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정말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오히려 시간은 있는데, 그 시간을 그냥 농땡이를 친다 하더라도 일한다고 나서려는 마음도 안 생기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시기. 지금이다. 그래서 며칠 그냥 어영부영 지내버렸다. 일을 안 한다는 것 빼고는 내게는 아주 달콤한 시간이었다. 이런. 어쩌지. 흐흐.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이제야 보았고 (완전 재밌다!) 이 책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을 읽었다. 나의 관심사를 여러 모로 충족시켜주었던 시간이어서 후회는 없다. 나중에 일더미에 깔리면 그 때 후회하겠지. 아 몰라, 패쑤.

 

이 책의 저자는, 일찌감치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고 공대를 다니다가 성폭력 사실을 입증할 의사가 한명이라도 더 필요하다는 말에 의대를 다시 갔고 의대를 다니는 중에도 끊임없이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여성주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걸 뜻맞는 사람들과 만들어 지금 현재는 은평구에 있는 '살림의원'의 가정의학과 의사로 있다. 어찌 보면 특이한 이력의 추혜인이라는 의사가 '살림의원'을 하면서, 그것을 준비하면서 한 일들, 느꼈던 일들 그리고, 그 이전 학생 시절에 고민했던 일들을 포함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찬찬히 써내려간 이 책은, 여러 각도로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혜인아, 그건 너만 그런 건 아니야. 여자라면 다 그래. 비혼이든 아니든 그런 건 상관없어. 우리 여자들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남자는 없어." (p92)

 

비혼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같은 뜻을 품은 다른 여성들과 앞으로 계속 살 곳을 찾아 지금 사는 동네로 들어갔고,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이 없어도, 서로 돌보고 돌봄 받으며 페미니스트로서 나이 들고 죽을 수 있기를 원하는 마음에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을 만들었노라 (p93) 말한다. 비혼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도, 요즘처럼 수명이 길어지고, 자식과 부모 사이의 돌봄이 먼 나라 얘기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나이 들어 어느 요양시설에 갇히지 않고 동네에서 함께 살면서 지내고 싶다는 논의들이 예전보다 훨씬 활발하다. 같은 비혼인 나도 이런 고민을 이제 슬슬 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시도들이 마음에 많이 와닿는 게 사실이다. 가족이라는 범주가 이젠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시점에서 혈연으로 묶여 서로에게 의무를 강요하고 강요당하기 보다는, 좀더 넓은 범위에서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작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닌가.. 라는 고민에 한 줄기 희망을 주는 방향이 아닐 수 없다.

 

곳곳에 페미니스트다운 관점들이 보인다. 여자의 몸이 아프다는 것에 귀기울이지 않는 의사들, 딸(특히 비혼)에게 돌봄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어디에나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들, 추행들. 그런 것들이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면서 계속해서 싸워나가야 한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그녀가 농담처럼 '명의'라는 단어를 썼지만, 내가 아는 나는 명의가 아니다. 다만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그 말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일 뿐이다. 그리고 어떤 연구들은 '여자 환자의 아프다는 호소를 믿기 힘들어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환자의 말을 믿는 것이 환자를 살리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p144)

 

우리 사회에서는 흔하지 않은 '왕진'의 이야기들도 좋았다. 아직 우리나라는 주치의 제도라는 것이 낯설고 지역사회의료라는 것이 보건소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정도라, 의사가 주기적으로 환자의 집을 방문하고 계속 그 추이를 살피는 것은 외국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주치의라는 것을, 그리고 지역사회협동을 통한 의료의 제공이라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노력에 큰 동인이 될 수 있는 시도를, 추혜인이라는 의사는 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감동적일 때도 있고 재미있을 때도 있고 화날 때도 있고 어처구니 없을 때도 있지만, 각각을 바라보며 거기에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있기에 뭔가 이런 노력들이 개인을, 세상을 좀더 낫게 만들어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썼다.

