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정말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오히려 시간은 있는데, 그 시간을 그냥 농땡이를 친다 하더라도 일한다고 나서려는 마음도 안 생기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시기. 지금이다. 그래서 며칠 그냥 어영부영 지내버렸다. 일을 안 한다는 것 빼고는 내게는 아주 달콤한 시간이었다. 이런. 어쩌지. 흐흐.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이제야 보았고 (완전 재밌다!) 이 책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을 읽었다. 나의 관심사를 여러 모로 충족시켜주었던 시간이어서 후회는 없다. 나중에 일더미에 깔리면 그 때 후회하겠지. 아 몰라, 패쑤.

 

이 책의 저자는, 일찌감치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고 공대를 다니다가 성폭력 사실을 입증할 의사가 한명이라도 더 필요하다는 말에 의대를 다시 갔고 의대를 다니는 중에도 끊임없이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여성주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걸 뜻맞는 사람들과 만들어 지금 현재는 은평구에 있는 '살림의원'의 가정의학과 의사로 있다. 어찌 보면 특이한 이력의 추혜인이라는 의사가 '살림의원'을 하면서, 그것을 준비하면서 한 일들, 느꼈던 일들 그리고, 그 이전 학생 시절에 고민했던 일들을 포함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찬찬히 써내려간 이 책은, 여러 각도로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혜인아, 그건 너만 그런 건 아니야. 여자라면 다 그래. 비혼이든 아니든 그런 건 상관없어. 우리 여자들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남자는 없어." (p92)

 

비혼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같은 뜻을 품은 다른 여성들과 앞으로 계속 살 곳을 찾아 지금 사는 동네로 들어갔고,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이 없어도, 서로 돌보고 돌봄 받으며 페미니스트로서 나이 들고 죽을 수 있기를 원하는 마음에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을 만들었노라 (p93) 말한다. 비혼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도, 요즘처럼 수명이 길어지고, 자식과 부모 사이의 돌봄이 먼 나라 얘기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나이 들어 어느 요양시설에 갇히지 않고 동네에서 함께 살면서 지내고 싶다는 논의들이 예전보다 훨씬 활발하다. 같은 비혼인 나도 이런 고민을 이제 슬슬 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시도들이 마음에 많이 와닿는 게 사실이다. 가족이라는 범주가 이젠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시점에서 혈연으로 묶여 서로에게 의무를 강요하고 강요당하기 보다는, 좀더 넓은 범위에서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작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닌가.. 라는 고민에 한 줄기 희망을 주는 방향이 아닐 수 없다.

 

곳곳에 페미니스트다운 관점들이 보인다. 여자의 몸이 아프다는 것에 귀기울이지 않는 의사들, 딸(특히 비혼)에게 돌봄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어디에나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들, 추행들. 그런 것들이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면서 계속해서 싸워나가야 한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그녀가 농담처럼 '명의'라는 단어를 썼지만, 내가 아는 나는 명의가 아니다. 다만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그 말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일 뿐이다. 그리고 어떤 연구들은 '여자 환자의 아프다는 호소를 믿기 힘들어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환자의 말을 믿는 것이 환자를 살리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p144)

 

우리 사회에서는 흔하지 않은 '왕진'의 이야기들도 좋았다. 아직 우리나라는 주치의 제도라는 것이 낯설고 지역사회의료라는 것이 보건소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정도라, 의사가 주기적으로 환자의 집을 방문하고 계속 그 추이를 살피는 것은 외국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주치의라는 것을, 그리고 지역사회협동을 통한 의료의 제공이라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노력에 큰 동인이 될 수 있는 시도를, 추혜인이라는 의사는 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감동적일 때도 있고 재미있을 때도 있고 화날 때도 있고 어처구니 없을 때도 있지만, 각각을 바라보며 거기에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있기에 뭔가 이런 노력들이 개인을, 세상을 좀더 낫게 만들어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썼다.

