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책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내가 제일 곤혹스러운 일 중의 하나다. 책이라는 게 취향도 다르고 얻고자 하는 것도 다르고 등등등.. 소개해주었을 때 그다지 좋은 소리를 못 들었어서.. 아 어쩌지. 하고 있었다. 요청사항은 이럤다.

 

....

 

예를 들면 눈먼자들의 도시 처럼

잡으면 못놓는 못된 소설같은거 좋습니다

시간을 씹어먹을 정도로 흡입력 있는 서적 하나 추천 주시면 감사하게 읽어 볼게요!

 

....

 

 

그래서 내가 금새 추천해준 건 아래와 같았다.

 

....

 


나폴리 4부작 (나의눈부신친구/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떠나간 자와 머무른자/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 엘레나 페란테
동급생 - 프레드 울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울스

고독한 늑대의 피 - 유즈키 유코
외딴집 - 미야베 미유키

13.67 - 찬호께이
스토너 - 존 윌리암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 존 르 카레
스노우맨 - 요 네스뵈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 에드용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목로주점/제르미날 - 에밀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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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여러분들이라면 뭘 추천해주실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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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17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이요. [봄에 나는 없었다] 그 시리즈. 그리고 잭 리처 시리즈요. 둘 모두 한 번 손에 잡으면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와 김진영의 [마당이 있는 집] 도 후루룩 읽혀요. 그리고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도...... =3=3=3=3=3=3=3=3=3=3=3=3

비연 2019-04-17 23:19   좋아요 0 | URL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도 포함시킬 걸.. 무엇보다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제가 빼먹다닛!
 

 

5년 전 4월 16일을 다시금 떠올리는 날이 왔다. 아마 날이라기보다는 4월 한달이 몽땅 그렇다. 시작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세월호에 대한 생각은 떠나질 않는다. 내일이 되면 많은 분들이 글을 올릴테지. 그날의 아픈 기억들, 여전히 가지고 있는 상흔들,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점들.. 하지만 이제 소리내어 말은 하지 않아도 영화로는 말을 할 수 있을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5년.

 

올해는, 세월호는 5년이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는 10주기이며, 노회찬 의원 돌아가신 날로부터는 1주기가 되는 해이고... 그러고보니 매년 참 기억해야 할 날들이 많구나 싶다. 무엇보다 세월호에 대해서는. 아 뭐라 말을 하겠는가. 그날, 배가 침몰되었다는 속보, 다 구출되었다는 거짓 뉴스, 진도 팽목항에 삼삼오오 모이던 어머니들 아버지들... 그리고 뻔히 쳐다보면서도 구하지 않았던 그 아이들. 건져진 시신은 너무 깨끗하다 했고 그들의 스마트폰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쳐다보면서도 못 구해낸 수 시간동안의 총체적이면서 절대적인 무능함은, 결국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더 벌어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 가.

 

 

읽을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 어느 어머니가 딸에게 썼다는 글이다. 엄마는 이미 지옥 속에 놓였을텐데...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그 애닳음과 가슴저밈이 여과없이 그대로 전해진다. 지금도 회사에서 이거 쓰면서 눈물나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

 

두고두고 우리 역사에서 아픔으로 남을 사건. 아, 사건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슴아픈 일. 그 일이 있었던 때에 이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끝끝내 이 아픔과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부르는 것 같아 먼저 간다는 김관홍 잠수사도 기억난다. 그 배에서 둥둥 떠다니는 아이들을 건져올렸을 그 분의 심정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김 잠수사의 아내 분이 한다는 꽃집에서 봄날의 꽃을 구입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 되면 이런 글 쓰기도 힘들 정도로 마음이 무거울 것 같아 미리 쓴다. 한 사람이라도 기억하고 있다고 알려야 하겠기에, 지나치지 않기 위해, 그래서 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하는 법...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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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4-15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벌써 세월호사고 난지 5년이 흘렀네요.아마 부모님들 아픈 맘은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거에요.근데 지금도 의문이 남는것은 세월호 선체 주변에 경찰과 해군등이 있었는데 왜 선체를 일부 폭파하고 학생들을 구출하지 못헀을까하는 점이죠.

