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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에 '독립'이란 걸 했고 오늘이 11월 22일이니 약 4개월이 되어가는 셈이다. 올해 초에 독립을 결심하고 나서 일을 추진할 때는 이게 과연 되긴 되려나 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결국 이사의 날은 왔고 정리와 가구/가전 등의 구매와 살림 등으로 '빡센' 일정을 보내고 나니 이제 좀 정착이 되나 싶다.

 

처음엔 장 보는 것도 서툴러서 뭘 사야 할 지 모르겠고, 어떻게 보관해야 할 지도 모르겠더니, 이제는 가서 장도 잘 보고 보관도 잘 하고 대충 끄집어내어 대충 만들어 먹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다. 아침도 기존 반찬을 두고 계란 후라이 하나 부쳐 먹거나 전 같은 것 있으면 데워 먹거나 해서 든든히 챙기고 있다. 물론 설겆이를 아침에 못 하고 그냥 휘릭 나오는 건 여전한데.. 이게 시간 관계상 쉽지 않아서 일단 그대로 유지해야지 싶다. 저녁에 퇴근해서 설겆이통에 쌓인 그릇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긴 하는데..

 

수리라는 걸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만 더러워져도, 조금만 생채기가 나도, 조금만 뭐가 떨어져도 엄청 에민해졌었다. 갑자기 일어나서 청소기를 돌리거나 걸레질을 하거나 하느라 심신이 피곤했었고. 이제는, 뭐 좀 더러워져도 좀 긁혀도 에라, 어차피 사람 사는 게 그렇지 뭐 하고 무덤덤해져서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다. 생활을 하다보니 실수로 뭘 떨어뜨리기도 하고 뭘 묻히기도 하고 그러는데, 아 그런 걸 다 신경쓰고 살자니 넘 피곤했던 것이다.

 

청소와 빨래의 패턴도 생겼다. 언제쯤 청소를 하는데, 한번은 청소기만 돌리고 또 한번은 걸레질도 하고. 빨래는 모아두었다 하루쯤 세탁기 왕창 돌려서 잘 널었다가 걷어 개고. 드라이를 맡길 것들은 한 군데 모아두었다가 때되면 맡기고. 쓰레기 버리는 게 처음에 굉장히 골치였는데, 사실 번거롭고 싫고 그랬었는데 그것도 약간의 패턴이 생겼다. 정말 음식물 쓰레기는 대단히 문제라서 며칠만 지나도 찝찝한 지라 이틀 정도에 한번씩은 버리고 있다. 쓰레기봉투 값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벌레 생길까봐 아직까지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혼자 사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사실 처음 이사와서 한 달 정도는 잠이 잘 오지 않았고 내 집 같지 않은 기분에 어색해서 허둥지둥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데 가서 자는 것, 하물며 원래 살던 부모님 집에서 자는 것도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갈 때 안심되는 기분이 느껴지고. 물론 저녁에 혼자 있다는 것은 묘한 외로움을 주어서 맥주 먹는 횟수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조금 자제해야겠다 싶기는 하다. 매일 맥주 한 캔씩 먹으니 얼굴도 붓고 몸도 좀 찌뿌뚱하다고나 할까... 와인으로 돌려볼까 싶어서 장비 마련을 시작하고 있다. ㅎㅎ 와인잔도 사고 오프너도 사고 등등등.

 

생각해보면, 좀더 어릴 때 독립이란 걸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생활이라는 걸, 인간이 스스로 전부 챙겨서 하는 생활이라는 걸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또 다른 인생을 겪어보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대부분 부모님들은, 딸인 경우에 하숙을 내주는 것도 찝찝해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딸들은 나이들어도 부모님이랑 계속 같이 살기도 하는 듯 한데, 독립은 꼭 필요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물론 나도 몇 년 살면 아 힘들어 하고 돌아가고 싶을 지 모르지만. 내 친구들한테도 딸들 크면 30 넘어서는 내보내라.. 라고 말하지만 다들 싫다는 반응. 하긴 우리 부모님도 정말 내켜하지 않으셨으니.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남은 김치로 참치김치찌개를 해먹을까 싶다. 레시피를 보니 해볼만한 것 같아서. 요리학원을 다녀야 할텐데 시간이 없네. 회사를 안 다녀야 모든 게 가능해지건만, 도대체 회사가 걸림돌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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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1-22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리를 정말 못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못하긴 하지만, 이게 하다보니까 좀 늘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제 계란말이 망치고 할 말은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엔 레시피 보고서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레시피 한 번 쭉 훑어보고 으음, 이러면 되겠군...하는 경지에 이르긴 했어요. 맛은 없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횡설수설)

아무튼 응원합니다. 잘 챙겨드시고 혼술도 잘 하세요!
저는 혼술이 요즘 너무 씐나요!
와인 따라두고 좋아하는 안주 마련해두고 티븨 앞에 앉아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노라면 세상 천국입니다.....

