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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 / 문학동네
황현산, 김남주에 이어지는 산문을 읽는 즐거움. 전작들에 대한 만족이 다음 에세이로 이끈다. 그리하여 눈에 띈 신간. 인문학자이면서 문학비평가의 에세이라니 이보다 더 혹하게 하는 키워드가 있을까.
* '인문학의 위기'가 이젠 흔한 유행가 가사가 된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인문학이 주변에 미치는 스펙트럼은 여전히 넓고 그 영향력도 유효하다.
나의 인생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 이기숙, 문학동네
전쟁이 낳은 비극 중 하나는 그 후유증이 후대의 몫으로 이어진다는 것에 있다. 이를테면 2차대전과 나치의 인종주의를 피해 국경으로 갔던 스테판 츠바이크와 발터 벤야민은 국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학계는 두 문인을 잃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러니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이력은 오히려 신선하다.
작가 약력을 보면 무사히 국경을 넘은 그는 오래토록 문단에서 활동하며 많은 작품과 후학을 남겼다고 한다. 작가들이 싫어하는 비평가는 역설적으로 독자에겐 단비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의 생애가 궁금하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 안현주, 북스피어
이건 순전히 나한테 국한된 얘기지만 레이먼드 챈들러, 레이먼드 카버, 존 치버는 의식적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늘 헷갈리는 작가들이다. 미국에서 출생했다는 것 외에는 문학적으로 공통점이 전혀 없는 이들이 왜 헷갈리는지 정말 모를 일이지만 하여튼 그렇다.
소설은 참 재미있지만 에세이는 별로인 작가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고, 또 소설도 에세이도 다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도 있다.
이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작가가 스티븐 킹인데 그는 '글은 일단,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장담을 실천하는, 독자로서는 참 고마운 작가다.
스티븐 킹의 영향인지 추리(스릴러) 장르의 대가는 에세이도 재미있게 쓸 거라는 막연한, 근거 없는 기대감 같은 게 있다. 늘 자자한 명성을 듣지만 막상 챈들러의 소설은 아직 읽은 게 없다. 이번 신간은 그의 편지 68편을 엮은 것이라 엄밀하게는 에세이가 아니지만 그의 육성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지난달에 LOA의 챈들러 전집을 구입했는데 그의 픽션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자연인 챈들러를 먼저 접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 새움
3월 신간은 아니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이라 리스트에 넣어본다.
반갑게도 고마운 지인이 개정판과 초판 두 권을 보내주었다.
내게 이명원으로 가는 키워드는 역시 김윤식이다.
존재 위치로 보면 다윗과 골리앗 쯤일(이 구도는 지금도 여전하다), 이명원이 김윤식의 표절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을 때 김윤식의 방관과 기성문단의 날선 반응은 수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갑갑하다. 강유원이 '너는 틀렸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을 때 유연하고 소탈한, 선배답고 스승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故이윤기의 이른 영면이 새삼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