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영원한 이등병은 없는 거란다
손영철 지음 / 작은씨앗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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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이 내용이 아주 좋다고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시기에 읽어보게 되었다. 아버지가 매 달 군에 간 아들에게 쓴 편지를 하나로 묶은 책이었다. 그 편지에는 군생활 하는데에 도움을 주는 교훈을 담은 것인데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물씬 풍겨 내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처럼 따뜻하고 편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또한, 편지 안에 지은이의 박학다식함이 녹아있을 뿐더러 글도 술술 잘 읽히게 잘 써서 순식간에 읽는 사람을 동감시키고 설득하게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은이가 군대에 간 아들을 둔 아버지인 동시에 군 간부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조언이라기 보다는 군간부의 훈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군대에 적응하고 미비된 시설이나 여건에도 감사하고 항상 만족하면서 생활하라는 충고는 다른 측면에서 지적받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점이나 미비된 점을 계속 지적하고 고쳐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앞으로 군대가 점점 개선되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항상 만족하면서 생활하는 동시에 부족함과 모자람을 느끼는 감각도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군대의 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이상적인 충고도 종종 눈에 띈다.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훈계나 훈시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군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나로서는 군생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세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영원한 이등병이 아니기에, 군생활 이후에 더 긴 삶이 있기에, 군생활 2년도 내 삶의 일부이기에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끝으로, 이런 정성어린 편지를 받고 군생활을 한 지은이의 자제는 군생활을 어떻게 마쳤는지,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엉뚱한 호기심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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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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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계발서나 경영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바른 길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얄팍한 지름길을 가르쳐주는 것 같은 느낌때문이다. 이 책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책이라기 보다는 회사나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실용서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는 과거에는 얽매이지 않되 현재의 교훈으로 삼고, 미래는 계획하되 지레 겁먹지 않으면서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면 성공하며 행복해진다고 설파하고 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행복하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다. 이런 사실들을 동화적인 이야기에 녹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더 쉽고 감동적으로 깨닫게 하려고 작가는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동화적 이야기는 어설프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작가가 주려는 교훈에는 분명히 공감하고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그 교훈을 얻기 위해 꼭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는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심하게 말해 책 편집이 책 사기에는 돈을 아깝게 한다. 행간이 너무 넓고 여백이 많은 것도 그렇고 이런 짧은 내용의 책을 굳이 양장본으로 만들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도 그렇다.

또 다른 지적을 하자면, 작가에 대한 소개도 미흡하다. 이 책은 스펜서 존슨이라는 사람의 명성에 기대어 지은이의 전작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후속편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스펜서 존슨이 뭐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소개가 미흡하다. 아무리 그가 저명한 사람이라도 어떤 분야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소개와 평가가 덧붙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군대에 있는 나는 어떻게 이러한 사실들을 적용해야 할까 고민하게 하였지만 내용면이나 그 외적인 면에 있어서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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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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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 선정도서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회에 있었다면 이 책을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지영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과 군대의 책꽂이에서 아는 이름의 책을 발견한 안도와 기쁨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봉순이 언니는 비교적 윤택한 '짱아'집안의 식모이다. 짱아는 봉순이 언니를 대모로 느끼며 자란다. 짱아에게 봉순이 언니는 집안 식구들과는 대비되는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집안 식구들은 윤택한 집안의 식구들이 대부분 그렇듯 자신과 자기 식구들에 대한 관심이 전부이며 주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방조한다.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자주 절망과 역경과 삶의 배신에 부딪히지만 '이 사람만은 다르다'는 희망을 갖고 고난 중에도 역동적(?)으로 살아간다. 짱아는 어렸을 때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고 너무 애늙은이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짱아는 가족들에 비해 상당히 역동적이고 그나마 생동감있게 비추어진다. 하지만 자라면서 짱아는 점점 자신이 속한 가족과 같은 계급의식 속으로 들어가고, 짱아에게 봉순이 언니는 점점 잊혀진다.