 

당신이 혹시 나의 진료를 마음에 들어했다면, 그것은 내가 페미니스트 주치의이기 때문입니다. 살림의 조합원들이 자주 하는 말마따나, 페미니즘만으로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힘들지만 페미니즘 없이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건강을 해치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p333-334)

 

 

인터넷을 뒤져 저자를 살펴보니, 수수하고 넉넉한 웃음 뒤에 꼿꼿한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고 그 가치관을 몸소 실현하는 것에 스스럼없어 하는 인터뷰들이 여럿 있었다. 몇 개의 책을 추천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 내가 올해 읽은 책 중에 마음에 크게 와 닿았던 이 책도 있어서 반가왔다. 물론 전희경 씨가 이 책의 추천사도 썼더라는.

 

 

 

 

 

 

 

 

 

 

 

 

 

 

 

 

 

세상이 굴곡은 있을 지언정 발전해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이런 때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해나가는 어떤 방향으로 수렴해가는 지성들, 그리고 그 인식을 토대로 과감히 실천하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여러 가지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 속에서 조금 해결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이 책을, 그리고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를 안 읽은 분들에게 두 권 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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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15 1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언급하신 두 책 다 샀어요!!

비연 2020-12-15 19:17   좋아요 1 | URL
Goooooood!!!

scott 2020-12-15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이분에 삶 응원합니다!

비연 2020-12-15 19:26   좋아요 1 | URL
저도,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냅니다!!!!

단발머리 2020-12-15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분이네요. 이상을 위해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이상을 위해 새로운 삶을 만들어내는 그런 분이네요!!!
저도 저 책 읽어봐야겠어요!

비연 2020-12-15 20:56   좋아요 0 | URL
정말 멋져요~ 책 강추!

han22598 2020-12-17 0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찾아오면 고쳐주겠다가 아니라, 고쳐주려 찾아 나서는 발걸음에 따뜻함과 다정함이 느껴지네요 ^^ 추천해주신 책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비연 2020-12-17 03:44   좋아요 2 | URL
정말 보기 드문 시도라서 꼭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 다 좋으니 읽어보셔도 후회없으실듯~
 

 

 

 

 

 

 

 

 

 

 

 

 

 

 

연말에 일도 많고 코로나 덕분에 약속도 다 취소되고.. 그래서 참으로 단순한 생활, 그러니까 일하고 밥먹고 일하고 밥먹고 잠깐 잠깐 쉬고 이런 와중이다. 수도승 생활 같다, 뭔가 도 닦는 기분이다, 그런 상황이라 마음의 에너지 준위가 막 고양될 수는 없는 세월이고. 그렇지만, 하는 일이 예전에 비해 싫지 않고 (회사 다닐 땐 일 자체가 고역이었는데. 난 회사형 인간은 아니었던 거다, 다시금 절감) 사람들 만나진 못해도 나한테 집중하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고 해서 그럭저럭 견딜만 합니다..

 

... 라지만, 그렇다고 하루 일과를 끝낸 고단한 마음에 든 책이 이 책이라는 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좀 재기발랄한 책을, 희망을 직접적으로 설파하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나의 시선이 이 책에 머물며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속에 어느새 손이 가고 있었다.. 라고 복잡하게 설명하지만, 그냥 읽고 싶었어요, 가 정답이지.

 

