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냥 그대로 남아서, 멋지게 살아줄 것 같은 느낌. 내게는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 숀 코너리(Sean Connery)였다. 그런 그가, 오늘 90세로 돌아가셨다는 속보가 떴다. 쿵.

 

 

 

 

 

 

 

 

 

 

 

 

 

 

 

 

 

 

1대 제임스 본드로 워낙 유명한 배우이지만, 내게는 <장미의 이름>에서 수사 역할을 했던 그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박혀 있다. 움베르토 에코가 그려냈던 그 수사를, 숀 코너리만큼 잘 소화해내기도 힘들겠다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었는데. 움베르토 에코도 세상에 없고 이제 숀 코너리도 없다. 책과, 영화만 남았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구나...

 

 

 

 

 

제임스 본드로 나올 때도 멋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섹시함이 더해졌던 보기 드문 배우였다. 아버지는 노동자, 어머니는 청소부였고 스코틀랜드 혈통이었지만, 영국 이튼스쿨을 나왔다는 제임스 본드 역할을 멋지게 해냈고 <언터처블(Untouchable)>로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도 탔으며,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이었다. 2006년 은퇴를 선언하고는('백치들같은 영화인들에 신물이 난다" 라며..ㅜ), 유명한 영화 제의(반지의 제왕 같은)도 모두 거절한 채 조용히 지냈었다. 90세면, 천수를 누릴 만큼 누렸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왠지 서글픈 것은, 이런 그가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이 먼 타국에 있는 나라는 사람에게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참으로 허무하구나, 10월의 마지막날 다시한번 절감.

 

개인적으로 무진장 좋아하는 작가 움베르토 에코와 언제나 어디서나 멋진 모습이었던 숀 코너리를 기억하며 <장미의 이름> 책과 영화를 다시 보는 기회를 올해 내에 가져야겠다. RIP, Sean Connery.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0-10-3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스타에서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20-10-31 23:56   좋아요 1 | URL
흑흑...ㅜㅜ

꼬마요정 2020-11-01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깜짝 놀랐네요ㅠㅠ 참 멋진 배우였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20-11-01 02:41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에요..ㅠ 명복을 빕니다...

라로 2020-11-01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에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고 있어요. 사실 읽기 시작한 이유는 숀 코넬리의 역할이 컸는데,,,이제 이 세상을 떠났군요!! 제 남편이가 제일 좋아하는 제임스 본드도 숀 코넬리인데,,,, 어떤 사람은 존재 그 자체가 압도적인 사람이 있는데 숀코넬리가 그런 사람이죠.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20-11-01 07:37   좋아요 0 | URL
정말 대체불가한 배우였다 싶어요. 이제 좋은 곳에서 평안하기를.. 괜히 쓸쓸해집니다.

페크pek0501 2020-11-0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배우였지요.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20-11-01 13:57   좋아요 0 | URL
Rest in peace.. 어느새 하늘나라에 계시겠죠..ㅠ
 

 

제주도는... 아름다왔다.

정말 무리되는 상황에 다녀온 건데..

역시, 제주. 다녀오길 참.. 잘 했다 싶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짧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수이 2020-10-30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제주 풍경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려요. 비연님, 근데 사진만 보면 제주 아니라 외국 같아요 :)

비연 2020-10-30 20:06   좋아요 0 | URL
워낙 풍경이 좋아서..^^ 여행은 참 좋아요. 특히 제주도.

단발머리 2020-10-30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생각.... 외국이 부럽지 않네요. 비연님 덕분에 눈정화합니다!

비연 2020-10-30 20:06   좋아요 0 | URL
워낙 풍경이 좋아서 카메라만 들이대도 좋은 사진이^^

파이버 2020-10-30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가을의 제주도 너무 멋져요~ 즐거우셨던 순간들을 이렇게 멋진 사진으로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0‘b

비연 2020-10-30 20:07   좋아요 1 | URL
가을의 제주도 참 예쁘더라구요.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사진은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han22598 2020-10-31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가...제주도 풍경과 가을의 공기가 느껴지는 사진인데요. ^^ 좋아요.

비연 2020-10-31 09:44   좋아요 0 | URL
제주와 가을이 어우러지니 마음에 잔잔함이 스미는 기분. 이 추억으로 연말까지 버틸(?) 거 같아요^^
 

 

1.