비연 2018-11-22 10:14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요리 시작하는 사람‘ 이고 ‘요리 잘 모르는 사람‘이라 ㅎㅎㅎ 레시피 보고 따라 하는데 이게 맞는 건지 아닌 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그런데 잘 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죠. 왜냐하면 먹는 건 소중하니까 ㅋㅋㅋ 그래서 계속 도전해보려구요. 그리고 혼술혼술.. 아무래도 맥주보다는 와인이 혼술에 적합한 듯 싶어요.. 라고 술 좋아하는 비연... 은 말해봅니다. 저도 곧 와인잔이랑 사서 다락방님 같은 천국을 맛보려구요! 그 때 사진 올릴게요~ ㅎㅎ

레삭매냐 2018-11-22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식물 쓰레기는 정말 매일 치워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싱크대에 설거지
쌓인 건 볼 수가 없어서 바로 바로
해치워 버립니다. 제가 보기 싫어서요.
성격 탓일까요?

비연 2018-11-22 14:38   좋아요 0 | URL
음식물 쓰레기를 매일 치우자니 음식물 쓰레기 봉투값이 넘 아까운 거에요.
그래도 냄새가 나니 이틀에 한번은.. 하는 마음이긴 한데...
저도 설거지 바로바로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성격... 비슷하신가봐요 저랑 ㅋㅋㅋㅋ
 

 

지난 주 일요일에 올케와 양재 코스트코를 갔다. 양재 코스트코는 아침부터 사람이 밀리는 터라 우리는 7시에 만나 붕.. 갔고, 도착하니 7시 반. 아 주차하고 스타벅스 커피 한잔 하면 되겠어.. 라는 뿌듯한 마음으로 코스트코 건너편 스타벅스로 향했다. 근데, 근데, 그 곳 스타벅스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9'시에 오픈을 한다고 적혀 있는 것이다. 왜? 왜? 심지어 닫는 시간도 9시. 대체로 스타벅스는 꼭두새벽부터 열어서 밤 11시까지 영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우리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래서 커피 한잔도 못 먹고 (ㅜ) 그냥 코스트코로 갔다는 슬픈 이야기.

 

원래 살림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코스트코를 올 이유가 별로 없었다. 이번이 두 번째. 처음에는 그냥 하도 유명해서 구경삼아 온 것이고. 이번엔 아 살 게 있어서 왔다. 살림을 하는 비연이니까 ㅋㅋㅋㅋ

 

코스트코란 곳은 정말 신기방기한 곳으로 없는 거 빼곤 다 있어 보였다. 옷도 있고 주방도구도 있고 전자제품도 있고 음식도 있고 등등등 등등등. 2개 층을 다 돌아보는 데만 3시간이 걸렸고 올 때는 거의 기진맥진. 사실 돌아다니는 것보다, 사고 싶은 건 많은데 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게 더 힘들었다. 이거 다 샀다가는... 이번 달에 파산...하겠다 싶은 불안감이 엄습.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한 끝에 겨우 추려서 나왔는데도, 상당한 돈이 나왔다는 이야기.

 

올케가 계란에 뿌려먹는 간장이라고 권해줘서 하나 샀는데, 오늘 아침에 이걸로 밥을 해먹었다. 간단한 것이, 하얀 쌀밥 (이게 중요. 쌀밥이어야 맛이 난다)에 버터를 네모지게 잘라 (혹은 네모난 버터의 절반을 뚝 잘라) 얹고 반숙된 계란을 얹은 후, 그 위에 이 간장을 뿌리면 끝. 물론 좀더 정교하게 만드려면 파슬리도 뿌리고 통깨도 뿌려야 하겠지만... 그건 일단 없으니까 패스. 이렇게 해서 슥슥슥 비벼 먹으면 밥 한끼 뚝딱이다. 해보니 간단하고 꽤 맛나더라 이 말씀. 그리고 이 간장. 많이 짜지 않으면서도 맛이 깨끗해서 꼭 계란이 아니라도 다른 데 넣어 먹을만도 하다 싶었다. 아침에 귀챦으면 이렇게 하고 반찬 한두 개만 꺼내서 먹어야겠다 싶다. 이걸 요리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하나씩 해먹을 수 있는 게 는다는 것은, 괜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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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2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2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0-02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어 보여요~~ 게다가 간단하고요.
비연님 살림내공 쌓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비연 2018-10-02 16:2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ㅎㅎㅎ 아주 간단한 것만 하고 있고.. 현재 사둔 오븐은 먼지가 쌓이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하나하나씩... 이제 겨우 두달 되었으니까요..ㅎㅎㅎ