약간 의무랄까.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을 어쨌든 읽고자 노력하는데 묘하게도 우리나라 작가들의 소설이나 시는 잘 안 읽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대부분 예전 작가. 김원일의 글이 좋고, 박완서의 글이 좋고.. 요즘은 정유정의 글이 좋다. 에세이는 더 싫은 것이, 그냥 아무 말이나 막 던져대는 글이나 자기 감정과잉된 글이거나 자기 얘기를 너무 노골적으로 늘어대는 글은 질색이고 시간낭비라 생각하는 지라 거의 안 사고 안 읽는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 중에서 내가 찾아서 읽는 건, 좀 전문적인 책들, 그렇다고 무슨 전공책 이런 건 아니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쓴 책, 또는 자신의 특별한 경험담을 쓴 책들인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임계장 이야기>도 읽었고 (아 정말.. 망했다. 이 책 좋았는데.. 중고로 팔 생각이다).. 이 책도 읽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이 책의 저자는 시를 전공했고 작가로도 살아서인지 글솜씨가 유려하다. 하지만, 글솜씨로 잘 포장을 해서이지 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고개를 절래절래 젓게 되는 일이라고나 할까. 특수청소업. 말하자면, 죽은 사람의 마지막 집정리를 하거나, 청소라기 하기엔 뭣한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일을 하는 일이다. 고된 마음에 저녁 잠자리에서 읽기엔 좀 버거운 책이었지만, 어쩌면, 고된 일과를 잊게 만드는 효과는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달라도 끝은 다 같은 사람의 인생. 죽은 뒤에 남겨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감 투박한 고민들.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이 지하 방에 관해 알게 된 유일한 진실이다. (p101)

 

내가 느끼는 것이 아마도 이 저자의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남을 바라보지만, 결국 나를 바라보는 것. 또는, 나를 바라보지만 남을 바라보는 것. 누구나 뭔가를 바라볼 땐 빈 머리로 대하진 않는다. 뭔가를 통해, 뭔가를 투영하면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고, 결국 사람은 나든 타인이든 사람을 통해 사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지 않겠는가.

 

 

나쁜 시키. (p183)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착화탄과 소주를 움켜진 채 어느 외딴 곳으로 간 그녀는, 불쑥 청소업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 괴롭지 않냐고. 이 정도면 되겠냐고. 놀라서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결국 그녀가 있는 곳을 찾고 죽음에서 일단 떨어뜨려 놓고 나니, 그녀가 이 사람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나쁜 시키." .. 그 메시지를 받고 든 생각은, "살아 있구나." 라는 안도감이었다고. 욕먹은 건 온데 간데 없이 그냥 핸드폰에 찍힌 그 글자 속에서 당신의 세상 속 존재함을 느끼는 것에 다행함을 느낀다고. 한 줄의, 아니 두 단어에 내포된 더할 수 없이 큰 사실. 누군가가 살아있다, 는 것. 어쩌면 많은 말들이 필요없는 세상이다. 몇 단어로 나의 살아있음을 알리고, 다른 사람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세상인지도.

 

문득, 한 단어라도 좋으니 메시지를 직접 받았으면 하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게는 아직도 그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 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계시다. 그렇지만, 아무 쓸모없는 한 단어라도 내게 오는 일은 없겠지. 쓸쓸.

 

 

그들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병에 걸려 고통 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은 절대 잊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지워질 테지만, 당신이 남긴 사랑의 유산만은 누구도 독점하지 못하고, 또 다른 당신에게, 또 다른 당신의 당신에게 끝없이 전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p129)

 

다 부질없을 수 있지만, 어차피 세상 떠나면 뭔 소용이야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졌던 따뜻한 마음만큼은 남아서 세상에 한톨의 영향이라도 미칠 것이라고 믿어야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디다 뿌릴 데 없는 따뜻한 마음을 거두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는 마음을 가져 본다. 그게 어쩌면 떠난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인지도 모른다.

 

좋은 책입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스산한 책이지만, 이 겨울날에 나를 돌아보고 남을 기억하기에는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라고는 말할 수 있겠다.

 

다음 책은 좀 생기발랄한 걸로 골라볼까..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을 고른다. (그러니까, 며칠 전 주문한 책이 벌써 왔다는 이야기다. 허허) 물론 <성의 역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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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1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닐것 같아요. 정리, 마지막, 죽음... 스산한 느낌은 어쩔수 없는데 또 계속 피할수도 없는 문제구요. 전 아직은 못 읽겠더라구요. 비연님 리뷰로 대신하는 걸로^^

비연 2020-12-11 12: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피할 수 없는데 맞닥뜨리면 스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나중에 내킬 때 읽으시면 될 듯. 요즘 제가 이런 책을 자꾸 읽게 되네요. 우잉.

