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난터 출판사에 1997년도에 알프레드 히치콕 매거진과 함께 발행된 미스테리 잡지로 1,2호 발간에 그친 비운의 잡지다.대체적으로 국내의 경우 추리 시장이 협소한 관계로 일반 단행본이 아닌 추리 잡지의 경우 그 수명이 길지 않은 편이다.해난터에서 발행한 EQMM의 경우도 거창했던 창간사와 달리 2호에 그친것은 아마도 판매가 되지 않아서 였을것이니 매우 아쉬울 뿐이다.
아래는 한송님(http://hansang.egloos.com/1065284)이 작성하신 해난터 EQMMD의 목차와 설명이다.
1호에 실린 작품 소개 :
"욕실살인"
나름대로 개인적 인연이 약간 (아주 약간!) 있는 에드워드 D 호크의 작품입니다. 아무도 없는 욕실 안에서 단검에 찔려 살해된 시체때문에 범인으로 몰리는 수잔 홀트라는 백화점 직원의 이야기입니다. 수잔 홀트가 시리즈 캐릭터 중 한명인 모양인데 에드워드 D 호크 특유의 "불가능 범죄"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릭이 좀 시시한 편이라 약간 아쉽네요.
"여행중에 생긴 일"
이런저런 앤솔로지에서 몇번 접해보았던 도그 앨린의 단편으로 1호에서는 베스트입니다. 보험 조사원 숀 콜란 (마스터 키튼은 아니네요^^)이 우연히 여행중 사고를 만나 묶게된 한 농장에서 농장 여주인 남편의 교통 사고를 알게 되고 나름 호감을 가지며 보험금을 받게 해 주려고 애쓰다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습격을 받는 서스펜스 물인데 한편의 영화처럼 긴박감이 넘칩니다. 정통 추리물보다는 서스펜스-모험물에 가깝지만 마지막 부분에 공격받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는 부분은 무릎을 칠 만 하네요. 단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길이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여자의 행복조건"
잘 모르는 작가 도날드 올슨의 작품입니다. 유산을 둘러싸고 조카딸의 도박꾼 남편 윌리와 베스타 이모가 대결하는 이야기인데 일종의 완전범죄물이네요. 도박꾼이자 인간 쓰레기인 윌리라는 인물과의 두뇌싸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돼지들"
역시 잘 모르는 작가 조지 체스브로의 작품으로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는 갈쓰 프레더릭슨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돼지를 둘러싼 소송때문에 갈쓰가 머리를 써서 돼지 사육 금지 소송을 낸 사기꾼 어크맨을 속여먹는 부분은 좋았는데 후반부에 정말 황당하게 끝나서 당황스럽습니다. 상상력은 기발한데...글쎄요, 저는 적응이 잘 안돼더군요.
"계산 착오"
완전 범죄를 노리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으로 여성작가 캔디스 앨리엇의 작품입니다. 뒷부분 해설에서 현대 범죄에서 동기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거나 분석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해설처럼 동기보다는 완전 범죄를 위한 주인공의 계획에 촛점이 맞춰지는 이야기 전개입니다. 뭐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지네요.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 처럼 결국 완전 범죄는 실패로 돌아가지만요...
"수다쟁이의 질투"
존 몰티머의 작품으로 원래 TV극용 시나리오라고 하네요. 짧지만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긴박감있는 법정장면까지 보여주는 알차고 임팩트 있는 내용이라 마음에 듭니다.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2호에 실린 작품 소개 :
"비상을 꿈꾸며"
클라크 하워드의 작품입니다. 악당 조직의 두목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인물을 없애기 위해 항공기 관제사 제드의 가족을 인질로 삼는 인질극으로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스펜스와 스릴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전개가 볼만한데, 마지막이 너무 허무한 편이라 약간 아쉽더군요.
"이번엔 진짜 실탄?"
윌리엄 뱅키어의 작품입니다. 30여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조 헉은 보험 사기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현재 도피중인 인물이라는 이야기인데 두번의 반전이 있네요. 충격적이거나 놀랍다기 보다는 아기자기한 소품같은 느낌이 좋고,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악녀의 죽음"
피터 턴블의 드라마에 가까운 소품으로 우연하게 순찰경관이 발견한 방치된 차에서 범죄가 드러나게 되는 과정과 범인의 심리를 밝히는 결말부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생동안의 기다림"
1호에도 실려있는 도날드 올슨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 EQMM과 인연이 깊나 보네요. 두명의 노파가 초반에 등장하여 갈등관계를 보여주다가 한 노파가 고향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는 단순한 설정일 뿐이지만 범죄와 드라마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깊이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트릭보다는 드라마가 중시되는 현대 추리 단편의 좋은 예라 생각됩니다.
"페트라코브와 고릴라"
러시아에서 망명한 병리학자 일리아 페트라코브 시리즈로 벤 클라인의 작품입니다. 동물농장의 주인이 고릴라 우리에서 굉장한 힘으로 짓이겨져 타이어에 쑤셔넣어져 있는 시체로 발견되어 고릴라가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한다는 이야기로 CSI 느낌의 손다이크 박사가 등장하는 느낌이 드는 단편이었습니다. 괜찮긴 한데 시리즈 캐릭터라는 병리학자 일리아의 매력은 많이 약한 편이라 의외였습니다.
"콜럼버스의 얼굴을 훔친 사나이"
에드워드 D 호크의 괴도 닉 벨벳 시리즈로 거대한 콜럼버스 동상의 11톤이나 되는 머리 부분만 훔쳐내는 이야기입니다. 유명한 시리즈이긴 한데 전개와 설정 모두 납득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시리즈 명성에 비하면 무척 실망스럽네요.
"비밀을 털어 놓은 남자"
H.R.F 키팅의 인도 봄베이 경찰국의 가니쉬 고케 경감이 등장하는 단편으로 시리즈라고 하는군요. 굉장히 지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단편으로 일종의 "윤회"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추리적으로 별로 눈여겨 볼 것은 없지만 문체와 전개방식이 독특해서 읽을 맛이 나는 단편이었습니다.
"클레머티스의 향기"
미뇽 F 발라드의 작품으로 한 노처녀의 의문의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통 추리에 가까운 작품으로 영국 정통 추리물의 명맥을 잇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애거서 여사의 단편같은 느낌도 많이 주더군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럼 비지니스"
마가렛 요크의 그랜트 교수가 등장하는 시리즈 단편. 이야기의 전개방식은 고전적이고 정통물에 가까운데 사건의 해결 방식이 납득이 잘 되지 않고 그다지 공정한 편은 아니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마약 밀매로 이야기가 급진전 되는 것도 문제있는 설정으로 보이네요.
제가 뽑은 베스트는 1호에서는 "여행중에 생긴 일". 2호에서는 "평생동안의 기다림"과 "클레머티스의 향기" 입니다. 2호보다는 1호가 좀 더 고전파에 가깝다 보이는데 취향에 맞춰 골라보는 재미도 있으리라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판이 어디까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2호가 마지막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기획인데 역시 판매부수가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되네요. 단편 추리물 팬으로서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이 정도 두께에 이 정도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집이라면 저도 계속 사 보았을텐데 말이죠. 이후에도 계속 출간되었으면 합니다만... 힘들겠죠?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