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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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시각이라 술을 팔지 않는다는 가게의 테라스에 앉아 술 팔기를 기다리며 가벼운 탐색전을 벌인다. 만난지 30분도 안되어 대뜸 빨간 책을 꺼내어 들며 첫문장을 읽어보라고 들이미는데, 이거 참 마음에 안드는 문장이어도 감탄하는 척 해야할까, 란 생각이 드는 이상하고 요상하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읽어버린다.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이건 탁월한 문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전 9시에 공허한 마음으로 담배연기를 내뿜는 나의 절망을 상상케 하기 때문에 괴로운 문장이다. 내가 흡연가였던가는 이미 상관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정말 이 문장이 괜찮은 문장인 이유는 이 문장과 그녀와 나와의 일체감을 이 어색한 순간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느낄 것이라는 걸 암시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를 이해하는 것은 상관 없이 난 그녀를 온마음으로 느낀다.   

작가는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조각조각난 마음들을 주인공이 춤을 추듯 하나씩 주워 올려서 수습해나가는 모습을 아주 무미건조한 문체로 보여주는데, 이런 딱딱한 문장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가 되기는 참 쉬웠다. 그리 따뜻한 시선을 갖지도 않은 작가를 따라 난 그녀의 손을 붙잡고 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사건들을 같이 겪는다. 그녀는 내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믿게 되어버린다, 내가 옆에서 손 꼭 붙잡고 우리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속 힘을 불어 넣어줬으니까. 

그리고 그레이스. 한번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수지의 입장에서만 서술되는 타자. 그러나 수지를 수지이게 한 장본인인 언니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대사 하나 없이 현실세계에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그 어느 누구보다 서사의 중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소설계의 작은 혁명이 아닐까,  

주인공만 알고 있는 감춰진 과거의 사건들을 감질나게 보여주면서 이미 주인공에 완벽하게 이입을 한 독자들을 약올리고, 알면 괘씸해서라도 책을 탁 덮어버리면 그만이련만, 그러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작가의 마수같은 문장들에 얽혀버려서 책 안으로 끌려들어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군지, 내 뒷목덜미에 소름이 돋던지 말던지도 신경쓰지 못하게 되버리고 만다. 뭐 하나 같이 공감하는 것 하나 없음에도 그녀를 오롯이 느끼게 되는 전율, 독서를 할 수록 느끼기 힘들어지는 자극을 오랜만에 받았다.  

애국심이나 뭐 인종차별, 마음붙일 데 없는 .(쩜)5세대들, 도덕성과 이기심, 뭐 이런 사소한 문제들은 신문보면서 생각해도 되니까 일단은 딱딱해 보이지만 포근한 담요같은 작가의 품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빠져나올 수 없는 늪, 덫, 그물, 거미줄, whatever.. 에 걸리고 말 것이라는 걸 당신이나 나나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이런 책에 질식사라면 언제든지 두손들고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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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0-07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 책 읽다가 갑자기 잊혀지는님이 <통역사>리뷰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알라딘 들어와서 확인했는데, 빙고- ^^ 이 책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인생에 그 소재와 주제를 빚지고 있어서, 작가에 대한 평가를 망설이게 하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두번째 작품이 무지 기다려져요. 혜성같이 나타는 젊은 미녀 한국인 교포 작가의 두번째 소설은 왜 안나오는건지. 나오기만 해봐라, 냅다 사버릴테니, 하고 기다리고 있다죠.

Forgettable. 2009-10-07 09:24   좋아요 0 | URL
아.. 책 따라하려고 멋있는척 하다 망한리뷰- 라고 어제 밤에 좌절하며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벌써 보셨군요! 그런데 그 텔레파시는 뭐랍니까; 진짜 신기하네요 ㅋㅋㅋㅋ 제가 이거 쓰면서 계속 하이드님 생각했는데 정말로 전해졌나봐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나니, 아멘-

다음 작품도 괜찮을 것 같다고 믿습니다(!?). 오늘 왜이리 사이비 종교느낌의 댓글일까..
저는 원서가 엄청나게 궁금하네요, 원서를 읽으며 차기작을 기다려볼랍니다.

