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무려 7시에 눈이 떠졌다. 휴일이면 10시가 다 되어 허리 아플 때까지 자는 나인데... 아마 원래는 출근하는 날이라는 긴장감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생체시계라는 건가. 흠. 침대에서 쳐다보는 커다란 창으로 초록빛 잎들이 무성한 걸 보면서, 아 일찍 일어나니 좋구나. 일찍 일어났음에도 오늘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라니, 정말 좋구나. 그러고는 벌떡 일어났다.

 

아침 식사라지만, 있는 반찬 다 꺼내고 계란도 하나 굽고 스프도 하나 끓이고, 심지어 새송이 버섯을 참기름에 돌돌 구워서 하얀 쌀밥과 같이 차려서는 먹었더니 속이 따뜻해졌다. 그리고는 커피 한잔 내려서 (이탈리아에서 사온 일리 커피.. 아 향긋) 편안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데... 행복이 막 차오르는 것이다. 막, 막...

 

 

읽은 책은 이거, <데드키, Dead Key)>. 이 행복감에 딱 어울리는 책은 아니지만, 며칠 흥미진진하게 보기는 했다. 은행의 대여금고를 둘러싼 음모와 사람들, 그 사람들간의 얽힌 관계들, 그 속에서 커나가는 사람들. 뭐 그런 얘기. 일종의 스릴러인데, 흥미진진하긴 했으나 워낙 복잡하게 얽혀서 중간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대충 읽어내려간 것 같다. 마지막은 조금 아뜩했고.

 

매번 말하지만, 내가 이런 책을 너무 읽어댄 거다. 왠만해서는 재미가 썩 있지 않다는 건, 정말 불행(!) 이다. 예전에는 이런 책을 들고 읽노라면 속에서 벅차오르는 기대감과 행복감이 있었는데.. 그 때의 느낌이 좀 그립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에는, 스릴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미미여사의 <금빛 눈의 고양이>라는 에도 소설이 좋았다. 귀신얘기임에도 왠지 즐거운 책이다. 미미여사가 에도소설을 계속 내길 바라는 건, 나만이 아니겠지. 책장에 쭈욱 꽂힌 그녀의 책들을 보며, 슬쩍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흡족.

 

 

 

 

책을 다시 고르는데, 왜 매번 책을 사면서도 읽으려고 막상 책장을 쳐다보면 골라지질 않는 건지. 출퇴근 시간에 읽기에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좋은 것 같다. 가볍고 책 모양도 작고,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도 괜챦은 고전들이라 출퇴근 시간의 짜증을 많이 가라앉혀 주는 듯 해서 말이다.

 

 

As I lay dying. 포크너의 이 소설을 읽고 싶어서 사둔 지 꽤 되었는데 이제 낙점이다. 포크너의 소설은 뭘 읽었더라. 헉? 읽은 게 없네. 어멋... 이번 소설을 제대로 읽어야겠네 그려. 독립할 때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류는 다 두고 나왔는데 - 엄마가 좋아하셔서 - 이제 하나둘씩 다시 모아볼까 싶다. 요즘 들어 고전에 계속 관심이 가고 있으니 적당한 면도 있고.

 

 

 

 

 

 

 

 

 

 

 

 

집에서 읽는 건 가벼운 걸로 택하자.. 하다가 마이클 로보텀의 <나를 쳐다보지마>를 골랐다. 아 이 시리즈, 사실 읽을 때마다 그다지 좋은 느낌 없었는데, 이상하게 시리즈물이라는 게 읽다보면 계속 읽게 되는 중독성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정말 다음부터 나와도 사지 말아야겠다. 읽을 책도 많은데 아닌 걸 읽는 건 내 눈과 내 시간과 내 감정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테니. 그래도 이왕 집어든 거 재미있었으면 싶은데. 수리수리 마수리, 재밌어라 얍!

