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참다가.. 이 연휴에 술도 꾹꾹 참고 있는데 (그러니까 내가 금주 7일째) 책까지 참아야 하나? 라는 억울함이 들어 10월 하고도 이튿날. 책을 샀습니다, 그려. 원래 10권 주문했다가, 아 이거 감당이 안 되겠어 라는 소심한 마음에 2권 줄여 8권 주문. 이렇게나 소심한 비연씨라니. 흠냐.

 

 

핑계를 대자면.. 알라디너들이 요즘 좋은 책 읽었다고 자꾸 올리니 내가 유혹을 당하지 아니할 수 없다 라는 (혀가 막 꼬이는 듯한 이 어법은 무엇인가) 것이고. 열심히 땡스투 누르며 골라놓고 보니 흠. 나쁘지 않아 싶기도 하고.

 

 

 

 

 

 

 

 

 

 

 

 

 

 

 

 

 

여성주의 책읽기에서는 일단 제외되었지만, 이 책을 안 사고는 못 배겼다. 읽으면서 얼마나 글을 쓸 수 있을 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소장각인 책임은 인정하고 일단 구입. 이 책 사고 싶어서 장바구니를 열었을 지도 모른다. (먼산)

 

 

 

 

 

 

 

 

 

 

 

 

 

 

 

 

 

 

 

이번에 소설이 많네. 워낙 소설을 좋아하는데 요즘 많이 못 읽고 있는 게 못내 아쉽다. 더 고르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지금 내 앞에서 날 째리고 있는 수많은 (소설)책 무더기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

 

 

 

 

 

 

 

 

 

 

 

 

 

 

 

 

 

 

자기 얘기를 쓴다는 것. 결국 에세이의 한 형태가 될텐데. 난 그런 책을 좀 경계하는 편이다. 잘못 고르면 너무 개인적인 얘기에 몰입해 읽을 만한 가치가 없는 글들을 만날 때가 있어서. 그들의 이야기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라, 나한테는 (글적인 매력이 그다지 없는) 그런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하지만 위의 두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 라는 마음에 골랐다. 마음산책 편집자인 이은혜님의 글 <읽는 직업>은 수연님 페이퍼를 보고 골랐는데,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겐 꽤 맞는 책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계장 이야기>는 계속 우선순위에 있던 책이었다. 서울대를 나오고 공기관에서 30년 넘게 일한 사람도 은퇴를 하고 사회에 내동댕이쳐지면 곱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과 익숙하지 않은 일과 마땅치 않은 노동환경에 고생하게 된다... 라는 것도 그렇지만, 나이든 경력자가 머무는 곳들이 대개는 소외된 곳이기에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겪으며 쓴 글이 읽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빈 해리스의 책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를 아주아주 예전에 읽었었다. 괜찮은 문화에 대한 책이고, 지금 산 <식인문화의 수수께끼>도 못지 않게 재밌으리라 기대하며 골라본다. <두 늙은 여자>는 소설이라지만, 북극권의 두 나이든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롭다. 나이가 드니, 늙는다는 것, 소외된다는 것 이런 부분에 관심이 더 많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은 역시, 자신의 경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더 어릴 때는 남의 일이었는데 이제 슬슬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나로 하여금 이런 책들을 고르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 수요일에 도착한다고 하니... 그 동안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열심히 읽어둬야 겠다. 올해도 독서가 더디다. 일을 핑계로 이리 게으름 부리다가는 눈 아파 수이 읽지 못하는 시기가 확 닥칠텐데... 백년도 못살 인간이 또 천년의 고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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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2020-10-02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 정치학 보고 바로 들어왔습니다! 다시 출판된다니 정말 기뻐요 ㅎㅎ

비연 2020-10-02 20:41   좋아요 1 | URL
앗. 보경님도 이 책을 기다리셨던 건가요?^^ 다시 나오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저도.
오면 바로 읽고 싶은데... 될랑가.. 노력해보기로. 불끈!

