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흐흐. 책 이야기가 아니다. 책이야, 살까 말까 할 땐 사는 게 맞는 것일 테고 (아멘...).. 반려식물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개를 키워봐라 고양이를 키워봐라 할 때는 꿈쩍도 안 하다가 최근에 식물 키우는 재미가 생겨 버렸다. 식물은,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나한테 뭘 해달라고 칭얼대지도 않고 돌아다니면서 번거롭게 하지도 않고.. 사람의 이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는 참으로 정적인 반려물이라 괜찮은 것 같다. 물론 말을 못하니 언제 물을 줘야 하는지 언제 통풍을 해줘야 하는지 언제 햇빛에 내놔야 하는지를 내가 판단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지난 겨울에 한참 추울 때, 그냥 베란다에 내놓았다가 유명을 달리 하려 하는 식물이 생겨서 마음이 좋지 않다. 한창 푸르르게 잘 자라던 아이였는데 추웠던 밤이 지나고 시들시들해지더니 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그래서 보다 못해 깔끔히 가지치기를 해주고 까까중한 모양으로 만든 후 열심히 물 주고 햇빛에 내놓고 해서 살아나기만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나의 느낌 아닌 느낌에는 아직 살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다음 겨울부터는 추위가 닥치면 베란다에 놓인 것들을 안으로 들여야지, 결심 또 결심하는 중.


암튼 내가 가지고 있는 식물은 중간 크기 2 개와 작은 크기 4 개 (돌아가시려고 하는 식물도 포함이다. 아직 안 돌아가셨으니)다. 보고 있자면 뭐랄까 좀 허전하고, 이제 봄도 되는데 싱싱한 친구들을 들여오면 좋지 않을까 하면서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키우기 쉽고 모양도 그럴싸한 식물들이 꽤 되어서 고르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물건 사는 것에 그다지 재빠르지 못한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이걸 사도 괜찮을까. 집에 짐만 되는 건 아닐까... 


물건 사는 것에 느린 건 나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집 이사 온 게 3년전이고 그 때 거실에 예쁜 스탠드 조명을 놔야지 했었다. 고르고 또 고르고.. 가격과 디자인과 등등을 고려하면서. 역시 내 맘에 드는 게 하나 있었으나.. 난 그걸 골라만 놓고 고민하다가 2년 지나서 샀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징하다.. 싶을 정도로 물건 사는 게 쉽지 않은 비연인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거창하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뭐 그런 게 아예 아닌 건 아니지만, 어쨌든 물건 사는 것 자체를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건 맞는 것 같다. 최근에 침대 협탁 하나 구매한 것도 일 년은 고민한 듯 싶다. 책만 번개처럼 사대지..;;;; 


암튼 봄이 오고 있다. 집이 남향이라 햇살이 정말 예쁘게 따스하게 비춰서 참 좋다. 그 빛 속에 반려식물 몇 개를 구입하여 놓아야겠다. 이번에 늦지 말고 봄에 사야지. 나중에 사진 한방 찍어 올리겠나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다. <프랑켄슈타인>은 반쯤 읽었는데, 놀랍다! 19세기에 쓴 소설이 맞냔 말이다. 이후 많은 소설들에 영감을 준 이 소설을 제대로 찬찬히 읽어보노라니 아 정말 놀라운 소설이구나 싶다.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최근에 이 쪽에 관심이 많아지던 차에 블랙겟타님이 읽고나서 올린 페이퍼를 보고 구입해둔 것이다. 법학자의 관점에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다루고 있어 보인다. 얻는 게 많다. 계속 이 쪽으로 책을 읽어나갈 생각으로...잔뜩 사둔 책들이.. 늘 날 째리고 있다. 



















여성주의 함께 읽기 3월 책이다. <사회주의 페미니즘>. 아악. 거의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하드커버 장정이다. 선행은 금물, 이기에 식탁 옆 아일랜드 탁자 위에 얌전히 놓아두기만 했는데 볼 때마다 그 두께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3월에 좀 바쁠 예정이라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도 읽어야지. 빨간책을 보니 이 책도 생각난다.


