보슬비 2018-10-03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홍~ 이런 간장이 있었군요. 담에 저도 찜콩해두어야 겠어요. 코스트코에 갈때는 꼭 현금으로 계산해요. 그래야 예산범위에서 구입하게되더라구요 ㅋㅋ

비연 2018-10-03 15:24   좋아요 1 | URL
오 좋은 팁에요~ 현금만 가져가서 그 이상은 안 사는 걸로! 감사함다^^
 

뭔가 국이나 찌개를 끓여먹고 싶었으나 사은품으로 냄비가 온다고 해서 계속 꾹 참고 버텨왔다. 냄비가 몇 개씩이나 필요한 것도 아닌데 사은품을 받아서 쓰지 뭐하러 사나 하고 버티고 또 버티고. 결국 그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냄비가 지난 주에 도착했고... 이걸로 뭘 해먹나 하다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이면서도 하기 간편한 된장찌개를 끓여보기로 한 것이다.

 

아 이거 하나 만드는데도 들어가는 건 왜 이리 많은 지. 된장, 고추장, 다진마늘.. 기본이고... (따로 육수는 안 만듦) 대파와 양파와 고추와 두부와 감자를 송송 썰어서 옆에 대기시키고. 사실은 호박도 넣고 싶었는데 지난 번에 사둔 호박을 꺼내보니... 곰팡이가... ㅜㅜㅜ 안녕 호박. 하고 쓰레기통에 바로 슛 ~ 시키고 그냥 없이 끓였다.

 

사실 된장찌개는 매우 간단한 음식으로 그냥 된장 끓이다가 있는 재료 몽땅 넣으면 된다 이거다. 약간의 순서라면 좀 딱딱한 감자를 먼저 넣고 두부를 나중에 넣는다 그 정도? 그리고 최후에 대파와 고추를 퐁당퐁당. 내가 뭘 알아서는 아니고 그냥 풍문으로 들은 대로 만들었다. 이런 걸 레시피 보고 만드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계량컵이나 계량수저도 없어서 대충대충....

 

 

 

 

 

만들어서 맛을 보니 약간 짠 것 같기는 한데 (다시다를 혹시나 싶어서 넣었는데 그게 짰나?) 그래도 먹을 만은 했다. 비쥬얼도 그럭저럭 나온 것 같고. 물론 이걸 만들기 위해 동원된 부엌용품은 .... 설겆이를 위해 한 곳에 수북이 쌓였다는 슬픈 이야기.

 

 

 

 

어쨌든 간만에 찌개가 있는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구 설레어서 있던 불고기도 끄집어 내어 굽고 밑반찬도 차례대로 꺼내어 접시마다 곱게 담았다. 꽤 맛나게... 많이.. 먹어버렸다. 일단 이번 주는 이 된장찌개로 버티고... 다음엔 김치찌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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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8-09-17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식이 정갈해보여요. 저도 내일은 된장찌개를 끓여야 겠네요~^^

비연 2018-09-18 08:41   좋아요 0 | URL
혼밥이지만 한번 신경써봤어요 ㅎㅎ 근데 매번 이러는 건 좀 힘든 ㅠ

2018-09-17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18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 좋아요 비연님. 덕분에 된장찌개 먹고 싶어지네요 ㅋㅋㅋㅋㅋ
앞으로도 어떤 음식들을 해서 드실지 잔뜩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비연 2018-09-18 08:43   좋아요 0 | URL
솜씨는 없지만 열심히 노력을.. 불끈!

하나 2018-09-18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한상 차리셨는걸요~

비연 2018-09-18 08:4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된장찌개 최초로 끓은 김에 한번. 설거지하느라 힘들었다는 후일담이 -.-;

로제트50 2018-09-18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쥬얼은 맛나 보여요!^^
반찬그릇이 예쁘네요~
전 신혼초에 된장찌개와 감자찌개
만 교대로 끓였다는 ^^;;;

비연 2018-09-18 12:4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비쥬얼이 그럭저럭 나와서 내심 만족 중입니다 ~
반찬그릇들은 엄마 집에서 슬쩍 슬쩍 ... ㅎㅎ;;;;;;;
저도 담엔 김치째기를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TV가 설치되었다. 사실, TV를 보는 경우는.. 야구 볼 때 빼고는 별로 없어서 안 사려고 끝까지 버텼는데... 일단 마루가 너무 텅 비어 허전하고, 또 하나는, 집에 사람 소리가 안 나니 적적하다 뭐 이런 이유로 포기하고 구입을 했다. 그게 오늘 들어왔다. TV 설치했으니, 케이블도 해야지. 야구를 보려면. 뭐 그렇게 해서 BTV도 설치하고. 구색을 다 갖춘 꼴이 되었다.