라로 2020-10-07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촌 레이첼 읽으시고 레베카 시작하시는 건가요? 저는 모리에 여사의 책은 아끼냐고 필사적으로 안 읽고 있어요! ㅠㅠ 그런데 너무 읽고 싶;;;;;

비연 2020-10-11 21:27   좋아요 0 | URL
라로님. 한 권 읽으시면 다음 권을 안 들 수가 없을 정도로.. 흡인력 있는 소설이더라구요..^^;;;
시간 여유 되실 때.. 확 읽으셔야 할 듯~
 

 

 

 

 

 

 

 

 

 

 

 

 

 

예전에 내가 아끼던 후배가 저 멀리 가기 전에, 우리가 함께 보며 즐거워 하던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였다. 북스피어에서 <미야베 월드 제 2막>이라며 나올 때부터 쭉 그랬다. 내가 워낙 미미여사의 사회파 추리소설을 좋아했기에 <모방범>이나 이런 책들을 신나서 추천해도 읽기는 읽지만 그냥 그런 반응이더니, 이 에도 시대 이야기를 담은 책을 함께 읽어보더니 그렇게 좋아하면서 "언니, 딱 내 스타일이에요." 하며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 원래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책에 점점 흥미를 가지고 좋아하는 소설도 생겼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그래 그럼, 이 에도 시대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다 사줄게." 했었다. 그렇게 시작되어 매번, 나올 때마다 한 권 더 사서 그 아이 집에 배달을 시켰고.. <외딴집>처럼 두 권 나왔을 때는 괜스레 투덜거리며 한꺼번에 두 권을 낸 북스피어가 원망스럽다고 농담했던 일도 기억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저 멀리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준 책도 이 시리즈 중 하나였다. 그 때, 메세지가 기억난다. "와, 언니. 너무 고마와요. 잘 읽을게요." 그 책을 다 읽고 그 먼 길을 갔을까. 아니면 읽다 말았을까.

 

미야베 미유키의 이 에도 시리즈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내용도 재미있지만, 볼 때 마다 이런 기억들이 떠올라서이기도 하다. 같은 책을 함께 읽으며 재미있다고 서로 웃음지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면서. 아, 이젠 과거구나. 멋진 일이었는가 하면서... 라고 써야 했던 거구나. 새삼 쓸쓸해지네. 추석날에.

 

<눈물점>. 이번에 나온 책에서는 흑백의 방 주인이 바뀌면서 시작된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오치카가 헌책방 차남과 결혼해서 미시야마가를 떠나고 나서 미시야마가의 차남인 도미지로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것. 오치카 없이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으려나 라는 생각이 설핏 들었지만, 역시 미미여사의 이야기 푸는 솜씨는 대단하다.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었고 마음에 상처가 있던 사람에서 별탈없이 지내온 사람으로 바뀌었고.. 그 변화 속에서 괴담의 결들도 좀 달라진 기분이다. 좀더 터프해지고 좀더 무서워졌다고나 할까. 사실 여기 실린 네 편의 이야기들을 읽고 밤에 잠이 잘 안 오기도 했다. 그게 딱히 귀신 뭐 이런 얘기라서가 아니라, 사람의 사는 것 자체가 죄인데 그 속에서 지은 죄를 이리 받는가 싶어서 오싹해졌다고나 할까. 

 

<눈물점>이나 <시어머니의 무덤>이나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죄에 대한 이야기다. 살면서 무슨 죄를 지었는지 그리고 살면서 누구랑 안 좋았는지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고 말했을 수도 있고 숨겼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은 알기 때문에 그 댓가를 치르는 것이 나에게나 다른 가족에게의 몫이 되는 것이 못 견뎌지는 이야기다. 읽으면서 생각했더랬다. 나도 이런 상황에 몰아지는 죄를 지은 적이 있는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무서워졌다. 괴담 시리즈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한낱 귀신이나 정념, 원혼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동행이인>. 그저 계부에게 반항하던 아이였으나 파발꾼으로 잘 살고 있었는데 아내와 아이와 부모를 전부 병으로 잃으면서 방황하게 된 사람. 그 사람에게 붙은 비슷한 처지의 혼. 그리고 깨달음.

 

"걷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숨이 차나 했더니."

호흡이 가빠서가 아니었다.

"저는 그제야 울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슬픔 때문이 아니라 처자식을 생각하며 울고 있었다.