같은 빨간색 책이라 같이 두면 예쁠 것 같고 (하하) 내용도 좋아 보인다. 아직 사진 않았으나 다음 구매 목표인 책.. 그러니까 3월의 구매 목표라는 뜻. 2월 구매는 마감했습니다... 


3월에는 내게 작은 변화가 생긴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잠시 갔었는데 다시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서 3월 3일부터 출근이란 걸 하게 되었다. 사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둘 때는 다시는 회사 생활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었고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생활에 만족하며 지냈기 때문에 제의를 받고 많이 망설였었다. 여러가지 상황과 내적 갈등 끝에 가기로 결정을 했고 그렇게나 싫어하던 출근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번엔 좀더 중책(?)을 맡게 되어서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해일처럼 밀려오지만, 이왕 결심한 거 잘 해내야지 매일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많이 부족할 것 같지만, 짬짬이 읽어내자,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있고. 


오늘 정월대보름이다. 다들 오곡밥에 나물 드시고,.. 보름달 보며 소원도 비시고. 백신접종도 오늘부터 개시했으니 더 좋은 날들만 있으리라 기대해보면서. 일하러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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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2-26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새로운 변화, 3월 3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변화 축하드립니다!!
정월대보름이었군요. 그런데 저는 배민앱을 켰다니! 정월대보름에 나물 무치는 일은 이번 생엔 못해보고 또 안할 것으로!^^:;

비연 2021-02-26 15: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나물은 사먹는 게 뉴노멀이죠 ㅎㅎ

bookholic 2021-02-26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집에서 상추와 깻잎을 심었는데,
그 잘 보이지는 않던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잎이 나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비연 2021-02-26 15:18   좋아요 1 | URL
식물 키우는 재미가 그런거 같아요. 어느새 자라있고 새순이 돋고. 상추와 깻잎 심어볼까나.. 유혹.

scott 2021-02-26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의 3월 행운이 가득, 가득 하시길! 노란 수선화 추천합니다. 봄맞이 행운의 꽃🌷

비연 2021-02-26 15: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노란 수선화 접수 완료요~

얄라알라 2021-02-26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물은 사먹는 게 뉴 노멀˝ 이거, 오늘의 명언으로 가져갑니다. 마음 홀가분 ㅋ

비연 2021-02-26 16:1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수이 2021-02-26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이고 그에 발맞춰 이직도 하셨으니 새로운 기운에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으쓱으쓱 신이 나요. 잘 하실 테니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화이팅! 비연님

비연 2021-02-26 22:13   좋아요 1 | URL
수연님. 감사요~ 잘 해야죠. 불끈!

감은빛 2021-02-26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물건 하나 사는데, 2년 걸리고, 1년 걸리고 그럴 수가 있군요.
반려식물은 튼튼하게 잘 자랄 아이로 하나 잘 고르시길.
제가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2년 동안 반지하에 살았어요.
반지하이기 때문에, 또 워낙 낡은 집이라서 이런저런 벌레들이 많더라구요.
저 혼자 있을 때는 벌레가 많던지 어쩌든지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아직 어렸던 딸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문제였죠.
아이들은 작은 나방만 봐도 크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댔으니까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속는 셈치고 식충식물들을 여러 종류 한꺼번에 집으로 모셨어요.
한동안은 잘 자라며 날파리 따위 작은 벌레들은 잘 잡아먹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겨울이었어요.
제가 방심해서 잘 돌보지 못한 탓도 조금 있을테고,
추운 날씨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여러 종류의 식충식물들 대다수가 겨울을 넘기며 명을 달리하거나,
시들시들 사경을 헤매기 시작했어요.
안타까운 생명들이 제 손에서 명을 달리한 것을 보고,
저처럼 잘 키우지 못할 사람은 식물을 함부로 키우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비연 2021-02-27 10:53   좋아요 0 | URL
반려식물이.. 잘 자랄 땐 넘 좋은데 돌아가시려고 하면 너무 신경쓰이더라구요;; 추위가 강적이기도 하고. 열심히 잘 키워보겠나이다.. 불끈.