 

어젠 대학 동창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있었다. 나야, 큰 기여를 한 건 아니지만, 애쓴 친구들이 고맙고 미안해서 자리라도 채워주려고 갔었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기념관 강당에 앉아 있으려니... 왠지 감회가 깊어지는 듯 했고. 코로나 때문에, 큰 행사로 기획되었던 것이 그냥 조촐하고 간소하게 치뤄져서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내년에 좀 잠잠해지면 다시 할 계획이 있는 지라 이 정도로 작은 행사라도 하는 게 어디냐 하는 마음이었다. 옛 사진을 모아서 동영상으로 만들어 틀고 그 시절 그 때 유행했던 일들을 얘기하고 그 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게 된 친구들과 이얘기 저얘기 하는 시간들이, 좋았다.

 

나는 사실, 낯가림이 좀 있는 편이라, 쉽게 마음을 열기가 어려운 편에 속하는데... (사실 겉으론 안 그래보여도 오래 걸린다) 희안하게도 그 시절을 그냥 기억으로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괜한 친근감이 드는 게, 동기라는 존재인 것 같다. 처음 보는 얼굴을 보고 바로 말을 놓고 부어라 마셔라 하고 옛날 얘기도 하고 지금 얘기도 하고 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는 상대는 드문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이 바빠서, 사실 행사 참여한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잘 다녀왔다는 생각을 했다. 2차 가기전에 도망치긴 했어도.. ㅎㅎ 어쨌든,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친구들일 듯 하다. 내가 원하기도 하고.

 

2.

 

오늘 이건희 회장이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접하고, 더욱.. 참 인생무상이로구나. 세상의 많은 부귀영화도 사람 명줄 앞에선 하나 소용없는 거로구나. 6년이나 병상에 있었다는데, 뭔가 마음은 작동하고 있었을까. 지나온 생을 반추할 정신은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괜히 아련해지는 마음이다. 과오가 있다고 해도, 했던 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아쉬웠던 부분은 또 아쉬워하는 게,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는 게 참 힘들고 외로왔지 않았을까.. 라는 애틋함도 든다. 내가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다.

 

인생무상이라. 살면서 나에게 주어진 생을 더욱 소중히 하며 지내야겠다 라는 마음이 진하게 든다. 어쨌든 내 인생만이 내 것이니, 마음에 안 들어도, 속상한 점이 있어도, 그게 내 인생이니까. 나라는 사람이, 다행히도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는 게 다행이다 싶다. 누가 무슨 짓을 하든, 잘난 척을 하든, 별로 신경쓰이지 않을 수 있어서 말이다.

 

3.

 

 

 

 

 

 

 

 

 

 

 

 

 

 

 

요즘 이 책을 읽고 있다. 10월은 바빠서 페이퍼로 뭔가를 남기지는 못하고 (사람. 장소. 환대도 읽고 나서는 할 말이 많았는데, 시간 지나니까 다 까묵..;;) 읽는다는 표만 이렇게 낸다. 반쯤 읽었는데, 아쉬운 점이 다소 있는 책이다. 프로이트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개요를 짚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깊이와 insight는 좀 부족해보이는 책이다 라는 생각이... 그러나 읽다보니, 내가 프로이트의 후기 저서들을 읽은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라는 깨달음이 들어서 이 책 읽고 몇 권 챙겨봐야겠구나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도움이 되는 책이긴 하다... 라지만, 정말 이상하게 매년10월 11월은 바빠서 꼼짝을 할 수가 없는... 체력도 딸리고. 이 읽고 싶은 책들을 어느 세월에 다 읽을까 라는 약간의 좌절감이 스미는 일요일 오후다. 일단은,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면서 생각해보자. (근데 낼 모레 제주도 여행간다지요?.. ㅜ)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22598 2020-10-25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여행가는 비연님이 저는 부럽습니다. ㅎㅎㅎ

비연 2020-10-25 14:53   좋아요 0 | URL
흠흠.. 사실 저도 마음은 들떠 있는데, 덕분에 일요일도 일을 해야 하네요 ㅎㅎ;;;;
가서 사진 올릴게요~

수이 2020-10-25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포토들 기대기대~ 프로이트 콤플렉스도 얼른 읽어야겠어요

비연 2020-10-25 19:39   좋아요 0 | URL
ㅎㅎ 사명감(?)을 가지고 사진 잘 찍기로^^ 프로이트 컴플렉스 고고~

단발머리 2020-10-25 18:05   좋아요 1 | URL
사진 부담 가지실 필요 없다지요. 막 찍어도 비연님은 포토제닉!
제주도 잘 다녀오시어요!

