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반 읽을 때는 엄마 나이만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대학생의 첫사랑 이야기와 그에 따른 좌절 뭐 그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역시 줄리언 반스는 그렇게 녹록한 작가가 아니었다. 따라서 이 책의 한국말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어 원제인 "The Only Story"가 더 적당하다. "하나뿐인 이야기?" 뭐 이렇게 제목을 걸면 밋밋해서였는 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원제가 이 책의 내용을 훨씬 잘 반영한다. 사랑으로 시작한 이야기였지만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고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과 본성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리고 기억의 이야기였고 그러면서도 사랑 이야기이기도 한 소설. 줄리언 반스 굿입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떄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꾸지람을 들은 기분이다. 수전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게 아니다. 인생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거다. (p75-76)

 

 

이 대화가, 이 이야기가 아마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읽으면서 생각했었다. 마음에 왠지 많이 남겨지는 말이다. 한때, 라는 단어.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며 동영상이 아니라 사진처럼 장면으로 떠오르게 하는, 그 단어. 한때 있었던 거다.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든. 사랑 이야기가.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가.

 

둘의 사랑은 도주로 이어지고, 그렇게 둘이 십수 년을 살게 된다. 어찌 보면 참 천편일률적이며 진부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일 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나라 드라마같으면 이러다가 젊은 여자가 나타나고 그래서 남자는 한눈을 팔고 그래서 엄마 나이의 여자는 분노를 하고 복수를 다짐하고.. 뭐 그렇게 이어질 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게 정말 진부한 스토리겠구나. 여긴 그런 건 없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사랑하고 그녀에게서 영감을 얻고 그렇게 잘 살아갈 수 있었는데, 여자에게 문제가 생긴다. 복잡한 내면 속에서 견디다 못해 그렇게도 경멸하던 알콜에 탐닉하게 된 것.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조금씩 스러져 간다.

 

 

물론, 그의 공책에는 이런 내용도 적혀 있었다.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 그것은 그렇게 그 자리에 몇 년을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줄을 그어 지워버렸다. 그랬다가 다시 적어 넣었다. 그 뒤에 다시 줄을 긋고 지웠다. 이제 그에게는 두 항목이 나란히 있다. 하나는 깨끗하게 진실로, 다른 하나는 줄이 그어진 거짓으로. (p297)

 

 

잘 모르겠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내가 생각할 때, 사랑은 기억이고 그러니 그 기억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까. 글쎄. 없다고 뭐가 달라질까. 나빠질까. 있다고 뭐가 나아질까. 아니, 인생이라는 자체가 꼭 나아져야 하는 걸까. 나빠지면 안되는 걸까. 사랑을 이야기하면 마음이 혼돈스러워진다. 옳다 그르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내 마음에 혼란부터 일어난다.

 

주인공 폴은, 수전을 포기하고 딸들에게 '되돌려준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나름대로 지낸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았고 어느 여자에게도 안착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수전에 대한 기억을 나름 정리하는 지금까지. 칠십대가 될 때까지. 수전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병원으로 찾아간 그는... 어쩌면 영화의 한순간같은 장면을 상상한다.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리며 사랑과 안녕을 고하고 일어나면 그녀는 없는 의식 속에서 아는 듯 모르는 듯 약간의 반응을 보이고...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만큼 인상깊은 장면이 있을까 싶다. 뭔가 속에서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

 

줄리언 반스는 감정의 섬세한 결을 참 기가 막히게 그려내는 작가이다. 숨기고 싶은 내 폐부의 이야기들. 상황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찌르는 듯한 묘사. 욕과 농을 섞어 드러내는 진실들. 사람의 민낯을 꾸미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읽으면서 왠지 이게 내 얘기인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것은, 다 이런 자질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책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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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독서 측면에서는 망한 달이다. 일주일에 한 권도 제대로 못 읽고 있고 이런 달은 극히 드물어서 내심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우선 연초부터 일이 너무 많다. 매일 수원과 화성을 오가며 회의를 하고 그 후속작업을 하고. 동료 중에 아주 나쁜 넘(이런 말 들어도 싸다)이 있어서 매번 하는 행태대로 한달동안 일을 뭉개고 있다가 나한테 마치 위에서 시킨 것처럼 다 떠넘기고 출장이란 걸 가버렸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맡게 되어 나는 오늘도 회사에 나와 있다. 스트레스와 일의 무게로 몸뚱이 어디 하나 안 아픈 데가 없는 터라 일어나는 데 꽤나 애 먹었다. 그냥 하지 말아버릴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겨우 기어 나오니 벌써 12시.

