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1인용 식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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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게 로 

흐르는 물처럼
네게로 가리.
물에 풀리는 알콜처럼
알콜에 엉기는 니코틴처럼
니코틴에 달라붙는 카페인처럼
네게로 가리.
(중략)

 
   

좋아하는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된 최승자 시인의 시집에 실려있는 시 중 하나. 이 책의 리뷰에 무려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인용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이것이다. 

   
 

 네 게 로 

흐르는 물처럼
네게로 가리.
삼다수에 풀리는 참이슬처럼
참이슬에 엉기는 말보로레드처럼
말보로레드에 달라붙는 예가체프처럼
네게로 가리.

 
   

시인과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난 이 슬픈 시를 읽자마자 [일인용 식탁]을 이렇게 패러디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일인용 식탁]은 정말로 미안하지만 두번째로 내가 패러디한 느낌의 책이다. 그래서 씁쓸하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악평을 다느니 리뷰를 쓰지 않는다는 의견과 그래도 다른 독자를 위해서 쓰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충돌했었던 적이 있었다.또 다른 지인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 모든 책에서 좋은 점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었다. 나는 작가와,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독자를 위해 악평을 다느니 리뷰를 쓰지 않겠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고, 싫은 책은 싫은거라고 혼자 꿍얼거렸는데, 어쩐지 이 책은 서평단 도서여서인지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서는 호평이 많은 것 같아 나같은 애가 하나쯤 있어도 되겠다 싶어서 남겨둔다.  

이야기가 다루는 사실도 좋고, 환상도 좋다. 두개 섞은 것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이야기를 지어내게 된다면 나 역시 내 이야기에 환상을 가미해야 하기 때문에 아마 동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상은 나의 로망이며 나의 일상이다. 이렇게 공상에 열린 마음을 가진 나마저 선택하지 않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의외로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소재, 누구나 쓸 수 있는 문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력으로 책 한권이 출판되었는데, 거기에서 남는 것이 씁쓸함 뿐이라, 내게 이 책은 실패작이었다. 

만약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안그래도 쓸쓸한 독자들을 더욱 더 쓸쓸하게 만들 작정이었다면 작가에게 이 글쓰기는 시간낭비가 아니었을게다. 하지만 작가라면, 글쓰기의 의도를 조금 틀어야 하지 않을까. 젊고 미모로운 작가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걸까? 하지만 그나마 나았던 단편인 '피어싱'에서도 일본냄새가 난다. 이를테면 츠츠이 야스타카의 냄새 비슷한 것. 내겐 아직 읽지 않은 수많은 대가들의 작품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도 어정쩡해서 씁쓸한 소설집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엔 나무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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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2010-06-1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우 패러디보고 빵터졌어요ㅋㅋㅋ
예가체프가 맥심커피믹스로 바뀐다면 제 취향ㅋㅋㅋ(저는 저급문화과라)


Forgettable. 2010-06-17 03:00   좋아요 0 | URL
책의 느낌이 완전 상상되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
저 맥심커피믹스에 ABC초코렛 녹여서 까페모카라고 하면서 마시곤 했는데.... 왜 이생각이;

pb 2010-06-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잘 그런다는;;지금은 어차피 커피숍 알바라 그렇지는 않는데
괜히 처음에 어려운 커피숍용어들
지금은 그냥 오천원이면 살 수 있는 자리들에 대해
동경+무지함 ㅠㅠㅠ
지금도그래요ㅠㅠ
지금이야
커피숍알바라
커피분야는 그나마 낫지만
다른것엔 여전히 ㅎㄷㄷ;;

Forgettable. 2010-06-22 12:01   좋아요 0 | URL
커피숍 알바 엄청 부러워요 ㄷㄷㄷ
나도 여기 오기전에 하긴 했지만 여기선 커피숍 알바자리 하나 구하는데도 인터뷰 30분 ㅎㄷㄷ
동문서답 ㅈㅅ

ㅋㅋㅋㅋㅋㅋㅋ

뭐 어차피 저는 오천원이면 살 수 있는 자리에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문화를 저급문화라 생각하기 때문에.. 품위는 거기에 앉아있는다고 생기는게 아니죠.