비연 2020-10-25 19: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단발님 감사~ 힘내볼게요!

레삭매냐 2020-10-25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7년 전에 프로이트에 대해 좀
알아 보겠다고 미셸 옹프레라는
분이 쓴 프로이트 평전 <우상의 추락>
이란 책을 샀었는데... 여적 못 읽고
있네요.

심지어 그 책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른다는.

제주도, 고저 부럽삽니다.

비연 2020-10-25 23:16   좋아요 0 | URL
흠. 이 책 괜찮아 보이는데요 ㅎ 갑자기 사고 싶어지는^^;;

제주도, 저도 기대는 되는데 일이 너무 밀려 마음에 부담이 크네요 ㅜㅜ
 

 

내게 있어 코로나는, 그렇게 답답하기만 한 대상은 아니었다. 좀 차분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많이 확보되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던 소확행도 좀더 누릴 수 있었다. 물론 길어지니, 뭘 못한다는 것보다 뭔가 나를 강제한다는 자체가 못 견디겠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내 행동을 통제받는 자체가 딱 질색인지라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긴 했다. 아니 컸지. 일단 야구장과 공연장, 전시장이 다 문을 닫아 버린 게 컸다. 야구는 내 생활의 일부이고 경기장에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갔던 것 같은데 그리고 올해는 전국 순회 공연을 해야지 했었는데.. 그게 망해버린 거다. 지금 개방은 하고 있지만, 거의 끝나가는 데다가... 두산. 으악. 두산. 포스트시즌에 가기는 가겠지만 4등 아니면 5등으로 갈 확률이라 .. 결구 남의 잔치 바라보는 신세가 될 게 자명해져서 (거의 확실하다) 흥미가 좀 떨어지고 있다. 오히려 시즌 끝나고 스토브 리그 때 두산에서 대거 FA가 나올 예정이라 그게 더 신경쓰인다.

 

클래식이나 뮤지컬이나, 미술 전시나 이런 것들을 못 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래서 틈만 나면 공연장에 가는 게 취미인 것을, 올해는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다 취소되어서 (그 중엔 기대되는 것들도 몇 있었다) 유튜브로 하는 실황중계 보는 것으로 날 달래고 있었다. 이제 1단계로 내려가면서 풀리긴 풀렸으나 내한공연은 불가능하고, 대신에 국내의 유명한 음악가들이 좀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 이제 슬슬 재개 해야지. 하고 티켓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지만, 아 정말 나같은 사람이 많은 모양이지. 표 구하는 게 쉽지 않다. (.. 쉽지 않다 가 아니라 못 구했다 ㅜ)

 

***

 

1. 조성진 전국투어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인기는 거의 아이돌급이다. 난 이 연주자가 유명해지기 전에 오케스트라 협연하는 걸 들었었는데, 눈여겨볼 만한 연주실력을 가졌었다. 그 이름 석자를 똑똑히 내 머릿속에 새겨둘 정도였으니까.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이후 그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고.

 

이번에 심지어 대구 찍고, 부산 찍고, 창원 찍고, 서울 찍고, 춘천 찍는 전국 투어가 진행될 예정인데.. 허허. 역시 전체 매진. 그냥 5분도 안 되어 다 날아가는 수준이다. 이 연주자 실황연주를 도대체 언제쯤 다시 보게 될 지.. 의문이다 의문. 이번 전국투어 프로그램에 못 가는 건 대단히 아쉽다. 슈만과 리스트인데. 조성진의 슈만과 리스트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2. 백건우와 KBS 교향악단 협연

 

여기서도 말했던가. 백건우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피아니스트다. 다른 취미 거의 없이 (언론 노출도 거의 없다) 수십 년 간 피아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게는 '구도자'라는 별칭이 너무나 어울린다. 공연장에 가보면, 앵콜도 없다. 계획한 프로그램에 전심전력을 다 퍼붓기 때문에 팬서비스로 낭비할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아 보여서 다들 수긍한다. 백건우의 연주도 슈베르트와 베토벤 두 차례 독주회를 갔었는데.. 훌륭하다. 대체로 작곡가의 전체 레퍼토리를 다 연주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만 든다. 차분하고 깊이있고 사색적인 연주다. 물론 이번 공연도 11월 14일에 있는데 매진이지. 하하하. ㅠㅠ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공연인데 말이다. 네.. 다들 잘 보세요.