 

나와서 스벅 커피 한잔 마시며 앉아 있는데 머리가 멍한 게 아무 짓도 하기 싫어 알라딘에 들어왔다. 다들 정말 열심히 책 읽고 열심히 얘기 나누고 계시는데 나혼자 저 안드로메다에 떨어져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페미사이드>는 매일 한두페이지라도 읽고 있는데 워낙 방대한 양이라 아직도 내 침대 머리맢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Anyway. 전철에서 읽는 책은 <비탄의 문>이다. 미미여사의 책은 에도물 빼고는 이제 읽어도 재미가 없다 하는 찰나인데 그래도 나오면 사게 되고 읽게 되고 그렇다. 사실 이 책도 읽기는 읽는데 다 읽기 위해서 읽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다지 재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점점 얘기가 우주 저 어딘가로 빠지는 것 같고 묘사도 예전만큼 섬세하고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이 전반적인 내용은 와닿는 부분이 있다. 인터넷의 세계가 이제 우리의 일부가 아니 어쩌면 대부분이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여기저기 많이도 토해놓는 말들이 나의 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주인공 고타로가 다른 사람의 그런 뒷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참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평온해보이는 사람의 얼굴 뒷면에 그 사람 몸보다 더 큰 집채만한 시커먼 괴물이 꼭 따라붙어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주위에 맴도는 악한 말들이 실오라기처럼 붙어다니기도 한다... 말이라는 거, 글의 형태를 빈 말까지 포함하여, 결국 내게 다 쌓이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소름이 끼친다고나 할까. 물론 그거 몰랐어? 라고 한다면 사실 그닥 새삼스러운 건 아닐 수 있지만, 미미여사의 글을 읽으며 좀더 차갑게 피부에 와닿는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분노하여 내뱉는 말들에 흠칫. 브레이크가 걸린다. 어쩌면 나에게도 누군가 신비로운 눈을 가지고 본다면 나보다 훨씬 큰 무거운 괴물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 존재를 없애면 나는 살덩이만 남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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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1-26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비연님~ 주말까지 일하시는군요.. 그것도 남의 일 떠맡는 거라니 왕짜증 나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건강하셔야 하는데!!

비연 2019-01-26 22:56   좋아요 1 | URL
증말 짜증이었어요 ㅜㅜ 지금 집에서 쉬니 넘 편한 ㅎㅎ 붕붕툐툐님 멋진 주말 되세요^^

희선 2019-01-29 0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떠넘긴 일 하시느라 힘들었겠네요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하는 거니 해도 다른 사람이 떠넘긴 일은 더 하기 싫을 듯합니다 그런 건 늘 하는 사람이 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인터넷이어서 이름이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 좋은 말을 하면 안 좋겠지요 그런 말은 다른 사람 마음뿐 아니라 자기 마음에도 남는다고 하잖아요 정말 좋은 말 하는 게 더 기분 좋기도 해요


희선

비연 2019-01-29 08:10   좋아요 1 | URL
정말.. 내가 저지르고 내가 해온 일로 힘든 거면 그냥 하겠는데 뭉개고 있다가 던지고는 유체이탈 화법을 쓰니 화가 나네요. 꾸역꾸역 하고 있슴다 -.-;
 

 

올해는 책을 많이 안 샀고 조금 내다 팔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책을 정리해서 중고로 내놓을 것들을 따로 두려고 박스들을 모아두고 있다. 그 빈 칸을 채우기 위해 책을 사야겠지.. (이건 뭔 논리인지 ㅜ) 책이 미어터지긴 하지만... 그래도 12월인데, 책을 한번 더 사기는 해야하지 않겠는가. 왜냐고? 책이 계속 나오쟎아..ㅜㅜㅜ 새로 나온 책들이 뭐가 있나.. 뒤적뒤적.

 

.....

 

 

늘어나는 고전에 대한 관심. 최근에 나온 책보다 고전이 더 좋아지는 건 왜인지. 이 책은 사실, 책으로는 읽은 적이 없고 영화로 두 번 정도 본 것 같다. 기억나는 건, 끝없이 펼쳐지던 설원. 그리고 닥터 지바고의 사랑. 마지막 장면. 끝내 함께 하지 못했던 연인. 이런 것들인데, 소설은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1905년 혁명 전야부터 1914년 1차세계대전과 이어지는 내전, 1922년 러시아에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정권이 수립되기까지 대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유리 지바고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시인이자 소설가 파스테르나크의 삶이 투영되어 있으며,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 책소개 中

 

예를 들면 뭐 이런 것. 혁명의 시기에... 개인으로서의 삶. 그것을 통해 전해지는 인간 본연에 대한 물음. 위대한 소설이라면 늘 갖추어야 하는 요소이지만, 위대한 소설이기에 제대로 묘사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무조건 산다. 라고 생각한 건 신형철 평론가의 아래 글 때문이다.