"눈물이 그렇게 뜨거운 줄,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p295)

 

누군가를 잃으면, 그것도 가까운 사람을 잃으면 슬퍼서 좌절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게 잘 살펴보면 자기가 불쌍해서, 자기가 외로와서, 자기 슬픔에 겨워.. 일 때가 있다. 그건 처음에는 모르다가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나를 돌아보게 되는 어느 즈음에 문득 알게 되는 감정이다. 떠난 사람을 생각하면서 울기도 하겠지만, 결국 세상에 남겨진 내가 외롭고 세상이 원망스럽고.. 그런 기운에 젖어 무엇을 위해 우는지 무엇을 위해 울분을 가지는지도 모른채 그냥 넋을 놓아버리는 것.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동행이인>이라는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역시, 이 미시야마 시리즈를 읽고 나면, 좋다. 마음에 잔잔한 파도가 치다가 잦아지는 느낌이 든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내가 못 견딜텐데, 그냥 그렇게 잔잔히 파도가 치고 잠시 하얀 거품이 끓어오르는 듯 싶다가 책을 덮을 때쯤엔 잦아진다. 그래서, 가끔 카타르시스랄까, 뭐라고 해야할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미미여사는 이 미시야마 시리즈를 99개 쓴다고 한다. 이제 31개 썼다는데, 제발 99개 다 쓸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집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는 에도 시리즈를 흐뭇한 마음으로 사진 찍으며 이 칸이 책장 하나 전체로 번질 수 있기를 함께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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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0-01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31개도 대단한데 작가님께서 99개의 이야기를 목표로 하시다니 애독자로써 행복한 기다림이시겠어요! 도서관에서 가끔 책등만 봤는데 책장에 나란히 모여있으니 정말 예쁘네요ㅎㅎ

비연 2020-10-02 10:45   좋아요 1 | URL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가슴 가득 번지는 그 기쁨이란.
정말 행복한 기다림이란 표현이 딱이에요^^

syo 2020-10-0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쁘다....

비연 2020-10-02 10:45   좋아요 0 | URL
이쁘죠? ㅎㅎ 흐무웃..

단발머리 2020-10-02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쁘다....

비연 2020-10-02 10:45   좋아요 0 | URL
우히히. 뿌드읏합니다~

수이 2020-10-02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에도 시리즈 딱 2권인데;; 저리 보니 진짜 아름다워요

비연 2020-10-02 11:00   좋아요 0 | URL
앗. 수연님도 에도 시리즈 있으시군요!
저렇게 쭈욱 몇 칸 더 채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나이다^^

다락방 2020-10-02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장 너무 근사하네요. 저는 미미여사 책은 소장한 게 한 권도 없는데.. 저렇게 셋트로 두니 너무 근사해요!!

비연 2020-10-02 15:17   좋아요 0 | URL
북스피어의 이 표지가 참 예뻐요. 사서 쭉 꽂아두니 정말 흐뭇한..ㅎㅎㅎ

sklee8811 2020-10-10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당신이 보석입니다

비연 2020-10-10 13:59   좋아요 0 | URL
^_______^ 감사요~

비연 2020-10-10 22:22   좋아요 0 | URL
아.. 이 글이 sklee8811님이 쓰신 책 이름이었네요! 책소개글 보고 멋진 인생을 사셨고 살고 계시는 분이란 생각이 들어 댓글 다시 남깁니다^^
 

 

 

 

 

 

 

 

 

 

 

 

 

 

 

책을 읽고 나면 가끔 막막해질 때가 있다. 정말 좋은 책이고 읽는 내내 지식을 더해간다는 즐거움과 뭔가 정리된다는 뿌듯함으로 좋았었는데, 막상 마지막 장을 탁 덮고 나서는, 아 뭐라도 쓰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쓰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이 책이 그랬다. 이번 달은 유난히 바빠서 힘들었지만, 9월을 며칠이나 남겨 놓고 다 읽어냈다는 성취감 플러스 좋은 책을 읽었다는 자랑참 등이 어우러져 마지막 장을 덮었건만, 그리고 아주 빼곡이 포스트잇을 붙여놓기까지 했건만 뭘 쓰려고 하니 쓰기가 어려워서 살짝 좌절감마저 드는 순간이 있었다... 고나 할까.