 

 

3.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임동혁은 티켓 파워가 엄청난 클래식계의 또 하나의 아이돌이다. 아이돌이라고 해서 그의 실력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너무나 사랑하는 연주자이고 내가 들어본 임동혁의 피아노 연주는 수준급이다. 행동에 거침이 없고 하는 행보도 자신의 신념대로 하는, 신세대의 아이콘 같은 연주자다.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역시 베토벤을 골라 연주한다고 하는데.. 내가 너무 늦게 들어간 거겠지. 물론 매진. 하하. 그러니까 다 매진.

 

***

 

올해는 피아노 연주 들으러 가는 건 글른 모양이다 하고 낙담하고 있는데, 띠용.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와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와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는 기회가 있음을 발견. 바로 들어가 예약에 성공했다. 으으. 다행. 하나는 건졌네. 사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대단한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그리고 연주자들도 세계정상급은 아니지만 (그러니 표가 남았겠지) 그래도, 라흐마니노프의 곡이라니, 들으러 갈 의미가 충분하다. 다행. 하나라도 갈 수 있으니. 원래 내 생일이 11월에 있어서 항상 연주가는 걸 스스로에게 선물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가능할 것 같다..

 

 

***

 

뮤지컬도 풍년이다. 지금 하고 있는 <캣츠>와 이어서 할 <맨오브라만차> 그리고 곧 들어올 <노트르담 드 파리>, 셋다 굵직굵직하다. 세 뮤지컬 다 3번 정도씩은 본 것 같다. <맨오브라만차>는 원래는 정성화 버전을 좋아해서 계속 그 사람 걸로만 보았는데, 요즘 조승우에 꽂힌 나머지 예매를 시도.. 역시나 5분만에 매진이었으나 친구의 도움으로 하나님석(2층 맨꼭대기..)을 구했다. 괜찮다. 구한 게 어딘가. 기대된다. <캣츠>는 못 갈 것 같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표 구해 다시 갈 생각이다. 사실 이제까지 본 수많은 뮤지컬 중에 단연 으뜸은 <노트르담 드 파리>다, 내겐.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이고, 여행이 풀리면 파리에 가서 이 공연을 볼 계획이 있다. 진심으로 멋진 뮤지컬이다. 표.. 있겠지..?

 

***

 

이래저래 문화생활을 재개할 수 있어 많이 기쁘다. 집에서 음악 듣고 영화 보고 야구 보고 다 좋은데... 그래도 현장에 가서 듣고 보는 것 만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내년에는 제발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거리두고 봐도 좋으니... 공연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애정하는 피아니스트인 머레이 페라이어만 해도, 연세도 많으시고 (47년생) 몸도 자주 아파서 언제까지 연주를 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도 최근에 얼굴 보니.. 아이고 할배. 예전에 바이올린 계의 전설적 미인이었던 (그 실력은 퀘스쳔이긴 했지만) 안네 소피 무터도 이젠 장년의 얼굴로... 그래서 이들의 공연이 있다면 언제든 가서 보고 싶은 심정이다... 암튼 이제 문화생활 재가동. 바빠질 것 같네. 일도 많은데.. 흠. 일하러 가자.

 

내 신조는,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이미 젊진 않지만) 인데, 요즘엔 '노새노새'가 된 기분이다. 인생...;;;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잠자냥 2020-10-22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 연주회는 저도 몇 번이나 도전했다가 실패하고...(전 나름 티켓팅에 자신 있는 사람이거든요. 콜드플레이, 폴 매카트니 내한 때도 원하는 자리 다 성공한..) 근데 조성진 티켓팅은 정말 넘사벽입니다.... 한국 살면서 이 청년 공연 제가 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지 ㅠㅠ

비연 2020-10-22 12:18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ㅜ 유명해지기 전에 한번 들었기에 망정이지.. 향후에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바로 매진. 전 이 사람 저 사람 다 동원해도 잘 안 되더라구요. 중고나라 같은 데 들어가면 너무 비싸고 (사기꾼들..ㅜ). 그래도 우리나라에 이런 멋진 피아니스트들이 많다는 것엔 자부심을 느껴요. 다른 아시아권 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도 이 정도 실력 가진 사람 별로 없는.

syo 2020-10-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지는 3위하고 두산은 5위 할거라는 제 예측이 틀리고 말았네요.... 제길, 엘지는 2위를 할 모양이에요......ㅋㅋㅋㅋ

비연 2020-10-22 14:48   좋아요 0 | URL
누구시죠? 킁...
 