 

당신이 혹시 나의 진료를 마음에 들어했다면, 그것은 내가 페미니스트 주치의이기 때문입니다. 살림의 조합원들이 자주 하는 말마따나, 페미니즘만으로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힘들지만 페미니즘 없이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건강을 해치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p333-334)

 

 

인터넷을 뒤져 저자를 살펴보니, 수수하고 넉넉한 웃음 뒤에 꼿꼿한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고 그 가치관을 몸소 실현하는 것에 스스럼없어 하는 인터뷰들이 여럿 있었다. 몇 개의 책을 추천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 내가 올해 읽은 책 중에 마음에 크게 와 닿았던 이 책도 있어서 반가왔다. 물론 전희경 씨가 이 책의 추천사도 썼더라는.

 

 

 

 

 

 

 

 

 

 

 

 

 

 

 

 

 

세상이 굴곡은 있을 지언정 발전해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이런 때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해나가는 어떤 방향으로 수렴해가는 지성들, 그리고 그 인식을 토대로 과감히 실천하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여러 가지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 속에서 조금 해결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이 책을, 그리고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를 안 읽은 분들에게 두 권 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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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15 1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언급하신 두 책 다 샀어요!!

비연 2020-12-15 19:17   좋아요 1 | URL
Goooooood!!!

scott 2020-12-15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이분에 삶 응원합니다!

비연 2020-12-15 19:26   좋아요 1 | URL
저도,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냅니다!!!!

단발머리 2020-12-15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분이네요. 이상을 위해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이상을 위해 새로운 삶을 만들어내는 그런 분이네요!!!
저도 저 책 읽어봐야겠어요!

비연 2020-12-15 20:56   좋아요 0 | URL
정말 멋져요~ 책 강추!

han22598 2020-12-17 0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찾아오면 고쳐주겠다가 아니라, 고쳐주려 찾아 나서는 발걸음에 따뜻함과 다정함이 느껴지네요 ^^ 추천해주신 책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비연 2020-12-17 03:44   좋아요 2 | URL
정말 보기 드문 시도라서 꼭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 다 좋으니 읽어보셔도 후회없으실듯~
 

 

 

 

 

 

 

 

 

 

 

 

 

 

 

연말에 일도 많고 코로나 덕분에 약속도 다 취소되고.. 그래서 참으로 단순한 생활, 그러니까 일하고 밥먹고 일하고 밥먹고 잠깐 잠깐 쉬고 이런 와중이다. 수도승 생활 같다, 뭔가 도 닦는 기분이다, 그런 상황이라 마음의 에너지 준위가 막 고양될 수는 없는 세월이고. 그렇지만, 하는 일이 예전에 비해 싫지 않고 (회사 다닐 땐 일 자체가 고역이었는데. 난 회사형 인간은 아니었던 거다, 다시금 절감) 사람들 만나진 못해도 나한테 집중하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고 해서 그럭저럭 견딜만 합니다..

 

... 라지만, 그렇다고 하루 일과를 끝낸 고단한 마음에 든 책이 이 책이라는 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좀 재기발랄한 책을, 희망을 직접적으로 설파하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나의 시선이 이 책에 머물며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속에 어느새 손이 가고 있었다.. 라고 복잡하게 설명하지만, 그냥 읽고 싶었어요, 가 정답이지.

 

약간 의무랄까.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을 어쨌든 읽고자 노력하는데 묘하게도 우리나라 작가들의 소설이나 시는 잘 안 읽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대부분 예전 작가. 김원일의 글이 좋고, 박완서의 글이 좋고.. 요즘은 정유정의 글이 좋다. 에세이는 더 싫은 것이, 그냥 아무 말이나 막 던져대는 글이나 자기 감정과잉된 글이거나 자기 얘기를 너무 노골적으로 늘어대는 글은 질색이고 시간낭비라 생각하는 지라 거의 안 사고 안 읽는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 중에서 내가 찾아서 읽는 건, 좀 전문적인 책들, 그렇다고 무슨 전공책 이런 건 아니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쓴 책, 또는 자신의 특별한 경험담을 쓴 책들인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임계장 이야기>도 읽었고 (아 정말.. 망했다. 이 책 좋았는데.. 중고로 팔 생각이다).. 이 책도 읽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이 책의 저자는 시를 전공했고 작가로도 살아서인지 글솜씨가 유려하다. 하지만, 글솜씨로 잘 포장을 해서이지 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고개를 절래절래 젓게 되는 일이라고나 할까. 특수청소업. 말하자면, 죽은 사람의 마지막 집정리를 하거나, 청소라기 하기엔 뭣한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일을 하는 일이다. 고된 마음에 저녁 잠자리에서 읽기엔 좀 버거운 책이었지만, 어쩌면, 고된 일과를 잊게 만드는 효과는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달라도 끝은 다 같은 사람의 인생. 죽은 뒤에 남겨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감 투박한 고민들.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이 지하 방에 관해 알게 된 유일한 진실이다. (p101)