붕붕툐툐 2021-02-27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제가 페이퍼 읽으며 식물 사진을 볼 수 있제 읺을까 끝까지 긴장의 끝을 놓지 않았는데, 없네용~ㅋㅋ
저도 식물 넘나 좋아해용~ 이번에 남향집으로 이사해서 예전에 키웠던 허브를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행복합니당~ㅎㅎ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당!!

비연 2021-02-27 10: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식물사진은 담에 ㅋㅋㅋㅋ 저도 허브를 키워볼까 살짝 고민중요~
응원 감사합니다^^

파이버 2021-02-27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새출발 응원합니다! 3월이 되니 진짜 2021년이 시작된거 같아요…저도 3월부터 새일터로 출근합니다. 같이 열심히 적응해요 두근두근!

비연 2021-02-27 20:21   좋아요 1 | URL
어멋. 파이버님도 새 일터에! 축하측하요! 우리 함께 열심히 해 보아요^^
 

<보이지 않는 여자들> 책을 딱 펼치니 이런 글이 보인다. 

순간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으하하하.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여, 넘 멋지신 거 아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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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16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전 늘 원만하고 싶어요..ㅠㅠ 까탈스러운 사람 멋있어요!!

비연 2021-02-17 07:5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더럽게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남아달라는 말이 너무 맘에 와닿아서~^^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2658-6?fbclid=IwAR03yD-q4kQ_L9Uqoiv6rhCidayp6FTM8IF6d5m5TdRGmx1QJQUQ1r3izik



리베카 솔닛이 'mansplain'이란 말을 쓴 이후로, 이런 단어들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오늘은 기사를 읽다가 'manference''manel'이란 단어를 보고 마음에 확 와닿았다. 안 그래도 최근에 정부에서 주최하는 수많은 패널과 회의가 전부 남자로 채워진 것에 대해 비난이 많았기도 하고, 경험상으로도 그래왔기 때문에 계속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male-dominated conference or panel이 너무 많다. 너무 흔하다. 


컨퍼런스와 패널을 구성할 때 남녀 비율을 맞추라고, 말하자면, 공무원이나 기업체 임원 등에서 쿼터제를 적용하듯이라도 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분야가 과학이라 여자가 없다.', '아무리 찾아도 여자는 구하기가 어려워.'... 물론 어떤 분야는 그럴 수 있다. 아직도 여성들이 진출하기에 험난한 분야라면 그럴 수 있겠다..지만, 요즘 그런 성벽은 허물어지고 있고 어떤 분야는 심지어 여성들의 두각이 훨씬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컨퍼런스나 패널을 조직하는 사람이 남자라 1) 그냥 머릿속에 남성만 떠오른다 2) 아는 사람이 남성밖에 없다 .. 라는 이유로 아예 남성으로만 구성되거나 여성은 끼워주기 식으로 한 명 정도 넣는다. 사실, 분하다. 


수학이나 과학에 여성이 재주가 없다. 이런 얘긴 정말 구석기 시대 이야기다. 수학이나 과학에 재주가 있는 여성이 많을 뿐 아니라 예술이나 언어'도' 잘 하는 여성이 많다. 예전엔 공대 하면 여학생들이 원서 쓰기도 뭣하고 들어가서 다니면 '공대여자'라는 딱지를 붙여 저 멀리 버려 두거나 남성처럼 살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지만, 요즘은 공대에도 여성 수가 굉장히 많다. 다 옛날 얘기고, 이런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예전처럼 중간에 그만두는 일도 적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신문이나 방송의 컬럼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이고, 패널도 대부분 남자, 학회에 가보면 발표자도 대부분 남자다. 다시, 분해진다. 


공무원이나 기업체 임원 등에 쿼터제를 두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도, 컨퍼런스나 패널에 이미 훌륭한 여성이 있음에도 보이지 않아서, 혹은 잘 몰라서, 혹은 그냥 머릿속에 패스해서 pick이 안 되는 경우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그런 건 누군가의 pick으로 이루어지니까. 그 누군가의 안목이 매우 중요한 거고, 그 안목을 뒷받침하는 게 인식과 분위기라고 한다면, 이런 얘기들을 자주 공공연하게 해야 한다. 각 분야의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자주 노출시켜야 또 후속세대의 여성들이 그것을 보고 뒤따를 수 있는 거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읽고 나면, 작년에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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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03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이지않는 여자들> 너무 좋았어요! 국회 여성의원 비율만 봐도 참담해요.