 

원래 10월과 11월은 일이 많은 달이다. 매년 그랬다. 덕분에 가을이라고 일컫는 달들에 단풍 구경이랄까를 간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좋아하는 여행을, 이 아름다운 날들에 가지 못할 정도로 일이 몰리는 시기다. 앉아서 꼼짝도 안하고 일해도 시간만 가지 능률은 그다지 오르지 않고, 진도는 나가지 않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러나 사람인 이상,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바쁜 탓에 신경이 하늘 끝까지 예민해지고 잠을 못 자 허덕거리더라도 배가 고프니 뭔가를 먹어야 한다. 이런 때는, 뭔가 요리를 한다는 자체가, 사치다. 예전처럼 부모님과 살 때는 내가 이렇게 바쁘면 부모님이, 아니 정확히는 엄마가 밥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다리만 움직여 나가고 자리에 앉아 손으로 나르는 음식을 입에 넣어 씹기만 하면 되었는데. 그러고는 그대로 몸만 빠져나와 설겆이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라는 느낌으로 다시 자리에 앉아 일하고 했는데. 이제 나는 모든 걸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간편한 음식을 한다고 해도, 어쨌든 준비하자면 이것 저것 꺼내야 하고 그릇도 놓아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나서 열심히 먹고 난 후 남는 것은.. 설겆이. 물에 녹는 그릇을 발명해달라.. 부르짖고 싶어지는 즈음이다. 먹고 물에 딱 넣으면 싹 녹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먹을 땐 애써 외면했으나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설겆이 거리에.. 한숨이 푹 나올 뿐이다.

 

어쨌든 음식 만드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난데없이 밀키트라는 것을 쳐다보게 되었다. 얼마 전에 내 친구가 조선호텔 밀키트로 나온 짬뽕과 짜장이 맛나다고 보내줬을 땐, 그래? 하고는 무시했었는데, 이쯤 되고 보니 다시 옛 글들을 뒤져 찾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다. 항상 품절, 품절. 오기가 나서 알람 걸어놓고 아침에 울리자마자 들어가도.. 아, 누군가가 이미 채가는 날이 이어지더라는...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하고는 다시 알람, 실패, 알람, 실패. 우씨.

 

그러다가 어느날! 잡혔다, 짬뽕과 짜장이. 부모님 드실 것과 내가 먹을 것을 하나씩 주문하고 완료를 누르는데, 그 흐뭇함이라니. 그 뿌듯함이라니. 해냈구나, 비연. 며칠 뒤 도착한 그것들은, 생각보다 부피가 되었다. 특히 짬뽕은 이것저것 든 게 많아서 이거 쓰레기 치우는 게 더 일이겠군 싶어서 살짝 후회도 했었다.

 

그러나, 그러나. 만들어 먹어보니, 오, 이것은 사서 먹는 것과 거의 비슷한 맛. 일단 외양도 비슷하고 (짜장에 오이 썬 거라도 올렸으면 좀더 비슷했을텐데 아쉽다. 오이가.. 집에.. 없었다 ㅜ) 맛도 아주 괜찮았다. 시켜먹는 것보다 낫다고나 할까. 일단 면이 생면이라 삶아서 담으니 쫄깃쫄깃한 것이 식감이 좋았고 그 위에 얹는 소스들도 훌륭했다. 특히 짬뽕은 해산물이나 야채가 꽤 실하다. 집에 해산물이 좀더 있거나 죽순이라도 있으면 추가해 넣어서 더 맛나게 만들 수 있겠구나 했다.. 물론 집에 없었다. 요즘 장을 못 봐서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아멘. .ㅜ

 

 

 

 

 

 

 

그러나, 역시 설겆이는 남는다. 이래서 집사가 필요한 거다. 설겆이 시킬 집사. AI라도 좋으니, 설겆이 시킬 대상이 있으면 좋겠다. 먹고 나서 설겆이 하고 나면 맛있게 먹을 때의 감동이 십분의 일 정도로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뭐 암튼. 이거 추천. 내가 무슨 쓱닷컴 직원도 아니고 (쓱닷컴 근무하는 후배는 아주 좋아라 좋아라 하더라는 ㅎㅎ) 내돈내산하여 시식해본 결과 좋더라. 라는 평이다. 밀키트를 잘 안 먹어서 (사실 처음이다)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다시 사서 먹을 의향 이백퍼다. 물론 품절 상태의 이것들을 구입하려면 매일 아침 진이 좀 빠지겠지만서도.