 

내가 느끼는 것이 아마도 이 저자의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남을 바라보지만, 결국 나를 바라보는 것. 또는, 나를 바라보지만 남을 바라보는 것. 누구나 뭔가를 바라볼 땐 빈 머리로 대하진 않는다. 뭔가를 통해, 뭔가를 투영하면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고, 결국 사람은 나든 타인이든 사람을 통해 사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지 않겠는가.

 

 

나쁜 시키. (p183)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착화탄과 소주를 움켜진 채 어느 외딴 곳으로 간 그녀는, 불쑥 청소업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 괴롭지 않냐고. 이 정도면 되겠냐고. 놀라서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결국 그녀가 있는 곳을 찾고 죽음에서 일단 떨어뜨려 놓고 나니, 그녀가 이 사람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나쁜 시키." .. 그 메시지를 받고 든 생각은, "살아 있구나." 라는 안도감이었다고. 욕먹은 건 온데 간데 없이 그냥 핸드폰에 찍힌 그 글자 속에서 당신의 세상 속 존재함을 느끼는 것에 다행함을 느낀다고. 한 줄의, 아니 두 단어에 내포된 더할 수 없이 큰 사실. 누군가가 살아있다, 는 것. 어쩌면 많은 말들이 필요없는 세상이다. 몇 단어로 나의 살아있음을 알리고, 다른 사람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세상인지도.

 

문득, 한 단어라도 좋으니 메시지를 직접 받았으면 하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게는 아직도 그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 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계시다. 그렇지만, 아무 쓸모없는 한 단어라도 내게 오는 일은 없겠지. 쓸쓸.

 

 

그들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병에 걸려 고통 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은 절대 잊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지워질 테지만, 당신이 남긴 사랑의 유산만은 누구도 독점하지 못하고, 또 다른 당신에게, 또 다른 당신의 당신에게 끝없이 전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p129)

 

다 부질없을 수 있지만, 어차피 세상 떠나면 뭔 소용이야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졌던 따뜻한 마음만큼은 남아서 세상에 한톨의 영향이라도 미칠 것이라고 믿어야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디다 뿌릴 데 없는 따뜻한 마음을 거두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는 마음을 가져 본다. 그게 어쩌면 떠난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인지도 모른다.

 

좋은 책입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스산한 책이지만, 이 겨울날에 나를 돌아보고 남을 기억하기에는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라고는 말할 수 있겠다.

 

다음 책은 좀 생기발랄한 걸로 골라볼까..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을 고른다. (그러니까, 며칠 전 주문한 책이 벌써 왔다는 이야기다. 허허) 물론 <성의 역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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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1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닐것 같아요. 정리, 마지막, 죽음... 스산한 느낌은 어쩔수 없는데 또 계속 피할수도 없는 문제구요. 전 아직은 못 읽겠더라구요. 비연님 리뷰로 대신하는 걸로^^

비연 2020-12-11 12: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피할 수 없는데 맞닥뜨리면 스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나중에 내킬 때 읽으시면 될 듯. 요즘 제가 이런 책을 자꾸 읽게 되네요. 우잉.

다락방 2020-12-11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관심없던 책이었는데 비연님 페이퍼 보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안샀는데... 저는 오늘 아침에 책을 또 한박스 질렀는데, 어제도 질렀는데, 어째서 이 두 책들을 새로 사야하는거죠? 네?