 

 

 

 

 

 

 

 

 

 

 

 

좀 이따가 약속이 있어서 씻고 나가야 하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고기를 먹기로 했다. 내 돈으로..ㅎㅎ;;; 나 혼자 여행 여기저기 다니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휴일이나 되어야 부모님 모시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같이 시간을 맞춰보자. 이런 것이다. 이왕 먹기로 한 거 맛나게 마아~니 먹어주리라.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욧. 지금 샐러드를 하나가득 주문했다. 이제 비연은, 아침 저녁으로 샐러드로 때워서... 두달 내에 5키로 이상 빼기로... 결심. 지금 생각없이 너무 먹어댄 나머지, 체중계의 숫자가 하늘로 계속 치솟고 있는 터라, 아.. 싫지만 (싫다 이제) 다욧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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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6-06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7시에 눈이 저절로 떠졌는데.. ‘이러면 안돼‘하고 또 자서 10시에 일어났어요~ㅋㅋ

비연 2019-06-06 20: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6월이 끝나야 한 해의 반이 가는 건데, 5월이란 달 자체가 행사도 많고 뭐도 많고 해서 워낙 무거운(?) 달이라 끝나는 오늘 쯤 되면 한 해의 절반이 벌써 날아간 느낌이 든다. 이번 5월은 초반 2주까지 이탈리아 여행을 해서인지 더 빨리 지나간 것 같고. 여행.. 해외 여행 참 좋은데 어제 헝가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만 탄 유람선이 추돌하여 가라앉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 한켠에서 뭐가 무너져내리는 듯 했다. 세월호 이후 배가 침몰했다는 얘기만 들으면 더 놀라고 더 가슴아파하는 건 나만의 트라우마는 아니지 않을까. 유람선이 침몰했다고 해서 강에서 가라앉았으니 사람들은 무사하겠지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직 찾지도 못한 상태라 하니... 이게 뭔 일인가 싶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형제끼리 열심히 산 스스로들에게 힐링을 주고자 떠난 여행에서 이런 일을 당했으니 더욱 애통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5월이 무겁게 끝나가고 있다.

 

*

 

 

알요즘 출퇴근 길에 이 책을 읽고 있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소설이다. 16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이라 들고다니기 편할 듯 하여 골랐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이다. 대단한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닌데 (영화도 봤으니 말이다) 한마디 한마디 한장면 한장면이 유머러스하고 진실하고... 네루다의 시들과 잘 어우러져 문학적이다. 요즘 부쩍 고전에 관심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민음사의 이 시리즈들이 가볍고 하니 들고 다니며 읽어야겠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또 책을 사고 싶... 휘릭. 

 

책을 읽다보니, 영화도 다시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영화, 엄마랑 같이 극장 가서 봤었는데 말이다. 둘다 감동받아서 나오는 내내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마리오로 나온 배우 마시모 트로이시는 암투병을 하면서 이 영화를 찍었고 영화를 다 찍은 후 얼마 안되어 사망했다고 한다. 네루다 역으로 나온 필립 느와레는 유명한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 역을 맡았던 배우이고 이 영화에서도 너무나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었다. 아. 다시 봐야겠다. 어디 가면 구할 수 있으려나... 순박한 섬청년 마리오가 네루다로 인해 '메타포'라는 말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그만의 언어로 표현하게 되는 과정은, 실로 아름답다.

 

 

*

 

이번에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와 배우 송강호가 인연을 맺은 스토리가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연극배우였던 젊은 날의 송강호를 오디션에 핑계삼아 불러 그의 연기를 보고자 했었던 역시 젊은 조감독 봉준호가, 감독의 선택은 받지 못해 오디션에 탈락한 송강호에게 삐삐음성메세지로 탈락의 소식을 정중하게 전하며 하지만 좋은 연기였다고 말하고 "다음 좋은 기회에 작품으로 만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인삿말을 남긴 것은, 송강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몇 년 후 너무나 유명해진 송강호에게 다가가지 못해 망설이다가 불쑥 시나리오를 보내고 기다리지 못한 채 전화를 건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가 그 몇 년 전의 인상을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다가 출연을 바로 결정했다는 스토리는 정말 영화같다. 그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가,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영화에 꼽히는 <살인의 추억>이라는 것은 더욱 극적이고.

