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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 -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세상 읽기
유시민 지음 / 개마고원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우연히 읽으면서 부터였다. 우물 안에서만 조용히 헤엄쳤던 그동안의 나로서는 전혀 듣도 보지도 못했던 역사적 사건들을 그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어 기뻤고 흥분했고 놀라웠다. 그 것이 유시민과의 첫 번째 대면이었다.
첫 번째 대면 이후 나는 그를 잊었다. 대학입시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었고, 한 순간의 호감 그리고 그대로 잊는 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신문 한 귀퉁이에서 유시민을 봤다. "시사평론가 유시민, 민주당 내 노무현 흔들기에 반발해 민주당 앞에서 시위" 대체적으로 이런 내용이었다.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뽑힌 노무현이 당시 민주당 내에서 비판과 질타를 받고 있던 터여서 유시민에 대해서 다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것이 유시민과의 두 번째 대면이었다.
개혁국민정당, 고양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유시민 당선. 정말 의외의 사건이었다. 이름도 없는 정당에서(물론 민주당에서 밀어줬지만) 그것도 유시민이 당선되다니. 들은 얘기지만 어떤 아저씨는 "빨갱이가 국회의원이 되다니" 하며 분개했다. (정상인-빨갱이의 어이없는 이분법 구조) 그의 의정활동에 관심이 갔고 그는 여지없이 의원 선서때 캐쥬얼 복을 입고 감으로써 조중동 기자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했다. (조선일보 여전사 전여옥씨도 이 때 살판났었다.) 꽉 막히고 냄새까지 났던 국회에 봄바람이 분 듯 하여 기분이 좋았다. 그 것이 유시민과의 세 번째 대면이었다.
그 후, 유시민이 쓴 책을 몇 권 더 읽어보았다.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 나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나 '유시민과 함께 읽는 일본 문화 이야기' 같은 책들. 그리고 어제(2003년 12월 18일)에서야 다 읽게 된 'why not' 까지. 읽은 후 처음 드는 감상은 "역시 글을 잘쓴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이 어때서 글을 참 잘쓰는 것 같다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글을 쉽게 술술 읽히게 잘 쓴다.
'why not'은 그가 99년을 전후한 시기에 신문에 쓴 글들을 모으고 또 몇 개 더 써서 만든 책인데, 괜찮았다. 일관되게 흐르는 그의 생각을 조금 엿볼 수 있었고 자유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그의 정체성이 글 속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 하여 보기 좋았다. 자기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면서도 글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보기 좋았다.
요새 유시민과 노무현에 대해 논쟁이 심하다. 강준만 교수와 유시민이 다시 한 번 논쟁을 치를 태세다. 열린우리당과 유시민. 유시민과 노무현. 유빠, 노빠 등등. 나는 어디에 서야 하는지 내가 유시민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 나는 유빠인지 고민된다. 솔직히 누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역시 누가 좋다 나쁘다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어서는 안될 것 같다. 이 점은 좋고, 저런 점은 맘에 안 들고 정도가 되야하지 않을까.
유시민도 약간 생각을 다듬어야 할 곳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노무현의 일방적 지지도 이제 식상하다. 분명 수구-야당 세력의 공격으로 노무현이 자기 맘대로 못한 것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노무현 스스로 미숙하고 제대로 못한 것도 많다.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은 더 좋은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노무현을 하나의 '수단'으로서 지지했을 뿐이지, 노무현을 유일한 '목적'으로 지지했던 것은 아니니까. 노무현을 5년 동안은 뜻을 펼치게 지켜줘야 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의 모든 잘못을 덮고 칭찬과 격려만 해야되는 것은 아니다.
책 이야기보다 많이 옆길로 샜지만, 이 책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왜 자유주의자라고 주장하는지 어떤 면에서 그런지 알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유시민에 대해서 조금 더 아는 계기가 되었다면 되었달까. 하지만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나 '거꾸로 읽는 세계사' 보다 흥미는 떨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