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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란 무엇인가?

SF의 시조(始祖) -- 토마스 모어, 메리 셸리, 휴고 건즈백
그러면 SF는 과연 무엇일까요? 언뜻 생각하면 쉬운 것 같지만, 사실 따지고 들면 이 문제는 꽤나 어렵습니다. 그저 우주선이나 외계인이 나온다고 해서 다 SF라고 할 수는 없거든요.
과연 SF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한 가지 방법으로, 먼저 'SF의 시조'들을 알아봅시다. SF문학의 시초를 누구의 어느 작품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 장르를 보는 관점이 각각 구체적인 차별성을 지니며 드러나게 되거든요. SF의 시조는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SF를 ‘합리적인 가상소설의 범주’로 생각할 경우, 1516년에 토마스 모어가 발표한 「유토피아」가 '최초의 과학소설'로 꼽힙니다. 이 작품은 집필 당시의 환경을 고려할 때 매우 과학적인 형식논리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진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말하는 '가상소설'이란 ‘시공간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배경과 이야기를 채택하는 작품’을 의미하지요. 이것은 대중적인 장르소설로서의 SF가 아닌 주류문학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기법입니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비롯하여 남미 작가인 마르케스나 보르헤스, 그리고 오웰이나 헉슬리 등이 이 계열의 주요 작가입니다.

두 번째로, 현대 SF소설의 형식을 완벽하게 배태하고 있는 작품으로, 1818년에 발표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듭니다. 산업혁명 이후 발달한 과학기술 이론을 반영하여 내용 묘사에 사실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은유나 풍자, 수사 역시 빼어나게 구사한 걸작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나 브라이언 올디스 등 많은 사람들이 이 관점을 지지하고 있지요.


세 번째는, 오늘날 추리소설 등과 함께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은 SF, 즉 '장르 SF'의 시조로 꼽히는 작품으로서, 1911년 미국의 휴고 건즈백이 자신의 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한 「랄프 124C41+」라는 소설(사진오른쪽, 사진은 소설에 들어간 삽화)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처음부터 발달하는 과학기술의 미래상을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집필하고 상업적으로 출간한 것이며, '사이언티픽션(scientifiction)'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것도 건즈백입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SF문학상인 '휴고상(Hugo Award)'은 바로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지요.



휴고 건즈백은 1926년에는 세계 최초의 SF 전문잡지인 <<어메이징 스토리(Amazing Stories)>>를 창간했는데, 이에 대해 독자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이자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여러 가지 SF잡지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와 이른바 '펄프 매거진(잡지들의 종이 질이 나빠서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이 시기부터 크게 인기를 끈 것이 이른바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불리는 우주 활극물로서, 이런 소설들의 기본 틀은 근육질의 미남 주인공이 우주를 누비고 다니며 미녀를 보호하고 모험과 로맨스를 펼치는 영웅담입니다. <스타워즈>야말로 바로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의 전통을 충실하게 이어받은 작품이지요.

(사진 위는 펄프SF잡지들 )


뉴 웨이브 SF--‘innner space’에 대한 관심

현대 SF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또 한 가지 열쇠는 '뉴 웨이브 SF'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SF가 '바깥 우주(outer space)'를 탐색하는 것이었다면, 뉴 웨이브는 인간의 의식적인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안쪽 우주(innner space)'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뉴 웨이브SF는 사회의 구조적인 부조리나 인간의 내면세계, 심리 등을 SF적인 기법으로 새롭게 접근, 해석하려 시도했던 흐름으로서, 1960년대를 전후하여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활발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난해하고 실험적인 성격이 강해서 기존의 SF 독자들에겐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요. 그래서 결국은 뉴 웨이브 SF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뚜렷한 작품도 없이 몇몇 작가들만이 주목을 받다가 흐지부지 SF의 주류에 편입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현대 SF문학이 질적으로 성숙된 면모를 갖추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SF를 'Speculative Fiction', 즉 사색(思索)소설, 추론(推論)소설, 또는 사고(思考)소설이라는 새로운 풀이로 보게 된 것도 바로 그 시기부터입니다. 좀 어렵지요?