 

봉준호가 송강호를 만났듯, 송강호가 봉준호를 만났듯, 마리오가 네루다를 만났듯, 혹은 네루다가 마리오를 만났듯..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그 당사자들에게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혹은 더 넓은 세상 사람들에게 변화의 여파를 줄 수 있다. 사람 하나 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고..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지도 못한 것 같아서...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 송구할 뿐이지만, 언젠간 내가 누군가에게 누가 나에게 그런 인연으로 다가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

 

금요일이고, 5월 마지막날이고... 일은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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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5-31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봉준호와 송강호에게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알아주고 신뢰하는 사이...
멋져요^^
일 포스티노. 저도 감동적으로
봤어요~~

비연 2019-05-31 12:38   좋아요 1 | URL
멋지죠~ 자기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살 맛 나는 세상일 것 같아요.
오늘 집에 가서 <일 포스티노> 구해다가 와인 먹으며 볼까 싶어요. 오홍홍~

희선 2019-06-01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사람을 만나고 많은 게 바뀌는 일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겠지요 그런 사람 찾아보면 많을 듯합니다 실제로도 있고 소설에는 더 많겠습니다 자신한테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런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요 안타까운 소식은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희선

비연 2019-06-02 08:03   좋아요 1 | URL
그건 참 인생의 행운 같아요..~
 

 

졸린다.

 

어제 2시간밖에 못 잤다. 그것도 새우잠.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었는데 기한이 정해진 거라 마쳐야만 했고 그래서 3시에 자서 5시쯤 일어나 일했고 오전 6시에 메일 발송 후 바로 샤워하고 회사로 나왔다. 그러니 졸린다. 주말에 못 쉬어서 월요일이 천근만근이다. 이래 가지고 일주일을 어떻게 버티나. 아 참 일하기 싫네. 회사 안 다니고 살 방법 없을까 또 궁리하게 된다. 매번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근데 참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 보면 등산옷 입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중반의 아저씨들을 많이 보게 된다. 색깔 튀지 않는 등산복을 갖춰 입고 등산배낭을 맨 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아마도 은퇴를 했을 게고,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산에 갈 채비를 서둘렀을 게다. 지금의 내 세대는 좀 다르지만, 조금만 앞 세대를 가면 은퇴 이후의 삶이 너무나 길게 남아 있음에 당황하고, 준비가 안 되어 있음에 다시한번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지 싶다. 회사 죽자고 다니며 다니기 싫다를 매일 아침 외쳐 대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은퇴를 하고 정기적으로 만날 사람도, 일상적으로 할 일도, 매일 똑같이 향하는 장소도 없어진 채 오롯이 몸뚱아리 하나만 남겨진 상태가 되면 아마 그 시절을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무심하게 쳐다보던 광경이 이제 살짝씩 사무치게 다가오는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사람 인생이 그리 길지 않은 게, 특히나 노동을 하며 살 수 있는 날들이 짧은 게 좀더 절실하게 느껴져서인지도 모른다. 주위의 좀 나이많은 선배들이 이제 슬슬 은퇴나 퇴직을 하고, 별다른 할일 없이 시간죽이기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서 아 나도 어쩌면 얼마 안 남았는 지도 몰라. 아니, 진짜 얼마 안 남았어 싶은 것이, 순간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 그러니, 일하기 싫어 회사 그만두고 싶어 이런 얘기들, 어쩌면 사치겠지 싶기도 하다.

 

아침부터 졸려서 커피를 두 잔이나 연거푸 마셨더니 정신이 아릿하네. 밥먹고 기운내서 오후에는 일을 좀 해야지. 매일매일 스스로를 다잡으며 지내는 게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이 시절을 그리워할 날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좀더 소중하게 지내야겠다 라는 기특한 마음이 든다. 졸려서 그런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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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27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름 내년에는 은퇴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꾸 돈 쓸 일이 생겨서, 내년만 더 버텨볼까 싶기도 하고 그래요. 은퇴의 욕망은 매일 찾아드는데, 그러나 그 다음을 생각하면 갑갑하고요... ㅠㅠ

비연 2019-05-27 11:1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ㅠㅠ 돈 쓸 일은 많은데 은퇴(!) 혹은 퇴사는 하고 싶고. 참 어려운 일 같아요 ㅠ 오늘도 퇴사의 욕구에 시달리게 하는 메일들이 날아오고 있네요...
 

