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부질없는 짓이 연휴 기간동안 뭘 하겠다고 계획을 짜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그 주에 난 비장했었다. 아주 콕 쳐박혀서 일도 다 끝내고 책도 많이 읽고 그래야지, 으샤으샤. 그래, 이럴 때가 좋은 거였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면서 나의 생활은 늘어진 엿가락 그자체가 되어...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침 먹고 두서없이 이것저것 하다가 아 배고파 점심 먹고.. 먹으니 졸리네? 자자.. 하며 낮잠 길게 자고 일어나 또 아 배고파 저녁 먹고.. 오늘은 그냥 쉴까? 하고는 또 쉬고... 결국 연휴는 끝났으나 손에 쥔 것은 없다. 뭐 이런 비극적이면서도 슬픈 결말이... 으흑.

 

그래서인지, 어제 꿈자리가 정말 뒤숭숭했다. 요즘엔 꿈을 잘 꾸지 않는 나인데, 어젠 정말 괴로운 꿈을 꾸느라 일어나서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근데 아침에 눈을 뜨니, 뭔가 전반적인 서늘함이 엄습. 메세지 확인해보니 다들, 춥다 조심해라, 감기 조심 하면서 안부를 전해온 것이다. 일어나 창문을 여니 으악. 차다. 바람이 차다. 아니 추석 끝났다고 바로 겨울이야? 올해는 가을이 유난히 짧다. 찬란했지만 짧다. 원래 찬란한 것은 짧은 것인가... 안 찬란하고 길게 가는 게 좋은 건 절대 아니지만, 찬란이 좀더 머물기를 희망했는데. 이제 겨울 코트를 꺼내입어야 할 시기가 온 모양이다.

 

연휴에는 그냥 머리 식힌다고 소설만 읽었다.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건 <사랑의 역사>. 난 내가 이제 발견해서 최근에 나온 책인줄 알았는데 알라디너 한 분이 알려 주셨다. 개정판이라고. 이런. 빨간책(오른쪽)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14년 전 2006년에 나온.. 내가 이 책을 이제야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암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사실 재미있다고 하기엔 주인공의 삶이 너무 꿀꿀하지만. 그래서 꿈이 뒤숭숭했나?

 

 

 

 

 

 

 

 

 

 

 

 

 

 

 

 

 

내 부고가 쓰일 때, 내일, 혹은 그다음날. 거기에는 이렇게 적힐 것이다. 레오 거스키는 허섭스레기로 가득찬 아파트를 남기고 죽었다. 내가 아직 산 채로 파묻히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이 집은 넓지 않다. 나는 침대와 변기, 변기와 식탁, 식탁과 현관문 사이에 길이 막히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 변기에서 현관문으로 가고 싶다면, 불가능. 식탁 쪽을 거쳐서 가야만 한다. 나는 침대가 홈 플레이트, 변기가 일루, 식탁이 이루, 현관문이 삼루라고 상상하기를 즐긴다. (p9)

 

 

시작이 이렇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 레오 거스키의 이야기다.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좋은 부모 아래에서 잘 살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은 지나가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동생과 살다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아 미국에서 열쇠공으로 살아가던 남자.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으나, 그 와중에 헤어지고 자신의 아들이 남의 손에 크는데 그냥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었던 남자. 유명한 작가가 된 아들 앞에 아버지라 당당히 나서지 못하는 남자. 외롭고, 외로운 남자.

 

 

살아 있는 내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사람이 누굴까 자주 궁금해진다. 굳이 내기를 한다면, 중국 음식점 배달부에게 돈을 걸겠다. 일주일에 나흘 밤을 그곳에서 음식을 주문한다. 배달부 청년이 올 때마다 나는 지갑을 찾는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그가 기름기 붇은 봉투를 들고 문간에 서 있을 때면, 내가 춘권을 먹어치우고 침대로 올라간 뒤 자다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날이 오늘밤은 아닐까 자문해본다. (p9-10)

 

 

그래서 일부러 사람들 눈에 띄는 일을 계속 하는 사람. 누군가에 눈에 띄지 않는 날 죽기 싫어서 계속 눈에 띄는 일을 하는 사람. 우연히 만난 옛친구 브루노와 살았는지 죽었는지 매일 아침 확인하며 사는 사람. 외롭고, 외로운 사람.