비연 2019-04-15 15:00   좋아요 0 | URL
의문점은 너무너무 많지만...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그냥 아이들만 가엾은...ㅜㅜㅜㅜㅜ

카스피 2019-04-16 08:02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TV를 보니 아들의 시체를 찾기위해 5년째 팽목항에 계신 아버님에 대한 뉴스가 나와서 넘 가슴이 아프더군요ㅜ.ㅜ

비연 2019-04-16 10:41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
 

 

예전에 '오양 비디오'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지금처럼 보급이 되지 않았던 터라 남자들은 그걸 CD로 구워와서 서로 돌려보기 바빴고, 제대로 보기 위해서 컴퓨터 사용법을 여기저기 물어서 습득하느라 애썼었다. 난 사실 그런 비디오 (그 이후에도 여러 다른 비디오들이 나왔었다. 물론 다 여성 대상이었다) 를 본 적이 없다. 구해서 보려면 볼 수 있었을 거다. 주변에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훨씬 많은 환경이었고, 그래서 요청하면 키득거리면서 보라고 던져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난 그게 싫었다.

 

도대체, 그런 개인적인 영역의 영상물을 전 국민이 돌려보면서 품평회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특히나 '오양 비디오'는 여자가 모르게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녹화했다가 자기가 여건이 안 좋아지니 슬쩍 흘린 거였고 그런 질나쁜 놀음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관음증도 아니고, 남의 성생활을 보면서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테크닉이 어떻다느니, 어린 여자애가 능숙하다느니 이런 말을 들으면 도대체 그게 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었더랬다. 그건 명백히 인권침해였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몰랐던 것 같다. IMF 직후였던가 그 즈음이었던가.. 여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그렇게 표출하는 거라느니 하는 말같지도 않은 분석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으니. 참 할 짓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나 보다 했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김학의 별장접대 동영상을 YTN에서 내보냈다는 기사가 떴다. 그걸 보면서, 물론, 그 사람이 했다고 추정되는 행위가 범죄행위이긴 하지만 아직 죄를 선고받은 것도 아닌 사람에 대한 동영상을 그렇게 방송으로 내보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던데 난 그렇게 그런 내용 알고 싶지 않고 더더군다나 동영상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을텐데 그런 영상을 내보내서 그 사람이 거기 있었던 게 맞아 라고 전 국민 대상으로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여론 재판도 아니고. 어차피 확실해지면 그만한 죄값을 받을 것인데 말이다. 경찰도 봤을 거고 검찰도 봤을 거고 관련자들 다 봤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영상을 내보내는 건, 인권침해가 아닌가 싶다.

 

역시 난 그 영상을 보지는 않을 거다. 그 동영상이 그 별장에서 찍은 게 맞고 감식결과 김학의가 맞다면 그에 맞는 처벌을 하길 바란다. 그런 영상을 보면서, 그런 짓도 했대, 라는 류의 선정적인 대응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나저나 김학의라는 사람. 평생 떠받쳐만 살다가 이런 굴욕들을 당하니, 죽고 싶겠다 라는 생각이 드니 겁도 난다. 요즘 하도 나쁜 일들이 많아서인지... 이 사건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이 사람 이름이 적어도 몇 백년은 역사에 회자될 느낌이고. 심지어 영상까지. 아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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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4-12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털 사이트 실검 1위로 ‘김학의 동영상‘이 올라간 걸 보고 참...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답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정준영이 아니고 뭐란 말인지. 에휴...