 

각설하고. (서론 참 길다, 비연ㅜ) 그냥 쓰기 힘들면 간단히 쓰고 넘어가기로 작정한 채 페이퍼를 끄적여본다.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산만하게 읽고 있던 내게 '정리'라는 기쁨을 선사한 책입니다.. 라고 요약하고 싶다. 예전부터 나온 페미니즘 이론들을 잘 정리해두었고 최근 경향까지 잘 망라해두었으며 필요한 사람들과 저서들도 잘 나와 있어 노트 한켠에 열심히 다음에 읽을 책 목록들을 정리하게끔 도와주는 책이다. 아울러, 내가 어느 지점에 있구나 라는 걸 약간이나마 알게 해준 책이기도 했고. 페미니즘 책을 읽다보면, 모든 이론들이 다 그렇지만, 나와 딱 들어맞는 사람을, 이론을 찾기는 힘들다. 간혹은 이 사람 얘긴 받아들이기 힘드네, 시도는 좋은데 나와는 맞지가 않아 그러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좋았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이제는 '인간의 억압'이라는 측면으로 모아져간다는 것을 밝혀주어서이다.

 

 

오히려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 페미니즘의 주요 작업은 인간 억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 특히 그 억압의 문제는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권력 구조에 의해 역사적인 존중에서 배제되었던 여성들의 생각과 행동과 삶에 드러나 있다. (p486)

 

 

그래서, 나의 경향은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가깝다 여기면서도 유색인종 페미니즘에서 주로 나오는 교차성(한계가 지적되어 틈새성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다고는 하지만)이라는 개념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흑인 페미니즘 사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흥미를 확인한 바도 있지만.

 

 

유색인종 페미니즘들은 교차성 개념을 통해 억압이 역사,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차원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페미니즘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책을 내려면, 단순한 분석을 지양하고 대신 그 문제들을 경험한 여성들의 역사성의 복잡성(complexity of the historicity)을 반영해야 한다. (p189)

 

 

그래서 어쩌면 여성이지만, 백인이자 중산층이었을 학자나 이론가들로부터 시작되었을 페미니즘이 지금은 각계각층의 그리고 인종과 계급과 경제적인 측면 등을 다 고려한 방면으로까지 확대되고 더 나아가 젠더 자체의 정의, 여성과 남성의 대립구조가 아닌 LGBT의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흐름이 맞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책의 10장에서 설명된 제3의 물결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그들이 원해야만 하는 것을 원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그들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에 반응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추측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새로운 종류의 페미니즘' (p463)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닌가 싶다. 물론 아직 만들어나가는 중이라 여러가지로 미흡한 점은 많다 하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제3의 물결 페미니즘에 대한 대목은 상당히 흥미가 가는 부분이었다. 역사는 흐르고 시대는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반영해나가는 페미니즘의 모습이, 우리에겐 희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은 소득 중의 하나는, 공부를 좀더 기본적으로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흑) 9장의 실존주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부분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정신이 바깥으로 새어나가며 집중이 안되는 나를 발견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깨작깨작 사르트르도 읽었고 보부아르(제 2의 성!)도 읽었고 푸코도 읽었고 자크 데리다도 읽었고 했었는데, 어째서 머리에 남은 것은 거의 없고 이들이 하는 말이 내 뇌 위에서 부유하는 것인지. 뭔가 기초를 좀더 다지기 위해서, 흩어져 있는 지식들을 한데 모을 응집제 역할을 할 책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절실함이 스몄다.

 

사실 난 페미니즘의 너무 어려운 이론들에는 반감이 없지 않다. 페미니즘을 하는 사람들이 학자인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여성들의 경험 위에서 실천하는 행동이 먼저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학문이든, 어떤 행동이든, 이론적 기반, 말하자면 무언가를 정의하고 범위를 규정짓고 논의의 대상을 분석하여 그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느 지점까지는 무난하게 가더라도 반드시 막히고 헤매는 부분이 생긴다는 점엔 동의하기 때문에, 이론적인 측면들을 좀더 강화해나가고 나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읽을 총량이 있는데 쓸데없는 거에 눈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백퍼 동감이다. 그런 생각들을 진지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아주 훌륭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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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27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비연님. 그리고 언제나처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독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함께하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완독후에 저 두꺼운 책에 다다닥 북마크 붙여놓은 걸 보면 참 뿌듯하지 않습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글도 적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후훗. 우리는 10월 도서로 또 만나요, 언제나처럼!