다락방 2020-12-11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관심없던 책이었는데 비연님 페이퍼 보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안샀는데... 저는 오늘 아침에 책을 또 한박스 질렀는데, 어제도 질렀는데, 어째서 이 두 책들을 새로 사야하는거죠? 네?

비연 2020-12-11 13:56   좋아요 0 | URL
흠...... 네...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2-11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 읽고 다른 책들 이야기 다 하고 마지막에 그래도 푸코를 잊지는 않았어 진짜루 정말이야 맹세해...... 이게 요즘 우리의 페이퍼인듯 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2-11 13:57   좋아요 0 | URL
이건 뭐 거의.. 후렴구 수준에 얄리얄리얄라셩 주문 수준임 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1 14:01   좋아요 2 | URL
다들 푸코가 마음의 빚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2-11 14: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ㅜㅜㅜㅜㅜㅜ

수이 2020-12-11 14:10   좋아요 1 | URL
푸코푸코푸코1,2,3,4 푸코야푸코야 12월아 얼른 지나가자꾸나 푸코도 그만 보내자꾸나~~~ ㅋㅋㅋㅋ

비연 2020-12-11 14:14   좋아요 0 | URL
전 올해 다 보내긴 글러서.. 우선 2권까지만 보내는 게 목표...ㅠㅠ;;

다락방 2020-12-11 14:20   좋아요 1 | URL
저는 일단 4권까지 목표이긴 합니다!! (목표 멋짐 ㅋ)

scott 2020-12-11 14:29   좋아요 2 | URL
푸코 대머리, 푸코 그만 읽어요.ㅋㅋㅋ(해방꾼 등장 ㅋㅋ)
북플 관리자가 푸코 잘팔려서 이웃님들 첫페이지 푸코로 고정해놨어 ㅋㅋㅋ



다락방 2020-12-11 14: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푸코 때문에 스콧님 화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2-11 14: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이드 2020-12-11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왕진가방속의 페미니즘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 이 책 읽고, 은평구 좋아하게 되었어요. 비혼 여성들의 미래에 대한 로드맵과 사회적 기여, 자아실현 등등 좋은 점이 너무 많은 책이었어요.

비연 2020-12-11 17:06   좋아요 1 | URL
하이드님이 이렇게 추천하시니 더욱 얼렁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추혜인이라는 의사에 대해서 얘길 듣고 있어서 사실 개인적인 호기심도 있는. 아 얼렁 읽어야지!

scott 2021-01-09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주말 따스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비연 2021-01-09 21:03   좋아요 0 | URL
scott님, 감사해요~ 따뜻한 주말!
 

 

 

 

 

 

 

 

 

 

 

 

 

 

 

 

 "구스타프 말러로군요."

세르바즈 경감이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말했다.

"당신도 구스타프 말러를 좋아합니까?"

쥘리앙 이르트만이 놀랐다는 둣 물었다.

"교향곡 4번, 제1익장."

"베되그티히... 니히트 아이렌...레흐트 게뫼흐리히."

"신중하게, 천천히, 매우 편안하게."

세르바즈 경감이 프랑스어로 옮기자 쥘리앙 이르트만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도르노가 교향곡 4번 1악장을 마치 동화의 '옛날 옛적에' 같다고 말했죠,"

세르바즈 경감은 말없이 바이올린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말러는 이 곡을 피서지에서 썼죠. 날씨가 엉망진창인 악몽 같은 피서였기에 곡을 쓰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피서지 마을의 악대가 계속 음악을 연주해 작곡을 방해하기도 했죠."

쥘리앙 이르트만이 빙그레 웃었다.

"천재음악가가 악대의 연주 때문에 방해받았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죠."

(p380~381)

 

 

나도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좋아한다. 세르바즈 경감은 뒤에서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를 얘기했지만 나는 아바도 것만 있구나. 근데 왜 5번이 CD에 없지? 흠..? 이건 레너드 번스타인 것으로 구입해야겠군.