비연 2019-04-12 16:26   좋아요 0 | URL
정말... 실망이에요. 언론도 그렇고 그거 보고 좋아라고 떠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어제 그득하게 먹은 게 있어서 사진을 올리려고 하는데 계속 거부당해서 에잇 안 올려.. 하고 있다. 어제 넘 먹어서 오늘 아침까지 배가 부르다고 하면.. 아 실물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래야 실감이 나는데 말이다. 쩝.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장장 4일간 교육을 받고 있다. 나이가 드니, 뇌를 가동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하루 8시간씩 앉아 있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 아마 나이 먹은 사람들을 고문한다면, 계속 앉혀놓고 공부하라고 하면 될 듯. 아는 거 다 줄줄 불 것 같다. 너무 힘들고 괴롭고 지겹고 미치겠고... 뭐 그러니까 이 상황만 벗어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지 않을까. (나, 지금 그런 상태 ㅜ)

 

뭔가를 공부로 배우는 것, 누군가로부터 교육을 받아 습득하는 것은 정말, 나이가 있는 것 같다. 이젠 뭔가 정보가 날아와도 딱딱한 머리에 부딪혀 어딘가로 튀어나가고 남은 건, 정말 물리적인 실체로서의 뇌인지라 이게 더 진보하고 더 나아지고 더 효율적이 되리라 기대하는 자체가, 인류 역사에 위배되는 게 아닌 가 싶다... 그래서, 요즘 국회가 이 모양 이꼴인가 라고 잠시 딴 생각. 뭔가 적반하장의 분위기이도 하고, 공천된 사람들의 수준도 사실 영 마뜩치 않은 게 사실이고.. 이 나라에 그렇게 인재가 없나 라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 꼴이나 공천받은 자들 꼴이나. 젊어서 돈을 탐헀다면, 나이들어 장관직 들어왔을 때 고사해야지, 그걸 그대로 받았다는 건, 그게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뭐 죄는 아니겠지만, 공직자의 윤리에는 매우 반하는 사실들이 많긴 한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뉴스를 보니, 대법관 후보로 오른 사람이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의 소송을 맡았었고 그 주식으로 차익을 엄청 벌었으며 수시로 접속하여 주식투자를 했다.. 나는 몰라요, 남편이 다 했어요.. 이런 웃기지도 않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난 이런 인간이 대법관 되는 건 정말 반대다. 해도해도 너무 한 거고, 돈 벌었으면 나가서 변호사로 돈 더 버세요.. 하고 싶다. 그리고 자기의 직무를 활용해 돈을 벌었다면 (아니라고 우기지만, 타이밍 너무 절묘하지 ㅜ) 직권남용으로 감옥에 보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이렇게 사람이 없나... 라고 교육 받는 중 쉬는 시간에 잠시 딴 생각. 딴 얘기. 주절주절.

 

오늘 교육 마지막이고, 내가 추진하던 프로젝트는 고객이 한달여 동안 엄청스레 갑질하며 쪼더니 갑자기 소강 상태. 이주째다. 나는 오월초에 여행갈 일이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 때문에 안 간다고 했다가, 어? 니네가 그렇게 나오면 난 여행 간다, 하고 지금 모든 예약을 마친 상태이다. 이러다가 갑자기 다음 주 쯤에 할 거니까 들어와 하면 내 돈... 내 예약금.. 다 날리는 거라 노심초사 중이다. 할 거면 일정을 좀 알려주던가, 안 할 거면 안 한다고 빨리 말을 해줘야지. 이건 뭐.. 계속 기다리세요, 넌 을이니까... 이 과제 하고 싶지? 그럼 기다리렴.. 이런 자세이니 열도 받고 어이도 없고.. 뭐 그러하다.

 

아 다시 교육 시작이다. 오월 초에 여행 갈 수 있도록 모두들 기도 부탁드림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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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4-11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과 명예 모두 가지려고 하는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고사해야 마땅한데 부나방처럼 덤비는 모습이 꼴보기 싫습니다.

비연 2019-04-11 10: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정말 꼴불견들입니다.. 아님 윤리의식이 아예 없는건가 싶기도 하고. 내로남불 자세인지.
 