그래도 SF는 단순히 과학기술의 계몽 수단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고유의 정서를 가진 하나의 예술 장르라는 사실만 새기면 됩니다. 다음에는 SF와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해 재미있는 사례들을 들어가며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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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 글틴에 SF 평론가 박상준님이 쓰신글을 갈무리하여 올리는 글입니다.(이하 SF 문학의 세계는 모두 박상준님이 쓰신 글임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과학적 합리성으로 무장한 상상력, SF

정지용이 자신의 책 「문학독본」(1948) 맨 앞에 붙였던 짤막한 서시가 있습니다.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소

저는 SF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분기점은 바로 이 시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 시에 대한 일반적인 감상이라면 ‘삶에서 꿈꾸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 정도로 은유적인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겠지요.
그러나 SF독자들은 그에 더해서 ‘별똥별’이라는 구체적 물체에도 묘한 이끌림을 느낄 것입니다. 별똥별이 떨어진 곳을 정말로 찾아가 보고픈 생각도 들고, 혹시 그 별똥별에 무엇인가 담겨있지는 않을지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치지요. 그러면서 어느새 별똥별이 떨어진 곳보다는 별똥별이 온 곳, 즉 우주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SF든 판타지든 공히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SF독자들은 ‘마법’ 대신 ‘과학’을 택합니다. 설령 마법처럼 보이는 것이라 하더라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어떤 일이든지 상상은 자유지만 실제 구현 과정에서는 과학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도 깊이 따지고 들어가면 경계가 모호해지지만(<스타워즈>는 SF가 아니라 판타지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론 불가능한 초광속비행이라든가 운동역학 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 등을 무시한 묘사들이 숱하게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SF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들은 최소한의 과학적 형식논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경이감‘을 주는 우주의 광경들.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장면)

그렇다면 SF팬들이 별똥별을 보고, 또는 우주를 보며 느끼는 그 특별한 정서는 과연 무엇일까요?
서양에서는 흔히 그것을 ‘경이감(sense of wonder)’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세상에서 현실적으로 접해보지 못한 뭔가 낯설고 놀라운 대상, 그리고 그 존재로 인해 연상되는 온갖 미지의 가능성들. 우리는 이런 느낌을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얻을 수도 있고(예를 들어 토성의 달 표면에서 토성이 지평선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본다고 상상해 봅시다. 토성과 그 거대한 테두리가 하늘을 가득 채우며 서서히 올라오는 모습은 아마 태양계 최고의 장관 중 하나일 것입니다), 또 책에서는 활자매체 특유의 상상력 자극 작용에 의해 더더욱 증폭된 경이감을 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뭔가 허전하지요? 경이감은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SF팬들만의 독특한 정서를 명확하고도 핵심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을까요?

시공간에 대한 인류적인 시야
<로마클럽>이라는 전 세계 여러 분야 학자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이들은 일찍이 1970년대 초반에 인류 문명의 미래를 암울하게 진단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를 내놓았지요. 인류 미래에 대한 그 불길한 시나리오들, 즉 자원고갈, 인구폭발, 환경오염 등의 내용은 대단한 충격을 주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변화가 당시의 예상보다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어쨌거나 그 보고서의 도입부에는 흥미로운 도표가 하나 자리 잡고 있는데, 사람들이 시공간적으로 얼마나 멀리, 또 미래를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를 인류통계학적으로 나타낸 ‘인간의 시야’라는 그림입니다. 그 그래프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간적으로는 자기 마을, 자기 도시, 자기 나라 이상은 벗어나지 못합니다. 시간적으로도 1년 뒤, 10년 뒤가 제일 많고 백년 이후 후손들까지 고려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요. 인류 대다수는 원점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며, 이들은 그야말로 자기 입에 풀칠하느라 바쁜, 일터와 집만을 오가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고단한 삶의 시야에 갇혀 지냅니다. (물론 그런 삶을 살면서도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은 있지요.) 또는 기껏해야 자기 가족만 생각하며 1년 이상을 내다보지 못하는 삶의 시야를 가지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보고서는 그래프 상에서 원점과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들, 즉 시간적으로는 몇 세대 이후의 후손들까지 생각하고 공간적으로는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와 그 밖의 우주까지 아울러 사유하는 사람이야말로 바람직한 미래의 인류상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야말로 ‘우주 속의 지구라는 천체’ 위에서 문명을 영위하고 있는, ‘인류의 시야’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런 시야야말로 정통적인 의미에서의 SF팬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사진 왼쪽)는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등을 쓴 세계적인 SF작가이자 미래학자인데, 1969년에 아폴로 우주선이 처음 달에 착륙하던 날 실황중계의 해설자 역할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나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의 발자국이 찍히는 그 역사적인 순간에, 방송국 한 구석에서 어떤 직원이 스포츠 채널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에게는 인간의 달착륙 장면이 특별히 관심을 끄는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지요.