2009-10-07 0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7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7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7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0-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집에서 내가 수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했어요.
참 좋았는데 어서 다음 작품이 나왔으면..

Forgettable. 2009-10-08 09:14   좋아요 0 | URL
수지 같은 사람이라니.......... 언니와 오빠들에게 이쁨받는 막내 스타일은 분명 아닌데요;;;;;;;;
자매의 이야기를 참 잘 담아냈죠.

암튼 밑도 끝도 없이 좋다, 읽어라- 라니.. 제 리뷰도 참-_- 자기 반성이 필요할 것 같아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0-08 10:47   좋아요 0 | URL
전 집에서 좀 방관자적이거든요.
대충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버리는 것들도 많고..

Forgettable. 2009-10-08 13:36   좋아요 0 | URL
제 동생이랑 비슷하네요 그런건;;;
제가 그레이스를 보며 오오(! 감탄사에 많은 의미가...) 하던 것과 비슷할듯..
 
천사의 속삭임 - 합본개정판
기시 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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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말했다. 

   
 

똑똑한 사람들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야 하는가,
그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 보통이 설명해주는 몽테뉴의 이론 中 -

기시 유스케는 분명 '그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은 아닐지언정, 똑똑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이 사람의 작품을 2번째로 읽었는데, 이 작가의 노력에 매번 경탄을 금하지 못한다.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작품에 담긴 노력에 감탄을 하는데 어느정도로 감탄을 하느냐면 중고샵에 이 작가의 책을 파는 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소장할 정도로 탄성해 마지않는다. 

첫번째로, 그의 정보 수집능력.
기생충에 전혀 문외한인 내가 들어도 어려움 없이 들을 정도로 초등학생에게 설명해주듯 쉽게 설명해주지만, 그와 관련된 방대한 정보를 쉽게 다루지도 않는다. 불가능해보이는 일을 정보를 바탕으로 실재로 만들고 독자들은 reality와 fiction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부터 그만의 독자적인 공포가 탄생한다.  

다양하고 깊은 지식이 모여 있기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놀라울만큼 간결하고 깔끔하다. 공포/호러/미스터리라고 하기엔 과장도 없고 그저 fact의 나열인 것마냥 작가 특유의 분위기도 없는 것 같다. 사실 이때문에 [천사의 속삭임]이 더 무섭다. 평범한 도로를 걷고 있는데 절벽으로 가는 것만 같은 두려움이 은근슬쩍 든달까, 안에 담긴 작가의 무심함이 두렵다. 

두번째로, 그의 스토리텔링.
그의 공포는 철저한 인간탐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부적응자,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들, 바로 우리 옆집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해한 바를 철저하게 이용하여 독자의 공포심을 건드린다. 독자는 대중이기도 하면서 개인이라, 쉽게 반응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사소한 것에 의표를 찔려 소스라친다, 예를 들어 거미나 황산, 오염된 물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을 그가 어떻게 이용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지를 확인하려면 마음을 열고 책을 봐야 할 것이다. 흔한 소재라고 다 같은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것은 아니니까 흔한 헐리우드 소재라는 혹평에 귀를 기울이지 말것. 

세번째로, 그의 철학.
철학이 무엇인고 하니,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철학이라고 한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앞으로 누군가 철학 어쩌고 운운하며 잘난체 한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철학이라 생각하고,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면 될 것이다.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를 읽으며 놀란 것은 그 어느 스승보다도 내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줬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기시 유스케의 작품 외에 프란츠 파농의 저작을 읽을 때와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읽을 때가 가장 최근의 경험이었는데 한 문장, 혹은 한 문단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날개를 달고 지구 한바퀴를 돌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 이런 대가들에 감히 어떻게 기시 유스케를 갖다대냐고 한다면 난 왜안되냐고 싸울 자신도 있다.  