 

.. 요즘 금주/절주 중인데, 오늘 일 하나를 끝내서 지금 와인 한잔 할까 고민 중이다. 한 달간 술 먹은 게 2번인가. 기적이다, 비연. 내가 아는 선배 언니는, 이 마당에 넌 금주/절주까지 하면 뭔 낙으로 사니? 했지만, 지금 일이 많아 술을 먹을 시간도 없어요 라고 대답.. 했다가는 맞을 것 같아서 그냥 웃지요.. 했다. 오늘은 한잔 할까? 큰 일 하나 일단 초안 완성했는데. 으흠?

 

**

 

이 와중에도 이번 달 책을 먹으면서 틈틈이 보는 비연. 짬뽕국물 짜장소스 튀길까봐 온몸으로 가리며 조금씩 읽고 있다. <사람, 장소, 환대>. 좋은 책이다. 지적이면서도 감정과잉 없고 억지논리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주장하는 바는 명백한 그런 책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책이라 읽을 때 훨씬 편하다. 그렇다고 쉬운 책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어렵다. 많은 이론들이 교차하는 데다가,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가장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에 그렇다. 사람이란 뭐지? 에서 시작한 이야기들. 나는, 이렇게 내가 그냥저냥 알고 있던 기본적인 이야기를 이론적으로, 새롭게 혹은 통합적으로, 풀어나가는 책을 무진장.. 좋아해서, 이 저자에게 큰 관심이 생겼다. 김현경... 이 사람 강의가 있으면 찾아서 가봐야겠다.

 

 

 

 

 

 

 

 

 

 

 

 

 

 

 

 

여성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사회는 여성이 잘못된 장소에 있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잘못 인쇄된 글자처럼, 여성의 존재 자체가 잘못되어 있따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말하면 여성은 장소를 더럽히는 존재로서만 사회 안에 현상할 수 있다. '깨끗한' 여성이란 보이지 않는 여성이다. (p78)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10-20 2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맛있게 생겼습니다.
저도 오늘 감자를 갈아서 부쳐 먹는 감자전, 그리고 김치전을 저녁으로 해 먹었어요.
지금 생각하니 사진으로 남겨 놓을 걸 그랬다 싶어요. 먹느라 정신 없었던 모양입니다.
음식 사진을 보는 건 늘 즐겁습니다.

저도 <사람, 장소, 환대>에 관한 페이퍼를 올린 바 있어요. 앞으로 더 올릴 예정입니당~~

비연 2020-10-20 20:17   좋아요 0 | URL
앗. 감자전 김치전... 먹고 싶네요.. 이 식탐이라니.
나중에 사진 올려주세요^^

<사람, 장소, 환대> 읽고 계신 건가요?
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참 여러가지로 생각할 게 많은 책 같아요.
페크님 페이퍼 기대할게요~

다락방 2020-10-20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짬뽕 비쥬얼 장난 아닌데요!! 저도 시보고 싶지만 경쟁할 자신이 없네요 ㅎㅎ

저는 집에 오자마자 야채 잔뜩 넣어 카레 만들어 흡입했어요. 이제 자야죠...

비연 2020-10-20 20:1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제 구하기 좀 쉬워진 것 같아요. 지금도 들어가보니 떡 하니 구매하라고 되어 있네요.
아주 맛나니까 한번 시간내서 도전해보심이..

저도 오늘 카레 만들어 먹었는데... (저 위의 짬뽕과 짜장은 며칠 전 사진)
맛나서 넘 먹었더니 눈꺼풀이 감기네요. 아 자면 안되는데..모르겠다 싶은 마음..
다락방님, 편안한 밤..

syo 2020-10-21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대왕 비연님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맛있게 생겼네 쟤네들...

비연 2020-10-21 22:37   좋아요 0 | URL
사진대왕 ㅎㅎ 아이퐁이 대왕임 ㅋ 이거 둘다 너무 추천~ 요즘은 구하기도 쉬워요^^ 면 삶고 퐁퐁넣어 볶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