 

혼자 살고 그렇게 늙어가면 저런 걱정이 들겠다 라는 동병상련이 들었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데 혼자면, 나의 마지막을 누가 얘기해줄까. 누가 나의 죽은 모습을 발견하게 될까.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하게 해야 할텐데, 누가 내가 없다고 궁금해할까.  쓸쓸하지만 현실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은 가족을 만드는 걸까. 그런 걸 두려워하며 사는 노년이 싫어서... 나이들어서도 혼자인 사람들은 그래서 모여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생존신고는 하며 살게.

 

연휴가 끝나 살짝 우울한 날이지만(비연무룩), 햇살은 아직 밝으니 위로하며 하루를 잘 지내보자... 소심하게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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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05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저도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용문 .. 도대체 기억이 안나서 말이지요. 하핫.
세상에 읽을 책이 많아서 좋으면서 싫으네요 ㅠㅠ

아침에 긴원피스도 입었고 레깅스도 입었어요. 그리고 자켓도 걸쳤는데, 나오면서 혹시 오버아닐까 했건만 아니었어요. 여름이 너무 금세 지나가서 아쉬워요. 이번 여름은 제대로 더위를 느끼지도 못한것 같은데 말예요.

저도 어제 너무 우울해서 잠이 안왔지만 어쨌든 연휴는 끝났으니, 또 잘 지내봅시다, 비연님!

비연 2020-10-05 19:25   좋아요 0 | URL
연휴 하고도 월요일이 지났고.. 우리에겐 또 다가오는 연휴가 있으니까요 ㅎㅎ
정말 계절은 무서워서.. 잡을 수도 없고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네요.
전 가을 겨울 좋아하는데 이 계절엔 어디 휭하니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파이버 2020-10-05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아침에 정말 춥더라구요… 낮이 되니까 또 덥네요ㅜㅜ 비연님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이번 한주 화이팅하세요! 저희에겐 한글날이 있잖아요~

비연 2020-10-05 19:25   좋아요 1 | URL
일교차가 심해서 몸이 계속 으슬으슬 거려요. ㅠ 파이버님도 건강 조심하시구요!

수이 2020-10-05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고싶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닥 많지 않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서로 모여 사는 것도 좋고 가까이 사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요즘은 나이들수록 친한 이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매일 얼굴 잠깐 보는 것도 크나큰 행운이겠다 싶은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비연 2020-10-05 19: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수연님. 혼자 사는 것도 힘들지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일 듯.
그저 서로 살았나 확인해줄 사람들이 곁에 있고 그 사람들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어요.

단발머리 2020-10-05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쓸쓸한 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들은 참 좋으면서도 싫어요. ( 이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인용해주신 부분 읽어보니 표지하고는 다른 느낌의 책이네요. 보통의 사랑 이야기도 아닐 것 같구요. 저도 읽고 싶어서 일단 보관함에....
바람이 차가워서 좋은 점은 이제 아이스가 아니라 핫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그 점 빼고는 전 여름이 좋아요.
근데 여름 끝났엉! ㅠㅠㅠ

비연 2020-10-05 21:42   좋아요 0 | URL
예전엔 인생의 쓸쓸한 이야기들이 좋았는데, 요즘은 이게 참 못 견디겠네요 ^^;;;
사람 사는 게 팍팍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소설의 전개가 평범한 듯 하면서도 독특한 구석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읽고 페이퍼를 쓰기로.. (아 ... 그간 밀린 페이퍼들이라니 ㅠ)
저는 가을 겨울이 좋아서 지금 좋은데.. 여름 좋아하는 단발머리님 우째요..
그러나 우리에겐 따아가 있으니까요. ㅎㅎ
 

 

 

가을이라 그런가. 하늘이 파래서 그런가. 괜히 속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다... 연휴라 그런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조성모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데 그 가사를 듣다보니 마음 한켠이 아파오네...