 

소장한 CD를 조용히 넣고 말러의 교향곡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일은 밀려 있지만, 오늘은 정말 지쳐서 좀 쉬련다... 하고 책을 읽는데, 프랑스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는데, 이런 대목을 발견하면 뭔가 월척을 낚은 기분이 든다. (낚시를 안 해서 이 표현의 깊이는 전부 이해할 수 없지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조예가 있는 작가의 글에 더욱 애착을 느낀다. 말러는... 나이가 들수록 좋아진다고 하더니.. 예전엔 잘 몰랐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열심히 듣게 된다... 속 깊은곳까지 울림이 전달된다. 아바도의 지휘도 좋은걸..

 

코로나가 날 진심으로 방해하는 것 중 하나는, 내한공연이 다 막혔고, 그래서 한두 달에 한 번씩을 꼭 가는 음악회를 일년 내내 못 가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나라 연주자 거 들으려면 나같이 목마른 자들의 쇄도로 표를 못 구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아예 집에다 오디오 시스템을 구비해야겠다 하고 돈 쓸 궁리만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암튼 다시 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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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05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러는 무쬬건 5번!5번!
카를로스도 잘함 ㅋㅋㅋ
비연님,스트리밍 (기간제)로 해주고 있어요.
매트,로얄 오페라,함부르크,등등 유트브 구독!꾸욱 하면 들을수 있어요 ^ㅎ^

비연 2020-12-05 22:08   좋아요 1 | URL
오오 이런 고급 정보를! 감사함다^^
 

 

내가 처음으로 유럽을 간 것은 22살 때였다. 그 이후로 숱하게 방방곡곡을 다녀왔지만 그럼에도 내게 있어 '런던'이 특별한 건, 그 처음의 유럽여행에서 처음으로 간 나라가 영국이고, 처음으로 간 도시가 런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London In'을 한 셈이다. 그 때의 그 설렘, 그 기대, 그 (약간의) 두려움... 이런 느낌은 지금도, 귀가 쿵쿵 울릴 정도의 벅찬 감동으로 느껴진다. 멋모르고 떠났던 거였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좋았다. 젊었고 처음이었고.. 그래서 모든 게 새로왔고 즐거웠고 다정했다. 내가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서 버지니아 울프를 새삼 새롭게 기억하는 건, 그 런던을 추억하며 읽었던 그녀의 책 때문이기도 하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이 책.

 

 

 

 

 

 

 

 

 

 

 

 

 

 

 

 

 

그녀의 시선을 따라, 런던 부두를 걷고 옥스퍼드 거리를 지나, 칼라일의 집을 거쳐, 수도원과 대성당과 하원의사당을 향하는 시간들은 즐거웠다. 물론 이 책을 무슨 여행기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실망일 수 있겠지만, 애시당초 사진 왕창 들어가고 지나가는 건물이나 사람이나 맛집이나 이런 것들에 집중해 쓰는 책은 여행기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나의 정서상, 이렇게 어딘가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책이 좋다. 사진은 한두 장. 그것도 흑백.

 

어디어딜 다녀왔어. 이런 게 무슨 소용인가. 이런 말 하는 자체가 유치하다. 몸과 발이 가지 않고 정신과 영혼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란 걸 할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이 아주 얇은 책에서 난 예전 내가 다녀왔던 런던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가서, 버지니아 울프의 그 발자취대로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건물과 맛집과 사람과.. 그 사진들은 저 뒤로 던지고, 그냥 걷고 그냥 생각하고.. 손을 들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 따위는 접어둔 채로 말이다... 코로나는 참, 많은 것을 못하게 한다. 그 때,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다녀와야 했던 거구나.. 싶다.

 

멈추고, 돌아보고, 음미하고, 행동을 삼가라. 이 옛 경구들이 늘 우리를 충고하고 타이르는 셈이다. (p59)

"인생은 농담이다. 세상만사가 그렇게 가리킨다.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은 그것을 알고 있다." 게이가 웃으며 말한다. (p65)

 

몇 가지 문구들을 한번씩 더 읽으며, 이제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작품을 통해 그녀의 정신세계를 느껴보자.. 마음 먹어본다.

