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영드 중에 <인데버(Endeavour)>라는 형사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드는 좋기는 한데 시리즈 하나당 편수가 적은 대신 한 편이 거의 영화 한 편 (1시간 반 정도)이라 보기 시작하면 매우 부담스러워지곤 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장마도 길어지고 경찰 드라마 좋아하는데 그냥 건너뛰기도 찝찝해서 보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영국 소설가 중 콜린 덱스터라는 사람의 모스 경감 시리즈가 있다. 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이라 번역본 나온 건 다 사두었고 번역 안되고 있는 책들은 영어원본으로 사모으고 있는 시리즈이다. 그 모스 경감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서 만든 게 이 <인데버>라는 거다. 하긴 이것만으로도 결코 건너뛸 수 없는 이유가 되기는 한다.

 

 

 

 

 

 

 

 

 

 

 

 

내가 알기로 모스 경감 시리즈는 33편인가 된다. 해문출판사에서 2005년까지인가 야심차게 내다가 끊어졌는데... 이러면 안되지. 제발 더 내주세요.. 라고 애원하는 심정이 되네. 모스 경감은 옥스포드 대학 중퇴의 경찰로, 까칠하고 맥주를 좋아하고 여성편력이 있고 주로 추리를 귀납법으로 하는 사람이다. 셜록의 왓슨과 같은 캐릭터로 후배 형사 루이스가 나오는데 이 콤비가 아주 재미있다. 모스 경감은 기본적으로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 그런 얘기들을 풀어나가는 것에 상당히 혹하게 하는 구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독특한 성격의 사람이다. 이게 이 시리즈의 묘미다, 이거지. <모스 경감> 시리즈도 영드로 만들어졌으니 이 <인데버> 시리즈는 <모스 경감>의 프리퀄로 이해하면 된다. 콜린 덱스터의 마지막 소설에서 모스 경감은 죽게 되는데 (그러니까 소설가가 알아서 정리해준 거다) 그 이후 후배 형사 루이스의 활약상을 그린 영드도 계속 시리즈로 이어져 나왔다. 영국 드라마가 가끔 놀라운 건, 이런 원작들을 해석해내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아주 그럴 듯하다.

 

 

 

 

모스 경감의 원래 이름이 인데버 모스란다. 젊은 시절의 모스로 나오는 숀 에반스. 진심 영국사람처럼 생겼다. 아주 잘 생기진 않았지만, 모스 경감이 젊었더라면 정말 저렇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인데버> 시리즈는 8시즌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니까 나는 3시즌 보고 있는 중인데, 모스 경감이 어떻게 경찰이 되었는 지 처음엔 여기저기 부딪히다가 경찰에 어떻게 적응하게 되는지 뭐 이런 저런 얘기들을 잘 풀어나가고 있어서 매우 재미나게 보고 있다. 이 배우도, 첨엔 그냥 그랬는데 볼수록 매력적이다. 고민할 때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이라든가 좋아하는 것을 만날 때 (예를 들어 오페라나 이런 거) 슬쩍 짓는 미소라든가.

 

 

 

 

이 사람은, 모스 경감을 옥스포드로 부른 서스데이 경위이다. 남들은 귀찮아하고 괴짜로 취급하는 모스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보고 아끼고 보호하는 인물. 역시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해, 라는 진리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이다. 전쟁에 참가했던 아픈 기억이 있긴 하지만 좋은 아내와 아들 딸 낳고 성실히 살고 있고 매일 아내가 싸주는 샌드위치를 우걱거리며 먹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파이프 담배... 우리 외할아버지도 이 파이프 담배를 피셨었는데.. 잠시 추억에 젖게 된다.

 

경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이다. 매 회가 영화와 같이 잘 구성되어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물론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은 때의 이야기라 (1960-1970년대) 좀 템포가 느린 감이 있지만, 사실 예전 형사물이 좋은 건 그래서 더욱 심리라든가 아주 사소한 물건에서 증거를 찾는다든가 하는 내용 구성이 가능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요즘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현장에 막 신발 신고 들어간다던가, 물건을 장갑도 안 낀 채 막 만진다든가 하는 걸 보면서 격세지감도 느끼고.

