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수첩 - (1)
: 98년 2월 X일 XXXXX 훈련이 있었다.
눈은 내리고... 참호에서 판초 우의를
이불 삼아 보았지만 추운 건 어쩔 수 없다
정말 춥다!
내가 부산에서 생활 했던 건 정말 행운이였다.
아무리 추워도 영하 1~2도가 깔짝이니깐...
저녁에 복귀를 위해 몸을 일으켰을 때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살면서 처음 겪는 다리의 무감각
눈은 계속 내리고...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나려했다.
그 때 어떤 아주머니께서 "국군 아저씨들 수고 한다"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오셨다.
그 커피를 받아 마시는 순간
어머니 생각에, 다리의 무감각에, 그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이 나려했다.
나라를 지킨다는 보람을 제대로 느낀 하루라고 해야 될까?
얼굴은 잊었지만 그 아주머니를 잊지 못할 것이다.
// 제가 살면서 마셔본 커피 중 아마 제일 맛있는 커피였을 겁니다.
// 얼마나 맛있고 고맙던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나려 하네요.
: 98년 5월 2일자 조국기도문
오늘도 하루가 밝았습니다
기쁘고 즐거울 때도 있고 때로는 짜증나고 답답할 때도 있는 병영생활이지만
개개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더 즐거운 혹은 그렇지 못한 병영생활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 해주는 넓은
아량을 가진 챠리포대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고
긍정적인 자세로 오늘 하루도 힘차게 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조국기도문이란 아침에 일조점호를 할 때
조국과 민족에 대한 멋진 글을 지어서
발표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일병 1호봉들이 이걸 다했습니다.
제가 일병 1호병일 때 쓴 글인데
조국 기도문이 이상하거나 싱겁거나 해서 고참들 맘에 안 들면
욕을 먹기 때문에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겁니다.
나름대로 고심하고 고심해서 겨우 쓴 글이라
그냥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제가 따로
기록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겁니다. */
: 멍청한 사람의 3가지 유형
1. 책 사는데 돈 아끼는 사람
2. 비행기 오락에서 폭탄을 쓸 때 쓰지 않고 아끼다 결국 폭탄만 잔뜩
모아 놓고 죽는 사람
그리고
3. 군대에서 무엇인가 얻으려 하지 않고 허송세월 보내는 사람.
: 난
군대에 와서 태권도를 할 때 인생의 험난함을 알게 되었고
군대에서 당가를 잡았을 때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고
군대에서 삽질을 하게 되었을 때 인생의 깊이를 깨닫게 되었다
/* '당가'라는 것은 긴 나무막대 2개 사이에 마대자루를 연결한 것으로
흙 같은 것을 담아 옮길 때 쓰는 물건입니다.
보통 부대 자체에서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
: 봄에도 눈(?)은 온다.
겨울에 내리는 눈과 차이가 있다면 녹지 않는 것과
맑은 날이건 흐린 날이건 내린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 눈이 내린 자리에는 파란 싹이 돋아나서 우리를 억수로
귀찮게 만든다.
그래도.... 보기는 좋다.
/* 여기서 제가 말한 '눈'은 민들레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을 말합니다.
98년 봄이었는데 그 때는 유난히 민들레 씨가 많아서
앞을 보기가 힘들 정도였죠. */
: 군복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옷이다.
평상시에는 일상 생활복
작업 할 땐 작업복
외출 할 땐 외출복
전쟁 나 면 전투복
그러나...
죽 으 면 수의
306 보충대에서 사복을 벗고 처음으로 군복을 입었을 때가 생각난다.
'아! 이제부터 난 군인이구나'라고 쓴 웃음을 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사복보다 군복이 더 친근하고
더 잘 어울리는 군인이 되어있다.
바로 내가 말이다...
/* 군인들은 전쟁터에서 죽으면 장례식을 할 때 따로 수의를 입히지 않고
시체에 바로 태극기만 덮습니다
다시 말해 입고 있는 군복이 바로 수의가 되는 겁니다.
군복 입고 결혼식이나 흥겨운 잔칫날 가는 게 아니랍니다. */
// 수의는 죽은 사람 즉 시체에 입히는 옷을 말합니다.
// 앞으로 계속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