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90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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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존 딕슨 카의 소설은 나와 왠지 코드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근데 이 작품만큼은 나에게도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더이다. 밀실살인 트릭의 대가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으리만치 소설의 전개가 매우 짜임새 있었고 나중에 다 해결되고 나서 그 진상을 밝히는 동안에는 딴 생각없이 집중해야 했다...

유명한 교수가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다. 가면을 쓴 사람이 들어와 총으로 쏜 듯한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 교수는 동생이라 자처하는 사람에게 공개된 석상에서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다. 그리고...그 동생도 비슷한 시간에 거리에서 주위에 아무 흔적없이 살해가 된다. 마치 귀신에게 홀린 듯한 살인들. 시간적 공간적 연속성이 전혀 없는 이 사건들은 갈수록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결말이 마음에 들었던 건, 존 딕슨 카가 종종 사용하는 '인간적인' 면에 대한 진중한 고찰 때문이었다. 죽어가는 교수가 남긴 몇 마디 말은...그런 인상을 주기에 매우 적합했다(다 읽어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소설은 몰라도 이 책만큼은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아울러 중간 부분에 역대의 추리소설 중 밀실트릭에 대해 해설해둔 부분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명대사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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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4-08-3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자의 피로함이 절절히 독자들에게 전해집니다.. 책을 읽고 나서 몹시 피곤해했었죠. 밀실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중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연 2004-08-3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자의 피로함이라...정말 적절한 표현인 거 같네요^^
저도 밀실 살인사건 관련 추리소설 중 가장 으뜸이라고 생각하구요.....
 
움직이는 표적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2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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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나왔던 책을 그냥 조금 손봐서 내놓은 책인지라 요즘 책 같지 않게 활자며 편집 상태며 여러가지로 열악한 이 책을 그래도 놓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루 아처'라는 매력적인 탐정 덕분이다. '소름'에서 처음 만나 반해버린 이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섭렵하리라 마음 먹고 고른 책이었는데 보니까 이 소설이 아처 탐정이 나온 첫 장편소설이었다!

어느 백만장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애정이 남아있으리라 여겨지지 않는 불구의 부인이 아처 탐정을 고용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백만장자의 하나 남은 딸과 그 딸이 좋아하는 비행기 조종사. 그리고 그 딸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변호사. 그 밖에 이전엔 몰랐었던 백만장자 주위의 사람들. 이러한 관계들이 하나하나 파헤쳐지면서 미국 사회의 부조리와 비뚤어진 가치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변호사의 캐릭터에 있다. 가난했고 자수성가로 법률공부를 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며 바빠서 결혼조차 하지 못했던 40세의 그 변호사는, 마음 깊이 늘 석유재벌과 같은 백만장자의 딸과 결혼하여 신분상승을 완결하기를 꿈꾸어 왔다. 아마도 그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되어 있었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납치된 백만장자를 찾기까지 만나게 되는 많은 인물 군상들 또한 마찬가지다. 한때는 헐리우드에서 얼굴이 조금이나마 알려졌으나 이제는 퇴물인 여배우, 마약을 하는 피아노 치는 여자, 외국인들의 불법체류를 도와주는 브로커 등등. 미국 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설명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너무나 적절하게, 또한 지나치지 않게 묘사된다. 로스 맥도널드라는 작가는 추리소설 속에 사회를 담고 있어 읽노라면 감탄하게 된다. 결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뜻하지 않은 그 결말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담보하고 있기에.

루 아처 탐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고 이제까지 몰랐다면 알기 위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원제가 'The Moving Target'이라는데 잘 음미하면 매우 적절한 제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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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4-08-0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도널드 참 좋지요. 이 작품은 데뷔작이라 그런지 저에게는 좀 밍밍했어요. 필립 말로하고 그다지 큰 차별성이 없어보였다고나 할까.. <위철리 여자>에 이르러서 맥도널드가 왜 하드보일드 삼위일체의 하나인줄 알았지요.

비연 2004-08-1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철리 여자'도 읽어보아야 겠네요^^ 저는 최근 만나게 되는(물론 알라디너들 덕분이지요^^) 멋진 탐정들 덕분에 아주아주 신나게 지내고 있슴다...맥도널드 작품도 전권 번역되었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바램을 가지며...

하이드 2005-01-0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위철리 여자, 소름 , 그리고 이 작품, 움직이는 표적 중에서 '움직이는 표적'이 가장 좋았어요. 루 아처는 이 작품에서 가장 우울하고 가장 바닥이지만, 그런 점이 훨씬 더 매력이었다고 하면 절 변태라고 하실껀가요? ^^;;

비연 2005-01-0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태라니요....^^;; 저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루 아처라는 탐정에게 더 끌렸었답니다. 아직 위철리 여자를 못 읽은 게 마음에 많이 걸릴 만치요.
 
요리장이 너무 많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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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쾌한 추리소설이었다. 네오 울프라는 탐정의 캐릭터도 독특했고 그의 수행원(비서라고 해야 하나)인 아치 굿드윈의 묘사도 아주 유머러스했다. 군데군데 드러나는 작가의 기지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또한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또한 감탄스러웠고. 보기드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15인의 명요리장들 중 10명이 카노와 수퍼에 모이게 된다. 여기에 주빈으로 초대받은 네오 울프와 아치 굿드윈. 미식가인 울프는 교통수단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기차 안에서 내내 불안에 떤다. 이 모습 또한 밉지 않다. 이 요리장들 중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 한 요리장이 소스 이름 알아맞추기 게임 도중에 등에 칼을 맞은 채 죽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루라도 빨리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울프와 아치는 여차저차해서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고. 이 사건을 직접 풀어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실제 탐정들이라면 이렇게 하겠구나 싶게 현실적이다. 그 중간에 벌어지는 일종의 로맨스와 그것을 지켜보는 아치의 센스있는 묘사들이 매우 돋보인다. 결국 범인은 드러나고 이를 궁지에 몰아가는 울프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또한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 추리소설의 백미라고 생각된다.