Demian 2010-07-0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퐝 터지는 패러디네요.ㅋㅋ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새 근황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요.ㅎㅎㅎ

Forgettable. 2010-07-06 03: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요새 조금 바빠졌어요! 새 근황 곧 올릴게요, 데미안님!! +_+
책 자체도 좀 퐝 터지는 경향이..;;;;

김엄지 2011-12-10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구아구 댓글이 재미있네요ㅋ 히히 재밌어
 
<소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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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전쟁에 길들여진 말들은 소리를 내야 할 때와 내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한다. 풀이 무성한 초원에서 자라난 말들은 달릴 수 있을 만큼 달렸고,, 달릴 수 없을 때에도 달렸다. 말들을 달리다가 엎어지거나 창에 찔려 무릎이 꺾였다. 피보다 먼저 거품이 솟아나왔다. 맹렬하게 뛰던 심장이 관성을 놓지 못한 채 여전히 가쁘게 뛰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혹은 끊어진 뒤에도, 말의 몸에서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피어올랐다.

 
   

첫 문장의 주어는 어느 영웅도, 어느 패자도 아닌 '말'이었다. 말이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목련이 지는 것처럼 덜컥하는 아픔을 자아낸다. 말의 최후를 이처럼 꽉 차게 묘사한 글도, 영화도, 그림도, 사진도 난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처음부터 녹록치 않은 독서가 될 것임을 직감했고, 고되던 독서를 겨우 마쳤다. 

내게 인내심은 쥐뿔만큼도 없다. 

여행은 길어야 한두달, 시험을 보면 벼락치기, 다이어트를 하면 한달 내에 10키로 감량, 인간관계의 지속 여부도 첫 만남에서 결정, 하물며 서재에 쓰는 글도 길어야 3시간이면 마친다. 무수한 충고에도 퇴고 따위 고려해본 적도 없다. 허나 타고난 성정에 반하는 것을 원하는 습성 때문인지, 이 오랜 기다림의 서사가 나를 무척이나 흔들었다.

   
 

 섭정왕이 세자의 어깨를 잡았다.
"나는 벗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합니다. 언젠가는 적이 될 것이나, 그것을 기다려야 하는것 또한 운명인 것입니다. 나와 세자가 그런 자리에 있습니다."
"그날을위해 8년을 기다렸습니다."
"......."
"대왕은 나의 적입니다." 

섭정왕의 입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나 미소가 사라진 뒤에 남은 것이 싸늘함이 아니라, 그렇게 보아도 된다면, 그것이 그리움이었다. 8년전 세자를 볼모로 호송하는 적장이었던 도르곤... 그가 조선의 벌판에서 새우던 밤을 기억하는 것이다.

 
   

자그마치 10년이다.  

기억력마저도 인내심 없이 사라져버리는 나는 이 10년의 세월을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렸다. 어느 누구에겐들 이 10년이 쉬웠을까. 사방이 적이었고,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두고도 기다림을 알아 보좌에 오르게 된 도르곤에게도, 뜻은 달랐으나 언제나 세자의 옆에 서서 고독을 나누며 언젠가 꼭 올 세자의 시대를 기다리던 봉림에게도, 죽을 수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어서 살던 흔에게도, 온갖 무간지옥을 살면서도 그래도 살아야겠다던 만상에게도.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그래도. 그래도. 작가 김인숙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 심양에 살던 조선인들의 사연이, 그들의 세월이 나는 참 아팠다.

그들 모두에게 기다림은 쉽지 않았지만, 기다림 끝에 얻은 영광도, 좌절도 모두 허망하다.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기다림은 그 끝이 허망하더라도 기다린 그 세월 때문에라도 영광이 되고, 빛나는 패배가 되고, 또다른 시작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과도하게 나뭇가지를 흔들어서 벚꽃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보다 무심하게 바람을 일으키는 나비 날개짓처럼 글을 쓴다. 그 바람에 읽는 내 마음이 울린다. 정돈된 문장 속에는 세자 저하의 몸 속에, 막금의 몸 속에, 흔의 몸 속에 가득찬 울음처럼 삐져나오려고 기를 쓰는 슬픔이 가득 차있다. 억지로 애국심을 조장하지 않고, 조선의 역사에 대한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 조선의 역사에 환멸 빼고는 무지밖에 없었던 내게 사랑과, 알고자 하는 욕심과, 다정함을 불러 일으킨다. 

빤한 신파에도 울음을 터뜨리는 나는, 계속해서 울음을 삼키고, 고인 눈물을 말리며 책을 읽었다. 그것이 [소현]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며.  