 

사실, 이제 생각하면 다 아는데 모른척 한 거지. 그 마음 전해지지 않았을리 없는 건데.

그래서 그렇게 전해진 마음으로 그 때를 애틋하게 돌아볼 수 있다면, 인생에 좋은 추억일 수 있는 거니까.

 

뭐 그런 거지.

 

***

 

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댈 보면 자꾸 눈물이 나서

차마 그대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해야 했던 나였음을

 

아시나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대 오가는 그 길목에 숨어

저만치 가는 뒷모습이라도

마음껏 보려고 한참을 서성인 나였음을

 

왜 그런 얘기 못했냐고 물으신다면

가슴이 아파 아무 대답도 못하잖아요

그저 아무것도 그댄 모른채

지금처럼만 기억하면 되요

우릴 그리고 날

 

아시나요 얼마나 힘겨웠는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듣지 못하는 병이라도 들면

그땐 말해볼 수 있을까요

 

모르셨죠 이렇게 아픈 내 마음

끝내 모르셔도 난 괜찮아요

그댈 향한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왔던거죠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죠

 

몇 번을 다시 태어나고 다시 떠나도

그댈 만났던 이세상 만한 곳은 없겠죠

여기 이세상이 아름다운 건

그대가 머문 흔적들 때문에 아마

 

슬픈 오늘이 같은 하늘 아래

그대와 내가 함께 서있는 마지막 날인 걸

그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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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9-30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 살면서 50번쯤 불러본 것 같다....

비연 2020-10-01 00:18   좋아요 0 | URL
50번.... 50번?
 


지난 토요일에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독립하고 2년이 지났는데 처음으로 온거고 코로나 때문에 한번 밀리는 바람에 그 전에 선물을 잔뜩 보내온 터라, 음식을 준비하는 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다른 때보다 좀더 비싸고 좋은 걸로, 좀더 이뻐 보이는 걸로 한다고 하루 종일 혼자 종종걸음을 쳤다. 고기와, 하몽메론과 각종 치즈와 견과류와 방울토마토치즈샐러드와... 연어스테이크까지 준비하고 설겆이 딱 마치니 친구들이 왔다. 


다들 결혼해서 사는 친구들이라 정신없는, 특히나 요즘처럼 코로나로 식구들이 다 집에 있는 때에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든 스트레스가 하늘끝까지 다 차있어서인지, 아니면 집이 주는 안락함 때문인지, 많이들 먹고 (다 먹었다!)  많이들 마시고 (와인 두병에 에일맥주 4캔에..) 많이들 웃고 떠들다가 11시쯤 되어 집에 돌아갔다. 고등학교 친구라. 사실 학교 다닐 때는 더 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들과 대학 1학년 떄부터 같이 만나기 시작한 게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대학 때는 유럽배낭여행도 함께 하고, 그 이후에는 미국 서부일주도, 홍콩 여행도 함께 했고. 매년 분기에 한 번 이상은 만나며 생일 때는 어김없이 만나 축하하고 선물 주고받으며 그렇게 지냈다. 처음엔 이 멤버가 계속 갈 수 있을까 했던 만남이 시간을 거듭하고 세월을 함께 하니 서로간에 모르는 게 없게 된데다가 서로의 흠이나 좋지 않은 일들을 감싸주고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친구가 된 것 같다. 집에 여러 팀이 놀려왔었으나,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친구들이 제일 편했다. 물론 그 이후의 설겆이와 그 전의 청소 및 집정리에 따른 피로도는... 흑흑.  


그렇게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느즈막히 일어났는데,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나는 거다. 대체로 메세지로만 아침 문안인사 드리곤 하는데 그 날 아침따라 전화를 드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논 얘길 했고... 그렇게 잠시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하고 아 오늘은 쉬자 하며 커피 한잔 내려 먹고 있는데 다시 전화벨. 엄마다. 흠? 하고 전화를 받으니..