결국, 화자가 봉순이 언니를 다시 기억하는 것은 '희망'의 길을 좇는 것이고 자신의 계급 밖으로 관심의 눈을 돌리는 것이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관심과 원조를 그치지 않는 길이다. 어른이 되면서 그 존재를 거의 잊게 되었던 봉순이 언니를 책의 마지막에 와서 다시 상기하고 떠올리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봉순이 언니'를 통해 다시 그 길을 가기로 했으니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공지영씨의 다른 책에서도 눈에 띈 부분인데, 수식어가 많고 긴 문장이 종종 눈에 띄어 읽는 데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기도 했다. 내가 지금 자주 들락거리는 모래내와 신촌, 아현 일대의 6~70년대의 풍경이나 그 시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어서 생소하긴 하지만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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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절대 당하지 마라 - 동경대 출신 일본인 교수가 쓴 통렬한 일본 비판서!
호사카 유우지 지음 / 답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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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신교대에서 5주 동안 지내면서 짬짬이 시간을 이용해서 읽은 책이다. 예전에 신문의 책 소개 코너에서 보았었던 기억이 있던터라 진중문고의 하나로 소대에 비치되어 있던 이 책을 꺼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일관계가 정부 간에 강경자세를 취하면서 악화되더라도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는 단절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민간 차원의 교류까지 끊는다면 일본인의 역사 인식을 개선해 양국의 역사적 공동 인식을 이룰 방법이 모두 차단된다는 것이다. 결국, 한일 양국이 지속적으로 부딪히는 역사 문제의 개선 없이는 양국의 평화를 지속시킬 수 없고, 그 역사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대화와 교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나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또한, 독도 문제와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가 대두된 시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너무나도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작가의 기본 주장에도 불구하고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너무 일면적이고 도식적인 작가의 인식도 눈에 띈다. 한 마디로 한국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너무 자신의 경험에 치우쳐 단편적인 인식에 지나지 않거나, 한국의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무조건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일본보다 미국 박사학위 소지자가 더 많다며 한국은 고급인력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식으로 해석했는데 그런 사실은 한국이 일본보다 대학 강단에서 미국에 더 종속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학생들과 대화해보면 일본학생보다 상당히 논리적이며 예의바르고 성실하다는 부분은 작가의 단편적이고 일면적인 경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도식적인 해석이나 일면적이고 단편적인 작가의 인식이 종종 눈에 띄었다. 물론 이런 부분을 통해서 작가가 한국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한국과 일본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주장의 설득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러한 문제를 이 책이 보여주었지만 일본인으로서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서서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양국의 보다 좋은 미래를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작가의 노력은 찬사를 보낼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일양국의 오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작가의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있고 유효하다고 본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작가를 포함해 한일 양국의 뜻있는 사람들의 깊고 다양한 논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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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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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도서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빌려온 책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는 경우가 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어쩌면 이 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 책이 내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시의 적절했다고 할수도 있겠다. 도서관의 수많은 장서 중에 우연히 내 눈에 발견되고 빌리게 된 것. 그 또한 어쩌면 하느님의 축복일것이다.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 상실. 세례 받은 이후에도 방향을 잡을 수 없는 신앙. 가끔 가면 어색하기만 한 성당. 20대와 가톨릭에 갓 입문한 초년병으로서의 그런 혼란 속에서 나는 이 책을 접했다.

책이름은 수도원 기행이지만 사실 이 책은 유럽 수도원의 풍경이나 문물보다는, 수도원 기행 중에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작가의 생각과 고백과 회고가 중심이 되어있다. 때문에, 작가는 기행의 마지막에 와서는 ‘결국 이 세상 모두가 수도원이고 내가 길 위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수도자’라고 깨닫는다. 책 중간중간에 담겨진 사진들로 유럽 수도원의 생김새와 경치를 상당부분 느낄 수 있었고, 매우 솔직하게 느껴지는 작가의 고백은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여행은 보고 듣는 것뿐만이 아니기에 많은 부분이 작가의 감상으로 채워진 것이 별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감상들의 상당 부분은 지금의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위로를 주는 것이었다.

작가는 가톨릭 신자였지만 18년 동안이나 냉담했다. 하지만 다시 가톨릭으로 돌아왔다. 나는 작가가 다시 가톨릭으로 돌아온 이유, 삶의 고통과 허무 그리고 혼돈 속에서도 다시 하느님께 돌아와 ‘항복’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가 갓 신앙을 갖게 되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나는 그 이유들을 몇 가지 발견했고, 결론적으로 그것은 나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둠과 혼돈과 공허는 하느님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질료가 된다는 구절은 특히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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