비루하고 오만했던 나는 역겨운 조선의 역사를, 한심한 한국 현대문학의 현실을, 앞으로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를 비웃기 위해 지금껏 이 소설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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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현, 궁금했는데~ 뽀님 리뷰 보니까 꼭 봐야할 거 같은 생각이 불끈!
첫 문장은 마치 김훈이 쓴 거 같아요. 남한산성에 이어지는 소현처럼...

Forgettable. 2010-04-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른 어떤 분은 김훈의 첫문장이랑 비교해두셨더라구요.
전 김훈 별로 안좋아하는데, 은근히 비슷한 문체인 것 같은데도 나름의 독특한 맛이 좋아서 이 책은 참 좋았어요.
 
프로포즈 데이 - Leap Yea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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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왜였을까, 내가 지금껏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 허세였던 걸까.

실제로 연애하지 못하는 약간 비뚤어진 사람이 로코를 즐겨본다 생각했었고 보면 볼수록 이것은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 실제로 연애하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빤하디 빤한 수많은 로코를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꼭 로맨스 영화가 필요할 때는 [The Break-Up]같은 영화를 보며, 그래 연애란 이렇게 지독하고 현실적이고 일상적인것이다. 라며 자조하곤 했다.  

내겐 지금껏. 어쩌면 그렇게도 매번 연애가 힘들었다. 로코에 등장하는 백마탄 왕자 따위는 없었고, 줄리아 로버츠가 짓는 함박웃음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나는 로코의 주인공들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그래서 무수한 시련과 싸움을 이겨내고 결국은 해피하게 엔드하는 할리우드식 영화 속 주인공들이 미웠었나보다. 그래, 비뚤어진 인간은 나였다.   

그냥 뭐, 날도 좀 풀려서 두근두근한 것도 없지 않아 있고, 술을 마시지 못하니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언젠가 한 번 영화를 함께 보기로 약속하긴 했지만 취향이 너무 달라서 무엇을 함께 봐야 함께 만족할지 도저히 모르겠는 사람과의 데이트였다. 그 때 [프로포즈 데이]가 마치 선자리에 나온 잘생기고 유머러스하고 집안까지 좋은 심장전문의마냥 눈을 깜박거렸고, 우린 그 영화를 선택했다. 우리는 함께 한숨을 내쉬고, 깔깔거리고, 만족했지만 욕구불만이 되어 극장을 나서야 했다.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키가 아주 크고, 조금 웃기고, 여주인공을 놀린다. (나는 나를 골려먹는 남자에게 매료당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요리도 잘하고, 상처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쉽게 말해주지 않으며, 여주인공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언제나 뒤에 서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명 나를 사랑하는게 아닌데, 대담하게 키스하고, 그것도 아주 잘하고, 한 침대에 누워서 자면서는 단지 오른손을 잠결에 내 팔위로 감싼다. 

라며 점점 나는 여주인공이 되어버렸다 -_-; 젠장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는 여전히 뻔하다. 심지어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할 때는 두 사람의 입술 뒤로 석양이 진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대견하다. 내가 변한 것인지, 로코 자체의 트렌드가 변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은 에밀 쿠스트리차나 프랑소와 오종, 김기덕의 영화들, 세계 각지의 온갖 실험적인 영화들보다 상업영화를 즐겨보게 된 것은 사실이고 이제는 상업영화 역시 그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상업영화가 괜찮다는 것은 분명 아닌데 [프로포즈 데이]는 빤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지독한 현실감각, 동화같은 로맨스의 상극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고, 빡빡한 여주인공과 느긋한 남주인공의 아슬아슬한 균형도 긴장감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가 차마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쳐가는 수많은 우연들과 기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나한텐 이런 일이 없는거야!" 라고 질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 나도 그 땐 그랬는데, 내가 그 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며  저마다의 공상속에 빠지게끔 살짝 밀어넣어 준다는 말이다.

2시간 신나게 웃고 부러워하고서는 끝나버리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영화 자체의 여운이 남아서 벅차오르는 그런 영화도 물론 아니다.   

어떤 영화냐면,

예전에 아이일 때 가시가 손에 박혔을 때 그것을 빼지 않으면 혈관을 타고 흘러서 심장에 박혀버린다는 무서운 어른들의 말씀에 강박적으로 손에 박힌 가시를 뺐었는데( 그땐 왜 그리도 가시가 많이 박혔는지) 미처 빼지못한 그 때 그 가시가 내 온 몸을 훑고 다니며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는 것만 같다. 아,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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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1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나는 이거 보고 감상쓸때 제목을 [4월의 밤은 좀 지독하다]라고 썼는데, 어쩐지 좀 통하는 감상이에요. 그쵸?