비연 2021-02-03 11:49   좋아요 2 | URL
미미님, 읽으셨군요! 이 책 워낙 호평이라.. 이제까지 자꾸 밀렸는데, 이번참에 읽어야겠어요.
어디나 여성이 너무 숫자가 적어요. 양이 질을 담보하기도 하는데... 더 노력해야 할 듯~

오거서 2021-02-03 1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사두고 아직 읽지 않고 있어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마저 끝내야 하는데…

비연 2021-02-03 13:16   좋아요 2 | URL
어서 끝내고 같이 읽어요, 오거서님!!!

han22598 2021-02-04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anference, manel 유쾌하진 않지만 현상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네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국이든 미국이든... man-professor 의 현상을 제대로 밝혀내고 싶은데 ㅎㅎ 아류로 교수 지원자중 합격률 비율차에 대해서 철저(ㅋ)하게 조사하고 싶은데 ㅋㅋ 시간이 없다는 ㅠㅠ

비연 2021-02-04 05:37   좋아요 0 | URL
심증이 매우 큰데 경험치로도 알고 있고.. 데이터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정말... 사람이 없는 게 아니죠 이젠.
 

아침에 일어나보니 유효기간이 다 된 계란 4개가 생각났다. 아차. 한꺼번에 4개를 다 부쳐 먹을 수도 없고 어쩌지. 하다가 계란말이를 해먹자 했다. 계란 4개를 톡톡 깨어 노른자와 흰자를 설렁설렁 섞고 소금을 뿌리고 나서는 속으로 넣을 파를 쏭쏭 썰었다. 그리고 후라이팬을 달군 후 계란을 후욱 부어 살살 저어주며 익히고 말고 파를 뿌리고... 하하. 그렇게 해서 계란말이 일곱 덩이가 완성되었다. 아래에 3개밖에 없는 건... 4개가 내 뱃속으로 갔기 때문이죠 흠흠.

 

 

 

 

그깟 계란말이 하나 한 거 가지고 무슨 사진을 올리고 설명을 하고 난리란 말이냐. 비웃음을 당해도 싸지만, 오늘 아침 이걸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비연. 이제 살림이란 걸 하는구나. 뒤늦은 나이에 독립이란 걸 한 게 2018년 7월이었다. 한참 전에 마련한 집에 계속 전세를 두면서도 나가 살겠다는 마음은 없었는데 이 때 불현듯, 아 나가 살아야겠다 라는 마음이 솟구치는 바람에 그냥 불쑥 해버린 독립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닦고 쓸고.. 청소를 거의 3일에 한번씩 하고 장도 모자랄까봐 꾸역꾸역 사서 쟁이고 요리도 막 요리책을 보면서 뭔가 그럴싸한 걸 만들려고 애쓰고. 사실 이건 집이 아니라 거의 노동의 대상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게 집이 내 집 같은 느낌이 없어서였던 게 아닌가 싶다. 수십 년 간 부모님 집에서 소공녀처럼, 해주는 밥 먹고 깨끗이 치워진 방에 들어가고 설겆이며 빨래며 엄마한테 다 미루고 살다가 (핑계같지만.. 엄마는 내가 살림에 관여하는 걸 절대 못하게 하셨다. 결혼하면 다 하게 된다고. 미리 고생하지 말라고. 어머니. 결국 결혼도 안할 걸 그냥 할 걸 그랬죠.. 흠냐) 독립이란 걸 해서 모든 걸 내가 다 하는 공간에 와 있다 보니 전부 내게는 뭔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었던 거다.

 

이젠, 청소도 대충 하고 가끔 하고 (혼자 사는데 먼지는 왜 날까) 밥도 있는 재료로 대충 해서 먹게 되었다. 뭔가 좀 흐트러져 있어도 그런가보다 하고. 그래, 이제 이 집이 내가 '사는' 공간이 된 모양이다. 어느날 문득 일어나서 남은 계란으로 뭘 할까 하다가 후르륵 계란말이를 하는 비연이, 그래서 참 정감있다 싶은 거다. 계란말이 하나에 엄청 오바하는 아침이기도 하네. 크.