비연 2020-09-27 15:20   좋아요 0 | URL
정말 함께 읽지 않았으면 이걸 다 읽어낼 수 있었을까.. 절감합니다.. 그래서 좋은 거구요.
함께 하는 즐거움을 새롭게 알게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10월 도서로... 2권으로 .. (흐미) 다시 만나야죠!

공쟝쟝 2020-10-05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 데리다 이미 읽으셨던 언니셨댜...

비연 2020-10-05 09:51   좋아요 1 | URL
아.. 그냥 한두 권 정도씩만.. 잡다한 관심사의 맥락에서.
그러나 그닥 머리에 쌓인 건 없는 상태라... 더 슬픕니다..;;;
 

 

오늘 일이 많았다. 아니 요즘 일이 부쩍 많아졌다. 내가 나의 수용력을 넘어서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어릴 때는 그렇게 일을 해도 버텨낼 수 있었지만, 요즘 같은 때는, 심지어 운동도 안하고 살도 찌고 그런 와중에는, 조금만 부하가 걸려도 며칠이 힘들다. 지금 내가 그런 상태이고, 지난 주의 여파를 이번 주에 겪어내고 있다.

 

일을 대충 마무리하니 8시가 넘었었고.. 살짝 망설이다가,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길이 막히지 않았다. 그냥 내가 가서 뭘 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냥 건강한 얼굴 보고 오면 나나 부모님이나 좋지 않을까 해서 무작정 갔다. 도착하니 9시. 엄마 아빠는 피곤한데 왜 왔느냐며 한 소리 하시는 듯 했지만 눈에는 반가움이 서렸다. 부모님의 그 눈을 보니, 피곤을 핑계로 집에 바로 가지 않고 부모님께 온 내가 왠지 뿌듯해졌다. 한동안 수다 떨며 있는데 동생이 왔다. 9시 30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나같은 심정으로 온 모양이다. 나는 동생의 이런 면이 참 좋다. 아이가, 바르고 정겹다. 어릴 때 엄청난 장난꾸러기에 생각이라곤 없어보였는데 어떻게 이리 잘 컸지, 라는 괜한 흐뭇함을 가지고 바라본다.

 

우린 오랜만에 넷이 모여 수다를 떨었고 결국 견과류와 커피가 대령되었고.. 아빠 엄마의 일요일 무용담(아파서 병원 간 게 무용담이라니ㅜ)을 들으며 그만하길 다행이라며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10시. 이제 일어나자. 한다. 아빠는 나보고 가냐고 물으신다. 아 아빠. 제가 일이 많아서. 주말에 올게요. 하니 못내 아쉬워하신다. 약해진 아빠. 다시 마음 찡. 주말에 고기라도 사서 와야겠다. 영양보충도 시켜드릴 겸. 아무리 바빠도 주말 전에 다 끝내자.

 