나는 한 침대에 둘이 누워서 잔뜩 긴장한 장면이 무척 좋았고 인상깊었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좋은 장면은 여자가 떠나버린 줄 알고 남자가 허탈해하던 바로 그 모습이에요. 정말 그 장면이 무척 좋았어요, 무척.

아 또 생각하니까 미치겠다 ㅠㅠ

Forgettable. 2010-04-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장면!! 남자가 손가락을 하나씩 떼고 나가니, 여자가 한 숨도 자지않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번쩍 뜨는거요. ㅋㅋㅋ 남자가 돈을 받지 않은 것도 좋았어요. 돈을 받았더라면 아마 여자는 자기가 밥이었다고 체념해버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전 계속 미치겠어요. 외로워요. 으흐흑

다락방 2010-04-12 09:00   좋아요 0 | URL
아 나 이 댓글 읽는데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요. 자기 팔 위에 남자의 손이 놓여져 있던 그 촉감은 정말 생생할거야. 잊을 수 없을거에요, 그쵸? 아 미치겠네요. ㅎㅎ

다음부터는 걍 다 때려부셔, 하는 영화를 봐야겠어요. ㅎㅎ

Forgettable. 2010-04-12 18:10   좋아요 0 | URL
전 그래서 [아이언맨2]와 [킥애스]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냥 뭐, 턱을 갈아버려(?이거맞나요?ㅋㅋㅋㅋㅋ) 이런 영화나 봐야징

다다음주쯤에 시간이 나서 봄꽃여행을 가보려고 했더니만 이미 동네에 벚꽃이 다 폈더라구요. 나뭇잎구경가게 생겼음 -_- 꽃이 피면 기쁘다기 보단 이 봄도 끝이구나 싶어서 슬퍼져요.

아포지 2010-04-1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얘기해준다고 하다가 계속 잊고 있었는데, 사랑니 뽑고 술마셔도 되요... 대신 자기 전에 가글을 확실히 해주길...

Forgettable. 2010-04-12 18:12   좋아요 0 | URL
그건 술 마시고 운전해도 되요... 란 말이랑 똑같다고 하던데;;; ㅠㅠ

많이 아물었으니 오늘은 막걸리나 한잔 할까, 라고 또 불이 당기네요. apouge님 밉습니다.

Tomek 2010-04-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맨틱 코미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좀 변한 게 워킹 타이틀 작품을 보면서 그 마음이 좀 달라졌죠. <노팅 힐>,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 <어바웃 어 보이>... 소급하다 보니 영국산이군요. 영국의 영화나 음악을 살펴보면 일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부분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카이사르도 포기했다던 변덕스런 날씨 때문인가... ㅋㅋ

Forgettable. 2010-04-16 11:11   좋아요 0 | URL
최근에 500 days of Summer 도 좋았어요!
영국문화 좋죠. 저도 무지 좋아해요. 영국산 소설도 좋아하고.. 브리티시 락도 진짜 좋아해요!!
날씨가 우울하고 변덕스러우니 사람들 감성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건가..

아, 아침먹어야지. 새벽같이 면허필기셤 보고왔더니 배고프네요. 배고파서 뭔가 할 말이 더 있을 법한데도 생각이 안나요 ㅋㅋㅋㅋㅋ
 
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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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의로든, 타의로든 으레 책 추천을 받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책 좀 읽는다, 하는 지인에게 추천 받은 책이다.  

나는 어느새, 일본 소설을 읽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만은 찬사를 바쳤고, 찬사를 바칠 수 있는 내 취향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지만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가네시로 가즈키는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저도 치를 떨며 싫어하는 나는 일본 현대 소설이 싫다며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다녔다.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의 세계에 입문하고 요코미조 세이시와 교고쿠 나츠히코에 홀딱 빠져서는 일본 문학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지금, 히라노 게이치로를 만났다. 

이문열과 김훈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지인의 추천이었기에 사실 난 [일식]이 어느 정도의 소설일지 대강은 감을 잡고 있었다.  

아마 한자어가 난무하고, 문장에 멋을 부려놨는데 그게 쫌 멋있을테고, 약간은 전통삘이 날테고, 그래서 엄청나게 고리타분할테지. 하지만 작가의 데뷔작일테니 어느 정도 파격적인 면모는 있을 것 같으니 조금은 기대해 볼까. 

