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책이 어디 한두 권이겠냐마는... 이 책이 세트로 나오니 더욱 사고 싶어지는 것은 어인 일인지. 가격을 보니 약 80,000원. 와인 한 병 샀다고 생각하고 (한 병? ㅜ) 그냥 지를까 살짝 고민 중이다. 예전에 이 책 읽었었는데.. 내가 읽은 책들은 부모님 집에 두고 나왔고 그래서 열린책들 장정으로 세트 구매를 해서 집에 두고 야금야금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을, 이 깊은 가을날 해본다. 냠냠. 



















누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사실 같이 읽어보자고도 얘기했지만,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포기하고... 일단 내가 혼자 사서 읽는 방향으로 하고 싶은데. 흠. 지난 번에 <다시, 올리브>도 영문으로 사두고 책상 위에 버젓이 이전의 <올리브 키터리지> 영문판과 함께 읽겠다며 올려두었는데 이 책도 그 위에 쌓아야 하나 싶다. 근데 제목이 끌린다. 사고 싶군. 냠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왜 이전에는 이 신통방통한 작가의 글읽는 재미가 사무치지 않았을까 심히 궁금한 지경이 되어, 읽었으나 다시 읽기로 한 책들이다. 그러니까 이건 사고 싶은 책이 아니라 우선 살 책들이다. <등대로>를 읽었었지 아마도. 근데 왜 지루했다는 기억만이 남아 있는 것일까. <자기만의 방>은 이리 재밌는데. 아주 찰지고 유머러스하고 지적이다 이거다. 사야지. 냠냠. 


















하루키의 책은, 사고는 싶은데 왠지 망설여지기도 한다. 일단 소설 쪽은 늘 별로 였고 에세이를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소설은 나와 정서가 잘 안 맞는다. <노르웨이의 숲>도 그랬고 <1Q84>는 더욱 그랬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좀 나았더랬다. 하루키 글은 다 읽는다.. 약간 그런 경향도 있어서, 아니 그것보다는, 일단 다 사둔다.. 이런 경향이 있어서 사기는 사야 할 듯 싶다...지만, 이 책 번역하려고 엄청나게 인세 주고 했을 거 생각하면 좀 거부감도 들고. 복잡하다. 그래도 사고 싶다. 냠냠.


**


계획은 1월 쯤에 제주도 가서 일이주 머물며 책이나 실컷 읽다 오자.. 였는데 지금 코로나 확산 상태 보니 그것도 어려워 보이니 그냥 집에서 독서칩거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한다. 물론 쌓아둔 책은 많지만 (먼산;;) 그 칩거기간동인 읽을 책들을 또 나름 구상하다보니 이렇게 사고 싶은 책들이 나오네. 올해가 끝나가는 기념으로 (참 기념도 많지..) 12월 1일에 사리라. ㅎㅎㅎ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11-27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12월 1일에 살거에요. 불끈!


비연 2020-11-27 19:03   좋아요 1 | URL
뽜샤!

수연 2020-11-27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여기 1일 책 살 사람 추가요!!

비연 2020-11-28 05:25   좋아요 0 | URL
ㅋㅋ 홧팅!

han22598 2020-11-28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인도 드시고 책도 사시길 ^^ 저렴이 와인을 추천드립니다. ㅎㅎ

비연 2020-11-28 05:27   좋아요 1 | URL
와인과 책은 참으로 좋은 벗이라는 생각이... 이 새벽에 드네요 ㅎㅎ 저렴이 와인 몇개 구비하고 책도 사야겠어요~

유부만두 2020-11-28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토일월 사흘 남았어요. 그런데 구미호의 전설을 기억하십니까, 말일에 딱 하루전에 .....

비연 2020-11-28 08:42   좋아요 0 | URL
헉... 유부만두님 ... ㅎㅎㅎ ㅜㅠㅠ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제 한국시리즈가 끝났기에 나의 2020년은 끝났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내가 좋아라하는 두산베어스가 준우승에 그친 바람에 내상이 있기는 하지만, 덕분에 즐거웠고 끝나서 슬프다. 이제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있고... 아직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못 봤기에 그거나 보면서 이 겨울을 나려고 한다. 남겨둔 야구 드라마가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야, 위안삼고 있고. (별 게 다 위안입니다, 그려)


한 달 여 와일드카드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야구 보느라 야구 응원하느라 야구 신경쓰느라 할 일을 자꾸 미뤄서 이젠 독촉의 지점까지 다다라 매일 쫓기고 있는데, 이제 일을 해야겠다 싶다. 이 중엔 뭐라 하는 사람은 없으나 늘 내 마음 한 귀퉁이에 돌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푸코. 