비연 2020-12-11 13:56   좋아요 0 | URL
흠...... 네...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2-11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 읽고 다른 책들 이야기 다 하고 마지막에 그래도 푸코를 잊지는 않았어 진짜루 정말이야 맹세해...... 이게 요즘 우리의 페이퍼인듯 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2-11 13:57   좋아요 0 | URL
이건 뭐 거의.. 후렴구 수준에 얄리얄리얄라셩 주문 수준임 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1 14:01   좋아요 2 | URL
다들 푸코가 마음의 빚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2-11 14: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ㅜㅜㅜㅜㅜㅜ

수이 2020-12-11 14:10   좋아요 1 | URL
푸코푸코푸코1,2,3,4 푸코야푸코야 12월아 얼른 지나가자꾸나 푸코도 그만 보내자꾸나~~~ ㅋㅋㅋㅋ

비연 2020-12-11 14:14   좋아요 0 | URL
전 올해 다 보내긴 글러서.. 우선 2권까지만 보내는 게 목표...ㅠㅠ;;

다락방 2020-12-11 14:20   좋아요 1 | URL
저는 일단 4권까지 목표이긴 합니다!! (목표 멋짐 ㅋ)

scott 2020-12-11 14:29   좋아요 2 | URL
푸코 대머리, 푸코 그만 읽어요.ㅋㅋㅋ(해방꾼 등장 ㅋㅋ)
북플 관리자가 푸코 잘팔려서 이웃님들 첫페이지 푸코로 고정해놨어 ㅋㅋㅋ



다락방 2020-12-11 14: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푸코 때문에 스콧님 화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2-11 14: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이드 2020-12-11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왕진가방속의 페미니즘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 이 책 읽고, 은평구 좋아하게 되었어요. 비혼 여성들의 미래에 대한 로드맵과 사회적 기여, 자아실현 등등 좋은 점이 너무 많은 책이었어요.

비연 2020-12-11 17:06   좋아요 1 | URL
하이드님이 이렇게 추천하시니 더욱 얼렁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추혜인이라는 의사에 대해서 얘길 듣고 있어서 사실 개인적인 호기심도 있는. 아 얼렁 읽어야지!

scott 2021-01-09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주말 따스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비연 2021-01-09 21:03   좋아요 0 | URL
scott님, 감사해요~ 따뜻한 주말!
 


1월 초에 내가 애정하는 조승우가 나온다는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 공연을 예매해두었다. 지인 찬스를 활용하여 겨우 구한 표였고 비록 2층이었지만 달력에 빨간색으로 별표 세개 쯤 쳐둔 채 손꼽아 기다리던 공연이었다. <맨 오브 라만차>는 정성화 버전으로 세번 정도 보았는데, 나름 정성화가 최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조승우 버전을 꼭 봐야겠다는 절대 절명의 애정이 샘솟아 예매한 것이지. 그렇다. 네번째라는 거다. 같은 뮤지컬을.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코로나가 나의 애정을 방해하고,.. 1월 초까지의 공연을 취소하며 환불조치한다는 공지가 떠버렸다. 아멘. 어째서 이런 일이. 설마 설마 했으나 오늘 그 환불된 돈을 통장에 떡.. 받아버렸고. 그래, 이왕 쓰기로 했던 공연비, 책으로 돌리자 라는 헛된 생각을 품고 방금 책구매를 마쳤다. 내가 책 샀다고 올리는 페이퍼들은, 정말이지, 나 책 많이 사요, 는 아니다. 그럴 정도로 사지도 않고.. 그럴 마음도 없고. 이사갈 때 만권 이만권씩 짊어지고 다닌다는 사람들을 여럿 봐서.. 난 깨갱. 그냥 책을 샀다고 올리는 건, 저 이런 책 읽는데 여러분들은 무슨 책 읽나요? 뭐 그런 질문이라고 보면 된다. 또 한편으론, 저 이런 책에 관심 있어요 라는 나의 정체성 공표라고나 할까. 뭐 암튼, 샀다. 



*** 


















<눈의 살인> 읽고 흥미가 확 생긴 베르나르 미니에의 같은 시리즈 <물의 살인>을 푱푱 집어넣는다. 마르탱 세르바즈 라는 형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시리즈물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 계속 사게 된다는 거다. 조금 질이 떨어지는 것 같아도 산다. <진실에 갇힌 남자>는 그런 측면에서 나오면 어쩄든 사서 보는 시리즈 중의 하나다. 질도 그럭저럭 유지는 되고 있는데, 이제 좀 떨어질 즈음이 되어서 사면서도 불안하다. 이 긴긴 코로나의 겨울을 버텨낼 추리소설들을 보니 (아직 안 읽은 것도 집에 조금 있다, 으하하) 아주 뿌듯하다. 속이 든든하고.




