책을 펼치니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이라는 작가명과 작품제목에서 풍기는 일본적인 풍모는 간데없고 중세 유럽이 난데없이 펼쳐진다. 꼴에 중세철학을 공부했답시고, 작가의 수준 운운하며 약간은 감탄하면서 책을 읽는데 좀 졸린다.  

그래서 3주만에 겨우겨우 읽어냈다.
3주동안 읽은 시간을 모두 합쳐보면 하루나 될까. 가독성은 있지만 한 번 손에서 놓으면 다시 잡기가 힘들다. 읽다 만 책이 도처에 수두룩한데 그 와중에 꾸역꾸역 읽게 한 힘은 어디에 있었는지. 

숙사에 돌아갈 맘도 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걸음은 어디랄 것도 없이 마을을 배회하고 있었다. 남자고 여자고할 것 없이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밖에 나와 저마다 생업에 매달려 있었다. 생각해보면, 마을에 온 뒤 내가 조금이나마 의식적으로 이곳에 사는 이들의 생활모습을 살펴보고자 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저녁답이 내리면 정해놓기라도 한 듯 주막을 찾는 사내들이 지금은모두 한결같이 무거운 얼굴로, 여위어 말라붙은 듯한 겨울밀을 마주하고 온종일 서서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지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일손을 바쁘게 움직이거나, 기껏해야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설핏 냉소를 던지는 정도였다. 그들은 작년에 겪은 냉해의 기억 때문에 겁에 지려 있었다. 계절이 초여름에 이르렀건만, 날씨는 전혀 더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겨울밀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작물에 병든 기색이 역력했다. 
(p.96~97)

살바도르 달리가 공포스러워 했다는 밀레의 '만종'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끝도 없는 노동의 힘겨움, 지난함으로 인한 하늘에의 외경과 공포가 문장 곳곳에 만연해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일상, 그러나 그 시선의 끝에 담긴 작가, 혹은 신의 인간애을 나는 엿보았고 이 모호한 힘은 끝까지 설득력을 갖고 나를 마지막 문장으로 이끌었다.  

75년생, 23살밖에 되지 않은 대학생 작가가 그리는 중세 유럽의 수도자라. 처음에 나는 솔직히 처음에는 헤르만 헤세와 움베르트 에코 정도를 연상하며 냉소적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히라노 게이치로는 누구 말마따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 하나 없는 21세기에 자신만의 문체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해내는데 단연 성공해버렸다. 나는 이 작가의 성공을 목도하고 받았던 충격을 나는 어떤 추리소설의 반전에서도 받았던 적이 없다. 그야말로 '펑'하는 느낌이다. 어떤 평론가들은 이 작가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어쩐다 할지 모르지만, 내 보기에 이 작가는 평생 쓸 것은 모두 다 소진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예전에 교고쿠 나츠히코의 [항설백물어]를 읽고 내가 익히 알지 못했던 일본문학의 가능성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이번에 이 젊은 작가의 책을 읽고 진심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경외감이 머리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그 마수가 뻗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전통이면 전통, 장르면 장르, 순문학이면 순문학이 저마다 스토리며 캐릭터, 철저한 사료조사, 수려한 문장 뭣하나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 존재한다. 장인정신이나 인내심따위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 뿌리 없이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현대문학을 더할나위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쓰다. 괜히 코끝이 찡하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것은 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엄청난 힘에 압도되어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할 지언정, 그 이야기에 감화되거나 내 나름의 것으로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원체 손이 닿을 수 없는 이야기여서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단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에서 한국 현대문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는 다소 진정했다.  

(이것은 피해의식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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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3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뽀게터블님의 리뷰가 하나씩 올라올때마다 나는 다른 취향만 한번씩 더 깨닫게 되네요. 난 이 사람의[달]읽으면서 미칠뻔 했어요. 그래서 차마 다른 작품을 읽지를 못하겠어요. 주변에 제가 좋아하는 지인들은 다들 좋다고 하던데, 전 읽어낼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도 그 책이 무슨 말을 한건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나요. 저한텐 꽤 어려운 책이었거든요.