 

한 해가 다 갔다. 어떤 사람들은 2020년은 없애버려. 라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없애고 싶은 해가 한두 해인가. 내 인생에서 좀 뺴버리고 싶은 해는 숱하게 많다. 오히려 2020년은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힘들었던 한 해라서 기억해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질병과 두려움과 제약 속에서 나를 넘어 남을 생각하고 배려를 하고자 했던 한 해로.

 

올해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 어쩌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나 싶다.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고객 갑질에 마음이 너무나 멍이 들어서, 그것도 뭔가 좀 수준이 되는 갑질이 아니라 저열한 갑질을 몇 년 당하다보니 이러다 내가 미치겠다 라는 마음에 그냥 미련없이 그만두었다. 남들은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냐 좀만 버텨라 했지만 난 옮긴 이 곳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돈은 별로 안 되고 신경은 많이 쓰이는 일이지만, 내 적성엔 맞기도 하고 내가 이제까지 경험한 수많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나눠주는 재미로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제로에 수렴한다는 게, 문득문득 놀랍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서 온 몸이 아프고 피곤하고 쓰러질 것 같던 나였는데 말이다.

 

**

 

여유가 좀 생겼다고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책읽기는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을 많이 사대기는 했다. 읽혀지지 못한 채 저렇게 계속 나를 째리는 책(무더기)을 보며, 내년엔 책을 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책장을 더 사야지 라고 생각하는 나는, 정말 제정신인가 싶지만.

 

 

O 마음에 남는 글귀

 

예전에 페이퍼에도 썼었지만, 올해 읽은 책 중에서 <다크룸>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책이었고, 특히 마지막 문구는 계속 기억에 남아 내 생각의 향방을 좌우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밀크맨>의 마지막 글귀.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

 

 

 

 

 

 

 

 

 

 

 

 

 

 

 

 

 

아버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가 살아 있을 때 그렇게나 자주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살아 있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유대교도인가 기독교도인가? 헝가리인인가 미국인인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너무 많은 상반되는 것들이 함께 존재했다. 하지만 그녀의 누워 있는 몸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우주에는 단 하나의 구분, 단 하나의 진정한 이분법이 있구나. 삶과 죽음, 다른 모든 것들은 그저 녹아 없어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p623)

 

 

 

 

 

 

 

 

 

 

 

 

 

 

 

 

나는 초저녁의 빛을 들이마시며 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부드러워진다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 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p492)

 

 

O 페미니즘 책

 

여성주의 책 함꼐 읽기를 겨우겨우 따라가면서도 올해는 읽은 책들에서 많은 영감과 생각을 얻었다. 혼자 읽는다면 절대 다 끝내지 못했을 책들을 어쨌든 끝내는 나를 보며, 함꼐 읽기라는 것의 소중함과 힘을 느꼈다.

 

 

 

 

 

 

 

 

 

 

O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 중에서 소설은 읽은 게 손에 꼽을 정도다. 대신에 자기 이야기를 쓴 책, 하지만 허접한 일상생활 얘기로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대신 자신의 분야에서 뭔가 확실히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내게 훅 다가왔다. 읽는 내내, 이것이 모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책을 읽는 기쁨이구나 라고 느꼈었다.

 

 

 

 

 

 

 

 

 

 

O 새로운 발견들

 

원래 좋아했던 작가들, 샤론 볼턴, 리베카 솔닛, 마이클 코넬리, 미야베 미유키, 요 네스뵈 등의 책이야 나오는 대로 잡아서 읽고 있지만, 올해 새로 내 머리에 각인된 작가들이 몇 있다. 도나토 카리시, 할레드 호세이니,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마여 안젤루, 베르나르 미니에. 그리고 아마 지금 읽고 있는 콜슨 화이트헤드도 그 대열에 합류할 것 같다.

 

 

 

 

 

 

 

 

 

 

 

올해 처음 읽은 책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일까지 읽을 책은 <니클의 소년들>. 역시나 소설로 시작하여 소설로 끝내는 비연. 둘다 가슴아픈 소설이라는 것도 공통적일까.