 

그나저나, 콜린 덱스터의 다른 작품들도 제발 번역해서 내주면 안될까요, 해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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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8-06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모스이고, 인데버입니다.
서재에 한번 정리해서 글을 올릴까 생각만 몇년째 하고 있는데 비연님 이 페이퍼로 말끔하게 정리가 다 되네요. 한줄 한줄 모두 공감합니다.

비연 2020-08-06 18:56   좋아요 0 | URL
앗. hnine님도 이 시리즈 좋아하시는군요! 완전 반갑습니다. ^___________^
요즘 이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거든요. 지금 왓챠에서 시즌 4까지만 들어와 있는데 제발 시즌8까지 들여주기를 또한 기도하고 있나이다..아멘...
 

 

어제 회의가 있었다. 친한 L선배(여)가 왔고 또 다른 P선배(여)와 셋이 회의 끝나고 잠깐 커피를 마셨다. 난 그 전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고르다가 다 낑기는 바람에 좌절하여 어쩔 수 없이 허리 부분이 좀 들어간 옷을 선택하여 입고 간 차였다. (그거만 그래도 대충 맞았다..) 걸어다니면서 배에 힘 꽉 주고 숨도 덜 쉬고 하면서 나의 살찐 배를 가리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한 하루였고. 카페 어느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L선배가 말했다.

 

 

L: 야야. 너 살 엄청 쪘다. 지하철에서 임산부석 양보할 정도다.

비연: 헉. 제가 코로나 이후로 5키로 넘게 찌긴 했어요..(ㅠ) 그래도 임산부석은..

L: 임산부석 양보해주면 고맙다고 앉아도 되겠다.

비연: 차라리 임신을 했으면 고맙지만.. 그게 고마울 일이 될 수 있나요.

L: 비연아. 비만에는 식욕억제제가 필요하단다. 얼른 하나 사먹어라.

비연: ....

 

 

그런 와중에도 난 이 부끄러운 대화를 다 잊고 저녁 약속에 가 엄청 먹어대었고.. 집에 와 옷을 갈아입으면서 백과사전처럼 두꺼워진 뱃살을 보며 생각했다.. 빼야겠구나. 때가 되었다.

 

어떻게 빼지. 하다가 결심. 하루에 두 끼 샐러드 아니면 과일. 걷기. 요가. 절주.

 

뱃살을 빼자. 빼고야 말리라. 잘록한 허리로 L선배 앞에 등장할 날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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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7-21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비연 2020-07-21 21:54   좋아요 0 | URL
감사.. 진정 뽯팅!!

블랙겟타 2020-07-21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비연 2020-07-21 22:55   좋아요 0 | URL
💪💪💪

라로 2020-07-22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L선배 님 말투는 전 별로네요. 쫌 화나요.
어쨌든 뱃살은 빼는게 건강에 좋으니까 화이팅!!

비연 2020-07-22 11:16   좋아요 0 | URL
워낙 친한 사람이라.. 농담처럼 말한 거긴 한데.. 비수로..ㅜㅜ
정말 건강도 그렇고.. 뱃살 빼기로! 홧팅!

공쟝쟝 2020-07-30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금주가 아니라 절주여서 엄청 웃었다능!!! 코로나확찐자 동지가 여기저기 속출하고 있네요 ㅋㅋㅋ 저도 화이팅!!!

비연 2020-07-30 15:19   좋아요 0 | URL
안되는 걸 억지로 하려고 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느날 폭음.. 이런 연쇄고리인지라 아예 처음부터 ... 접고 들어가는..ㅜㅜ 8월에 꼭 확찐자를 탈피하겠다는 굳은 결심. 퐛팅!
 

