에 따라 어느 정도 스토리를 변형시키기도 했기에 그냥 내 상상 속에 남겨 놓는 것도 좋을 듯 하여 굳이 찾아보진 않았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알찬 흥미로움으로 가득찬 '이야기(!)'들- 사실 현대 소설에서 '이야기'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난 [거미여인의 키스]가 참 좋다. 작가가 제공하는 풍부한 이야깃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도와주는 힘도 실려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산만하지 않은 노련함과 진중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소 마음에 약간의 충격이(동성애에 엄청 관대함에도 불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을 감히 '내가 라틴문학을 사랑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로 집어 넣을 수 있었다. 2010년에는 꼭 이들의 세계로 떠날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 꼭대기에 아직도 당당히 자리잡은 무너진 성곽만큼이나 비현실적인게 또 있을까, 나는 조용하고 푸르렀으나 황폐한 그곳에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벽에 기대어 앉아 현란한 음악과 화려한 옷을 입은 무희와 국왕을 상상했다. 혹시나 500년 전 그곳에서 눈을 뜰 수 있을까 싶어서,

- Mandu 20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원래 남자친구를 만나려 했으나 펑크가 난 관계로 주말엔 메가 박스에서 영화제를 보기로 하고 예매를 해두었다. 프라이데이 나이트엔 간만에 학교에 가서 아직 학생인 김도와 김도 남친과 쫌팽이를 함께 만나서 술을 달려주시고(순대국 하나만 시켜놓고 6시간동안 소주 6병을 까던 우린 변해서 이젠 3차까지 간다. 불경긴데 왜이리 돈을 쓰는지) 집에가서 자고 토요일이 되어서 집을 나섰다. 평일에 맨날 가는 삼성역이지만 왠지 혼자 나서기엔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냥 예매 취소하고 무도나 볼까, 하다가 씻은 김에 단장을 하고 나왔다.

 이제는 혼자 영화보는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지만 친구들은 그게 왠 청승이냐고 한다. 영화제 영화라 뭐 딱히 같이 볼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다들 바빠서 시간 맞추기 어려워서- 라고 변명했다. 주말에 이렇게 먼 길을 와서 영화를 봤는데 재미없음 어떡하냐고 남친이 빈정댔지만 뭐 매우 알찬 시간이었다.

 [사랑 후..]는 노부부 이야기였는데, 지루한 감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그 지루함때문에 내 마음이 더 흔들렸을 수도 있겠다. 할아버진 우리 아빠랑은 전혀 닮지 않았지만 왜 그렇게 아빠 생각이 나던지.. 피는 물보다 더 진하다더니 타인이 더 애틋해 보이는 게 다 뻥인가 보다. 난 아무리 바빠도 냉담하지 않아야겠다. 이미 아빠와는 너무 멀어지긴 했지만..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권위적이고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던 아버지는 이제 어머니를 찾겠다며 자기 스스로가 어머니가 되고자 한다. 무뚝뚝하고 말 없던 아버지의 마음에 그리 깊은 사랑이 담겨 있는 줄 어머니는 알고 있었을까? 사람들 참 많이 울던데, 당연히 나도 눈물이 났다. (요 몇 년간은 눈물이 오줌처럼 자주 나온다.)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줄거리도 하나도 보지 않고 '도리스 되리'라는 감독 이름 하나 보고 영화를 본거다. 진짜 영화나 책 고르는 기준이 너무 편협하다. 그래도 뭐 망할 가능성이 전혀 없으니 매우 편하고 훌륭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하, 대신 놓치는 것도 그만큼 많을 수도 있겠다.