근데, 리뷰 잘 쓴다, 뽀게터블님
:)

Forgettable. 2010-04-03 12:40   좋아요 0 | URL
이봐요. 잘 썼으면 추천을 하라구요. 저 이거 몇시간 동안 공들여 썼는데 10분만에 휘갈겨쓴 아래 글이랑 추천수 비교되서 허탈하다구요. ㅋㅋㅋㅋㅋㅋ

락방님, [일식]도 무척 어려웠어요. 근데 이 책 추천해준 지인은 [달]보다 [일식]이 훨씬 낫다고는 하던데.. 다시 한 번 도전? 콜? ㅋㅋ
한자로 단어의 뜻을 유추해보고, 사전도 가끔씩 찾아보면서 읽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가끔은 이런 어려운 책도 좋아요. 작가가 공들였구나, 싶은 책이요. 원래는 이런거 멋부렸다면서 싫어하는데 이 책만은 나쁘지 않았어요. 전 오히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인걸요. 헤르만 헤세나 마르케스의 작품처럼 문장 자체에는 공들이지 않아서 (헉 내가 이런 댓글을 썼다니!! 공들이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문장 하나하나에 얼만큼의 치열함이 들어있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데 ㅠㅠ <-이라고 4월 3일 수정 ㅋㅋ) 읽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엄청난 내공이 스며있는 그런거요.. ㅎㅎ

오늘은 낮잠자서 아직도 안자고 있어요!

다락방 2010-03-31 08:24   좋아요 0 | URL
이 사람이 또 나 흥분하게 만드네. 나 추천했어요. 저기 저 위에 손가락모양 추천했다고요. 다음블로거 선정되서 돈 받으라고 ㅎㅎ

Forgettable. 2010-03-31 15:46   좋아요 0 | URL
알라딘 추천도 해줘요. 네? ㅋㅋㅋㅋㅋ
요러고 있다. 추천욕심 ㅋㅋ

손가락 모양 추천수 많으면 다음블로거 선정되는거였어요?

다락방 2010-03-31 18:47   좋아요 0 | URL
앗. 이게 제가 지난번에 해보니까 손가락 추천되면 알라딘 추천은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음 둘중 하나만 되는가보구나 했는데, 뽀님 댓글 읽고 다시 해보니까 알라딘 추천도 되네요. 아, 무슨 삽질을 한건지.

손가락 추천 많으면 다음블로거 선정되는거라고는 확실히 말하지 못하겠지만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가끔 뽀도 다음블로거 특종 당선되길래..난 책 사는데 보태라고 또.. ㅋㅋ

Forgettable. 2010-04-03 12:41   좋아요 0 | URL
결국.. 당선되지 않았고.......
락방님은 또 (매주 그렇듯이) 당선 되었고!

stella.K 2010-03-3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소설은 후진 건 아주 후지지만ㅋ 일정한 향취와 멋과 각이 살아있는 것도 많아요.
전 요즘 <리큐에게 물어라>는 책 읽고 있는데, 참 뭐라 형언하기가 어렵더군요.
<일식> 읽어봐야 할텐데...저도 포겟님 말마따나 여기저기 건드려 놓은 책이 많아 참 손을 뻗히기가 쉽지 않습니다.ㅜ

Forgettable. 2010-03-31 18:49   좋아요 0 | URL
예전엔 일본 현대소설이라면 아예 제껴두어도 전혀 죄책감이 들지 않았는데, 요즘은 제껴두기가 죄책감이 든다니까요 ㅎㅎ
[리큐에게 물어라] 읽어봐야 할텐데,,, 또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장인에 대한 이야기네요. 그것도 16세기의 다도! 스텔라님이 [일식]에 손을 뻗히기 힘든 딱 그만큼 이 책에 대한 제 마음도 그렇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겠지, 하며 느긋하게 기다려 보아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Alice in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비틀린 원작을 푸는 것도 팀버튼의 또다른 비틀림. 누가 뭐래도 내겐 올해최고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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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3-1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애들이랑 팝콘이랑 콜라 먹어가며 정신없이 봤지요 ^^

Forgettable. 2010-03-1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지금 이사중에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어제 우연히 다시 찾게된 주석달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발견하곤 환호하며 읽고 있는데요, 팀버튼이 그냥 좋게좋게 만든 영화가 아닌거란걸 계속해서 알게 되고 있어요.

팀버튼은 짱이에요. 최고에요!!

그리고 영화도 너무 좋았어요. 아직도 생각만하면 설레고 두근두근 ^^

무스탕님 부러워요, 중학생 아이면 한창 사춘기일텐데 같이 영화로 보러 다니시고 히히 좋은 엄마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