 

근 한 달동안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아 술도 끊고 사람들 만남도 극도로 자제해서 조금 나았다 싶었다. 그 바람에 며칠 전 금요일에 너무 달렸고.. 사실 그날 기분은 정말 좋았는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맥주와 맛난 안주로 1차를 하고, 사케와 맛난 안주로 2차도 하고. 아주 많이 먹지도 않았고 그냥 기분좋은 정도였는데, 귀가하는 길 몸에 무리가 왔다는 신호가 느껴졌다. 그래서 잘 타지 않는 택시로 귀가를 서둘렀고. 그 이후로 어제까지 근 이틀 반을 꼼짝없이 아파서 골골거렸...

 

토요일엔 피치 못할 약속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가 비바람에 쇠한 몸에, 아주 쓰러지는 줄 알았다. 두통이 치솟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오바이트가 쏠리고... 걷기도 힘든 상황에 겨우 마치고 엄마집으로 직행. 온종일 드러누워 밥도 겨우 먹고 끙끙. 도대체 이게 왠 일이냔 말이다. 이틀 남짓에 30시간은 잔 것 같고 오늘 아침에 겨우 일어나 회사는 왔는데 속이 다시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열이 없어도 이런 증상이 독감 초기증상일 수 있다고 해서... 병원에 다시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하나 그러고 있다.

 

기초체력이 약해서 그런 것이겠지.. 그런 것이다 라고 주위 사람들도 한마디씩 하고. 맨날 피곤해해도 감기몸살은 자주 걸리는 편은 아닌데 작년부터는 환절기마다 이런 것 같다. 당연히 한번 걸리면 한두달 컨디션 난조로 고생하고. 몸이 안 좋으니 의욕도 저하되고.. 그저 드러누워 넷플릭스나 만지작거리니 도대체가 무료한 생활이 이어지느라 더 의욕이 떨어지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문득, 이렇게 지루하게 살다가 그냥 늙고 그냥 그렇게 없어지겠구나.. 라는 괜한 좌절감마저 들었더랬다. 활개 한번 못 쳐보고 이대로 소멸되는건가.. 라는 슬픈 생각도 함께 들고 말이다. 봄날. 4월의 첫날에 생각할 대사로는 좀 진부하고 어둡다.

 

오늘은 만우절. 나이들어 사회생활하면서부터는 만우절을 챙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만우절을 챙긴다는 게 좀 웃기긴 한데,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만우절은 거의 행사일이었으니까. 학생 시절에는 그런 날들이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며칠 전부터 선생님들 골탕먹일 계획에 분주했었다. 나는 그런 일에 늘 선동이었고...(ㅜ) 공부가 하기 싫으니 어떻게든 수업시간 빼먹으려고 발버둥을 치던 학생이었다.

 

중학교는 남녀공학이었어서 반을 바꾸는 게 매년 했던 만우절 행사였다. 여자와 남자를 바꾸거나, 여자끼리 남자끼리 바꾸고는 바꾼 애들은 선생님 들어올 때 뒷칠판을 보고 있다거나 그런 장난. 그렇게 장난을 치면 재밌다고 키득거리며 이제 그만 하라는 선생님들이 있던 반면에,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매를 휘두르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웃자고 덤볐는데 화로 되돌아오면 우리도 적쟎이 당황해서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었다. 애들 장난치는 것에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화를 낼 필요 있었나.. 선생님들도 참. 그런 생각이 든다. 선생님들도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이니, 매일이 무료했을텐데.

 

고등학교는 여자고등학교였고 (아.. 정말 여고 별로였다) 노는 게 일인 학교였다. 선생님들은 허구헌날 자기 첫사랑 얘기 들려주고 대학교 때 들려주고... 그렇게 공부하고는 별로 연이 없는 스케줄로 움직이는 학교였어서 만우절날이라고 대단한 장난을 친 기억은 없다. 그냥 수업시간에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하고 졸라댄 기억만이 남아 있다. 그 때 우리학교에는 젊은 선생님들이 많았다. 사립고등학교라 지금도 여전히 다 남아계시던데 이젠 많이 늙으셨더라는. 어쨌든 그 당시는 미혼 남녀 선생님들이 많았고 결혼했어도 갓 결혼한 분들이 많아서 그런 얘기 들려주는 게 생동감이 났었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보니 첫사랑 얘기도 한참 때 해야 흥이 돋지, 지금 하라고 하면 좀 시시한 기분이 들거든. (나.. 이제 늙은? ㅜㅜ)