 

“죽는 순간에 나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일본 전후 학생운동 세대의 질문이 사십 년의 세월을 건너 스무 살의 내게 도착했고 삶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과 언어를 건네주었다. 이 도구들을 나는 아직도 사용한다. 물론 오래된 소설이다. 낡았다는 것은 아니다. 낡았다는 것은 극복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한 남자를 죽게 하고 한 여자를 다시 태어나게 한 저 치명적인 질문을, 오만한 바보가 아니라면 누가 극복할 수 있는가.
전후 일본의 가치관과 부딪히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투하는 인물들의 내면이 섬세하게 재현돼 있다. 200쪽이 채 안 되는 소설 속에, 누구의 진실도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하는 법 없이. 소설이란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십 년 전의 나는 감격스러워했다. 지금 다시 읽으며 깨닫는다. 나는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

- 책소개 中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라 해도 내 인생의 소설일 수 있는 작품. 안 보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절로 일으킨다.

 

 

김승섭 교수의 책이 다시 나왔다. 대단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류의 책들을 나도 써보고 싶었는데, 참 부지런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논문을 천여 편 읽어서 자신의 의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은 사람의 책이라니, 읽어봐야겠다. 무엇보다 글솜씨가 정갈해서 읽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터라 더욱 읽을 만하다 싶다.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10년간 김승섭 교수가 언론 매체를 통해 소통한 글들을 엮은 것이라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지난 20년 동안 의학과 보건학을 통해 공부해온 몸과 질병에 관한 주제들을 ‘지식’에 방점을 찍고 새로 집필한 책이다. 집필 기간은 1년이었지만 20년간의 고민과 공부가 담겼다. 방대한 자료를 검토했고, 그것들을 저자 특유의 정갈한 언어로 담아냈다. 과학과 역사의 사례, 현대의 여러 연구를 망라하며, 사회역학자의 글답게 데이터를 근거 삼아 이야기한다.

- 책소개 中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리커버판으로 다시 나왔다. 파울로 코엘료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이견을 품을 수 있을지라도 이 작품 <연금술사> 만큼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지금도 마음에 담아둔 책이리라 장담할 수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아.. 이런 책이 있구나 라는 감동으로 이후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나오는 족족 다 사보았다는 기억이 있고. (어느 순간부터 실망이 깃들기 시작하여 관두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파울로 코엘료의 인생을 보면서, 언젠가 산티아고 길을 걸어야겠다 했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다. 요즘은 산티아고 길을 걷는 예능도 생기고 (god?) 다 걷지 않고 일부만 걷는 패키지나 차로 이동하는 프로그램도 생겨서 누구나 다 접근이 가능해 보이지만, 그래서 어글리 코리안들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준다며 기사도 한번 탔던 곳이지만 사실 이 길은 그렇게 걸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이 길은 여행의 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순레의 길이고 두 달 남짓 자신의 발로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성찰하는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길은 나를 만나는 길이 아닌가 라는 게 내 생각이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잘 알지 못하는 존재 중의 하나인 나를 찾기 위해 이 길을 걷고 싶다... 라고 여겨왔는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간다고 마음 먹기가 두려워질 정도이다... 아뭏든, 파울로 코엘료는 이 길을 걸으면서 깨닫게 된 것들을 토대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 이 책만큼은 그 깨달음의 소산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의 새 책이 나왔다. <싸울 기회>라는 책이 준 감동이 컸는데 이번에는 자본주의 투쟁사이다.

 

미국의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실천해온 ‘책임 있는 자본주의’의 투쟁사다. 그와 동시에 반트럼프 선언이며, 미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를 담아낸 인터뷰이기도 하다. 하버드 법대 교수 출신인 워런은 2020년 차기 민주당 대권 후보로 점쳐지고 있고,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민주적 날개’로서 힐러리의 ‘외부적 양심’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책임 있는 자본주의법’을 발의해 불평등 이슈에 새로운 관점을 더하고 있다.
- 책소개 中

 

트럼프의 공화당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애쓰는 그녀의 투쟁의지는 평소에 뉴스에도 간혹 나오지만,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신념을 끊임없이 큰 소리로 외치며 함께 하자는 에너지를 표출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분의 행보는 늘 나의 관심이기도 하다. 항상 중산층을 대변하고 사회적 약자의 소외에 관심있어 하는 그녀의 책을 다시한번 접해보아야겠다.