물론 여기서 그 직원의 개인적 취향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인간은 이렇듯 다양한 개성과 정서의 소유자들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사례라서 인용하는 것뿐이지요. 마찬가지로 SF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SF 팬의 입장에서는 우리 인류가 어서 우주로 진출하기를 간절히 바라겠지만, 사실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인간은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까지의 특정한 한 시기에만 달로 몇 번 왕복여행을 했을 뿐, 그 이후에는 오히려 퇴보해 버렸습니다. SF팬들의 입장에서는 꽤나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렇지만 우리 인류 전체가 전부 다 SF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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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헐의 10계
헐의 본명은 리처드 헨리 샘프슨(Richard Henry Sampson)인데 어머니의 성인 헐을 필명으로 사용했다. <큰어머니 살인사건>(The Murder of My Aunt,1935)으로 유명한 그는 1935년에 출간한 <캐슬 문학 백과사전>의 탐정 소설 항목에 다음과 같은 ‘추리 소설 10계’를 발표했다.

1. 추리 작가는 하나의 사실에 대해 모순되는 두 가지의 기술을 해서는 안 된다.
2. 단서 또는 증거가 될 만한 사실을 최후까지 감춰서는 안 된다.
3. 고의로 허위의 진술 또는 오해를 초래할 만한 진술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전문가가 보더라도 틀린 곳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단,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 등장인물을 통해서 하는 말은 용납된다. 일부러 틀린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예외이다.
4. 의학 또는 법률에 관한 것이 스토리의 구성분이 되었을 때는 어떤 전문가가 보더라도 틀린 곳이 없어야 한다.
5. 독자에게 실마리가 될 만한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
6. 틀린 실마리라도 최종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제시해 주어도 좋다. 그러나 산만한 결말은 맹렬한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다.
7. 추리 소설 작가의 정신상태는 온전해야 하며, 그에 의한 인물 묘사도 확실해야 한다. 단, 범인의 인물 묘사에는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 처음에는 동정받을 만한 인물로 등장했다가 차츰 사악한 본성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상대를 속이려면 반대쪽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8. 좋은 문장과 어느 정도의 유머 감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애의 재미를 첨가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반드시 첨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9. 결말에서는 예측하지 못했던 의외의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한다.
10.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최종적으로는 범인의 체포, 또는 자백으로 막을 내려야 한다.