 

1.  엄마와

 

오늘은 엄마와 아침에 나들이를 나갔다. 작은 가구 하나 살 게 있어서 집 근처 몇 개 매장을 기웃거리며 다니다가 결국 마음에 드는 가구는 없어서 액자 몇 개만 달랑 사들고 나왔다. 점심 시간이 다가와 어디를 갈까, 칼국수를 먹을까, 뭘 먹을까 하다가 너무 더워서 그냥 근처 파스타집에 들어갔다. 그 곳에는 세 번째인가. 처음에 문 열었을 때 갔었고 아빠가 친구분들과 여행 가셨을 때 둘이 슬슬 산책 나와 갔었다. 엄마와 둘이 그 얘길 하는데, 왠지 마음이 몰랑몰랑해지는 것 같았다.

 

엄마는 크림 소스 파스타를 드시고 나는 약간 매운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먹었다. 매주 본가에 가고 같이 서너 번 식사는 꼭 하는 편인데도 엄마와 나의 수다는 끝도 없다. 아빠가 어느 날은 문득, "둘이 도대체 맨날 무슨 얘기해?" 하며 스윽 지나쳐서 엄마랑 박장대소한 적도 있었다. 나와 엄마는 늘 친구같은 사이였기에 주변 사람에 대해서도 다 공유하고 내 생활도 다 공유하고 엄마 생각도 다 공유하고... 이제 연세가 드셔서 깜빡깜빡 하시는 바람에 자꾸 같은 걸 물어봐서 어떨 때는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그렇게 끝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면 내 마음이 막... 안스럽고 미안하고 해서 다시 또 부드러운 모드로 돌아가긴 하지만.. 자식이란 암튼 늘 부모에겐 웬쑤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씁쓸해지기도 한다.

 

이제 짐 챙겨 가야지 하니까 바리바리 반찬을 싸주신다. 나물 몇 가지 종류와 오징어 무친 것과... 이러지 말라고 매번 얘기해도 엄마는 항상 이렇게 반찬을 챙기신다. 사먹으면 된다고, 힘들다고 아무리 만류해도 소용이 없어서 이제는 "잘 먹겠습니다.." 하고 돌아온다. 엄마가 해주는 반찬은, 본가에 살 때는 잘 못 느꼈었는데, 나와 살다보니 정말 보약이다 싶다. 사먹는 것과 어떻게 비교가 되겠는가 마는.. 연세 드셔서 이렇게 딸 반찬 챙기시느라 동분서주하실 엄마가 너무 힘들 것 같아 늘 마음이 쓰인다. 집에 와서 엄마랑 산 액자에 가족사진을 넣은 후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더니 "예쁘다. 잘 샀어, 그치?" 라고 답을 보내신다. 나도, "그러게, 넘 잘 샀지 뭐야.. ㅋㅋㅋ" 라고 답을 보낸다. 이렇게 엄마와 나들이 하고 밥을 먹고 메세지를 주고받는 일상이, 참 소중하다.

 

 

2. 책과

 

어제는 미야베 미유키의 <세상의 봄>을 내쳐 읽어버렸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소설은, 늘상 비슷한 얘기 같은데도 이상하게 재미가 있고 따뜻해진다. 이 책은 다른 에도 소설보다 좀더 잔인하달까, 받아들이기 힘들달까.. 라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제대로 버티며 살아가는 것은 외로운 일이고,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된다.. 라는 메세지는 변함이 없다.

 

 

미미여사의 책에서는 '여성'이 강인하게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든다. 물론 그 시대의 정서상 (우리나라 옛날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많은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는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주도하고 그 속에서 선함과 굳건함을 지키며 주위 사람들의 버팀목이 되는 사람은 늘 '여성' 캐릭터이다. 작가가 여성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여성의 역할이 정말 그렇게 컸던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아도, 환란 중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남편과 아이를 보다듬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이끌어 내어 하나씩 둘씩 나아지는 세상을 만들어내었던 사람들도, 대부분 여성이 아니었나 싶다. 신분제와 역사를 기술하는 사람들이 남자라는 것 등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일본도 매한가지였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었다.

 

 

3. 다시 책과

 

 

이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몇 장 못 읽어서 뭐라 말할 것은 없지만.. 누군가는 어렵다고 하고 누군가는 내 스타일이야 하고.. 나도 읽어봐야 알겠으나 얇다고 대충 읽을 내용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한 듯 하다. <캘리번과 마녀>에 빠져 이 책에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소설 읽느라 며칠 보냈으니 이제 이걸 읽어보자 라는 마음이다.