 어제 등산을 하면서 엄마한테 내용 얘기를 해 주었다. 엄마도 어제 나간게 혼자 영화보러 간거였냐면서 웃는다. 그런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다가도 에이, 지루할 것 같다며 굳이 보지는 않겠단다. ㅋㅋ 요즘엔 엄마가 왜이렇게 귀엽지.. 다음주 일요일에 대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에릭 니체의 젊은 시절]

 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라스 폰 트리에가 각본을 쓴, 그의 젊은 시절 격인 작품이다. 내가 편애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별 백개다! ㅋㅋ 사드를 시나리오로 쓰다니 진짜 웃겨 죽겠다. 실제 영화도 있긴 하지만,,(보진 않았다.) 진짜 재미 없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무의미한 것의 나열'(? 이런 단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의 전형적인 예이긴 하지만..

  내 옆에 앉았던 분이 커피(아마도 카푸치노?)를 드시고 계셨는데 나도 마시고 싶어서 혼났다. 왜 굳이 커피를 마시고 싶게 내 쪽에 놓으셔선.. 영화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이 갈 뻔한걸 몇 번이나 참았다. 커피를 금한지 어언 한달이 넘어가네, 카푸치노의 계절인데 ㅠㅠ 위가 좀 나으면 한잔 사 마셔야겠다.

 그가 이런 시나리오도 쓸 줄 아나? 싶을 정도로 코믹하고 밝았다.(전작들에 비한다면야..) 보는 사람 괴롭히기로 유명하고 나도 그에 당한 타격이 굉장히 컸던지라.. 감히 [만덜레이]에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감독이 다른 사람이어서였을까? 어쨌든 기대하지 못했던 그의 감미로운(이게 왠 빠순이..) 나레이션과 코믹한 요소들이 참 즐거웠다. 히히, 게다가 엄청 어리버리하고 순진해 보이기만 하던 주인공은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기르니 완전 훈남으로 변신하였다. 역시 사람은 꾸미기 마련!

 난 그의 전작들을 참으로 무서워했었다. 내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평범한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너무 마음 아프게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바람에 영화를 보고있기가 많이 힘들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그의 작품들을 최고로 평가하는 건 나 역시 인간은 악하다는 걸 매우 잘 알고 있고, 한 번 창작의 기회가 왔을 때에도 그 사실을 모티브로 삼은 데에 그 연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진짜 최고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라, 내가 전혀 발견하지 못했었던 그의 색다른 재능과 유머를 발견한 건 완전 상상 외의 소득이었다.(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성에서 오는 충격 너무 좋아ㅠ)  어느 누가 자기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처럼 나르시즘적이고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완전 멋쟁이다.   

 

- 원래 글 길게 쓰지 못하는 성격인데 서재에서 글을 쓰다보니 말이 많아진다. 신기하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BBAC
목의 쇠줄이 풀린 강아지 타입

▷ 성격
천성이 자유인인 타입입니다. 남은 남, 나는 나라는 생활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참견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주위사람들 역시 자신의 생활방식에 참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타입에게는 딱딱하고 불편한 회사근무 등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호기심이나 야생마 기질이 왕성해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통용되는 자유업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 특히 자유업 중에서도 예능, 예술 등에 적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목의 쇠줄이 풀린 강아지처럼 신나게 뛰고 돌아다니는 것은 자유지만 방종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타인과의 협조를 도모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해도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채 일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당신에게 관용이라는 넓은 속을 요구하는 상대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롭고 활달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결혼을 한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거래처고객 - 어떤 일이든 그다지 신용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이야기는 반 정도만 받아들이는 것이 무난합니다. 특히 거래상담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십시오.

상사 - 매사에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는 상사가 될 것입니다. 또 퇴근 후에야 생기를 되찾고 일은 멀리합니다. 일은 적당히 해두고 놀이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편이 상대방의 마음에 들기 쉬운 방법입니다.

동료, 부하직원 - 어떻게 지도해도 기업전사로서 키워내기에는 무리입니다.
 

*** 로드무비 님이 가져온 낡은구두 님이 모과넷에서 가져온 '지피지기 테스트'.
http://byule.com/board/?mid=ego_start

 

아니 이게 왠 사회부적응자 -_-;

일은 적당히 해두고 놀이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그러고보니 친구들이 말하는 나인가...........

아 맞다. 이래서 나 작년에 인적성 볼 때 줄줄이 떨어진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9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