이상 헐의 10계는 로널드 녹스나 탐정 클럽의 내용보다는 훨씬 구체적이다. 연애 사건은 필수적으로 권장하지는 않지만 있어도 무방하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그 전까지는 ‘탐정이 범인을 교도소로 보내려는 것이지 결혼식장으로 보내려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해왔다. 실제로 고전 중의 고전인 셜록 홈스에는 연애 사건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헐 이후 추리 소설에 섹스나 연애 사건이 등장하는 것은 거의 필수적이고 그 자체를 주제로 삼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
또한 결말은 탐정에 의한 범인의 자백이나 체포로 끝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추리 소설에서는 범인 체포 이후의 이야기, 즉 법정 추리 소설이 주류의 하나가 되어 있다.
어쨌든 헐의 10계는 사문화(死文化)된 계명이 아니라, 아직도 추리 소설 작가들에게는 굉장한 명심보감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4) 반다인의 20규칙
반다인이 1928년 <아메리칸 매거진>에 발표했다가 1939년의 <살인사건 옴니버스>에 재록한 ‘반다인의 20규칙’은 선풍을 일으킨 추리 소설의 획기적인 주장이었다. 그는 여기에서 추리 소설은 극명한 지적 게임이라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1.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데 작중의 탐정과 독자가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모든 단서는 명확하게 기재되어야 한다.
2. 작중의 범인이 탐정에 대해서 적당히 행하는 속임수나 술책이 아닌, 독자를 속이는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3. 이야기 중에 로맨스적 흥미를 곁들여서는 안 된다. 요컨대, 탐정은 범인을 재판정에 보내려는 것이지 사랑에 고민하는 남녀를 예식장에 보내려는 것이 아니다.
4. 탐정 또는 수사 당국의 직원 중의 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결말을 지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구리로 만든 돈을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 금화라고 속이는 것과 같다. 명백한 사기행위이다.
5. 범인은 이론적 추리를 통해서 판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연, 암호, 무동기의 자백 등에 의한 해결은 안 된다.
6. 반드시 탐정이 등장해야 한다.
7. 추리 소설에는 반드시 시체가 있어야 한다. 살인이 아닌 범죄를 다루는 것은 재미없다. 가벼운 범죄로 독자에게 수백 페이지를 읽게 할 수는 없다.
8. 범죄의 수수께끼는 엄격한 자연 법칙에 따라 풀어야 한다.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점을 친다든가, 심령술, 최면술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9. 탐정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10. 범인은 소설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독자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물이 갑자기 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11. 작가는 심부름이나 하는 하인을 범인으로 해서는 안 된다.
12. 범죄가 몇 번 있든 범인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공범은 있어도 되나 주범은 있어야 한다.
13. 비밀결사, 카모라당(1820년 무렵,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생긴 정치적 범죄 비밀 결사-편집자주), 마피아 등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 교묘한 사건의 배후가 조직이라면 재미가 줄어들 것이다.
14. 살인 방법과 수사 방법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환상적인 세계에서의 살인은 용납되지 않는다.
15. 통찰력 있는 독자가 명백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라야 된다. 사건의 종결을 다 읽고 나서 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 모든 사실이 정확히 부합되어야 한다.
16. 정확한 서술적 묘사, 지엽적인 일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설명, 정교한 성격 분석을 해야 하며 분위기에 도취되어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
17. 직업적 범죄자가 범인인 것은 좋지 않다. 근엄한 성직자라든가, 자선가로 소문난 귀부인의 범죄 같은 것이 훨씬 흥미롭다.

18. 사고 또는 자살이었다고 결말지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독자를 놀리는 일이다.
19. 살인의 동기는 모두 개인적인 것이라야 한다.
20. 끝으로 나의 신조를 20항으로 끝내기 위하여 자존심이 없는 작가라면 써먹을지도 모르는 수법을 열거하려 한다. 이 수법을 쓰면 작가의 무식을 폭로하는 것이다.

최면술, 지문위조, 대용품 알리바이, 개가 안 짖었다고 지인이라는 것, 피하주사와 맹독, 최종적으로 탐정에 의해서만 해독되는 암호.

반다인의 20규칙은 추리 소설을 위한 상당히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추리 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으로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의 비밀을 다 알려주는 것 같아 추리 작가이기도 한 필자로서는 쓴 웃음이 날 뿐이다. ㅋㅋㅋ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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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청소년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 글틴에 추리 작가 권경희님이 쓰신글을 갈무리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추리소설의 공식
“추리 소설을 위해서 연구된 이 추리 작법을 알면 작품을 감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재미가 더해진다. 우리가 야구의 복잡한 규칙이나 아메리칸 풋볼의 규칙을 모르고 보면 재미가 없는 경우와 ... ...”
권경희

추리 소설은 인류가 발명한 스토리 작법 중 가장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흔히 추리 기법으로 씌어졌다고 하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엄격히 추리 기법을 알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교묘한 방법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 정도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추리 소설을 쓰기 위한 공식이란 실제로 많이 존재한다. 주로 본격파(고전파 혹은 클래식) 추리 소설을 위해서 연구된 이 추리 작법을 알면 작품을 감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재미가 더해진다. 우리가 야구의 복잡한 규칙이나 아메리칸 풋볼의 규칙을 모르고 보면 재미가 없는 경우와 같다고나 할까.
그러면 여기서 세계적 추리 작가 또는 평론가들이 만들어 놓은 공식을 살펴보자.

