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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처럼 부스스한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후줄근한 면바지를 입은 사람을 보면 난 아직도 그 사람을 떠올린다. 

그 사람 덕에 난 노래를 들을 때 드럼을 신경써서 듣게 되었고, CCTV에 신경을 쓰며서 잘지내는 척 이쁜척을 하기도 했다. 뻔히 보이는 휴지 마술에 속는 척 입술을 의도하에 빼앗기기도 했고ㅡ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드럼 소리에 마음을 뺏기기도 했다. 

한달여의 짧았던 만남이 5년이 지난 지금, 손에 잡힐 듯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가 아무 이유 없이 연락을 끊었던 이유도 이유겠지만, 뭐랄까 아직도 긴 속눈썹을 내리깐 깊은 눈매와 허허 하고 웃는 모습은 지워내고 싶지가 않다. 

사랑이었을까.  

이틀 연속으로 닮은 사람을 봤다, 딱 이만큼 추운 날씨에 달달 떨며 우리 집 앞 공원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지(우습게도 난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우리의 결혼생활(마음대로 상상)이 설레기도, 두렵기도 해서 부잣집 도련님이랑 사귀는 동생에게 나중에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었다,)  

뭐 이럴 때 이런 기억들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났을 때 적어놔야지, 또 저 심연 속으로 빠뜨리면 언제 건져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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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가 정말로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냐고 학생들이 걱정하자 선생님은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망해봐야 사람들이 안다고 그러셨다.(지금으로썬 딱히 적절한 예시가 아니 된듯 하지만) 5년 동안 철저히 망해보면 변화의 길을 찾고 투표의 중요성도 알 것이라고 하셨다.

 이런 토론을 하면서도 나의 폭풍같았던 사회를 향한 반발심은 이미 사그라진지 오래라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소위 운동권의 끄트머리에서 끼적대다가 결국엔 내 손으로 끝자락을 매듭지었던 것에 대해 굳이 변명을 하자면 변하는게 없어서였다. 그치만 지금 보면 나의 그 소용없던 작은 행동들이 어찌나 소중했던지, 그리고 소용없었던게 아니었기도 하고, 

 오늘 우연히 대운하홈페이지에 들렀다. 정말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더라는 말을 그대로 내가 행하고 있었다. 대박-_- 한 1분동안 입을 벌리고 있었다. 대운하 노래를 널리 퍼뜨려서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글을 보곤, 진짜 놀랐다. 나도 대중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이건 아니지 않은가. 대중을 인간으로 취급을 하긴 하는건지?

 불만투성이인 사람을 미워하고 동화같은 이야기만 듣고, 사랑한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지구가 내일 망한다고 하면 사과나무를 심지 않을지도 모른다. 난 투쟁도, 타협도 모두 모른다. 그저 도피를 선택한 사람이다. 과격해진 시위대를 걱정하지도,, 시대에 맞지 않는 진압에 화를내지도, 아무 의견 없이 주위 사람들의 말에 고개만 끄덕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전설의 피아니스트가 좋아서 미소지을 따름이다.

 내가 부끄러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답답한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직도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맙다. 열심히 화를 내고 시련을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다. 공명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사회로 나왔기 때문이라지, 나도 동감한다. 그들 덕에 나 역시 무위도식하면서 살 수 있는거다.

 망해봐야 안다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亡 보다 무서운 건 포기라는 거. 난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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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조금 이상하다. 기분이 좋지 않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양재동에 가고 있는데 마음이 급 휑해져서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옆에 있는 아저씨 어깨에 살짝 기댔다. 완전 낑겨타는 지하철 싫어했는데 오늘은 덕좀 봤네, (아저씨, 미안해요- )

 쇼팽을 들어서인가? 전에 [Dexter]를 보는데 데브라가 쇼팽을 듣다가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직장 상사랑 사랑에 빠지는ㄹ/이ㅏㅜㅠㅣㅏㄹ이ㅏㅜ

 헤세도 쇼팽더러 저 불우한 천재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그치만 요즘 쇼팽음악 너무 좋다. 클래식 찾아들을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황야의 이리]를 읽고 나서 좀 찾아듣게 되었다. 약간 술에 취해서 쇼팽을 들으면서 [황야의 이리]를 읽으면 절망에 빠져서 울 수조차 없는 기분에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는 건지, 상상을 하는건지 알 수 없는 멍때리는 상태-

 어제 사당의 술집으로 항의를 하러 가는 김에 사당역 반디앤루니스에 들렀다. 소설까지 가기 귀찮은 관계로 인문서적을 뒤적였는데 재밌는 책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엥케이리디온]은 정말 촌철살인이다. 예전에 기선생님께서 한구절 읽어주셔서 언젠가 한번 꼭 보고싶었는데 슬쩍 보니 왜케 웃음이 나는지,, 아 요즘에 우울한 만큼 쓸데없이 웃어대서 좀 고민이다.

 [규방철학]은 슬쩍 보긴 했지만 [소돔]보다는 꽤나 유쾌(?)하다. 난 사드가 너무 좋다. 사디즘이나 마조히즘 뭐 이런 취향이 아니라 난 사드가 그 당시 자기가 살던 시대를 섹스로 표현해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소돔에서 고통 받는 미소년소녀들이 그래도 차라리 그 당시를 살아가던 백성들의 생의 고통보단 행복했을 것이다- 를 전제로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겠지?! 뭐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슬쩍 읽곤 다 까먹었다. 내 생각이랑 다른 건 재미 없어니까-

 프로이트는 전공 공부할때 문학 치료와 연계해서 완전 심취하였으나 지금은 학을 띈다. 뭐 어쨌건 그가 연구한 히스테리의 사례들은 나랑 관계가 없는 증상들이었으니 난 히스테리 환자가 아니라고 결론내리고 책을 덮었다.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첫페이지만 읽고 사기로 결정.