 

오늘은, 새로 달린 (벽걸이다) TV로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 축구를 보았다. 좋은 화질에, 노트북보다는 훨씬 큰 화면으로 보니 보는 맛이 나는 건 사실. 무엇보다 사람의 소리가 들리니 이제 '집같다' 라는 느낌이 크다. 집에 있으면 소리가 너무 없으니 내가 혼자 독백을 할 수도 없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가 되지 않은 다음에야) 라디오를 틀거나 음악을 틀거나 해서 그 적막함을 무마하곤 했는데, 역시 TV에서 나는 끊임없는 사람 소리가 집에 묘한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예전 직장에서, 30대 후반까지 혼자 살던 젊은 남자가 있었는데, 자취방에서 소주상을 차리고는 거울을 보고 건배를 외치며 먹는다고 했었다. 저런. 면벽을 그렇게 하시면 큰일 나십니다.. 하면서 크게 (비)웃어 주었더랬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 사람은, 대학때부터 자취를 해서 근 20년 가까이 혼자 산 셈이니 집에 갔을 때 아무도 없는 방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니 거울을 보고 '쨍'을 외치며 술을 먹지. 그래서 집에 안 가려고 늘 사람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싶어했었다. 저녁은 술자리로 이어지고.... 그 덕분에 꽤 재미있는 직장생활을 했었던 추억은 있다.

 

혼자 살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게 된다더니, 내가 딱 질색을 하던 그것도 슬슬 이해가 되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이 일도 없지만, 혼자 쭈욱 살려면 뭔가 '온기'라든가 '생명의 움직임'이라든가 하는 것이 절실해질 때가 올 수도 있겠다 싶다. 그것도 안 되는 사람들은 로봇 모양의 기계를 앉혀 놓고 "외로와, 음악 틀어줘", "오늘 덥다, 에어컨 이쪽으로" 이렇고 있는 거지. 그런 광고를 보면 나는 사실 많이 섬짓하다. 저건 그냥 공식적인 독백 아닌가. 우리가 예전에 인형 붙잡고 놀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그리 단언해서 앞뒤 다 자르고 칼날같이 대응해서는 안되는 거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이유라는 것에서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상황에 가면 나도 그렇게 된다.. 가 정답이기도 하다. 나이가 젊을 때는 건강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허전할 틈도 없을 지 모르지만, 나이가 한살 두살 먹어가면 같이 말할 사람이 필요하고 같이 뭔가를 할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 사람이 필요한 것인데 주변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남아나는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요즘 몇 년만에 본방사수하는 '라이프'라는 드라마를 오늘부터 TV로 볼 수 있다는 게 작은 기쁨이다. 여기 오고 한달 동안 노트북으로 보느라 나쁜 화질과 작은 화면에 애먹었었는데, 이제는 대문짝만하게 하고 볼 수 있겠네. 아. 이 드라마 좋다. 혹시 요즘 드라마 뭐 볼 지 모르겠어요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비밀의 숲> 작가가 지은 병원 드라마이고 조승우, 이동욱, 유재명, 문소리, 문성근 등등이 나오는 웰메이드 드라마이다. 의사들의 감추어진 면면을 아주 예리하게 파고든다고나 할까. 병원이라는 조직이, 그 폐쇄된 조직이, 어떻게 기능을 하는 지, 그 안에서 인간 군상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 지, 혹은 하려고 하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매우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 혼자 사는 적적함과 TV 구입한 얘기로 시작해서 드라마로 끝내는 이 삼천포 신공이라니.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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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7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8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8-08-28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이프 저도 닥본사 중이에요! (와 이 말 오랜만에 쓰네요.... 유행이 지난 유행어란 참... 민망스런 존재로군요 ㅎㅎ)
진짜 드라마 챙겨보기가 얼마만인지... ‘비밀의 숲’ 이후 처음입니다ㅎㅎ

비연 2018-08-28 08:13   좋아요 0 | URL
어제 정말 조마조마하더라구요~ 시나리오를 참 쫀득하게 쓰는 듯^^
 

오븐을 샀기에 시험삼아 군고구마를 해봤다.
모양새나 맛이나 그럭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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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8-2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슬슬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군요.. ㅎㅎㅎ

비연 2018-08-21 17: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러게요. 가을에 군고구마나 잔뜩 해서 먹어야 할까봐요 ㅋ

카스피 2018-08-21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맛나 보이네요^^

비연 2018-08-21 22: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맛났답니다 ~

KSW 2018-08-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랑 비슷한 시기에 자취를 시작하셨군요. ㅎㅎ
저는 해먹는게 없는 수준이지만. ㅋㅋ

비연 2018-08-23 22:1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만...
저도 곧 사먹기로 돌입할 듯 싶습니다 ㅠㅠ
(너무 힘들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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