 

 

 

 

 

 

 

 

 

 

 

4. 나와

 

예전과는 다르게, 일요일을 이렇게 가족과 책과 보낸 후 저녁에 나를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게 어느새 너무나 편안해졌다. 누구를 만나고 시끌벅적하게 지내는 것도 살면서 필요하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차분하게 주말을 보내는 편이 나를 정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못다한 일도 하고 책도 좀더 들여다보다가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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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활발하고 외향적이며 누구하고나 친하게 지내고 그래서 발이 매우 넓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MBTI 검사를 하면 'E'가 아니라 'I'가 나온다는 걸 못 믿겠다고 같은 자리에서 한 다섯번쯤 확인하는 사람도 봤다. 그러니까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른 사람의 일면에 대해서 사람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이지. 사실 나는 상당히 내성적이며 (아 저를 아는 분들이 웃을까봐 걱정..ㅜ) 사람들과 겉으로는 잘 웃고 지내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까칠하다'는 얘기도 듣곤 하는데, 이건 정확할 수도 있다. 업무적으로 까칠한 건 기본이고 (흠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당히 까칠한 편이다. 까칠하다는 게 공격적이다 이런 건 아니고 내가 싫은 유형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어제 회의가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회의였는데, 그다지 기대는 하고 가지 않았다. 그 전에 그 중 한명을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이 있었고 상당히 같은 공간에 있기 힘들었던 유형이라 아 그 사람하고만 좀 안 섞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런데, 나머지 한명도 같은 스타일인 거다. 으악. 나는 회의시간 1시간 반 내내 표정관리가 안 되었다. 웃어야 하는데 안 웃어지는.

 

그러니까 이런 스타일인 거지. 굉장히 크게 얘기하고 말이 많고 그 내용이 허세가 반 이상이고, 그게 허세가 아니더라도 전혀 맥락 닿지 않는 자기 자랑을 넣고... 그리고 웃음은 왜 그리 작위적으로 크게 웃는 지. 싸구려 영업이나 하는 그런 웃음을 서로 좋다고 웃어대는데,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물론 그들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고 그동안 그다지 거칠 것이 없었고 머리도 좋겠지 아마도. 그렇지만 듣는 사람도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에, 속으로 화까지 났다.

 

저녁 먹자는 거, 정중히 거절하고 나오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사회성이 부족한가 라는 자책감이었다. 사람들은 종류가 상당히 많고 나도 뭐 그다지 정상범주 내에 들지 못하는 부류일 수도 있는데 너무 남을 판단하고 싫다고 분류해서 대응을 안 해주는 거 아닌가. 내가 이래서 출세라는 걸 못하는가.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좀 둥글둥글 해져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왜 내가 자책을 하고 있나, 이게 내 잘못인가...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나는 그냥 잘났든 못났든 솔직하고 담백하고 너무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 좋은데. 왜 사람들은 말의 대부분이 허세인가. 잘난체인가. 나이들수록 그런 게 다 참 소용이 없더라 절실히 느끼는데 말이다. 잘나봐야 얼마나 잘났으며 심지어 정말 잘났으면 모르겠는데 없는데 있는척, 모르는데 아는척, 호탕하지 않은데 호탕한척 하는 걸 못 참겠다.. 흠. 그래, 사회성 부족 맞는 듯 ㅜ 철푸덕.. 비연... 우째... 참아야지, 사회생활하려면..ㅜ

 

암튼 난 얌전히 집에 와 조용히 집에 장착된 술들을 보며 주종을 뭘로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아이스와인이 두 병이나 집에 있길래 (다 선물받은.. 나, 술선물 받는 사람) 하나를 따서 홀짝거리며 책을 읽었다. 내 마음의 평안은 책 뿐인가. 근데 정말 평안이 왔다. INNER PEACE...