집에 도착하니 맥주 한 잔이 간절했다. 사실, 난 체질상 맥주가 잘 맞지 않는데, 와인이 없다. 다 먹었다. (아.. 급좌절했다) 그래서 냉장고에 있는 빅웨이브 에일맥주를 한 캔 꺼냈다. (아직 2캔 오롯이 남아있다. 기쁨) 그렇게 한 잔 하면서 오늘 못다한 일을 다시 한다. 이제 슬슬 마무리지을 때쯤. 내일도 다시 해야 하지만.. 자정이니까. 자정이 다가온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가고.. 내일은 15일. 9월도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다. 두 개의 중편. <판사와 형리> 그리고 <혐의>. 지금  <혐의>를 읽고 있는데, 이 소설들은 아주 재밌다기보다는 그냥 좀 고전적이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내 중학교 동창의 어머니. 나랑은 거의 접점이 없었던 아이지만, 어머니가 그 당시에도 독문과 교수로 번역을 한다는 건 소문이 많이 나 있었다. 이젠 연세가 많으실텐데.. 이 책의 개정판을 내셨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고린도전서> 13장에서 멋들어지게 읊는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이 중에서 가장 끈질긴 것은 소망이랍니다. 이 희망이라는 것이 지금도 붉은 흉터 범벅인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유태인 걸리버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사랑과 믿음, 그 두 가지는 슈트트호프에서 일찌감치 악마에게 가버렸지요. 그렇지만 희망만은 남아 있어 사람들은 그것을 끌고 악마한테 갔던 겁니다. 희망, 희망! 넬레는 희망을 호주머니 안에 준비해 갖고 있다가, 그것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자들이 그것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p176)

 

 

성경에서는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고 했지만, 사실 인간이 최악의 조건에 몰리면 사랑이 가장 먼저 날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나 자신 하나 버텨내기도 힘든 판에 남을 사랑하라는 건,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것도, 무리한 요구다. 아우슈비츠 같은 곳에서 사랑이 사라지고.. 내가 살 수 있다는 믿음은 그 다음으로 날아가겠지. 하지만, 어쩌면 살 방도가 따로 있을 지도 몰라 라는 희망 혹은 소망만은 남는 모양이다. 왠지 이 대목에 공감이 갔다.

 

가스실에 끌려가서 처참하게 죽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말에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열에 아홉은 죽지만, 한 명은 그 희망을 끝까지 부여잡고 살아 세상의 빛을 본다. 잔인하고 끔찍하지만... 어쩌면 막다른 골목에 달한 사람에겐 생명이라는 걸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이 소망이나 희망이라는 것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싶다.

 

내일 일하려면 오늘은 이쯤에서 자야겠지. 책도 더디고 일도 더디고 마음은 왠지 쳐지는, 9월의 가을날들이다. 아까 운전해서 오는데 이 노래가 나왔다. 내가 정말 좋아하던 노래. 가사도 음색도. 그 옛날, 이 노래를 수없이 반복하며 눈물짓던 날들을 기억하며.  그리고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미어져 오는 시간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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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0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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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1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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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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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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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려고 알라딘에 들어왔을 때 잠깐 멈칫 한 적이 있다. 이 책이 큰글씨 책이 있는 거다!  물론, 그것은 출판사에서 노안이나 약시와 같이 책 읽을 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겠지만, 문득, 나도 이걸 살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마도 예감이란 게 있었던 모양이다... 이 책은 두껍고.. (거의 500페이지).. 글씨는 촘촘하며... 내용은 교과서적이다. 하지만 뭐랄까. 이제까지 산만하게 읽었던 여성주의 책들이 정리되는 기분이랄까. 매번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의문점이 드는 건, 그 맥락의 역사는 무엇일까와 나의 관점은 어디에 머무는가 였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아 이런 거였구나 라는 깨달음이 다가온다. 역시 책이란, 좋은 거다. 일상에서 빠샤 하고 느껴지지 않는 어떤 깨달음의 순간을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는 것. 그래서 좋다. 물론 이 한가지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모든 관점에 대해 승리하는 한 가지 관점을 찾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의 말미에서 결국 실망할 것이다. 모든 페미니스트 관점이 똑같이 옳을 수는 없다 해도, 여기에서 결정적인 최종 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 대신에 진정한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에게는 언제나 성장, 향상, 재고, 확장의 여지가 있다. 이렇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해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권위주의적인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p14)

 

 

서문의 이 마지막 말이 마음에 와닿고 마음에 든다. 뭐 하나를 강요하는 것, 내가 딱 질색하는 것이라. 물론 이것저것 다 기웃거리고 다 맘에 들어 이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나의 관점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이 어떤 것을 공부하든 필요한 자세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극단적인 하나의 관점을 너무 세게, 너무 일관적으로, 너무 변함없이 몰아붙이는 것을 경계한다. 신념의 소산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냥 그렇게 '관성적으로' 다른 것과 유리된 채 진행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정신을 좀더 자유롭게 하여 받아들이기 위한 자신감을 주는 대목이었다.