알라디너들이 올리는 책을 보고 불쑥 사게 되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 <노멀 피플>은 blanca님에게서, <뫼르소, 살인사건>은 난티나무님에게서 영감을 받아 사게 되었다. <노멀 피플>은 심지어 영드도 있다고 scott님이 올려주셨는데, 이 영드 어디서 보나요? 넷플릭스에선 못 찾겠던데 말이죠. 암튼 두 작품 다 흥미진진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뫼르소, 살인사건>은 로빈슨 크루소보다 방드르디(Friday)에 관심을 가졌던 마음으로 구입하는데 어떤 내용일 지 매우 궁금하다. 그러니까 우린 뫼르소가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총으로 빵 쏴서 죽인 아랍인에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지. 그 관심의 끝은 무엇일지.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보관함에 푱푱 넣어두었고 그 중에 <댈러웨이 부인>을 제일 먼저 다시 사고자 한다. 예전에 읽을 때 무지하게 지루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으나, 이제 나에게 울프에 대한 애정이 장착되었으니 달리 읽히리라 믿는다.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은 이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이 추혜인이라는 의사, 참 남다른 인생을 보내고 있는데 그 속에서 느낀 페미니즘이란 게 무엇인지 궁금 또 궁금이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책이기도 해서, 오면 바로 읽어볼까 싶다.



















왠만해선 남을 인정하지 않고 왠만해선 추천한다고 덥석 사지 않고 왠만해선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의 말은 듣지 않는, 까칠대마왕 비연이지만, 정재승 교수의 추천은 믿어보고 싶다. 물론 이 책에 들어가보니 페이퍼와 리뷰가 어쩐지 부실해서 좀 불안하긴 하지만 말이다. 원제가 <Wayfinding>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저 장황한 한글제목보다 훨씬 괜찮은 제목 같기도 하고.





















<다시, 올리브>를 왜 지금에야 구매했냐고? 영어 원서를 먼저 샀기 때문이다. 일단 <Olive Kitteridge>를 원서로 다시 읽고 이것도 원서로 읽으리라 나름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일더미에 깔려 지내다 보니 기약이 너무 없어 보여서 살짝 한글책으로 먼저 읽자고 방향을 바꾸었다. 크크. 하지만 읽고 나면 겨울엔 저. 두 권의 영어원서를 내리 읽을 계획이, 있다. 계획은 있으나 실행이 어느 정도 될 지는 미지수. 그러나 생각만으로도 벅차다. 이게 바로 올리브가 주는 힘이구나 싶고. 



*** 


이쯤 되면 올해 책 구매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까 한다. 중간에 마음이 변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올리겠지만. 지금은 <성의 역사1> (아.. 아직도 다 못읽은 1권.. 고지가 바로 앞이다. 좀만 힘내자), 그리고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을 틈틈이 읽고 있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이런 직업도 있구나 부터 시작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까지. 정말 다채로운 심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좀 우울해지게 하고 인생은 뭐지? 쓰레기란 뭐지? 그 쓰레기를 치우는 이 직업은 뭐지? 라는 생각들이 수없이 교차해서 마음까지 심란해진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문체 속에서 너무 지저분하고 너무 비참하고 너무 외로운 분위기가 감지되어 덩달아 좀 가라앉는, 12월이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약속 취소되고 집-직장 오가며 일더미에 묻혀 사는 나의 인생도 꿀꿀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이 사람은 더 꿀꿀하겠다 란 마음에 일종의 위안도 받는 면이 있고. 물론 남의 힘듦을 나의 편함을 강조하기 위한 거울로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뭐 이런. 