이 사람이 던지는 화두는 여느 윤리학 서적의 이론적인 질문들보다 더 날카롭고 실제적이다. 뒷 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인데도 순간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단상들은 뇌를 자극하고, 내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생각해보는 재미에 책을 잠시 떨구고 '딴생각'을 하게 만든다. 텍스트에 질질 끌려가는 보통의 경험과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천사의 속삭임]이 매우 무섭고 공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고, 그의 새작품을 기다린다. 그의 작품은 일단 손에 들면 무서워서 놓고 싶어도 감성보단 이성을 자극하는 묘미가 즐겁고, 그때문에 읽고 싶어도 손이 잘 안가는 호러물과는 달리 다시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 든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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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9-1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별다섯개짜리다..ㅎㅎ '천사'들어가는 책에 살짝 질려있는 내게 '천사'가 들어가는 별 다섯개짜리 책을 소개하다니 넘해요...ㅠㅠ

Forgettable. 2009-09-16 21:51   좋아요 0 | URL
음- 그 천사랑은 좀 달라요. ㅋㅋ 비슷할려나? 다시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_+
이거 괜찮아요. 난 천사의 게임보다 나았던 것 같아요. 천사의 게임은 다 끝내셨어요?ㅋ

뷰리풀말미잘 2009-09-1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과 뽀님의 뽐뿌페이퍼를 보고 최근에 질렀는데 아직 몇장 넘기지는 못했습니다. ㅎㅎ 기대되는 리뷰네요.

Forgettable. 2009-09-16 21:53   좋아요 0 | URL
미잘님.
저 겁도 많고요, 벌레공포증도 있어서 더 무서워했는데; 너무 기대하며 읽진 말아주세요.
어떤 책이라도 기대감에 부풀어 읽기 시작하면 실망해요^^

하이드 2009-09-16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셨네요. 추천!

사실 기시 유스케의 작품중 가장 재미있는 <신세계에서>와 <천사의 속삭임>을 읽으셨으니, 다음 작품을 읽으라고 권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체적인 작품성과 호러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검은집>이나 <유리망치> <푸른불꽃>(이 작품은 의외로 매니아가 있더군요), 그리고 최근에 나온 데뷔작 <13번째 인격>까지 나쁘지 않았어요, 아니,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흔해진 소재들을 가지고도 말대로 생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어요.

Forgettable. 2009-09-16 21:57   좋아요 0 | URL
네, 꾸준히 보려고요. 사실 이 리뷰는 우리 대화 덕분에 계속 맴돌던 생각들이 자리를 잡아서 쓰게 된거지, 아니었음 그냥 맴돌다 말았을 거에요. ㅎㅎ
검은집은 잘 모르겠고, 일단 [푸른 불꽃]을 다음 타겟으로 정했어요 :) 교고쿠 나쓰히코의 전작들도 읽어야 하는데 ㅋㅋ

암튼 언제나 좋은작품 소개 고맙습니다♡ ^^
 
불신지옥 - Possess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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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뭔내용인지, 줄거리는 잘 모르겠는데 무섭다. 무서워. 무서워. 진짜 무서워. 를 중얼거리면서 영화관을 나섰다.
집에와서까지 동생에게 중얼거리니 동생이 누난 원래 겁 많잖아, 라며 비웃는데
(며칠전에 혼 보려고 작정하곤 드라마 시작하기 10분전부터 제발 같이보자고 징징댔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무서웠다. 

딱히 귀신이 무서운 것도 아니고, 깜짝 놀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아니고, 분위기가 무서운 것 같다.
사람들의 그 눈빛, 말투, 음악, 불빛 하나하나가 다 오싹하다.  