(1) 런던 탐정 클럽의 선서
1828년에 창설되어 체스터톤이 회장으로 있던 런던 탐정 클럽에서는 추리 작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이 클럽에 가입하고자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선서를 받았다.

-귀하는 자신이 쓰는 추리 소설의 탐정이 의뢰받은 사건에 대하여 기술적이고 성 실한 자세로 추적할 것이며, 하늘의 계시, 여성의 직감, 맘보잠보의 신, 야바위, 우 연의 일치 등에 절대 의존하지 않을 것을 맹세 합니까?
-귀하는 갱, 음모, 살인광선, 유령, 최면술, 초능력, 중국인, 광인 등에 의존하지 않으며, 영원히, 절대로 비과학적이거나 미지의 독약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맹세 합니까?
또한 킹스 잉글리쉬를 사용하며, 매상을 올리고 싶다는 이유로 이 맹세를 저버리 는 일이 절대로 없다는 것을 서약합니까?
대체로 이러한 내용의 맹세를 하게 하고 이 맹세를 신성시했다. 여기서 맘보잠보의 신이란 스톤족의 미신적 신앙을 말하며 킹스 잉글리쉬란 순수한 표준 영어를 말한다.

(2) 녹스의 10계
1888년에 태어나 영국 성공회의 대주교가 된 로널드 녹스는 유명한 추리 작가이기도 하다. 1925년에 발표한 <육교 살인사건>(The Viaduxt Muder)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러나 그보다 이 성직자를 더 유명하게 한 것은 <추리소설 작법 10계>(1928년 영국 추리소설 걸작집에 발표)이다.
물론 고전파 추리 소설을 위한 작법이지만 뒤에 하드보일드에서도 많이 적용했다. 녹스가 말하는 10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범인은 이야기의 초기 단계에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그의 마음의 움직임을 독자가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
2. 말할 필요도 없이 추리 소설에서는 초자연적인 마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3. 비밀의 방이나 통로는 하나면 족하다.
4.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독극물이나, 긴 설명을 필요로 하는 과학적인 장치 등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5. 중국인을 중요한 인물로 등장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6. 탐정이 우연히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든가, 근거 없는 직감이 적중했다는 등의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7. 탐정 자신이 범인이어서는 안 된다.
8. 탐정이 단서를 발견했을 때는 이를 곧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9. 탐정의 우둔한 친구, 즉 왓슨(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스의 친구이며 조언자인 의사)과 같은 인물은 그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숨김없이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그의 지능은 독자보다 낮아야 한다.
10. 쌍둥이 또는 쌍둥이라고 할 만큼 닮은 사람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

이상의 ‘녹스의 10계’는 런던 탐정 클럽의 내용과 많이 닮아 있다. 여기서 중국인은 중국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동양인을 대체로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동양인은 마술을 쓰거나 신의가 약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쌍둥이를 등장시키지 말라는 것은 알리바이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대체로 로널드 녹스가 강조한 것은 작가는 독자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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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브라운 신부
세계의 명탐정 3인으로 뒤팽, 홈즈, 브라운을 꼽는 평론가가 많다.
-작가: 체스터톤
-국적: 영국
-데뷔 무대: ‘푸른 십자가’, 1910
-직업: 가톨릭 신부. 성 망고 성당
-기타: 연령 미상이나 50대 초반 추정, 키가 작음