 

사실 나는 첫사랑 얘기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수업시간 땡땡이 치는 맛에 열심히 졸라대는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첫사랑 얘기 시작하면 창밖을 바라보며 무심해지기 일쑤였지만. 근데 우습게도 그 내용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는 거다. 아 어느 선생님이 그랬었지... 나이가 어려서 예민한 시절이라 그런 걸까. 수업시간에 뭐 배웠는 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말이다. 우리 학교는 좀 심했던 게 고3때 대입 보러가기 전까지 문제집 하나를 다 안 푼 과목도 있었다는... 시험을 본 자체가 기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재수 하기 싫어서 그냥 다녔는데, 주변에 재수한 애들은 성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애들이 많았다. 학원 가니까 이게 이런 거였구나 깨달음이 왔다나... 허허.

 

몸도 안 좋고 하니 괜히 일하기 싫어 아침부터 도닥거린다. 항상 옛 시절은 그립고 좋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정말 학창시절이란 건 늘 마음에 남는 그 무엇인 것 같다. 십대 이십대.. 뭘 해도 머리에 가슴에 깊게 각인되는 시기. 가급적 많은 일들을 하며 즐겁게 지내야 할 시절이구나 싶다. 요즘 애들 보면 학원 다니느라 공부 하느라 정말 불쌍하게 다니던데, 그렇게 하고 나서 얻어지는 게 뭘까. 남들이 다닌다는 대학 정도일까. 나에게 아이가 있다면 난 세계를 같이 다니며 유람시킬 것 같다..(라지만, 막상 그 입장 되면 막 공부하라고 쪼는 극성 엄마가 되었을 지도. 아멘.. 먼산..;;;)

 

아 병원에 다녀오자. 어지럽다.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이번 감기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리가 오네요.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머리가 무거우니 어려운 책을 멀리하게 되고 스릴러를 찾게 되는데, 하도 읽어대서 이제 찾기도 힘들다. 이 책 겨우 찾아 읽고 있는데 첫 장 보다가 잠이 들어 아직 뭔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곧 북스피어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소설이 새로 나온다는데, 그것만 턱 괴고 기다리는 중이고. 얼른 나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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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1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19-04-01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많이 편찮으셔서 어떻게요?ㅠㅠ 병원 다녀오시고 얼른 완쾌하시길요~ 비연님 덕분에 학창시절 추억 소환이네요~^^

비연 2019-04-01 17:05   좋아요 0 | URL
병원 다녀오고 다행히 독감은 아니라 해서 수액 맞고는 쉬엄쉬엄 지내는 중요. 얼른 낫기 위해 무리하지 않으려구요 ㅜㅜ 학창시절 추억은 항상 참... 아련해서^^

카스피 2019-04-01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요즘 환절기라 그런지 주변에 아픈 분들이 많으시더군요.건강에 유의하셔요^^

비연 2019-04-01 17:32   좋아요 0 | URL
병원에 독감환자가 잔뜩이라고 그러더라구요... 사내병원 가봐도 평소와 다르게 사람이 많고...
날씨가 좀 구리구리해서 더 그런 듯. 조심해야 할 듯 싶어요. 카스피님도 건강 조심요! 감기 넘 독해요..ㅜ

jeje 2019-04-01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ㅠㅠ 얼른 회복하세요!!

비연 2019-04-01 17:55   좋아요 0 | URL
감사요 흑흑...

서니데이 2019-04-01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전에 비연님의 이 페이퍼를 읽고 병원에 갔습니다. 증상이 저도 비슷해서요.
병원에서 감기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비연님, 감기 빨리 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비연 2019-04-01 20:34   좋아요 1 | URL
앗 잘하셨어요~ 초반에 잡아야지 시기 놓치니 죽을 맛이에요. 감기 잘 치료하시구... 우리 힘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