 

 

 

 

 

 

 

 

 

 

 

 

 

 

 

 

사고 싶은 책은 바로 사야겠지. <수용소군도>가 도착했다. 솔제니찐의 책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암병동>도 읽었는데, 러시아 작가를 좋아해서인지 꽤 좋았었다. 특히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수용소 안의 생활이 너무나 일상적이라 좀 놀랐던 것 같다. 물론 그 안에 내재된 폭력에 대한 내용들도 섬뜩했지마. <수용소군도>는 그야말로 다큐멘터리라 불릴 정도의 긴 저항문학이고 솔제니찐은 이 책을 쓰는 바람에 소련에서 추방당했었다. 6권이나 되니 이걸 언제 읽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일단 뿌듯한 마음으로 책장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었다. 시간 나면 제일 먼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주일 정도 정말 하루에 잠을 서너시간 밖에 못 자면서 일했고 (그러나 스트레스는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오늘 어쨌든 그 중 일부를 완료해서 잠깐 짬이 났다. 내일부턴 논문을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지만, 다 잊고 오늘은 와인과 고기를 벗하며 영화나 한편 보려 한다. 문자를 읽는 자체가 지금 내겐, 좀 지치는 일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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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04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의 규모가 어마무시한것 같지만, 엄청난 간지가 포스를 뿜네요!ㅎ 즐건 독서되십시요!

비연 2020-12-04 18:55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 간지가 포스를 뿜긴 한데.. 이게 제 머릿속에 들어와야 진정한 포스가 될텐데 말이죠..ㅎㅎ;;
책을 사면서도 막 죄책감이.. 그러나 일단 꽂아두니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하네요 ㅋ 언젠간 읽겠지.. 위안중.

미미 2020-12-04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 저도 갖고싶던 책♡

비연 2020-12-04 19:47   좋아요 1 | URL
미미님, 지르세요! ㅎ^^

scott 2020-12-04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비연님, 드디어 사셨네요.(출간해준 출판사도 고맙ㅎ) 수용소 군도 6권 책장을 빛나게 해줄것 같아요.

비연 2020-12-04 20:19   좋아요 1 | URL
scott님! 샀답니다 샀답니다^^ 지금 책장 중간에서 아우라를 뿜뿜 내뿜고 있어요^^ 뿌드읏~

블랙겟타 2020-12-04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은 첫 유럽땅을 밟은 도시가 런던이였군요. 저는 유럽을 아직 가보진 못했어요.ㅜ 독일은 가보고 싶었는데..
(유라시아국가인 러시아까지 넣는다면 2년 전에 가봤지만요. ㅋㅋㅋ)
솔제니찐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아마 제가 1학년때 러시아문학 수업을 듣는다고 읽었던 기억이 나요. 비연님 글로 보니 반갑네요. ㅋㅋㅋ(와 근데 수용소 군도는 6권짜리!?)

비연 2020-12-04 23:37   좋아요 1 | URL
독일.. 곳곳이 좋은데.. 갈날이 오겠죠? 으흑.. 유럽은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라 늘 그리워요.. 으윽.. 코로나ㅜ 러시아문학 수업을 들었다니! 블랙겟타님의 새로운 발견이랄까^^ 수용소군도는 어디 수용소 같은 데에 이 책하고만 떨어뜨려놓아야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 (먼산;;)

scott 2020-12-05 12:48   좋아요 2 | URL
블랙겟타님, 수용소 군도를 러시아어로 대단!

도끼선생에 죽음의 집 기록 읽고 있는데 수용소 군도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그나마 풍족한 삶이라는 생각이,,,,

블랙겟타 2020-12-06 23:45   좋아요 1 | URL
아 scott님 제가 아직 러시아 원서로 읽을 실력은 못되는 지라(인사말 밖에 못하는걸요 하하..) 한글로 읽었었어요. 대학교 1학년 수업때 읽은거라 읽은 기억만 나고 내용은 가물가물하네요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12-05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책 사진만 봐도 좋으네요.