 

 

 

 

 

 

 

 

 

 

 

 

 

 

회사에서 짤릴 각오를 하고, 5월 연휴를 포함해서 11박 12일로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가기 일주일 전까지 못 갈 것 같은 분위기에 계속 노심초사했었는데, 여차저차하여 그냥 감행하게 된 것. 일행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준비 하나도 못하고 그냥 갈 뻔 했다. 가기 전에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다 읽어보려 했으나... 1권 겨우 반 정도 읽고 갔다는.. 슬픈 이야기.

 

이탈리아는 내 인생에 세 번째였다. 대학 때 배낭여행 가서 로마-바티칸-피렌체-베네치아-폼페이-제노바 등을 일주한 게 첫 번째였는데, 그 때는 한여름에 간 거라 정말 너무 더웠고 그래서 허덕거리며 다닌 기억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 길바닥이 거의 한증막이었고 20kg이 넘는 큰 짐을 등에 진 채 온종일 헤매는 것이 정말 힘들었었다. 두 번째는 학회 발표 때문에 로마로 간 거였는데 로마-바티칸-티볼리를 다녀왔었다. 나는 그 때, 9월의 이탈리아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 처음 느꼈었다. 푸르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포로 로마노 등 옛 유적들이 보이는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왔다. 아 이탈리아가 이런 나라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였구나... 싶었고.

 

그래서 이번이 세 번째인데도 갔던 거다. 일행들은 이탈리아를 패키지로 다녀와서 제대로 못 누렸다고 했고 나는 봄날의 이탈아가 보고 싶었다. 긴 일정동안 많은 곳을 다녔다. 로마, 바티칸과 피렌체를 기본으로, 시에나, 아씨시, 나폴리, 폼페이를 갔고 친퀘데레를 갔고 토스카나의 와이너리도 들렀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비가 추적거려서 날씨가 이러면 안되는데 라며 걱정이 많았지만 갈수록 점점 봄날이 무르익고 그렇게 아름다운 이탈리아를 보고야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살, 높고 푸르른 하늘이 나를 반겼다. 매일 피곤한 줄 모르고 봄날의 이탈리아를 누리며 다니느라 이 주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탈리아는, 와인이 맛있고 그래서 거의 매일 먹어 주었고, 커피가 맛있고 그래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를 먹어 주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보기에 좋았고 하나하나 역사가 살아 있어 좋았으며 미술관에 전시된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그림들이 너무나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카라바조의 그림들이 보게레제 미술관에 잘 전시되어 있어서 감격에 겨워 보았더랬고. 여느 유럽의 나라들처럼 길가에는 담배피는 사람들이 즐비해서 담배냄새가 늘 자욱했지만 왠지 참을 만했다. 음식에 자부심이 커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피자와 파스타, 각종 해산물 요리 등이 하나 지겹지 않을 정도로 맛났다. 올리브오일과 트러플오일/소금 등의 풍미가 남달라서 덩달아 몸이 좋아지는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직설적이지만 유쾌했고 그다지 친절하진 않았지만 과하게 붙지도 않았다. 물이 안 좋아서인지 맥주는 그다지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참 열심히 매일 먹어대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나라였다. 물론 소매치기가 많아서 짐 조심을 해야 하긴 했지만, 바르셀로나와 파리도 다녀온 나인 만큼 그 정도야 하고 대범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같이 간 일행은 다이소에서 열쇠와 복대까지 들고 왔었다. 허허)

 

 

 

 

 

 

 

 

 

 

 

 

 

 

 

 

아마도 가기 전에 이탈리아에 대한 스가 아쓰코의 글들을 읽어서 더 그랬는 지 모르겠다. 물론 그녀가 주로 있었던 밀라노와 베네치아는 가지 못했지만,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간직한 채 여행을 떠났던 게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더 좋게 받아들이는 데 일조를 한 건 분명한 듯 하다. 가능하면 다음엔 밀라노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여행이 좋은 건, 멀리 떠나서 나의 일상에서 조금 거리를 유지한 채로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이국적인 풍광 앞에서 무장해제를 자연스럽게 하여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 그런 거 같다. 다시 돌아와 출근을 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니, 언제 여행을 갔나 싶게 그렇게 빨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산다는 게 다 그런 거겠지. 여행의 감상은 마음 한 구석에 그리움으로 남겨지는 것이고. 일상은 또 일상대로 영위해야 하는 것이겠고.