오늘도 오늘의 일을 해야지. (이제 시작이라니, 리얼인가..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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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09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승우 라만차 놓치신건 정말 아쉬우시겠어요!ㅠ 조만간 꼭 보실 좋은 기회가 오실겁니다!ㅎ

비연 2020-12-09 18:03   좋아요 2 | URL
조승우 라만차는 티켓 오픈 5분 후 매진 사태 발생이라.. 앞으로 어떻게 다시 기회를 잡을 지 막막하지만..
그래도 얼렁 공연 재개하고 다시 기회를 노려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심, 많이 아쉽슴다.. 으헝...

scott 2020-12-09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노멀 피플 넷플릭스 왓챠에서 전편 12부작 해줬고 한국에서 엠비씨 드라마넷에서 맛보기 처럼 1편에서 5편까지 보여줬어요.한달짜리 무료쿠폰(waave)있는데 이거 회원가입해야 해서 ㅜ.ㅜ

비연 2020-12-09 20:28   좋아요 1 | URL
흠... 넷플이랑 왓차는 뒤져보니 지금은 없는 듯ㅜㅜ waave? 이걸 가입해야 하는건가요 흐미... 일단 책부터 읽고ㅜ

stella.K 2020-12-09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몇년 전 <지킬 앤 하이드> 조승우 버전을 본 기억이 나는군요.
조승우를 워낙에 좋아해서리.
그렇다고 조승우만 떳다하면 보러가는 열혈은 아니구요.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내년 여름쯤이면 집단 면역이 생긴다니
어쨌든 확진자가 줄면 다시 하겠죠. 그땐 꼭 보시길...!

비연 2020-12-09 20:29   좋아요 2 | URL
전 <지킬앤 하이드>도 양준모 버전으로 봤다는..흑. 스텔라님도 조승우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얼렁 확진자 줄어서 공연 오픈하기만 기다리는 중요~

서니데이 2020-12-10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비연 2020-12-10 21:1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건강하시구요^^

공쟝쟝 2020-12-14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내 댓글 사라졌다.. 요는 조승우는 너무 슬프고, 그러니 코로나 싫다는 내용이었구, 비연님의 드넓은(?) 장바구니 구경 재밌었어요 ㅋㅋㅋ

비연 2020-12-15 18: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올해의 마지막 장바구니라 믿어보며. 조승우는 여전히 슬픔 ㅜㅜㅜㅜㅜㅜ
 

 

 

 

 

 

 

 

 

 

 

 

 

 

 

 

 "구스타프 말러로군요."

세르바즈 경감이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말했다.

"당신도 구스타프 말러를 좋아합니까?"

쥘리앙 이르트만이 놀랐다는 둣 물었다.

"교향곡 4번, 제1익장."

"베되그티히... 니히트 아이렌...레흐트 게뫼흐리히."

"신중하게, 천천히, 매우 편안하게."

세르바즈 경감이 프랑스어로 옮기자 쥘리앙 이르트만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도르노가 교향곡 4번 1악장을 마치 동화의 '옛날 옛적에' 같다고 말했죠,"

세르바즈 경감은 말없이 바이올린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말러는 이 곡을 피서지에서 썼죠. 날씨가 엉망진창인 악몽 같은 피서였기에 곡을 쓰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피서지 마을의 악대가 계속 음악을 연주해 작곡을 방해하기도 했죠."

쥘리앙 이르트만이 빙그레 웃었다.

"천재음악가가 악대의 연주 때문에 방해받았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죠."

(p380~381)

 

 

나도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좋아한다. 세르바즈 경감은 뒤에서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를 얘기했지만 나는 아바도 것만 있구나. 근데 왜 5번이 CD에 없지? 흠..? 이건 레너드 번스타인 것으로 구입해야겠군.

 

소장한 CD를 조용히 넣고 말러의 교향곡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일은 밀려 있지만, 오늘은 정말 지쳐서 좀 쉬련다... 하고 책을 읽는데, 프랑스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는데, 이런 대목을 발견하면 뭔가 월척을 낚은 기분이 든다. (낚시를 안 해서 이 표현의 깊이는 전부 이해할 수 없지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조예가 있는 작가의 글에 더욱 애착을 느낀다. 말러는... 나이가 들수록 좋아진다고 하더니.. 예전엔 잘 몰랐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열심히 듣게 된다... 속 깊은곳까지 울림이 전달된다. 아바도의 지휘도 좋은걸..