비연 2020-12-05 10:53   좋아요 0 | URL
우힛. ^________^

잠자냥 2020-12-05 15: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용소군도는 몇 해 전에 한정판으로 나온 저 전집 사놓고 여태 안 읽고 소장만 하고 있는데요. 최근까지 보니까 그 한정판이 중고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 생각하면 한정판이라는 소리 깨고 이렇게 다시 판매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비연 님도 사시게 되고 말이죠. ㅎㅎ

비연 2020-12-05 15:30   좋아요 0 | URL
한정판도 팔았었군요..! 한정판이라는 말의 위력이란 ㅎㅎ 저도 이거 사면서 언제 읽을까 정말 고민되긴 했으나... 결국 사버린 ㅜ

잠자냥 2020-12-05 16:32   좋아요 2 | URL
한정판은 이렇게 생겼어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나온 판이 더 좋다는 게 함정..... 양장본으로 나오다니... 부들부들... ㅠㅠ

https://blog.aladin.co.kr/socker/9769277

비연 2020-12-05 16:38   좋아요 2 | URL
흠.. 그래도 한정판이니까..^^;;; 그 땐 제가 못 사고 넘어갔던 거군요. 이런. 전 그게 부들부들..ㅜ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제 한국시리즈가 끝났기에 나의 2020년은 끝났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내가 좋아라하는 두산베어스가 준우승에 그친 바람에 내상이 있기는 하지만, 덕분에 즐거웠고 끝나서 슬프다. 이제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있고... 아직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못 봤기에 그거나 보면서 이 겨울을 나려고 한다. 남겨둔 야구 드라마가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야, 위안삼고 있고. (별 게 다 위안입니다, 그려)


한 달 여 와일드카드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야구 보느라 야구 응원하느라 야구 신경쓰느라 할 일을 자꾸 미뤄서 이젠 독촉의 지점까지 다다라 매일 쫓기고 있는데, 이제 일을 해야겠다 싶다. 이 중엔 뭐라 하는 사람은 없으나 늘 내 마음 한 귀퉁이에 돌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푸코. 



'성생활에 내재하는 잠복성의 원칙에 의해,' 고백의 기술에 의해 성의 진실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는 것은 성의 진실이 말하기 어렵거나 품위의 금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성의 작동방식이 불분명하기 때문이고, 성이 본래 포착하기 어렵고 성의 에너지와 메커니즘이 감추어지기 때문이며, 원인으로 여겨지는 성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은밀하기 때문이다. (p80) 


진실은 고백함으로써 진실을 완성된 상태로 분명히 드러낼 주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진실은 말하는 사람에게 현전하나 불완전하고 그 자체로는 맹목적이어서, 진실을 전달받는 사람에게서만 완결될 수 있다. 이 모호한 진실의 진실을 말하는 것은 후자의 몫이다. 고백하는 사람이 말하는 내용에 대한 해독이 고백의 내용에 덧붙여져야 한다...(중략)... 듣는 사람의 기능은 해석하는 것이다. 고백과 관련하여 듣는 사람의 권력은 고백이 행해지기 전에 고백을 요구하거나 고백이 이루어진 후에 결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고백을 가로질러 고백을 판독함으로써 진실한 담론을 구성하는 것이다. (p81) 



참 어렵게도 썼수, 푸코. 번역이 아무리 영어식으로 되었다고 해도 어쨌거나 이렇게 한 문장에 수많은 단어들을 우겨넣은 것은 푸코겠지. 푸코는 아마 그럴거야. 나는 다 이해되는데 너넨 왜 이해가 안 된다고 하니... 읽는 사람의 능력을 고려해서 쓰는 것은 사상가의 몫이 아니거들. 끄덕끄덕. 눼에. 