나는 특히 아치 굿드윈이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좋았다. 탐정을 수행하는 비서 역할은 항상 탐정이 하는 일에 입을 벌리고 경탄만 하며 좇아다니거나 아무 가닥도 잡지 못한 채 헤매기 일쑤인데, 이 사람은 아주 철저히 탐정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수완을 발휘하면서 제재도 가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도 한다는 점이 멋있었고 그러면서도 울프가 다쳤을 때 보여주는 의리가 그 사람을 돋보이게 했다. 추리소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없는 괜챦은 '비서'라고 생각된다.

렉스 스타우트라는 작가의 글은 처음이었는데, 매우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인물을 자연스럽게 창조하면서실제 벌어질 수 있는 사람들의 교감과 분노, 복잡한 관계들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잘 짜여진 추리소설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좋은 만남이었고 계속 지속시키고 싶은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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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수집광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60
존 딕슨 카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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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카의 작품은 이번이 세번째다. '황제의 코담뱃갑', '화형법정' 그리고 이 작품 '모자수집광사건'...이번 작품 또한 전형적인 밀실살인사건의 해결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모자를 훔쳐서 우스꽝스러운 장소에 걸어두는 어느 도둑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한 남자의 죽음. 이를 둘러싼 가족간의 얽히고 섥힘. 결국 드러난 범인은 의외의 사람이었고...펠박사라는 탐정은 이 모든 사실들을 처음부터 짐작하고 하나씩 파고들어간다. 하지만 왜 범인을 계속해서 옹호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끝까지 가시지 않았다, 사실.

런던탑이라는 기괴한 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음산함을 풍기고 있기는 하나 내용의 구성은 추리소설치고는 좀 평범하지 않는가 싶다. 밀실살인사건이라고는 해도 결국 결론적으로는 그 해결이 그것과 관련이 있었는가 하는 것도 그랬고. 모자 도둑과의 연계도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고....내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작품이었다.

또 하나. 번역상의 문제인데...'대가리'라는 표현이 조금 걸렸다. 개 대가리를 쓰다듬었다 등의 표현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꼭 '대가리'라는 단어로 번역했어야 하는 지. 다른 표현은 없는 지. 약간 비속어같아 읽으면서 내내 이게 무슨 뜻인가 다시 한번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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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8-0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요, 1978년거 동판이거든요. 번역에 신경쓰시지 마세요. 그때 번역한 거라니까요. 뭐, 끼워넣기도 했는데 이 정도는 봐줘야죠...

비연 2004-08-0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그래서 좀 어색한 번역들이 많았군요.. 알겠슴다^^
 
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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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참..여느 프랑스 소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는 프랑스의 소설들은 말이 별로 없고 은유적인데 반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만으로 얘기를 풀어내는 데다 그 형식이 매우 톡톡 튀고 촌철살인적인 재기어린 말들로 가득차 있었다. 아마도 작가가 아시아의 여러나라들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쌓게 된 독특한 문화적 토양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려 죽어가게 된다. 이 즈음 기자들과의 한정된 인터뷰를 허락하는데...다섯명의 기자들이 하나씩 인터뷰하는 과정 속에서 네 명의 기자들은 여지없이 타슈의 독설과 냉소에 나가떨어지게 되나 마지막 한 명의 기자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시작된다. 타슈의 책을 모두 다 읽고 그의 미완성 소설까지도 섭렵한 니나라는 이 여기자는 타슈의 숨겨진, 그러나 어쩌면 누군가 알아주길 기다렸던 비밀을 하나하나 낱낱이 밝히게 되고...

이 책은 결국 문학과 독자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주된 내용이었다. 타슈 선생의 억지스럽고 현학적인 말들 속에서 현 세대의 문학이라는 매체와 작가들에 대한 비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울러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열광하기까지 하는 몽매한 독자들에 대한 비난어린 말까지도 포함되고. 뚱뚱하고 못생기고 불구에다 거동이 불편한 타슈 선생은 아마도 절름발이가 되어가는 거대한 문학의 세계를 풍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은 도대체 자신들조차 무엇을 말하는 지 모르면서 뭔가 그럴 듯한 포장을 하여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있고 평론가들이란 오히려 괜스레 얼기설기 꼬아놓은 말들 속에서 위대한 사상이라도 발견한 양 들뜨곤 한다. 그에 뒤따르는 합리화의 과정들. 타슈 선생은 이를 대표하는 표상이면서 이를 밑바닥까지 경멸하며 실체를 고발하는 타인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결국 마지막, 자신이 했던 방식으로 니나에게 '살해'당하는 그의 모습 또한 문학의 절대절명적인 죽음을 뜻하는 것이고.

솔직히 말이 많은 소설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게다가 현학적인 대화는 더더욱 피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이 소설은 참 잘된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 작가가 스물 다섯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펴낸 작품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 깊이나 생각이 다른 소설들을 뛰어넘고 있음 또한 인정한다. 아멜리 노통에 열광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 정도로.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소설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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