'성생활에 내재하는 잠복성의 원칙에 의해,' 고백의 기술에 의해 성의 진실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는 것은 성의 진실이 말하기 어렵거나 품위의 금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성의 작동방식이 불분명하기 때문이고, 성이 본래 포착하기 어렵고 성의 에너지와 메커니즘이 감추어지기 때문이며, 원인으로 여겨지는 성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은밀하기 때문이다. (p80) 


진실은 고백함으로써 진실을 완성된 상태로 분명히 드러낼 주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진실은 말하는 사람에게 현전하나 불완전하고 그 자체로는 맹목적이어서, 진실을 전달받는 사람에게서만 완결될 수 있다. 이 모호한 진실의 진실을 말하는 것은 후자의 몫이다. 고백하는 사람이 말하는 내용에 대한 해독이 고백의 내용에 덧붙여져야 한다...(중략)... 듣는 사람의 기능은 해석하는 것이다. 고백과 관련하여 듣는 사람의 권력은 고백이 행해지기 전에 고백을 요구하거나 고백이 이루어진 후에 결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고백을 가로질러 고백을 판독함으로써 진실한 담론을 구성하는 것이다. (p81) 



참 어렵게도 썼수, 푸코. 번역이 아무리 영어식으로 되었다고 해도 어쨌거나 이렇게 한 문장에 수많은 단어들을 우겨넣은 것은 푸코겠지. 푸코는 아마 그럴거야. 나는 다 이해되는데 너넨 왜 이해가 안 된다고 하니... 읽는 사람의 능력을 고려해서 쓰는 것은 사상가의 몫이 아니거들. 끄덕끄덕. 눼에. 


<성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적어도 3권의 책을 써낼 때는 머릿속에 뭔가 쭈욱 정리된 게 있었으리라.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참으로 대단하다. 성의 역사를 권력의 담론으로 해석하는 글을 3권이나 써낼 생각을 하다니. 근데 읽어나가다 보니, 하, 이 사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구나 싶다. <성의 역사>는 푸코 철학의 결정판과 같은 것이라 (죽기 직전까지 썼으니) 이걸 이해한다면 감옥이나 병원 등을 대상으로 썼던 권력의 담론들을 재정리할 수 있겠구나. 근데 예전에 읽었던 그 책들은 어째 단어 한조각 생각나는 게 없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억압이나 우리가 알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에 비례하는 무지보다는 오히려 지식을 생산하고 담론을 증가시키고 즐거움을 유발하고 권력을 낳는 실증적 메커니즘으로부터 출발하여, 이 메커니즘이 출현하고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주의 깊게 추적하고 이 메커니즘과 깊은 관계가 있는 금지나 은폐의 진상이 이 메커니즘과 관련하여 어떻게 배치되는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우리의 작업은 이러한 지식의 의지에 내재하는 권력의 전략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생활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대상으로 지식 의지의 "정치경제학"을 구성하는 것이다. (p88-89)


1권의 부제가 '지식의 의지'인데, 그러니까 왜 이 책 제목이 이것인가가 여기쯤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지식의 의지에 내재하는 권력의 전략을 규정. 그 대상 사례가 성생활이다 라는 것. 결국 푸코는 정치경제학을 '성'의 메커니즘을 통해 말하고 싶다는 것이로구나.


이제 겨우 100페이지쯤 읽었고 뇌에서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미지가 없어서 뭐라고 떠들어댈 것도, 의지도 없지만,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뭐랄까. 뇌를 좀 refresh 하는 기분이랄까. 한동안 이 느낌을 누려보고자 한다. 이제 야구도 끝났으니 (다시한번 강조 ㅜ)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11-25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권 다 읽었는데 비연님 이 페이퍼 인용문 왜이렇게 낯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푸코 화이팅이요!! 💪

비연 2020-11-25 18:35   좋아요 0 | URL
그것은,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ㅎㅎㅎ;;;;;; 푸코 화이팅입니다!