<5> 엘러리 퀸
추리 소설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탐정이다. 작가 이름과 탐정 이름이 같다. 그러나 작가 엘러리 퀸(Ellery Qeen)도 실제 본명이 아니다. 미국의 프레드릭 데니라는 사람과 맨프래드 리라는 두 사람이 공동 작품을 내고 그 필명으로 엘러리 퀸을 썼다.
-국적: 미국. 1905년 쌍둥이로 출생
-직업: 추리 작가
-데뷔: ‘로마 모자의 비밀’, 1929
-가족: 아버지가 뉴욕 시경 형사
-취미: 야구, 풋볼, 복싱 관전,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고서 수집, 술 담배를 즐김
-신장: 180센티. 테 없는 안경을 쓴 스포츠맨 스타일

<6> 엘큐르 포아르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데뷔: ‘스타일관의 괴사건’
-출신: 벨기에의 가난한 시골서 태어남
-신장: 162센티의 단신. 키가 너무 작아 벨기에 경찰 채용 기준 미달이라 경력이 의심스럽다는 야유를 받음
-취미: 호박 재배. 타고 남은 성냥 티끌 모으기
-경력: 1904년 브럿셀의 시경찰국 경찰관으로 근무
-기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장편 33편에 등장하며 54편의 중단편에서도 활약
벨기에 경찰국 형사로 근무할 때 런던 경시청 형사들과 국제 사건의 합동 수사를 하면서 런던에 등장하고 뒤에 영국서 사림 탐정으로 활약하게 된다.
여행을 좋아하며 가는 곳마다 우연한 사건이 기다린다. 놀라운 회색 뇌세포로 거뜬히 사건을 해결한다.

<7> 미스 마플
크리스티의 탐정으로 미스라고 하지만 독신의 할머니 탐정이다. 가만히 앉아서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형’ 탐정의 표본이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국적: 영국
-데뷔: ‘목사 사택 살인사건’, 1930
-연령: 미상이나 한마을에 60년 이상 살았다고 함
-체구: 작고 뚱뚱한 편
-취미: 흔들의자에 앉아 늘 뜨개질을 즐긴다.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기도 함
-특기: 성대모사

<8> 메그레 경감
-작가: 조르쥬 심농
-국적: 프랑스
-데뷔: ‘괴도 레똥’, 1929
-직업: 파리 경시청 경감
-출생: 1886년경으로 추정
-신장: 180센티
-주소: 파리 11구 리샬 르노와르 130번지
-가족: 부인과 두 식구. 딸이 있었으나 사망
-취미: 서부극과 희극 마니아. 파이프 담배를 즐김
-기타: 작가 조르쥬 심농을 돈방석에 올려놓게 한 명탐정이다. 지금도 파리 경찰국에는 메그레 경감의 집무실이라는 방이 있어 마치 실존 인물처럼 대접을 받는다.

<9> 손다이크 박사
-작가: 의사 출신 리차드 오스틴 프리맨
-데뷔: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1907
-직업: 의사, 법의학자, 과학 수사 권위자
-가족: 독신
-기호: 파이프 담배
이 탐정의 활약은 실제로 경찰 수사에 도움을 줄 만큼 과학적 수사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10> 파이로 번즈
-작가: 반다인
-국적: 미국
-데뷔: ‘벤슨 살인 사건’, 1926
-가족: 독신. 친구인 반 다인과 요리사인 영국인 노인과 동거
-취미: 만물박사. 최신 유행을 쫓는 귀족 스타일
-학력: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 등 여러 나라에 유학

<11>샘 스페이드
-하드보일드의 시조 드쉴 하메트의 탐정
-국적: 미국
-데뷔: ‘말타의 매’, 1930
-가족: 독신. 비서인 페라인 양이 애인
‘말타의 매’에서 배우 험프리 보가드가 비정한 사나이 역을 멋지게 해냈는데 그것이 가장 샘 스페이드 같았다고 한다.

<12> 필립 마로우
-작가: 하드보일드의 쌍벽 찬들러
-데뷔: ‘깊은 잠’, 1939
-전직: 지방 검찰청 수사관
-신장: 183센티
-나이: 데뷔 때 33세
-가족: 독신
-취미: 체스, 독서, 술, 담배.
사나이 중의 사나이로 불리는 액션형 사립 탐정이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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