 

 

 

 

 

 

 

 

 

 

 

얘기가 길었다. 흠냐.

 

올해도 알라딘과 함께 해서 즐거웠던 한 해였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보면 너도나도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올리는 분들이 많아서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것마냥 취해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여전히 이 곳의 일원인 내게 힘을 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내년, 신축년. 여전히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올리고 모두가 건강한 알라디너들이길. 그 속에서 나도 열심히 읽고 쓰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올해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복복 왕창 받으시길.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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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30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제 이렇게 책에 대한 글을 쓰게 될까요. 분발하겠습니다!😅

비연 2020-12-30 11:24   좋아요 0 | URL
라로님. 무슨 말씀을.. 라로님이 올리는 사는 이야기들, 책 이야기들이 얼마나 제게 큰 위안인데요^^
앞으로도 쭉 이렇게 마음 나누며 지내면 좋겠어요. 새해 복!

다락방 2020-12-30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페이퍼네요, 비연님. 계란말이 에세이 최고에요.
저도 퇴근후 제가 저녁을 먹거나 주말에 식사 후에 제가 설거지를 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제발 신경 좀 쓰지마! 하고 속상해하세요. 가사노동이 엄마의 몫인게 싫지만 엄마는 또 딸에게 가사노동의 짐을 지우진 않으시려 하는것 같아요. 어쨌거나 저도 독립할 예정입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요.

알라딘에 오면 너무 즐겁지만 읽고 싶은 책이 늘어가서 돌아버릴 것 같아요. 오늘 비연님의 페이퍼로 제가 사두고 안읽은 다크룸과 밀크맨이 떠오르면서 으앗 지금 당장 집에 가서 꺼내읽고싶다! 하게 되지 뭡니까. 후훗.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고운, 고마운, 소중한 인연입니다, 비연님.
내년에도 우리 서로 격려하며 함께합시다.
해피 뉴 이어!

비연 2020-12-30 11:21   좋아요 1 | URL
엄마란 참...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큰 존재임을 다시한번 느껴요.
다락방님의 독립, 응원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독립하면 또 다른 장이 열리는 것 같아요.

다락방님, 함께 주셔서 감사해요. 말로 표현은 안하지만, 항상 소중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분입니다.
늘 지금처럼, 그렇게 서로 힘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새해 복!

수이 2020-12-30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란말이 해줘요 비연님 이라고 떼쓰고 싶어지게끔 만드는 페이퍼, 노랑노랑 따끈따끈. 다크룸 저 퐁당 넣었어요 방금 장바구니 안으로 크크크크. 비연님 성우 같은 목소리로 언젠가 책 읽어주시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2020년 빠이빠이, 새해 더 자주 함께 할 수 있기를.

비연 2020-12-30 14:54   좋아요 0 | URL
언젠가 어느 곳에서 계란말이를 해서 드리는 걸로 ㅋㅋㅋ <다크룸> 넘 좋습니다. 추천.
제 목소리가... 이제부터 날계란 먹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어야겠어요.
함께 해서 좋은 2020년이었어요. 함께 하여 더 좋을 2021년이길. 새해 복!

미미 2020-12-30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덕분에 여러권을 더 질렀습니다ㅋㅋㅋㅋ내년에도 열심히 따를께요! 좋은 리뷰 많이많이 주세욤^^*

비연 2020-12-30 14:54   좋아요 1 | URL
앗. 저의 책 뽐뿌질에 ㅎ 미미님 항상 감사드려요. 자주 찾아주시고.
미미님 글 올릴 때마다 정성스레 보고 있는 1인이 여기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새해 복복복! 입니다~

붕붕툐툐 2020-12-30 1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치면 4개를 못 먹지만 말면 4개를 먹을 수 있다는 꿀팁이 담긴 페이퍼네요!!ㅎㅎ
비연님께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군요~ 여러 책과도 함께 하셨고요. 무엇보다 이직으로 스트레스가 확 줄으셨다니 정말 축하드릴 일입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할게요!! 해피 뉴 이어😊

비연 2020-12-30 14:56   좋아요 0 | URL
오홍.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팁을 일깨워주시는.
사실 계란 4개를 부치면 혼자 먹기는. 말면 두고두고 먹으니 ㅋ
올해 변화도 있었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퐝퐝 한 해라 저로선 후회는 없는 한해이긴 합니다^^
붕붕툐툐님도 올해 감사드리구요. 내년에도 여기에서 우리 재미난 시간 보내보아요. 새해 복!

