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살던 용산 ㅣ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평점 :
한 2주전인가 신문을 보니 자영업자의 70% 이상이 권리금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권리금을 지불하고 점포를 인수했다 해도 자영업자 본인이 다시 가게를 되팔 때 장사가 잘 되어 권리금 전액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극단적인 예지만 건물주 등 점포 소유권을 가진 임대인에게 밉보여 변덕이라도 부리는 날이면 권리금 한 푼 못 건지고 퇴거해야 하는 것도 사실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권리금 문제는 매우 심각하면서도 애매한 부분이다.권리금은 일반적으로 시설권리금,자리 권리금,영업 권리금을 총칭하는데 대부분 영업 권리금을 가리킨다.권리금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서 말한대로 현 매장이 장사가 잘되어서 영업 권리금을 전 임차인에게 주고 입점했다 하더라도 장사가 안될 경우 후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할수 없는데다 권리금을 임대인이 받는 경우가 아니므로 퇴거한다고 임대인에게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많은 40~50대가 창업시 권리금을 지급하는데 이 권리금은 대부분 퇴퇴직금인 것 보통어서 권리금을 회수 못하게 되면 한 가정이 경제가 무너저는 것이 다반사다.그러다보니 지역 재 개발이 발생할시 가장 큰 저항을 하는 이들이 바로 권리금을 받지 못하는 상가 임차인이 대부분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이런 부분이 가장 첨예하고 부딪치고 아까운 인명이 사망한 사건이 바로 용산 참사가 아닌가 싶다.용산참사는 용산구 한강로2가에 있는 남일당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진 사건이다.점거 농성을 벌이던 세입자는 대부분 상가 임차인들로 이들은 투자한 권리금을 보상이 여의차 않자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다 사망했던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조중동의 보수 신문들에 의해서 철거지역에서 농성하던 철거민 5명이 사고로 죽었다는 객관적 사실을 넘어서 보상금이나 더 받아내려고 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참극이란 말을 들으면서 이제는 일반 시민들의 뇌리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오명아닌 오명을 뒤집어 쓰고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는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등 여섯명의 만화가에 의해서 집필된 내가 사는 용산이란 만화책도 있다.
내가 살던 용산은 만화가들이 용산참사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만나서 그들의 과거이야기부터 현재이야기까지 빠지지 않고 듣고 보고 기록한 내용을 만화로 옮긴 작품으로 용산 참사의 믿기지 않는 실화를 그대로 기록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만화란 매체 특성상 활자보다 그 참상을 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1화 철거민 편에서 순화동에서 10년간 한식당을 운영하던 술좋아하고 사람좋아하던 인정많은 고 윤용헌씨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철거기간동안 용역깡패들의 행패와 경찰들의 무관심때문에 얼마나 유가족들이 힘든 시간들을 보냈는지 그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2화 잃어버린 고향에서는 수원 신동에 20년간 살고 있던 고 한대성씨가 자신의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사람들끼리 함께 해야 한다고 하여 철거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다가 사망하는 내용을 다룬다.
3화 던질수 없는 공에선 용산에서 5년간 삼호 복집을 운영하면서 두 아들과 일식당을 운영하는 소박한 꿈을 가졌던 고 양희성씨의 이야기를, 4화 레아호프,그들이 만든 희망에선 용산에서 26년간 장사를 하다 2006년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호프집 레아호프를 열고 아들내외와 함께 옥탑에 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아떤 고 이상림씨 이야기를,5화 상현의 편지에선 용인과 성남에서 각각 집이 철거 당한 아픔을 느꼈기에 용산 철거에서만은 가족들과 철거민이 맘이 아프지 않겠다고 농성을 벌이다 사망한 고 이성수씨 아들인 상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6화 망루는 아버지 고 이상림씨와 함께 농성을 벌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자신은 실형을 선고받은 이충연씨가 겪었던 농성 마지막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런 일이 21세기에 이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한 복판인 서울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하고 침통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마치 정말 한편의 만화같은 내용들이 실화라니….돌아간신 분들이 요구했던 것은 무리하거나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 단지 사람으로 당연히 누려야할 행복과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주장한 것일 뿐인데 그들에거 돌아온것은 가족과의 행복한 나날이 아니라 차디찬 죽음뿐 이었다.
이들은 이 책 마지막에 있는 그림처럼 가난하고 힘겨운 삶이지만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온 가족이 다모여 레아호프에서 한잔의 생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씻고 웃고 담소하면서 또 내일을 위한 재 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었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겨울은 항상 추웠지만 좁은 냉동실에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추웠지만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천막에서의 나날들이 오히려 그립다는 고 이성수씨 아들 이상현군의 말이나 평생을 정직하게 살았지만 정직한게 죄라서 이런 고통을 받는다며 고통받는 사람끼리 서로 도와야 된다고 말한 고 이성수씨의 말을 읽을때만 눈시울이 앞을 가리고 이런 가난한 서민의 소박한 희망을 누가 빼앗아 갔는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멀쩡한 건물을 부숴 고층 건물을 짓고 이익을 얻으려고 세든 이들을 강제로 철거시킨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철거 농성을 벌였던 고인의 유가족들 중에는 실형을 받는 이가 있는데,재개발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 중에 참회의 변이라고 고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물론 없을 것이다.그리고 우리들 중에도 고인의 넋이 서린 용산의 재 개발된곳에 아무런 생각없이 새 삶을 꾸리는 이들도 많을거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용산 참사가 단지 참사로만 그치고,이 책을 읽는 이 또한 아 그분들이 삶이 불행했구나하고 그쳐서만을 안된단 생각이 든다.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몇 달전 명동 재개발과 관련해서 철거세입자와 재 개발 업체간에 큰 다툼이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용산 참사의 쟁점이었던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금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이기 때문이다.물론 권리금이란 것이 임차인끼리의 주고 받음이기에 건물주나 재 개발 업자가 이를 해결할 법적인 의무가 전혀 없기에 권리금이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 또 용산 사태가 재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제 2,제 3의 용산 사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하루 속히 권리금 문제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데 우리 정치권도 국민들도 용산 사태는 이미 뇌리속에 사라져서 이에 대한 해결의지가 없어 보이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