아빠가 열이 갑자기 나셔서 응급실로 가고 계시다는 거다. 예전에 폐렴을 여러번 앓은 경력이 있어서 굉장히 조심하고 있고 코로나 이후로는 외출이나 모임도 거의 안 하셨는데... 정말 허걱스러워서.. 일단 병원에 가서 연락하겠다는 엄마 말씀에 나는 집에서 기다리는 걸로 했다. 그 때부터 모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정신이 자꾸 나가고... 별일 없겠지 하면서도 마음 한켠 돌덩이가 앉은 듯한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고 우선 병원 가서 폐렴과 코로나 검사 받고 생각해보자 해서 또 기다림... 병원에는 요즘 보호자도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누가 간다고 해도 도움이 안된다며 엄마는 자꾸 있으라고 하고... 그렇게 오전이 다 갔나보다. 


검사해보니 폐렴기가 약간 있으신데 입원은 하지 말고 항생제 먹으며 통원치료 하라고 하고.. 코로나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검사는 해보자. 어쨌든 입원을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더랬다. 코로나 검사 결과는 오늘 나온다고 해서 지금 다시 기다리고 있고. 혹시 모르니 부모님 집엔 오지 말라고 해서 마음 불편하게 집에 있는데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고. 자꾸 아파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뭐가 미안해.. 아픈 게 죄인가. 그 정도인 거 다행으로 여기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계세요... 겨우 말했다. 아빠가 연세가 드셔서 그런가. 마음이 많이 약해지셔서 예전엔 안 그러셨는데 자꾸 자책을 하신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이라 소리 크고 다혈질이었던 우리 아빠였는데. 그 때는 그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더랬다. 근데 지금은, 그냥 그 때의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없어진 노인 아빠.. 마음이 많이 아파서.. 한동안 멍..


별일 없기를 바라며 지금 기다리는 중이다. 사람 사는 게... 토요일 밤까지 하하호호 아무 근심없이 웃고 떠들고 했건만, 하루도 안 지나 이런 일이 벌어지니. 그저 살면서 긴장을 늦추지 마라. 불의의 습격이 언제 가해질 지 모른다.. 라고 인생이 알려주는 것 같아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사는 건, 참.. 힘든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게... 슬프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가을은 가을이다. 하늘도 높고 구름은 하얗고.. 마음도 스산해지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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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1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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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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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9-14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나이드신 분들께서 많이 편찮으신 듯합니다. 코로나가 특히 기저질환을 갖고 계신 분들께 치명적이라는데 비연님께서 걱정 많이 하셨겠네요... 아버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비연 2020-09-14 13:00   좋아요 1 | URL
기저질환이 있으셔서 정말 극도로 조심했는데 이렇게 열이 나시니.. 다들 허탈해진 것 같아요.
기운 내야죠. 감사해요, 겨울호랑이님~ .

2020-09-14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4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4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4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에 들어와 괜히 도닥거린다. 오늘 저녁까지는 해서 올려야 하는데. 진도율 0%에서 이게 무슨 탈선? 이탈? 인가 모르겠다. 하기 싫어서인가. 흠 그건 아닌데, 며칠 좀 무리했더니 지쳤다고나 할까.

 

나이 얘기 자꾸 하기 싫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어야 아는 게 반드시 있는 것 같다. 젊고 튼튼할 때는 몰랐고 나이든 사람들의 말이나 행태에 진절머리를 쳤었는데 이젠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이렇게 중간자적인 나이에서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론 나도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되겠구나. 느려지고 기억력이 깜빡깜빡해지고 수이 피곤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하고. 사는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구나. 나도 어느 새 저런 나이가 되겠지. 가을이라 그런가. 더 쓸쓸해지는 대목이다.