 

 

 

이런 책이 전집으로 나오면 너무 난감하다. 사고 싶은데 전집이라니.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철푸닥. 특히 에드거 앨런 포의 전집 중 이것, <모르그가의 살인>은 고전 중의 고전이고, 내가 좋아라 하는 책이고, 그래서 이것만큼은 사야지 라고 결심하게 되고, 그런데 나머지 것들도 좋아보이고...  어쩌란 말이냐

 

하나씩 차근차근 구매할 도리 밖에.. (ㅜ)

 

영국의 소설가 아서 코넌 도일이 포를 동경하여 '셜록 홈스'를 탄생시켰고, 프랑스 SF소설의 선구자 쥘 베른이 포의 작품에 대한 후속편을 썼으며,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에도가와 란포가 자신의 필명을 '에드거 앨런 포'에서 따왔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록밴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앨범까지, 포에게서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은 현대 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 매년 미국에서 뛰어난 추리소설에 주어지는 '에드거 상' 역시 '미국 문학의 아버지' 에드거 앨런 포를 기리는 상임은 말할 것도 없다.

- 책소개 中

 

 

.....

 

사고 싶은 책은 끝도 없다... Endless... 페미니즘 책들도 한번 정리해서 읽어야 하는데. 요즘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 읽고 싶은데 읽어야 할 다른 책들도 많아서 병행하다 보니 진도가 떨어지고... 게다가 페미니즘 책들은 다 두꺼워... 할 얘기가 이리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절망스럽기까지 하고. 이건 소설보다 더한, 공포소설보다 더한, 두려움이 가득한 책들이라 읽으면서 늘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겨울에 송년회가 가득이라 참 곤란스럽긴 하지만, 좀더 힘을 내어 읽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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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0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0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0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8-12-10 13:19   좋아요 0 | URL
아. 이게 피아노 연주곡 제목이기도 하군요!
이 책은 홀로코스트 얘기인데 (아직 못 읽었지만) 이 음악이랑 무슨 연관일까.. 급궁금..

stella.K 2018-12-10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가급적이면 책을 안 사려고 하는데
하필 <닥터 지바고>가 눈에 띄여 괜히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고전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이들었다는 걸 반증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책 좀 읽어 봤더니 고전만한 것이 없다거나,
시력 생각하면 앞으로 다른 잡다한 거에 눈을 빼앗길 수 없다는 뭐 이 셋 중 하나는
아닐까 싶네요. 아님 다 일수도 있고.ㅋ

비연 2018-12-10 14:23   좋아요 0 | URL
저는 다.. 인 듯.. ;;;; 나이도 들었고 많이는 아니라도 읽어봤더니 다 고전으로 돌아가더라 싶기도 하고..
시력이.. 시력이... 으흐흑... 이게 큰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게 생각하니.. 막... 막.. 세계문학전집 이런 거에 눈길이 가고... 자꾸 사면 안되는데.. 이러면서.
이렇게 악순환 중입니다 ㅋㅋㅋㅋ ;;;

다락방 2018-12-10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워런, 닥터 지바고. 으악. 또 담아갑니다. 이러면 안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ㅠㅠ

비연 2018-12-10 14:56   좋아요 0 | URL
전 이미 구매까지........ 인생, 뭘까요 ㅜ
 

 

저녁에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드러누워 이 책을 보는 건...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일이다. 날도 추운데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재미있는 책을 읽는다는 건 즐겁지만, 책제목처럼 내용은 그리 즐겁지 않아 괴롭다. 사실 즐겁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참혹하다. 그저 알고 있는 것과 하나하나 사례를 들고 구분하여 얘기하는 것은 다르다. 여성혐오를 근간으로 한 폭력과 살인과 억압이 얼마나 많고 그 구분 또한 얼마나 사회 곳곳에서 튀어 나오는 지 놀라울 정도이다.

 

 

 

 

이 말이 맞다. 어떤 현상에 이름을 붙여주면, 특히나 불의에 이름이 더해지면, 저항의 힘도 구체적이 된다. 어떤 일이든 성별의 관점에서 쳐다볼 때 그 현상은 달라보인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느끼고 있다.