<성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적어도 3권의 책을 써낼 때는 머릿속에 뭔가 쭈욱 정리된 게 있었으리라.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참으로 대단하다. 성의 역사를 권력의 담론으로 해석하는 글을 3권이나 써낼 생각을 하다니. 근데 읽어나가다 보니, 하, 이 사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구나 싶다. <성의 역사>는 푸코 철학의 결정판과 같은 것이라 (죽기 직전까지 썼으니) 이걸 이해한다면 감옥이나 병원 등을 대상으로 썼던 권력의 담론들을 재정리할 수 있겠구나. 근데 예전에 읽었던 그 책들은 어째 단어 한조각 생각나는 게 없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억압이나 우리가 알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에 비례하는 무지보다는 오히려 지식을 생산하고 담론을 증가시키고 즐거움을 유발하고 권력을 낳는 실증적 메커니즘으로부터 출발하여, 이 메커니즘이 출현하고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주의 깊게 추적하고 이 메커니즘과 깊은 관계가 있는 금지나 은폐의 진상이 이 메커니즘과 관련하여 어떻게 배치되는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우리의 작업은 이러한 지식의 의지에 내재하는 권력의 전략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생활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대상으로 지식 의지의 "정치경제학"을 구성하는 것이다. (p88-89)


1권의 부제가 '지식의 의지'인데, 그러니까 왜 이 책 제목이 이것인가가 여기쯤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지식의 의지에 내재하는 권력의 전략을 규정. 그 대상 사례가 성생활이다 라는 것. 결국 푸코는 정치경제학을 '성'의 메커니즘을 통해 말하고 싶다는 것이로구나.


이제 겨우 100페이지쯤 읽었고 뇌에서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미지가 없어서 뭐라고 떠들어댈 것도, 의지도 없지만,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뭐랄까. 뇌를 좀 refresh 하는 기분이랄까. 한동안 이 느낌을 누려보고자 한다. 이제 야구도 끝났으니 (다시한번 강조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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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25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권 다 읽었는데 비연님 이 페이퍼 인용문 왜이렇게 낯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푸코 화이팅이요!! 💪

비연 2020-11-25 18:35   좋아요 0 | URL
그것은,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ㅎㅎㅎ;;;;;; 푸코 화이팅입니다!

수이 2020-11-25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경제학....... 제가 싫어하는 거....... 저도 다 읽었는데 낯설어요;;; 또다른 인생의 낙이 올 거예요~ ^^

비연 2020-11-25 18:37   좋아요 0 | URL
푸코의 매력은 볼 때마다의 낯설음일까요. 볼매 푸코. ㅎㅎ;;
또다른 인생의 낙은 내년 야구 다시 시작할 때가 될 듯. ㅋㅋ

유부만두 2020-11-25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시즌은 잘 하나 싶다가 얼렐렐레 망쳐버린 엘지 덕분에 야구 끊어보려구요 ;;; 애증의 베이스볼입니다.

비연 2020-11-25 20:57   좋아요 0 | URL
올해 엘지 팬들이 다들 이런 상태..이나, 그래도 야구는 계속 되어야죠^^ 유부만두님, 홧팅!

공쟝쟝 2020-11-26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 다산 듯한 비연님 말투 ㅋㅋ

비연 2020-11-26 07:37   좋아요 0 | URL
푸코가 저를 이리 만든 걸까요....

공쟝쟝 2020-11-26 08:32   좋아요 0 | URL
야구가....

단발머리 2020-11-26 08:57   좋아요 0 | URL
야구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구야구

비연 2020-11-26 08:59   좋아요 0 | URL
들켰....;;;;;;;;;;

블랙겟타 2020-12-03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대로 저는 야구의 맛을 알았어요...(처음 해봤거든요. 봐주세요 ㅠㅠ)

비연 2020-12-04 18:26   좋아요 1 | URL
... 처음 해봤으니 봐달라는 말에.. 불끈 쥔 주먹을 풉니다... 으흑.
지금은 스토브리그. 이건 뭐, 한국시리즈보다 더 슬프네요.. 막 곳간이 비고 있어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