 

그래도 책이 있다는 것은 좋다. 내게는 엄마 아빠처럼 나이가 들었을 때 옆에 할 젊은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 대개는 그 젊은 사람이란 게 자식인데, 자식이 없으니 아마도 내가 벗할 친구이자 '젊은' 사람은 책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심히 애정하는 대상이 있다는 건,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간에 살면서 나쁘지 않은 일이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피곤해서 커피를 하루에 열잔씩 들이키고 있다. 원래 대여섯잔으로 그쳤었는데 요즘은 드립커피로 두 번은 내리는 것 같다. 큰 통에 두 번 내리고 다 먹고 나면 밤에 잠이 잘 안 올 때가 있다. 커피 먹고 잠이 안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많이 먹기는 하는 모양이다. 쓸데없이(ㅜ) 일이 많고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게 아닌가 해서 어제는 나한테 조금 화가 났다. 누가 일하자고 하면 확 거절 못하는 냉정하지 못한 성정 때문이기도 하고, 물 들어올 때 배 저어야지 라는 아주 내재적인 욕심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럴 거면, 그냥 그 지긋지긋한 회사를 다니지, 왜 나와서 이 고생이냐. 설핏. 그랬다.

 

그래도 좋은 게 있다면, 시간을 어쨌든 내가 운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는 듯. 뭐 그렇다는 거다. 어제는 집에 책이 5권 날아왔다. 아직 몇 권 더 날아올 게 남아 있지만, 배달온 책을 바라보는 마음이, 좀 흐뭇하다. 빨리 읽고 싶은데 말이다. 받아놓고 보니 전부 소설이네.

 

 

 

 

 

 

 

 

 

 

 

읽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고, 다 못 읽고 한 켠에서 날 째리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다.

 

 

 

 

 

 

 

 

 

 

 

 

 

 

 

 

 

우선 이 두 권 열심히 읽고 있는데, 진도는 별로 안 나가고 있다.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은 이제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찰나에서 멈추고 있고, <판사와 형리>는 안에 담긴 중편 정도의 소설 두 개 중 앞의 것은 다 읽은 상태이다. <판사와 형리>는 페이퍼로 한번 쓰고 싶기도 한데... 다 읽고 써야지.

 

 

 

 

 

 

 

 

 

 

 

 

 

 

 

 

 

이 두 권은 잡고 있다. <캘리번과 마녀>는 신나게 읽다가 어느 순간 다른 책들을 읽느라 얌전하게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게 되었다. 이런. 다시 읽기 시작해야지. 정희진의 책은, 사실 슬렁슬렁 읽으면 금방 다 읽을 분량인데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어디 놀러갈 때 기차에서 읽으면 딱일 것 같으나, 놀러를 못 가고 기차도 못 타니.. 슬픔이 올라와 여기까지.

 

알라딘에서 주절거리고 나니.. (정말 주절이다 ㅎㅎ) 일할 마음이 조금 생겼다. 이제 좀 해보자. 그래야 저녁에 책 읽지.

 

.. 근데 정말 가을이 불쑥 왔나보다. 하늘이, 참 곱다. (다시금 마음이 팔렐레 ~ 해지려는 걸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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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0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과 커피를 좋아하는 1인, 여기도 있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가장 위로를 해 주는 건 책이더라고요.
다 바빠요. 책마저 없었으면 고독을 씹을 뻔...ㅋ
가을은 독서의 계절임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비연 2020-09-11 13:13   좋아요 0 | URL
페크님. 저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로...ㅎㅎ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도 나이가 들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에게 책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2020-09-10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1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9-10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란테 먼저 읽어주심 안 되나요? 🥺 저 오늘 아침에 책 주문했는데 페란테 빼먹는 센스 ㅠㅠ

비연 2020-09-11 13:14   좋아요 0 | URL
페란테도 읽고 싶고 요 네스뵈도 절 째리고 미미여사도 아우성이고.. 괴롭습니다. ㅋㅋ
페미교차는 벽돌처럼 날 노리고 ㅎㅎㅎ 페란테 얼렁 주문하소서!

han22598 2020-09-11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대면 시대에 살면서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못하고, 사람 한명 만나지 못하고 지내는 날들이 지속되면서.....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그리고 이런 삶이 나의 노년의 시간 보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나름 괜찮고..나쁘지 않겠구나 싶더라고요 ㅎㅎ

비연 2020-09-11 13:1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게.. 연습인가 싶은 거죠. 어쩌면 앞으론 이런 시간들이 종종 길게 생길 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사람이 없을 때 제게 남은 건 책이더라.. 라는 약간의 안도감. ㅎㅎ 알라디너분들은 많으실 듯.
 