몰리 2020-12-30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직! 형광펜 칠하면서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전 이제 기승전이직러.

비연 2020-12-30 14:56   좋아요 0 | URL
몰리님..ㅋㅋㅋ 전 이직 했으니 제 기운을 몰아 몰리님께 전달하겠나이다. 이직 에너지 퐝퐝!
내년엔 뜻하는 바 다 이루실 수 있기를. 올해 몰리님을 알게 되어 넘 좋았습니다. 새해 복!

2020-12-30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0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12-30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크룸은 읽은 책이라 조금도 부럽지 않으나 이 예쁘고 탱탱한 계란말이는 엄청나게 부럽네요.
계란말이 장인 비연님의 요리 사진은 언제봐도 근사합니다.
제가 아침에 살림 페이퍼 썼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썼는데 아직도 못 올렸다 말이지요. 비연님 페이퍼에 살림 이야기 읽다보니까 어머! 아침에 비연님이랑 나는 같은 ‘살림 우주‘에 있었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웰컴투 살림 우주!!!
새로운 생활에 만족하시는 것 같아 제가 해드린게 없는데 엄청 뿌듯합니다. 비연님이 행복하셔서 기뻐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비연 2020-12-30 16:51   좋아요 0 | URL
아침에 저와 함께 ‘살림 우주‘에 단발머리님이 계셨다니. 감동. ㅎㅎㅎ
역시나 먹고 사는 일을 생각하다보니 하루에 몇 번씩 그 우주에 들어가게 되네요^^;
올 한 해 정말 감사했어요. 단발머리님의 푸근함에 알게 모르게 많이 위안받았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릴게요. 꾸벅. 새해 복!

페넬로페 2020-12-31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폰으로 화살표를 눌러도 안되어
이곳으로 와서 댓글을 답니다^^
저도 비연님 뵙게 되어 너무 좋아요~~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연 2020-12-31 01:40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새해에도 자주 뵈요^^ 복 많이 받으시구요!

공쟝쟝 2020-12-31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뽀오오얀 계란말이!! 그렇군요, 저도 앞으로 청소는 점점 게을러 지겠군요 ㅋㅋ 새삼 올해 모두들 애썼구나 싶으면서, 감동스러운 글~ 이직하신 비연님 잘하셨어요 ^.^ 내년에도 만나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여~!!

비연 2020-12-31 11:12   좋아요 0 | URL
ㅋㅋ 청소를 하루 이틀 자꾸 미루는 스스로를 처음엔 못 견뎌하다가 나중엔 저절로 합리화하는 과정이 있나이다. ㅎㅎ 쟝쟝님 올해 너무 고마왔어요. 내년엔 쟝쟝님의 찬란한 한 해가 되길.. 새해 복복복!

scott 2020-12-3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계란말이
어떻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구워졌어요 ㅋㅋ
이건만 먹어도 행복한 1人

비연님 서재방에 2021년 연하장 놓고 가여 ㅋㅋ

새해 행복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021년 신축년
┏━━━┓
┃※☆※ ┃🐮★
┗━━━┛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비연 2020-12-31 23:27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12-31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1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20-12-31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랜말이 맛있어 보이네요.비연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비연 2020-12-31 23:58   좋아요 0 | URL
어멋 카스피님! 오랜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엔 더 자주 뵈요^^

psyche 2021-01-07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어머니께서 결혼하면 다 한다고 미리 고생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하니 딸들이 오면 ‘야 이제 니네가 좀 해라. 집안 일 미리 할 줄 알아야 해‘하면서 누워버리는 제가 엄청 찔리네요. ㅠㅠ
비연님께서 올려주시는 추리소설 보면서 열심히 투 리드 리스트 늘리고 있답니다. 올해에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 주세요~

비연 2021-01-07 10:2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psyche님. 저희 어머니는 옛날 분이라..^^
추리소설 보면서 리스트 늘리고 계신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추리소설 좋아하는 분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습니다 ㅎㅎ
올해도 열심히 읽고 올릴게요! 자주 들러주세요^^
 

전혀 연관성 없는 두 개를 제목으로 달고, 비연 좋단다..ㅎㅎ (다시 봐도 아무 연관성이 없군..)