 

 

 

 

'이러한 권력구조들은 서로 배제하지 않고 상호작용한다.' 이 대목에서 소름. 여성이 여성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차별과 억압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 인종과 계층, 성의 불평등이 합세했을 때 어떤 효과를 내는 것인지. 원인은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복합적인 얼개들이 덮쳐와서 해석하기가 힘들고 어떻게 볼 때는 왜곡도 된다.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  

 

 

 

 

너무 슬프다. 이성애를 강조하는 이 사회에서 이성애 가족 내에서 여성들이 가장 살해를 많이 당한다는 이 사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고 참을 것을 강요당한다는 사실.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며 "오죽하면 그랬겠니.." 라는 말을 양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히려 남에게 공격받는 여성들은 보호받을 수 있으나 가정 내에서 당하는 여성들은 방치되고 오해되고 간혹은 비난받을 수도 있다는 것. 정말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난 마가릿 애트우드의 이 일화에 깊이 공감한다. 요즘 <도어락>이라는 영화도 나왔지만, 나처럼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이런 공포와 두려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상존한다. 매우 구체적인 대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막연한 공포감. 뭔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느낌.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보지도 않는 TV를 켜고 소리를 내고 신발장에 있는 신발들을 끄집어 내어 현관에 진열해두고 누가 배달이라도 올라치면 문을 열지 않고 문 앞에 놔두어달라고 메세지를 남기곤 한다. 나같이 연령이 있고 직접적인 남성으로부터의 공격을 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 여성도 느낄 수 있다면 더 많은 여성들은 실제적인 위협 속에 살 수 있다. 그게 현실일 수 있다는 것이 절렬하게 다가온다.

 

 

 

 

유독, 여성을 겨냥한 범죄의 경우, 예를 들어 연쇄살인이나 이런 것들은 정치적이나 권력적인 관점에서 해석되기 보다 가해자의 개인적인 분노, 좋지 않았던 성장과정 등을 예로 들며 자꾸 협소화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알고 있다. 여기서 예로 든 것처럼, 유대인이나 흑인에 대한 공격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뿌리깊은 권력형 폭력이고 정치적인 동기가 심각하게 내재된 살인이다 라고 본다면 여성을 향한 혐오범죄 또한 사적인 원한관계나 정신병자의 소행으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1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읽으면서도 어떤 얘기가 나올까 두렵기까지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게 함과 동시에 군더더기를 제외하여 목적에 충실하게 편집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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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2-07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앗 비연님 많이 읽으셨네요. 저는 아직 40페이지 정도거든요. 비연님 밑줄 긋고 이렇게 페이퍼 써주신 거 보니 저도 얼른 집에 가서 읽고 싶어요. 주말을 이용해 부지런히 따라잡아 보겠습니다.

저는 작가들의 태도에 깊이 감명받았어요. 뭐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드러난달까요. 아아, 저도 얼른 읽도록 하겠습니다!

비연 2018-12-07 12:31   좋아요 0 | URL
함께 읽기 독려 차원에서~^^ 넘 서두르지 않고 구절구절 곱씹으며 읽으려 해요.
어려운 시도를 참 잘해낸 책 같아서~^^
다락방님. 우리 홧팅해요!

단발머리 2018-12-10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란색 색연필도 딱 제가 좋아하는 색인데.... 어쩜 줄이 이렇게 반듯반듯할 수 있나요? 새삼 감탄!!!

비연 2018-12-10 13:13   좋아요 0 | URL
어멋. 이 책을 읽고 줄치기 위해서 새로 구입한 색연필인데~^^
단발머리님이 좋아라 하신다니 왜 이리 좋은 건지요 우히히.
줄은.. 가끔 졸다가 뻗치지만 않으면 나름.. 열과 성의를 다해 긋는 거라 ㅋㅋ;;;;

단발머리 2018-12-10 13:15   좋아요 1 | URL
일단 저는 볼펜, 색연필, 파스텔톤 형광펜 이렇게 세 가지를 좋아라 하는데요.
어느 경우에도 줄이 정말 삐뚤빼뚤.... 성격 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님 열과 성의는 아주 잘 전해집니다.
저도 열과 성의를 다하는데.... 제 줄은 왜.... 글자를 가리는 겁니까. 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12-10 13:20   좋아요 0 | URL
저도 세상의 펜들을 넘 사랑해요. 집에 하나 가득 있는데 늘 또 사고 싶은 그 펜들.. 색색깔의..
제가 졸다가 뻗어나간 페이지들은 안 올려서.. ㅎㅎㅎㅎ;;;;;
단발머리님.. 열과 성의를 다해도 가려질 때.....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심이... ‘자‘ 라고 .. 휘리릭 =3=3=3=3

단발머리 2018-12-10 13: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말씀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12-10 13:27   좋아요 0 | URL
자라고..... ㅍㅎㅎㅎㅎㅎ 아 빵터졌어요.
 

12월의 책. 같이 읽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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