수연 2020-11-25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경제학....... 제가 싫어하는 거....... 저도 다 읽었는데 낯설어요;;; 또다른 인생의 낙이 올 거예요~ ^^

비연 2020-11-25 18:37   좋아요 0 | URL
푸코의 매력은 볼 때마다의 낯설음일까요. 볼매 푸코. ㅎㅎ;;
또다른 인생의 낙은 내년 야구 다시 시작할 때가 될 듯. ㅋㅋ

유부만두 2020-11-25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시즌은 잘 하나 싶다가 얼렐렐레 망쳐버린 엘지 덕분에 야구 끊어보려구요 ;;; 애증의 베이스볼입니다.

비연 2020-11-25 20:57   좋아요 0 | URL
올해 엘지 팬들이 다들 이런 상태..이나, 그래도 야구는 계속 되어야죠^^ 유부만두님, 홧팅!

공쟝쟝 2020-11-26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 다산 듯한 비연님 말투 ㅋㅋ

비연 2020-11-26 07:37   좋아요 0 | URL
푸코가 저를 이리 만든 걸까요....

공쟝쟝 2020-11-26 08:32   좋아요 0 | URL
야구가....

단발머리 2020-11-26 08:57   좋아요 0 | URL
야구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구야구

비연 2020-11-26 08:59   좋아요 0 | URL
들켰....;;;;;;;;;;

블랙겟타 2020-12-03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대로 저는 야구의 맛을 알았어요...(처음 해봤거든요. 봐주세요 ㅠㅠ)

비연 2020-12-04 18:26   좋아요 1 | URL
... 처음 해봤으니 봐달라는 말에.. 불끈 쥔 주먹을 풉니다... 으흑.
지금은 스토브리그. 이건 뭐, 한국시리즈보다 더 슬프네요.. 막 곳간이 비고 있어요. ㅠ
 

오호라! 돈과 방이라.

버지니아 울프의 이 책 앞 몇 장을 읽고 바로 끌려 전집을 몽땅 사리라 마음 먹어버린 이 새벽.

(근데, 이 책을 왜 지금에서야 읽는 것이냐, 비연? 알 수가 없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0-11-23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알아요... 비연님은 하려면 하시는 분이라는 걸. 사려는 책은 사는 분이라는 걸.
어쩌죠... 이 시리즈 품절이에요ㅠㅠ 지금은 낱권으로 구입하셔야 할것입니다...

비연 2020-11-23 13:2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그래서 낱권으로 푱푱 보관함에 담고 있나이다 ㅜ 품절이 왠말이냐고요.. 흠냐

수연 2020-11-23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그럼 울프 읽는 건가요?! 얏호 신난다

비연 2020-11-23 21:27   좋아요 0 | URL
ㅋㅋ
 

 

 

 

 

 

 

 

 

 

 

 

 

 

 

 

 

"... 그러나 이 말 한마디만 마음에 새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 단순한 말,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지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보시거든 축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p161)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느낌은, 이 책이 좋다, 라는 것이다. 구구절절 대목을 따서 말하지 않아도 그냥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제목만큼이나. 그런데 이 제목이 성경에 있는 구절이었던가? 잠시 갸우뚱. 모태신앙으로서 신약과 구약 주요 내용들은 통독한 전적(?)이 있는 나이지만, 이 문장은 낯설다. 하긴, 이제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쓰기도 멋적을만치 교회와 거리를 두며 살고 있는 내가, 그저 옛 기억에 기대어 성경에 있었던가 하고 의문을 가지는 자체가 넌센스이긴 하다.

 

주인공인 폴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 굴곡은 세상의 모든 우연과 필연에 합쳐져 참 어찌 할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사실 그의 인생은 20세기와 21세기에 끼인 자의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고 그렇게 돌고 돌아 그가 당도한 곳은 그의 뿌리였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이 왜 교도소에 들어와 있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뭔가 대단한 사건이 있었나. 교도소에 영혼을 다가오는 가족들이 해를 입었나... 그런 의문들이 하나씩 둘씩 해소되어 가는 과정에서, 묘하게도 사는 건 뭔지, 늙어가는 건 뭔지, 내가 사는 방법은 맞는지 이런 생각들이 슬며시 스며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이 책이 좋다 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망치는 방법은 무한하다. 나의 외조부는 DS19 시트로앵을 택했다. 내 아버지는 성직자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살아갈 날들을 촘촘한 시간 배정으로 지배해버린 그 속세의 수도원에 들어가는 편을 택했다. 예상치 못한 고장과 긴급 상황이 아니면 나의 일과는 항상 동일했다. (p177-178)

 

무한한 인생 망치기를 선택하기 전에 알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운명처럼 무언가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버티던가 나가떨어지던가 둘 중의 하나로 남게 된다. 폴이 렉셀시오르라는 예순여덟집이 있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직업을 택하게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행했고, 그 불행의 회오리를 지나치고 나니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착한 폴은 열심히 일했고, 충직했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는 그 입주자들에게 다 환영받는 관리인이었다. 자부심이 있었고 또 아내 위노나가 있었고 또 사랑하는 개 누크도 있었다.