 

일년에 한번씩은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 이런 곳에 가겠다 마음 먹어본다. 더 나이들어 다니기 힘들어지기 전에 갈 수 있는 곳을 다 가보자... 그렇게 나를 좀 자유롭게 놓아두어 보자... 우선 올해는 이탈리아 다녀왔으니.. 다음 여행 계획은 내년으로 하고 어디로 갈 지 미리 구상하는 즐거움을 내내 누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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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14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일단 잘 다녀오셨다니 다행이고요, 무척 좋으셨다니 더 다행입니다.
처음 가서 별로 였던 곳에 다시 가서 좋은 느낌을 남기는 거 너무 소중한 것 같아요.

몸이 허락하는 한, 우리 계속 다녀봅시다, 비연님.
가서 이렇게 또 즐거운 경험 잔뜩 하고 마음도 충전해서 돌아오자고요.
그런게 필요한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비연 2019-05-14 19:55   좋아요 1 | URL
정말, 몸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다니고 그 좋은 느낌을 나누는 생활 오래도록 하여요!^^

고양이라디오 2019-05-1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멋지십니다. 여행도 잘 다녀오시고 무사히 일상복귀하셨다니 다행입니다^^b

비연 2019-05-14 19:56   좋아요 1 | URL
감사함다 ㅎㅎ 돌아올 일상이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제일 큰 행운인 거 같아요^^

희선 2019-05-18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시간 보내고 오셨겠네요 돌아오고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다니... 그래도 가끔 그때가 생각나기도 하겠습니다 새로운 곳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다른 곳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비연 2019-05-18 05:10   좋아요 1 | URL
참 좋았슴다~^^ 여행이라는 건 그런 거 같아요. 새로운 곳에서 나를 바라보기.

봄누리 2019-05-20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탈리아 여행 후기를 마치 제가 쓴 듯 느낌이 비슷하군요 ㅎ 잘 읽었습니다

비연 2019-05-20 09:34   좋아요 0 | URL
앗. 비슷하다니 넘 반갑습니다. 이탈리아.. 그리워요~ 다시 가고 싶습니다^^
 

 

혼자 사는 생활에 대해서 꾸준하게 쓰려고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쓴 게 12월. 그러니까 4개월을 훌쩍 보내버린 것 같다. 사람들이 가끔 물어본다. 혼자 사니 어떠십니까.. 흠. 그럭저럭 괜챦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혼자 살면서 일어난 변화는...

 

우선 혼술이 늘었다는 거다.

 

 

 

 

본가에서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엄마는 집에서 술을 먹는 걸 상당히 싫어하셨기 때문에 맥주 한잔 먹는 것도 눈치 보며 먹어야 했었다. 이제는 내가 안주도 만들어보고 다양한 안주거리도 사오고 술도 와인이며 맥주며 사와서 가끔씩 기분을 낼 때가 생겼다. 물론, 이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게 문제이긴 문제인데.. 이게 혼자 있으면 왠지 술이 땡기고 뭔가 허전하고...

 

 

 

 

심지어, 며칠 전에는 야구 보면서 치맥까지 했다. 집에 맥주를 많이 두지 않기로 약속했음에도 늘 한두 캔은 있는 바, 한 캔 훌쩍 따서 가져온 치킨이랑 냠냠 먹으면서 야구를 보니, 그다지 직관을 하지 않아도 괜챦겠다는 안일한(?) 생각마저 들었더랬다. 이게 집순이가 되는 지름길이라는데... 흠. 왠지 조심해야 할 것 같은... 그러나 혼술의 맛은 괜챦다. 아직은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일어난 변화라면 살림이 좀 늘었다는 거.