 난 키에르케고르도 좋아한다. 불안과 우울때문에 약혼녀도 떠나갈 지경이라니, 나랑 너무 비슷하잖아.. 이 책에서 볼 만했던 건 서문 뿐이다. 그 다음부턴 너무 어려워 ㅠㅠ

 

 아, 어쨌든 결국 잘못된 카드결제는 (나름) 언성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환불 받지 못하였다. 어쩔 수 없지 뭐ㅠㅠ 내 잘못도 있으니,, 그보다 쥐ㅅㄲ같이 생겨갖고 나 무시해서 그것땜에 더 열받았다. 나쁜ㅅㄲ, 조폭 친구가 있기를 이만큼이나 간절히 소망하였던 적이 없다. 왜 청부 폭행이나 청부 살인을 하는 지 알겠다. 혹시라도 업으로 삼고계신 분들 이 글 보시면 컨택해주시길..(__)

 요즘 왜케 먹으러 가서 이런 일들이 많이 생기는 지 모르겠다. 한달에 두번 꼴은 억울한 일을 당한다. 눈 뜨고 코베어가는 서울이야, 팬이 되어서 자주 찾아가는 서재지기님의 양꼬치집처럼 단골을 마련해두어야겠다. 

 어차피 사당이라는 동네가 그렇다. 술값도 비싸고 맛있는 안주 하나 없지만 유동인구가 많아서 나같은 손님 하나 내쳐봤자 손해 없는 것이다. 망해라 흥!! 원래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사당 진짜 싫다. 안좋은 일도 몇번 있었고,, 이제 갈 일 안만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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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8-11-2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리오 영감]을 보고 있는데 사드가 말하고자 했던게 뭔지 대략 알 것 같기도 하다-

픽팍 2008-11-23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덱스터 완전 시즌 2를 빠져서 보았더랬죠. 그런데 덱스터의 존재 자체는 좀 위험한 것 같아요. 덱스터를 보면 왜 자꾸 미국이 연상되는지..저만 그런 걸까요?
덱스터가 너무 미화되는 것 같아 조금 불안한 감도 없지 않아 있고, 그래서 시즌 3는 다운만 받고 보지는 않고 있네요.
프로이트는 심리학에서도 거의 다루고 있지 않긴 하지요. 너무 중요한 인물이라 간략한 소개와 업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학부 내에서도 그와 관련된 수업이 전무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정말 천재이긴 한 것 같아요. ㅋ

Forgettable. 2008-11-24 17:37   좋아요 0 | URL
심리학 공부하시나봐요? 전 국문과 전공했는데 고전문학이랑 엮어서 문학치료 공부하면서 잠깐 손을 댔었죠 ㅋㅋ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덱스터는 너무 멋지죠 ㅠ 내가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자꾸 너무 좋아져서 이거참.. 그 영국억양 쓰는 여자 진짜 너무 싫어서 마지막에 죽을땐 기분이 좋기까지 해서 저도 시즌 3 다운만 받아놓고 안보고 있어요 ㅋㅋㅋ

픽팍 2008-11-2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영국여자 누군지 궁금하던데요. ㅋㅋ저도 그닥 호감을 느끼진 못했어요. 리타한테 워낙 호감이 가던지라.
심리학과긴 한데 그닥 아는 게 없네요. ㅋ하지만 재미있어서 공부하는데 지루하진 않아요. 심리학도 거의 과학으로 가는 분위기라 과학적인 기반이 없는 프로이트는 조금 심리학의 관심에서 멀어진 게 사실입니다.
 

 금요일에 있을 전시회를 생전 처음 준비해보면서 꽤나 바쁜 하루들이다.

 퍽이나 재미있을 것만 같았던 학술행사와 전시회 준비는 생각보다 별로다. 조잡한 사무일과 신경써야 할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나마 예술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면 조금은 행복했을까? 모를 일이지만 오히려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지금 일은 애초에 기대도 없이 시작했지만 문화와 관련된 일에는 왠지 엄청난 환상을 갖고 시작했을 것이니 그만큼 타격이 컸겠지. 어차피 좋아하는 일이든, 관심 없는 일이든 일은 일이니까.

 바쁜 와중에도 마음이 스산한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추워서 그런건지?!

 금요일에 오랜만에(사실 3주만이면 오랜만도 아닌가-) 또 학교에 가서 놀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끈적끈적해보이는 두명이 보이는가 하면 '여자는 남자의 능력!'이라고 자기 여친이 있는 자리에서 당당하게 소리치는 마초맨(넌 불청객이었어- ) 감기에 걸렸다고 술을 안마시던 엄청나게 쓸쓸해보이던 후배(황야의 이리 읽어보라고 백번 말했다-_- ) 등 뭐 그닥 예전같지가 않아서.. 그랬다.

 예전엔 참 좋았었던 것 같은데- 내마음이 쓸쓸한건지, 아님 우리가 그날따라 좀 핀트가 엇나갔었던 것인지, 둘 중의 하나였음 좋겠다. 우리가 변하는 건 싫다. 안그래도 변하는게 너무 많아서 정착하기도 힘든데..

 변하는게 싫다니 나도 꽉 막힌 보수주의에 편협한 사람이 될 날이 얼마 안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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