 

... 나는 누구에게는 장을 봐주고 또다른 누구에게는 약국 심부름을 해주는 등, 내게 남은 마지막 과부들을 보살폈다. 그 할머니들은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 끝으로 간신히 생에 매달려 있었다. 언젠가 전부 무너져내릴 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개수대에 물이 샌다, 가스레인지 후드 필터를 갈아야 한다, 하는 소리를 들으면 허겁지겁 올라가서 손을 봐줬고 내가 여기 있다는 말로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 거대한 집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이 나에게 각별했다는 것을, 어떤 면에서 내 딴에는 그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p215)

 

세상이 바뀌고 그 곳에도 변화가 일었다. 가까왔던 사람들은 떠나고 죽었고 새로운 세입자와 새로운 입주자 대표를 맞았다. 정성과 신뢰로 일하는 분위기는 정확한 업무범위와 갑질에 가까운 지시와 동전 한닢까지 세어대는 간섭으로 인해 점점 경색되어져 가고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게끔 사람들도 그 기조를 따라간다. 어이없으리만치 일제히.

 

"... 요컨대, 복지사 노릇은 그만하고 관리소장이면 관리소장답게 적잖이 받아가는 월급값을 하라, 이겁니다..."  (p235)

 

폴을 둘러싼 (살아남은) 사람들, 교도소에서 같은 방을 쓰는 패트릭 호턴이나 공동주택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키어런 리드나.. 그들의 인생 또한 할 말 많은 인생이었고.. 사람은 누구나 사연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그러다 죽는 것이겠지.. 그 속엔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그렇게 한 세상 살아나가는 것이겠지.. 싶어 왠지 모든 이들의 인생에 짠한 마음이 들게 된다.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는 참 무한한 사는 방법이 있는 것이구나. 이 작가에게 흥미와 애정이 생겨, 번역된 소설 하나가 더 있길래 보관함에 넣어본다.

 

 

 

 

 

 

 

 

 

 

 

 

 

 

 

 

 

내가 팔로우하는 Albert Camus(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3명 안에 든다)의 페이지에 이런 글이 올라 왔었다. "Camus says knowin' we're all gonna die makes life a joke." 이 말이 인상적이라 지인들에게 전달도 했었고. 삶의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도 살아가는 게 끝끝내 절망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Camus처럼(그가 살아서 <최초의 인간>을 완성했다면 좀더 여실해 보여줬을 그의 철학인데..), 장 폴 뒤부아라는 이 소설가도 이 고통스럽지만 해학적인 소설을 통해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책이 괜찮다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냥 무작정 구매했는데, 사실 구매할 때부터 망설여지긴 했다. 표지가... 도대체 표지가 왜 이리 섬뜩하단 말이냐. 좀 예쁜, 아니면 좀 상징적인 그림으로 하면 안 될까 라는 마음이 생겨서, 이거 사서 침대맡에 두고 읽다가 잠결에 보면 뭔가 호러 찍는 느낌이겠다, 이러면서 망설이다가 결국 호기심을 못 이겨 구매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애개? 싶은 거다. 책 판형도 작고 페이지수도 100페이지 조금 넘는 '작은' 책이었다. 시집같은? 근데 표지는 호러고?

 

그래서 그냥 놓아두고 안 읽다가 오늘 울산 출장을 가는 참에 짐은 많고 책 두꺼운 거 들고 갔다가는 허리 휘어질 것 같아서 이걸 불쑥 집어들어 갔다 이거다. <성의 역사>도 같이 가져가려 했으나, 어제 얼굴 밑에 두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씻고 나오는 바람에 침대에 고스란히 남겨둔 채로 집을 나섰다는 건... 안 비밀. (얼굴엔 책 자국이 반나절은 갔는데..)