 

 

 

 

 

 

 

 

 

 

 

 

 

 

 

 

 

<캘리번과 마녀>는 이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몇 장 읽으면서부터 실비아 페데리치가 좋아져 버렸다. 그래서 이 책과 커플을 이룬다는 <혁명의 영점>도 사려고 보관함에 푱 집어넣은 상태다. 이 책 펼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람한테는 잘 두근거리지 않는 (이제는 말이다.. 예전엔 나도 안 그랬어!) 내가 책을 보고 두근거린다니. <세상의 봄>은 내가 좋아라 하는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책이라 읽고 있다. 근데 원래 에도시대 책은 북스피어라는 출판사에서 처음 소개해서 줄곧 내고 있는데 언제인가부터 비채(김영사)가 새치기를 해서 한두 권씩 내고 있다. 이거 좀 기분이 별로인데 싶은게.. 예전에 <벚꽃 또 벚꽃>이라는 책을 비채에서 낼 때 판권에 돈을 더 얹어서 뺏어왔다는 얘길 들어서이다. 그래서 <세상의 봄> 이 책을 살 때 사실 북스피어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었다. 개인적으로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나 출간되는 책이나 마음에 들어서 왠만한 건 다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소설은 북스피어에서만 나왔으면 좋겠다. 유명하지 않을 때 소개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니 대형 출판사라고 은근슬쩍 돈으로 끼는 모양새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김영사에서도 할 말은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다시.. 책 얘기. ..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밥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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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30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 성격과 사람을 대하는 것에 딱히 정상성 이란 건 없을 것 같고요, 대중적인건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저도 허세 쩌는 사람들 싫어하는데,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허세 쩌는 사람들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들은 허세인줄을 몰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작은아버지가 허세킹인데 친척 모임에서 작은 아버지가 얘길 시작하시면 저희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버리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은아버지로부터 무슨 말을 듣고 아빠가 와서 전달하면 ‘아빠 구십프로는 구라야...‘라고 제가 말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정상성이란 것은 없고 비연님은 비연님의 성격이 있고 또 비연님을 좋아하고 비연님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잘 지낸다면 그것이야말로 퍼펙트 아닙니까. 저는 둥글둥글한 성격이 되기 싫습니다. 우리 둥글해지지 말아요!!


저는 지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읽고 있는데 넘나 좋네요.. 책 만세!!


(아, 그리고 오래된 비연님 페이퍼에 땡투 날렸으니 내일쯤 적립금 들어올 겁니다. 훗)

비연 2020-06-30 12:15   좋아요 0 | URL
허세쩌는 사람들 다 싫어하는데... 전 표가 많이 나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지 않나 싶은..ㅜ
어제도 눈에서 빔이 나가는 게 느껴졌었거든요.. 앞으론 얼굴을 들지 말까 ㅜ
.. 그러나 둥글해지지 말아요! 이 부분에 완전 동감이 가는 걸 우짭니까 ㅋㅋㅋㅋ
아울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그 책, 저 예전에 읽었는데.. 다락방님 심정 이해갑니다요.
심지어 땡투를 날려주셨으니.. 우힝. 다시 책을 사야 하나. 내일이 7월이잖아요!!! 냐하하~

페크pek0501 2020-06-30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까칠하다는 얘기가 오늘처럼 좋게 들리기는 처음입니당~~~ 비연 님의 덕분.

안 그런 척하고 사는데 사실은 저도 까칠과에 속할 거라는 생각이 스치네요. ㅋ

비연 2020-06-30 12:58   좋아요 1 | URL
앗. 그렇다니 왠지 제가 다 으쓱..ㅎㅎㅎㅎ
개인적으로는 좀 까칠한 면이 있는 것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것도 자기합리화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

꼬마요정 2020-06-30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내가 가기 싫은 자리는 안 가게 되어 좋더라구요. 어릴 땐 인맥 넓고 많은 사람들을 아는 게 중요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ㅎㅎ ‘나‘가 힘들고 불편하면 ‘인맥‘이고 ‘출세‘고 다 의미 없죠 뭐.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사는 게 중요하죠. 인생은 짧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건 많은데 그 중에 듣기 싫고 보기 싫은 거 꼭 해야 하는 거 아니면 굳이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요 ㅎㅎ 일 하는 것도 힘든데 사적인 시간까지 함께 해서 얻는 사회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ㅎㅎ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는 게 훨씬 행복하죠. ㅎㅎ

비연 2020-07-02 10:32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요즘 제 생각이랑 딱 맞는 생각을 써주셔서..넘 감사요~
이제 나이 좀 들어보니 정말 내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행복이구요.