 

이제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읽었다. 동감되는 부분도 있고, 동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우선 현재까지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관점에 집중되어 있고 더 확장된 개념, 인종이나 빈부격차 등의 사회적 맥락이나 등에 대한 고려는 많지 않은 것이 조심스럽다. 어느 분야의 이론이든, 대부분 서양에서 발전한 것이 많고 공부란 걸 하는 사람들이 그 시대에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많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람이란 자신의 background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에 백인의, 중산층의 관점이 여전히 지배적인 페미니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것도 사회주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극명히 드러나는 것이긴 하다)

 

읽음을 읽음을 낳는다고, 여기 나오는 책들 이름을 보면 아 앞으로 읽어야겠다 싶은 책들, 이 사람 책 읽어야 겠다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미치겠다) 걔중엔 번역이 안 된 것들도 많은 것 같다? 번역 좀 해주세요.. 여러분.

 

 

 

 

 

 

 

 

 

 

 

 

 

 

 

 

 

 

 

이미 읽은 책도 있다! 베티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 룰루. 그러나, 난 베티 프리던이 고전적 자유주의 페미니즘 계열에 속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런..ㅜ) 어떤 면에서는 동의할 수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심히 동의되었던 이 책을, 20년 후 베티 프리던은 스스로 한 단계 더 발전한 <제2의 단계>라는 책으로 거듭나게 했다.

 

 

 

 

 

 

 

 

 

 

 

 

 

 

 

 

내용에 대한 여러 생각들은 좀더 읽고, 적어도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까지는 읽고 얘기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읽어보고 정리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난데없이 노트 정리를 시작했다. 기록하는 걸 무지하게 좋아하지만, 책 읽는 동안 노트 정리를 하면 시간을 너무 뺏기는 것 같아서 잘 하지 않는데 (대신에 덕지덕지 포스트잇을 붙여둔다) 이런 교과서적인 책은 정리하지 않으니 머리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어쩔 수 없이 펜과 노트를 꺼내 들었다는. 여러 가지로 기념비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아, 이 책 저자는 확실히 기억날 것 같다. 성이 '통'. 통이 지은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 통통.

 

오늘 p129 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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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08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비연님도 급진주의까지 다 읽으셨네요. 저도 급진주의까지 마쳤는데..단발님도 그렇고..아 너무 초조합니다. 얼른 집에 가서 3장 시작하고 싶어요. 아아, 뒤로 쳐지는 이런 기분 매우 싫다.. ㅋㅋㅋㅋㅋ

저는 자유주의보다는 급진주의에 훨씬 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역시 그랬어요. 그렇지만 사회주의 부분을 읽으면 어떨지 기대가 커요. 저자 서문을 읽었을 때, 제가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책의 관점이 어느 쪽으로 쏠려있든 저는 이 책이 정리해놓은 그 자체가 되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둔 뒤에 언제라도 다시 꺼내 뒤적일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비연님, 화이팅이요!

비연 2020-09-08 18: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초조해하지 마소서. 단발님은 몰라도, 전 이번 달은 일이 많아 완독할 수 있을 지 그게 초조한 1인.
저도 자유주의보다는 급진주의에 더 가까운 것 같더라구요. 사회주의가 더 맞는다고 생각해와서, 저도 3장은 초미에 관심.. 이나, 아 읽기 힘드네요. 시간상. 그러나 우리우리, 홧팅요!

단발머리 2020-09-08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비연님의 초조함이 이렇게나 느껴지네요. 그러나 다시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야무지게 3장을 시작했던 저는, 생각보다 지지부진하다는 슬픈 소식 전해드립니다. 3장 다 읽은 사람으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아... 다락방님이 먼저 다 읽을것 같은 불안한 예감 🥺

비연 2020-09-08 19:00   좋아요 0 | URL
앗. 3장 시작하셨군요! ㅠㅠ 언제나 그렇듯.. 늦게 출발해도 먼저 도착하는 건 다락방님이라.
그냥 전 (체념하고) 천천히 조금씩 결승점으로... 거북이마냥. 문어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