 

요즘 너무 바빠서, 있는 책도 못 읽고 있는 판에.. 알라딘에서 뿅뿅 메세지가 연달아 왔다. 뭐지?

 

 

 

 

 

 

 

 

 

 

 

 

 

 

 

 

 

아 정말.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신간 <목마름>.

 

오슬로의 짙은 어둠을 담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제11권. 《박쥐》《스노우맨》 등 지금까지 열 편의 전작을 통해 보아온 그 해리이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무엇보다도 그는 더는 경찰이 아니며, 오랜 연인 라켈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경찰대학교 강사 일도 순조롭다. 해리는 난생처음 ‘행복’을 느끼지만,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수록 불안도 커진다. - 알라딘 책소개 중

 

외면할 수 없는 해리 홀레. 그리고 요 네스뵈. 이건 심지어 704페이지란다. 704. 도대체 요 네스뵈의 뇌구조는..ㅜ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의 <눈물점>.

 

한밤중. 첫째 형수가 둘째 사위의 방에서 몰래 나오는 광경을 목격한 가족이 이를 추궁하자 첫째 형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린다. 이때 첫째 형수의 눈 밑에 있던 눈물점이 톡 튀어나와 구석으로 도망치는 걸 알아차린 사람은 이 집의 막내딸뿐이었다. 며칠 후 새벽에는 둘째 형수가 셋째 누나의 남편을 덮친다.

혼비백산한 가족이 고함을 지르며 추궁해도 몽롱할 뿐인 둘째 형수의 눈 밑에서 또 다시 눈물점이 톡 튀어나와 도망치는 걸 본 사람은 역시 막내딸뿐이었는데. 핏기 없는 새하얀 피부에 검은 옻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매끈매끈 빛나는 눈물점. 난데없이 생겼다가 사건을 일으키고 도망쳐 버리는 눈물점의 정체는 대관절 무엇인가. - 알라딘 책소개 중

 

내가 사랑하는 '미시야마 시리즈'. 664페이지. 이 분들은 도대체 뭔가. 왜 이리 길게 쓰냐고.

 

이 책들이 날 유혹한다. 책 산 지 불과 일 주일도 안 된 것 같은데 또 유혹한다... 난 유혹에 약한 비연. 결국 장바구니에 푱푱 집어넣고 내일 다른 책들과 함께 (흠?흠?) 구매하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인가. 바쁜데 재미있는 책이 '또' 나오고, 여성주의 책읽기 '불량선행학습자'로 1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마저 시달리고 있는 이것. 이것이 진정 2.5단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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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9-03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실 수 있습니다!!!!! 1등 🥇 쭈욱~~~~~ :)

비연 2020-09-04 00:25   좋아요 0 | URL
흑흑. 자신감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나이다..ㅜㅜ

다락방 2020-09-04 0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량선행학습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님의 책지름을 응원합니다!

비연 2020-09-04 12:56   좋아요 0 | URL
전 아무래도 책지름신이 항상 상주하고 있는 것 같아요...ㅜㅜ 응원해주시니 바로..ㅋㅋㅋ

단발머리 2020-09-04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라에서도 ㄷㄷㄷ에서도 비연님에게 2.5단계를 요구하고 있군요. 하하하. 저 웃은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9-04 12:57   좋아요 0 | URL
ㅜㅜㅜㅜ 저도 2.5단계인데 나라도 2.5단계를 유지하네요. 슬플 뿐...

syo 2020-09-04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사 알 수 없지. 어제의 모범더덕이 오늘의 불량선행학습자...

비연 2020-09-04 12:57   좋아요 0 | URL
내일은 다시 모범더덕?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