심은경이라는 배우가 요즘 관심대상이라서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다들 연기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엄청 무서웠다.
내가 겁이 많은 것일수도 있는데 할아버지 관객들이 옆에서 코를 골아대서 웃긴 와중에도 무서운걸 보면- 흑흑 

사람들의 나약함이 이토록 끔찍할 줄은 몰랐다. 미천하고 보잘것 없어서 가진 것이라고는 욕심밖에 없는 사람들. 내꼴이 그꼴과 다르지않아서 더 무서운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교회'열심히'다니는 사람=착한척=웃는얼굴=썩은속 이라는 공식이 마음 속에 자리잡아버렸는데, 교회'열심히'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 공식이 더 확고해지는 것 같아서 문제다.  

대체적으로 교회 너무 심하게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은 마음 속의 어떤 라인이 꼬여서 이게 신앙이라는 합법적이고 정의로운 방법으로 변질된 경우가 많다. 이게 우리나라에는 교회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내가 자꾸 교회교회 거리는 것이지, 사실 어떤 종교든간에 너무 과도하면 정작 믿는 사람 자체는 텅 비어버리고 신 자체도 악마와 다를 바 없어져버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종교의 폐단이다. 이러한 문제점과 폐단을 극대화시켜서 [불신지옥]이 태어났다.  

영화에서 드러난 민간신앙과 기독교의 절묘한 조합은 참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무속에서 보면 신들린 것이고,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구세주의 탄생이라니,
실로 모든 종교는 하나의 신을 모시는 것이고, 그 방법만 다르다는 개인적인 종교관이랑 비슷해서 흥미로웠다. 사실 지금 이렇게 생각하니 흥미롭지, 영화보는 당시에는 너무 무서워서 이런 생각 하나도 안든다. 그런데 자꾸자꾸 생각을 하고 싶게 만드는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친구 붙잡고 얘기좀 더 하자고, 그게 뭘까, 그건 뭐지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멍하다가 며칠밤을 자고나니 이제 좀 그게 그건가 싶다. 참 매력적이다.   

무서운 느낌이 조금 걷히니 그 안의 인간군상이 보인다. 슬프게, 안쓰럽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결말 부분인데,(스포임) 딸이 살았다고 하는 부분. 어느 딸일까, 충분히 소진이가 다시 살아난 것도 상상 가능하다고 본다. 억측일 가능성이 더 많지만 영화 분위기상 소진이만 살아남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을 보여주는 영화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보고 마음내키는대로 상상하라고 '딸'이라는 대명사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소진이쪽이 말도 안되기는 하지만 더 무섭긴 하다.  

무서웠던 장면은 황새인지 뭔지가 나오는 장면, 지하실 분위기(꽤 자주 어두운 곳에서 핸드폰 불빛을 이용하는게 이거 못해먹겠다 이제-_-), 봉투쓴 사람들(이 장면은 흘낏보고도 무서워 죽는줄 알아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덜덜 떨었는데;; 약간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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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신지옥 (2009)
    from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2009-08-17 20:32 
    ⓒ 영화사 아침 & 타이거픽쳐스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굳이 읽으신다 하면 말리지 않겠으나 을 보실 예정이라면 읽지 마시고 극장으로 향하실 것을 권합니다.잔혹한 믿음의 테제 절로 암담함이 느껴지는 저체온의 방 안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꾸역꾸역. 모여든 사람들이 어딘가를 응시한다. 그 따가운 눈빛들이 닿는 곳은 침대 위, 그 곳에 한 소녀가 멍하니 내려앉는다. 그러자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둘 주저앉...
 
 
머큐리 2009-08-1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머~ 명박지옥...김밥천국이죠...영화는 재미있게 보신거에요???

Forgettable. 2009-08-1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완전 재밌어요, 토욜에 엄청 더웠는데 덜덜 떨면서 나왔어요- 공포영화의 으스스함!!!! 무서워요 무서워~~
 