 

가는 기차에서 다 읽었다, 이 책. 근데 오. 재밌다. 내용은 어찌보면 평범하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던 아이가 FBI 요원이 되었고 잘 하다가 어느날 중국 여자아이들 서른 명이 냉동 육탑차에서 죽어 있는 걸 본 이후 킬러로 전환하게 된다. 이름은 조. 청부를 소개하는 매클리어리에게 의뢰를 받아 성매매업소에 잡혀 있다는 제보를 받은 보토 의원의 딸 리사를 구하러 간다. 구했다. 구했는데 그 이후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얘기다. 사실 이런 내용은 다른 스릴러 소설에서도 많이 쓰이는 내용임에도 이 책이 뭔가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건, 그 전개가 굉장히 담담하고 간결하다는 거다. 군더더기 기술이 없고, 조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춰 쭉 진행되는 형식이다. 대사도 별로 없고 - 하긴, 이 짧은 책에 긴 대사 넣으면 끝나겠나 - 대단히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상당히 긴장하며 보게 하는 구석이 있다.

 

보통의 이런 류의 소설 같으면 이제 초반 들어갔구나 할 때 이 책은 끝난다. 이 작가가 아주 나를 조바심나게 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실상이 드러나니 정말 구역질나고 피가 꺼꾸로 솟아서 얼른 영웅처럼 날아가 그 나쁜 저질 (육두문자 생략)들을 망치든 총이든으로 일망타진하길 바라는 나의 간절한 마음을 저 높이까지 올려놓고는, 불쑥 끝난다. 그러니까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 가서 원수를 갚았다는 것이냐. 무엇이냐. 가타부타 설명도 없다. 원본 책 간행연도가 2013년도인 것을 보면 이 작가는 이 뒤의 얘길 글로 알려줄 생각은 일도 없어 보인다... 흑.

 

 

 

 

 

 

 

 

 

 

 

 

 

 

 

영화로 나왔다고 해서 얼른 찾아보니, 있었다! 심지어 호아킨 피닉스가 나온다. 칸느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탔다는 얘기만 들어도 이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할 만 하다. 그닥 대사 없이 난해하게 풀어나갈 것이 분명. 그런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왓챠를 뒤지니, 오, 있다. 바로 '보고싶어요'를 누르고 어느날 와인 한잔에 이 1시간 40분짜리 영화를 보리라 마음 먹어본다.

 

이 책에서도 여전히 여성들은 피해자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조의 어머니. 말도 안되는 상황에 빠진 보토의원의 아내. 그리고 성매매업소에 납치되어 팔려간 열세살 소녀 리사. 모두... 대사도 별로 없이, 그냥 그렇게 희생되어 간다. 어쩌면 현실이 그런 지도 모른다. 소리쳐 얘기하는 사람은 빙산의 일각일 뿐, 어딘가 어두운 곳에서 더 많은, 더더 많은 여성들이 조용히 원치않게 죽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무섭구나. 요즘은 세상이 무섭다.

 

*

 

오늘 회의는 울산에서 있었다. 가이드라인 심의하는 회의였는데, 음식서비스업 종사자(홀서빙 업무를 말한다)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대부분이 여성 근로자로,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일단, 이런 얘길 이런 식으로 일반론으로 펼친 자체에 부아가 치밀었다. 아울러 음식서비스업 종사자의 대부분을 '여성'으로 몬 것도 그렇고,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스트레스는 여성만 있다는 듯이 쓴 문구가 걸렸다. 이의 제기. 이 내용은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약간의 반발이 있었으나 다시 얘기했다.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건 남성들도 마찬가지고 음식서비스업 종사자의 성별을 여성으로만 국한시킨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삭제가 맞다.. 다른 위원들의 지지를 받아 삭제 결정. 멋진 위원장님이 내 의견을 지지해주셨다.

 

뭐 이 문구 하나 가지고 그러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이 가이드라인을 만든 사람의 인식도 새롭게 해야 하고, 이 가이드라인을 읽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이런 류의 생각에 젖어드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글이 무서운 것은, 그냥 이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어서다... 다른 많은 제언들을 했지만, 난 오늘 이 작은 문구를 과감히 삭제하게 한 내게 (혼자서) 박수를 보냈다. 잘 했다, 비연.

 

*

 

이제 다시 <성의 역사>로 가자. 아직 1권이네? 우째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22598 2020-11-17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권의 책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벽을 넘어야 하는가....저도 비연님 리뷰 없었으면 저 책 절대 안 읽었을 것 같아요 ㅋㅋ

비연 2020-11-17 01:13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게 말이에요~

블랙겟타 2020-11-17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삭제를 요구하시고 관철시킨 비연님께 저도 박수 보내드립니다👏🏼👏🏼

비연 2020-11-17 09:17   좋아요 1 | URL
^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