 

내가 열심히 하는 SNS는 페이스북이라서 여기에 올라온 글들에 영향을 많이 받곤 하는데, 누군가 최근에 오뚜기 크림진짬뽕이 맛나다며 꼭 먹어보라고 추천의 글을 올렸었다. 원래 면은 좋아해도 라면이나 짜파게티나 이런 것들은 일년에 몇 번 먹는지 두 손으로 셀 수 있을만치 (발은 안 써도 된다) 드물게 먹는 나이건만, 그걸 보고 흠? 이거 먹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버린 거다. 책만큼이나 손가락이 빨리 돌아가는 것은 먹는 것. 바로 주문. 그 다음날 도착.

 

그걸 오늘 먹어보았다. 그냥 짜파게티랑 똑같이 만들면 된다. 물을 끓이고 면을 삶고 물을 거의 덜어낸 후 같이 들어있는 소스들을 몽땅 부어 마구 비벼댄다. 끝. 심지어 짜파게티처럼 위에 오이를 송송 썰어 놓으면 더 좋습니다 이런 설명도 없었다. 맛은.. 오묘하다. 약간 매콤하기도 하고 약간 크림맛이 나기도 하고. 굳이 비교하자면 로제 파스타 비스무리한 맛이라고나 할까. 결론은, 괜찮으니 한번 드셔보세요. 이거. (요즘 먹는 걸로 열심히 뽐뿌질 중인 비연)

 

 

 

 

 

 

이걸 먹으면서 스마트폰을 열고 <여성주의책읽기> 2021년 1월-5월까지 목록을 본다. 올해 다 읽었는데 마지막 푸코에서 엎어져버린 아픈 기억을 안은 채. 그러니까 11개월을 성공하고 12개월째에 엎어졌..;;;; 그래도 <성의 역사 1>은 읽었다. 그리고 나머지 2-4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무조건 읽고야 말 것이다. 불끈... 아뭏든, 내년 목록을 보면서, 경탄과 한숨이 함께 튀어나온.

 

 

 

 

 

 

 

 

 

 

 

 

 

 

 

 

 

 

 

 

 

 

 

 

 

 

 

 

 

 

 

 

 

멋진 목록이다. 여성주의책을 다시 읽을 생각을 하니 두근거리기는 하는데, 페이지수에는 움찔움찔. 3월은 832쪽. 새학기군요. 새학기되면 다들 바빠질텐데. 여성주의 책읽기도 바빠지는 것이군요. 수긍. 그러나 어지러움..ㅎㅎ 그래도 이 책들, 함께 읽지 않으면 사실 엄두를 내기 힘든 책들인지라 (특히 <사회주의 페미니즘>!)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동참해야지 싶다. 3월부터 5월까지의 책은 또 구매를... 앗. 내년에. 올해 책구매는 지난 번에 끝났습니다. 終わりました。

 

***

 

어제부터 <니클의 소년들>을 읽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흥미진진이다. 역시 독서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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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1-01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목록을 담은 멋진 글이네요. 참 알찬 책읽기를 하셨어요, 비연님.

비연 2021-01-01 22:30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감사합니다~ 저 목록의 책들을 사서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만발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부만두 2021-01-01 22:36   좋아요 1 | URL
계란말이 포스팅 부터 읽고 목록에 감탄하면서 라면 포스팅에 댓글을 달았네요. (제가 음식에 집중하는 편;;;)
니클의 소년들 금방 읽으셨네요. 안 어렵나요?

비연 2021-01-01 22: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러셨군요~ 니클의 소년들.. 하나도 안 어려워요. 다만 마음이 너무 아픈 소설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

유부만두 2021-01-01 22:54   좋아요 1 | URL
네 읽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