 

코로나가 날 진심으로 방해하는 것 중 하나는, 내한공연이 다 막혔고, 그래서 한두 달에 한 번씩을 꼭 가는 음악회를 일년 내내 못 가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나라 연주자 거 들으려면 나같이 목마른 자들의 쇄도로 표를 못 구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아예 집에다 오디오 시스템을 구비해야겠다 하고 돈 쓸 궁리만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암튼 다시 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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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05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러는 무쬬건 5번!5번!
카를로스도 잘함 ㅋㅋㅋ
비연님,스트리밍 (기간제)로 해주고 있어요.
매트,로얄 오페라,함부르크,등등 유트브 구독!꾸욱 하면 들을수 있어요 ^ㅎ^

비연 2020-12-05 22:08   좋아요 1 | URL
오오 이런 고급 정보를! 감사함다^^
 

 

내가 처음으로 유럽을 간 것은 22살 때였다. 그 이후로 숱하게 방방곡곡을 다녀왔지만 그럼에도 내게 있어 '런던'이 특별한 건, 그 처음의 유럽여행에서 처음으로 간 나라가 영국이고, 처음으로 간 도시가 런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London In'을 한 셈이다. 그 때의 그 설렘, 그 기대, 그 (약간의) 두려움... 이런 느낌은 지금도, 귀가 쿵쿵 울릴 정도의 벅찬 감동으로 느껴진다. 멋모르고 떠났던 거였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좋았다. 젊었고 처음이었고.. 그래서 모든 게 새로왔고 즐거웠고 다정했다. 내가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서 버지니아 울프를 새삼 새롭게 기억하는 건, 그 런던을 추억하며 읽었던 그녀의 책 때문이기도 하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이 책.

 

 

 

 

 

 

 

 

 

 

 

 

 

 

 

 

 

그녀의 시선을 따라, 런던 부두를 걷고 옥스퍼드 거리를 지나, 칼라일의 집을 거쳐, 수도원과 대성당과 하원의사당을 향하는 시간들은 즐거웠다. 물론 이 책을 무슨 여행기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실망일 수 있겠지만, 애시당초 사진 왕창 들어가고 지나가는 건물이나 사람이나 맛집이나 이런 것들에 집중해 쓰는 책은 여행기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나의 정서상, 이렇게 어딘가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책이 좋다. 사진은 한두 장. 그것도 흑백.

 

어디어딜 다녀왔어. 이런 게 무슨 소용인가. 이런 말 하는 자체가 유치하다. 몸과 발이 가지 않고 정신과 영혼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란 걸 할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이 아주 얇은 책에서 난 예전 내가 다녀왔던 런던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가서, 버지니아 울프의 그 발자취대로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건물과 맛집과 사람과.. 그 사진들은 저 뒤로 던지고, 그냥 걷고 그냥 생각하고.. 손을 들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 따위는 접어둔 채로 말이다... 코로나는 참, 많은 것을 못하게 한다. 그 때,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다녀와야 했던 거구나.. 싶다.

 

멈추고, 돌아보고, 음미하고, 행동을 삼가라. 이 옛 경구들이 늘 우리를 충고하고 타이르는 셈이다. (p59)

"인생은 농담이다. 세상만사가 그렇게 가리킨다.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은 그것을 알고 있다." 게이가 웃으며 말한다. (p65)

 

몇 가지 문구들을 한번씩 더 읽으며, 이제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작품을 통해 그녀의 정신세계를 느껴보자.. 마음 먹어본다.

 

 

 

 

 

 

 

 

 

 

 

 

 

 

 

 

사고 싶은 책은 바로 사야겠지. <수용소군도>가 도착했다. 솔제니찐의 책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암병동>도 읽었는데, 러시아 작가를 좋아해서인지 꽤 좋았었다. 특히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수용소 안의 생활이 너무나 일상적이라 좀 놀랐던 것 같다. 물론 그 안에 내재된 폭력에 대한 내용들도 섬뜩했지마. <수용소군도>는 그야말로 다큐멘터리라 불릴 정도의 긴 저항문학이고 솔제니찐은 이 책을 쓰는 바람에 소련에서 추방당했었다. 6권이나 되니 이걸 언제 읽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일단 뿌듯한 마음으로 책장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었다. 시간 나면 제일 먼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주일 정도 정말 하루에 잠을 서너시간 밖에 못 자면서 일했고 (그러나 스트레스는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오늘 어쨌든 그 중 일부를 완료해서 잠깐 짬이 났다. 내일부턴 논문을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지만, 다 잊고 오늘은 와인과 고기를 벗하며 영화나 한편 보려 한다. 문자를 읽는 자체가 지금 내겐, 좀 지치는 일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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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04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의 규모가 어마무시한것 같지만, 엄청난 간지가 포스를 뿜네요!ㅎ 즐건 독서되십시요!