수이 2020-06-30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오래 전 친구들 만나고 돌아와서 느낀 게 사람들 많고 친구들 많으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모두 얼추 까칠이들 중에서도 왕 까칠이들인데 일부러 가면 쓰고 다정한 척 친절한 척 그렇게 살 필요 뭐 있을까 싶더라구요. 위안이 책이 되어줄 때도 있긴 한데 책은 노래를 불러줄 수 없으니까 노래 불러주는 친구들 있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비연님 ......... 이러고 나는 다시 동영상을 플레이한다 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7-02 10:33   좋아요 0 | URL
... 이 좋은 말 말미에... 동영상 플레이라는 마지막 말에.. 저 갑자기 쭈그리...ㅜㅜㅜㅜㅜ
우리 함께 노래 불러주는 사이가 되어요, 수연님 ㅋㅋㅋㅋ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 지난 19일에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암이었다고 하는데... 그 소식을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이 작가가 죽다니. 이렇게 이른 나이에. 어떻게 이런 일이.

 

https://www.news1.kr/articles/?3971147

 

<바람의 그림자>는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도 상위에 랭킹되는 소설이다. 이걸 읽고 나서 여러 사람에게 소개해준 기억이 난다. 책 이야기이고 미스터리의 형식을 빌었지만, 소설의 완성도나 짜임새나 무엇보다 그 지적인 분위기가 읽는 이를 저도 모르게 책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하는 매력 아니 마력이 있는 작품이다. 그 이후에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이잡듯이 사서 읽었지만, <바람의 그림자>만한 책은 없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2.

 

까치글방의 박종만 대표가 지난 14일에 돌아가셨다. 직접적으로 아는 분은 아닐 지라도 까치글방이라는 출판사가 지향하는 출판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애석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75세. 요즘 같은 때는 너무나 이른 나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50382.html

 

그 예전에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었고 이런 류의 책은 그 어디에서도 안 나오던 시기였다. 최근에 나온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같은 책도.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학 등을 대중적으로 공유하고 싶어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출간 목록이 아닐 수 없다. "생전에 베풀어주신 후의와 배려에 감사한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고 돌아가실 때는 가족들에게 "간다"라고 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괜히 눈물이 났다. 한평생 출판을 위해 헌신한 분 다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으면서도 좀더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떤 인생을 살았든 죽는다. 그 뒤에 책이 남을 수도 있고 글이 남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죽었을 때 주변 사람에게 아쉬움을 남긴다면 그 인생은 나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삶 속에 죽음이 항상 내재해있음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작가와 박종만 대표.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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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6-23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종만 대표님이 계셨기에 우리의 젊은 시절 독서가 그런 식으로도 형성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20-06-23 12: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좋은 책들 많이 내셨는데. 그런 열정을 끝까지 지니고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좋은 곳에서 이제 평안하셨으면 싶어요. 병으로 많이 고생하셨다 하니..

stella.K 2020-06-23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 사 놓기만하고 안 읽은 게 여러 핸데
그 사이 그런 일이.,ㅠ 아무리 백세 시대라지만
그렇게 일찍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두 분 모두
안타깝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20-06-23 14:48   좋아요 1 | URL
<바람의 그림자>는 조심스레 추천해봅니다.
제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거든요...
먼저 가신 분들의 명복을 다시한번 빕니다.. 참 서글픈 일이에요...

단발머리 2020-06-23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종만 대표님... 누구신지~~ 했는데 링크해주신 책 보니 저도 큰 도움 받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20-06-24 19:41   좋아요 0 | URL
책 면면을 보면 참...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싶은 아쉬움이 다시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