해운대 - Haeunda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들 중에는
최악으로는 빨래 쥐어짜듯하는 듯 해서 유치하고 울기 싫어 죽겠는데도 자꾸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고,
중간으로는 정말이지 너무 왕창 슬픈 내용이라 울지 않을 수 없는 경우와 아주 조금만 슬퍼서 눈물이 고이는 경우, 
최고로는 별 거 아닌 것 같은데도 뭔가를 건드려서 엉엉 울음이 터져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민기가 엄청 멋지구리하게 나온다는 스포만 접수하고 봤는데도 이민기가 어케 될지 빤히 보여서 초장부터 눈물이 고인다. 
아, 이거 지금 웃긴게 나중에 다 울겠구나 싶어서 영화 내내 안절부절 못했다. 중간의 경우로구나~ 

설경구랑 하지원, 둘다 좋아하는 배우라서 봐야지 하다가 못보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그제 예상치 않았던 휴가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덕에 보게 된 영화 [해운대]. 전날 [투모로우]를 봤다는 친구는 피식피식 웃으며 가소로워하는데 애초에 영화코드가 맞지 않은 친구였으니 아예 투명벽을 세워놓고 영화에 집중했다.  

처음에 약간 어색할 뻔 했던 하지원과 설경구의 부산사투리는 어느덧 농익어 부산친구들을 연상케했고, 대사나 목소리들이 감성을 톡톡 건드렸다. 내가 막 우니까 친구가 자꾸 옆에서 놀리는 눈으로 쳐다봐서 짜증이 무지막지하게 나서 오기로라도 안울어야지 했는데도 계속 눈물이 후드득 떨어지는 걸 보면 정말이지 영화 참 슬프다. 무섭기도 하고. 

사실은 며칠 전에 해일이 오는 꿈을 꿔서(아마도 해운대 예고편을 봤던 날이지 싶다) 영화 속의 몇십미터의 파도가 남일같지가 않았다. 꿈속에서 겪어봤던 실제적인 공포였으니까. 차라리 폭탄이 날아오면 빵 터져서 금새 죽겠지만 익사하는 건 아무래도 몇분의 고통이 엄청날테니 좀 더 무섭다.  

한국이 지진해일안전지대라는 건 이미 거짓부렁으로 판명된지 오래이다.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소재 선택이 괜찮았다. 연기도 당연히 좋았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코믹요소도 재미있었다. 단 한가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급의 빵빵 터지는 급의 재난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것이다. 재난 자체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라 그 재난으로 인한 인간애를 그린 영화다. 

사실 대부분의 혹평은 이러한 기대에서 비롯되던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한다면 지금까지 자연재해의 피해가 미미했다. 바탕이 될 사실 자체가 없었으니까 이쪽으로는 상상해볼 여지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재난영화를 만든다면 초점은 자연히 '재난'에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재난으로 인한 사람들의 애정, 안타까움, 희생같은것에 맞춰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이 한국 정서에도 훨씬 맞고, 수많은 관객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웰메이드가 아니라고 비판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자본과 기술력이 헐리우드에 비해서 떨어지고, 우린 이제 초기단계임을 잘 알면서 어떤 CG를 기대했으며, 해일이 뭔지, 지진이 뭔지 직접 눈으로 한 번도 보지 못했으면서 어떤 대단한 재앙이 한반도에 내릴지 기대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한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지금 당장 사무실 바깥, 학교 강의실 바깥 창문에서 수십미터의 파도가 덮쳐오면 내가 어떻게 할지, 누구에게 전화를 할지, 누구를 구해야할지를 상상해보며 영화를 봤으면 한다. 죽음 앞에서 어떤 미운 사람인들 그 순간엔 더 사랑하고싶어서 미칠 것 같은 그 마음을 상상하면서. 

[해운대]에는 메가쓰나미를 위한 것도, 일찌기 정보를 접하고 도망갈 수 있는 윗사람을 위한 것도 아닌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음 비우고 2시간, 재미있게 영화 보고 주위사람을 한 번씩 더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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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을 많이 소모하셨나 봐요..ㅎㅎ 사실 눈물 흐르게 만드는 영화는 별로 안좋아하는뎅... 그래도 이 영화 괜찮다고 많이들 소개하더라구요...재난이 닥쳐올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라...흠...

