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다시는 읽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되던 별다르지 않은 책들도 막상 팔려고 보면 괜시리 아까워져서 한번 더 훑어보게 되는데, 그러면 기억 속에 묻혀졌던 주인공의 이름들과 문장들이 마구 흩어져나가면서 한번 더 정독해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들지만, 경험상 놔둬봤자 책을 어디에 뒀는지도 잘 기억 못하는 지라 그냥 마음 굳게 먹고 판다.
그러곤 잊어버린다. ㅎㅎ
어제도 책을 포장하며 짧고 아쉬운 이별을 하고, 엄마에게 아 매번 책 팔 때마다 왜이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며 궁시렁거리자 엄마가 넌 너무 책을 사랑하여 그 속에 빠져산다며 현실로 나와서 연애도 하고 밖에서 좀 놀으라고 한소리 하신다. 발끈해서, 내가 엄마아빠한테 소개시켜줄만큼 대단한 남자를 아직 만나지 않아서 그렇지 가끔 연애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그런다고 주장했다.
사실 엄마아빠가 바라는 조건 좋은 남자는 몇 명 만나보지도 않았지만, 내 편견의 잣대로 보자면 그런 사람은 대부분 재미가 없거나 재수가 없다. 나는 왠지 거만한 남자가 딱 질색인 걸 보면, 약간의 열등감을 갖고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잘생겼는데 자기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남자가 제일 좋다-_- 그런데 이게 너무 심하면 안되고 나만 보이게 잘 숨겨져 있어야 하고 겉으로는 좀 쿨하고, 유머러스하면 좋겠다. 아 모순덩어리 인간이여-
어제는 왠지 연애이야기를 자의와는 달리 많이 하게된 날이었는데 오래간만에 연애얘기를 하니까 재미있었다. 그래서 듣던말던 좀 혼자서 주절주절 떠들어댔는데-_-; 그 결과 학교다닐 때와는 달리 너무 기회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명색이 IT 연구소라, 회사 생활하면서 만나는 남자사람은 참 많은데 다 석박사 졸업한 (결혼한)연구원이거나 애인있는 대학원생들이다. 어찌하여 애인 없는 사람이 없는 연구실 사람들이랑만 친해지는걸까? 따라서 여자 많은 과에서 공부한 나는 회사에 와서도 여전히 기회가 없다.
여튼 이런 이야길 하다보니 쌔남만나고 싶구나~ ㅋㅋㅋ
그리고 어제 만난 분께서 자꾸 데이트 tip을 요청하셨었는데, 허황되고 추상적인 운명론과 삘론을 내뱉는 나 자신을 보며 나도 참 꿈속에 산다 싶더라 ㅎㅎ 그런데 정말이지 너무 노력하는게 보이면 매력이 감소한단 말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풍기는 성정을 매력으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야 연애가 시작되는거 아닌가. 그래서 열번 찍는 나무꾼따위 두세번 칠 때 치워내라 ㅎㅎ 가 신조다 -_- 아 근데 한번만 살 짝 건드려도 쓰러질 것만 같은 나무꾼을 만나는 것, 넘어져주는 나무를 만나는 것 이게 참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외로운 인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