비연 2020-12-04 18:55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 간지가 포스를 뿜긴 한데.. 이게 제 머릿속에 들어와야 진정한 포스가 될텐데 말이죠..ㅎㅎ;;
책을 사면서도 막 죄책감이.. 그러나 일단 꽂아두니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하네요 ㅋ 언젠간 읽겠지.. 위안중.

미미 2020-12-04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 저도 갖고싶던 책♡

비연 2020-12-04 19:47   좋아요 1 | URL
미미님, 지르세요! ㅎ^^

scott 2020-12-04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비연님, 드디어 사셨네요.(출간해준 출판사도 고맙ㅎ) 수용소 군도 6권 책장을 빛나게 해줄것 같아요.

비연 2020-12-04 20:19   좋아요 1 | URL
scott님! 샀답니다 샀답니다^^ 지금 책장 중간에서 아우라를 뿜뿜 내뿜고 있어요^^ 뿌드읏~

블랙겟타 2020-12-04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은 첫 유럽땅을 밟은 도시가 런던이였군요. 저는 유럽을 아직 가보진 못했어요.ㅜ 독일은 가보고 싶었는데..
(유라시아국가인 러시아까지 넣는다면 2년 전에 가봤지만요. ㅋㅋㅋ)
솔제니찐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아마 제가 1학년때 러시아문학 수업을 듣는다고 읽었던 기억이 나요. 비연님 글로 보니 반갑네요. ㅋㅋㅋ(와 근데 수용소 군도는 6권짜리!?)

비연 2020-12-04 23:37   좋아요 1 | URL
독일.. 곳곳이 좋은데.. 갈날이 오겠죠? 으흑.. 유럽은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라 늘 그리워요.. 으윽.. 코로나ㅜ 러시아문학 수업을 들었다니! 블랙겟타님의 새로운 발견이랄까^^ 수용소군도는 어디 수용소 같은 데에 이 책하고만 떨어뜨려놓아야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 (먼산;;)

scott 2020-12-05 12:48   좋아요 2 | URL
블랙겟타님, 수용소 군도를 러시아어로 대단!

도끼선생에 죽음의 집 기록 읽고 있는데 수용소 군도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그나마 풍족한 삶이라는 생각이,,,,

블랙겟타 2020-12-06 23:45   좋아요 1 | URL
아 scott님 제가 아직 러시아 원서로 읽을 실력은 못되는 지라(인사말 밖에 못하는걸요 하하..) 한글로 읽었었어요. 대학교 1학년 수업때 읽은거라 읽은 기억만 나고 내용은 가물가물하네요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12-05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책 사진만 봐도 좋으네요.

비연 2020-12-05 10:53   좋아요 0 | URL
우힛. ^________^

잠자냥 2020-12-05 15: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용소군도는 몇 해 전에 한정판으로 나온 저 전집 사놓고 여태 안 읽고 소장만 하고 있는데요. 최근까지 보니까 그 한정판이 중고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 생각하면 한정판이라는 소리 깨고 이렇게 다시 판매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비연 님도 사시게 되고 말이죠. ㅎㅎ

비연 2020-12-05 15:30   좋아요 0 | URL
한정판도 팔았었군요..! 한정판이라는 말의 위력이란 ㅎㅎ 저도 이거 사면서 언제 읽을까 정말 고민되긴 했으나... 결국 사버린 ㅜ

잠자냥 2020-12-05 16:32   좋아요 2 | URL
한정판은 이렇게 생겼어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나온 판이 더 좋다는 게 함정..... 양장본으로 나오다니... 부들부들... ㅠㅠ

https://blog.aladin.co.kr/socker/9769277

비연 2020-12-05 16:38   좋아요 2 | URL
흠.. 그래도 한정판이니까..^^;;; 그 땐 제가 못 사고 넘어갔던 거군요. 이런. 전 그게 부들부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