Forgettable. 2009-08-13 11:51   좋아요 0 | URL
으 저도 우느라고 화장 번지고 당황했어요 ㅋㅋ
저도 엄마한테 보라고 재밌다고 해서 엄마랑 동생이랑 보러간대요~ 막내는 벌써 보고 왔고, 아빠만 빼고 온가족이 다 보겠어요 ㅎㅎㅎ 재미있어요~
 
레미제라블 - 전6권
빅또르 위고 지음, 송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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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을 읽으면서 방대한 양만큼 생각도 많이 했는데, 5권까지 읽으면서 기력을 많이 소진해서 6권은 겨우겨우 읽어나가다가 이제야 완독하게 되었다. 알고보니 6권의 반 이상은 위고의 일생,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읽었을것을. 남은 책장들이 무거웠다.
이 책을 읽으며 눈은 텍스트를 따라가지만 머리 속은 딴생각을 하고 있는 기이한 경험을 자주했다. 가끔씩 지루하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매우 풍성하여 이생각 저생각을 하게 만든다.  

http://blog.aladin.co.kr/catchme84/2894583
ttp://blog.aladin.co.kr/catchme84/2936727 
링크는 책 읽으며 든 잡생각 끄적인 부분들

리뷰를 쓰기로 작당한 지금, 사실은 무슨 말부터 써야할 지 모르겠다. 작가의 말을 맹신하던 나는 뜬금없는 결말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리둥절 두 곳을 번갈아가며 고개를 휘휘 돌려보다가 다시금 좌절하고 말았다. 물론 레미제라블의 결말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고, 해피엔딩을 누구보다도 더 바랬었지만 책을 덮고나니 작가가 울부짖으며 주장하던 빈민의 계몽, 혁명, 교육받을 평등한 권리는 온데간데 없고 누구보다도 숭고하게 살아왔던 장발장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비참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惡'으로만 가득찬 것만 같은 떼나르디에는 돈뜯어서 미국으로 떠난다, 그의 아이들인 가브로슈와 거리의 아이들이 되어버린 동생들, 에뽀닌느까지 빠리와 빠리의 틈새로 증발해버리는 동안.  
장발장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에게 합당한 행복을 고사하고 스스로를 지옥에 떨어뜨려버렸다. 꼬제뜨와 마리우스가 찬란한 미래의 행복을 예찬하는 동안.  

인생은 이렇게 아이러니인가, 누군가의 행복이 행복하지만 않고, 누군가의 죽음이 슬프지만은 않다. 그 각각의 인생이 하나의 우주라서 감히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아마 책을 덮으면서 느낀 허망함이 이에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렸던 나는 세계명작동화책을 덮곤,뜻대로 되었다며 기분좋게 잊어버렸지만 그때로부터 별로 자라지 않은 지금의 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울 일도, 웃을 일도 아니었다.  
사람들의 인생은 내 손 안에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작가의 손에 달려있지도 않다는 걸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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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1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짝짝짝 저는 범우사 판으로 일독했는데...다시 보려해도 엄두가 안나네요...ㅎㅎ

Forgettable. 2009-08-1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요암요. 마땅한 축하에요. 감사합니다. 히히
저도 일단 갖고있어볼 참인데 또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에요. 삼국지는 도저히 안읽을 것 같고, 자녀를 갖게되어 그 자녀가 삼국지를 읽을 시점은 너무 오랜 후일 것 같아서 팔기로 했거든요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8-1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드립니다. 아휴 전 일독 엄두가 안나요 --

Forgettable. 2009-08-14 15:2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은근히 재미있어요. 한번 시도해보세요! ㅋ

가넷 2009-10-1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발장은 한권의 얇은 책만을 접했는데, 리뷰를 살펴보면 볼 수록 저는 읽기 어렵겠네요.ㅋㅋ

Forgettable. 2009-10-11 03:05   좋아요 0 | URL
더 어려운 책들도 많이 읽으시면서요 무슨 ^^
이 리뷰는 사실 너무 허접하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의 반의 반도 안담겨 있어요, 암튼 한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