 

 

 

 

 

 

여기에도 어김없이 반주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끓이고 굽고 해서 먹는 음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살림살이에도 흥미가 부쩍 생겨서 자꾸만 사들이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예전엔 관심없던 그릇에 왜 이리 눈길이 가는 지 말이다. 하나씩 둘씩 사는 것도 꽤나 부담이 되는 일인데 계속 쇼핑몰 보관함에 쌓아두면서 야금야금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아직은 사다놓은 오븐을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고 (군고구마만 계속 ㅠ) 뭔가 근사한 요리는 해본 적이 없지만, 먹고 사는 데에 큰 지장은 없이 지내고 있다.

 

물론 요리만이 살림이겠는가. 빨래, 청소... 아 세상에 가장 하기 싫은 게 청소. 힘만 들고 성과는 미미한.. 가장 극한직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 쌓인 먼지 덜어내는 것도 그렇고 닦기도 해야 하고.. 근데 돌아서면 먼지가 또 앉고.. 으악. 무선 청소기가 소리가 이상해지는 게 먼지가 속에 넘 쌓였나 싶기도 한 세월이다. 예전엔 일주일에 두번씩 했지만 이젠 팔목도 아프고 조금은 포기도 되어서 일주일에 한번씩만 겨우 청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엄마는 혼자 사는데 뭐하러 그렇게 청소를 해대냐고 하지만.. 아 먼지 있는 걸 못 참아하는 나.

 

흠. 일해야겠다. 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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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9-04-23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청소... 이게 진짜 해도해도 표시가 안 나는데 안 하면 너무 표시가 나서 말이죠ㅠㅠ 청소할 때마다 집에 있는 물건들 다 버리고 싶답니다. ㅎㅎ

비연 2019-04-23 10:30   좋아요 0 | URL
진심 백퍼동감.. 그냥 아무 것도 안 놓고 빈 공간으로 살고 싶습니다ㅜ 청소기 한번 휘익 돌리면 끝나게...

레삭매냐 2019-04-23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도 오래 전에 혼자 살 적에
정말 밥 대신 혼술을 즐기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혼자서 밥해 먹기도 귀찮고...
그런 시절에는 혼술이 딱이지요...

아침부터 혼술 생각이 -

비연 2019-04-23 11:13   좋아요 0 | URL
제가 혼술에 대한 열망(?)을 되살려드렸군요 ㅎㅎㅎ
정말 이제 밥대신 혼술과 안주를 더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건강 문제도 있고 좀 자중해야 하나 하고 있습니다..ㅜ

단발머리 2019-04-23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소하면서 내가 움직일때 그 때 먼지가 만들어지는 거 아닌가. 안 그러면 어떻게 뒤돌아보면 먼지가 쌓여있나...를 근 20년째 진지하게 고민하는 1인으로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님, 청소생활 화이팅!!!

비연 2019-04-23 12:29   좋아요 0 | URL
아. 전 정말 초심자... 20년째라는 말에 허걱..^^;;;;;;;
정말 혼자살기는 청소생활로 압축되는 것 같아요.
나날이 쌓이는 물건들, 그 속을 비집고 해내야 하는 청소.. 특히 화장실 청소 시러요...ㅜ
어쨌든.. 다양하게(!) 화이팅입니다^^

syo 2019-04-23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또 야구가 시작되었고, 올해도 또 어김없이 비연님이 응원하시는 팀이 다른 팀 생각은 1도 안하고 제 멋대로 잘하고 있네요...... 예상했지만 부럽다요...😣

비연 2019-04-23 14:10   좋아요 0 | URL
흠..흠.. 일단 한번 웃고 호탕하게. 으하하하하하~
사실 경기내용은 마음에 안 들어서.. 1등을 해도 속이 편치는 않아요..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긴 하지만. 최근 KBO 야구 수준이 넘 떨어진 탓도 있긴 한데..
그래도 1등은 좋은 것이지요 ㅎㅎㅎㅎ 다른 팀 생각을 할 겨를 없이 막 달리고 있으니... 우히힛.
저 올해 야구보며 혼술 많이 할 것 같아요. 치맥, 피맥, 치맥, 피맥,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