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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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특유의 위트가 돋보이는 여행기다. 돈과 체력만 있으면 어디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보이지 않는 출입통제선이 생긴지 1년이 다 되간다. 신혼여행 때 보았던 이탈리아 남부의 풍경을 생각하며 읽었다.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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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야기 1 - 전쟁과 바다 일본인 이야기 1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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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뜬금없이 ‘오다 노부나가’를 읽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책 때문이었다. 16~17세기 일본을 개괄하다 보니 좀 더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오다 노부나가’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 시기 일본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다소 특이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서구, 특히 가톨릭과의 접촉을 굉장히 중요하게 파고든다. 

  우연히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의 세력이 일본을 발견하게 된 것, 그들이 일본에서 동남아에서처럼 무력시위를 하기보다는 무역으로 이득을 취하려고 한 것.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지리적 우연성과 행운 때문이기도 했지만, 거기에는 바다라는 창구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종종 접해 왔던 일본인들의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읽게 된다. 일본과 중국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생각보다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게 된다. 지리적인 영향으로 노출이 빨랐고, 그 접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우리는 노출도 어려운 위치에 있었지만, 명분론과 척사론에 입각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실용주의가 아닐는지. 흑백이 분명한 것이 명쾌하고 쉽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지 않나.

유럽이 상업·군사적으로 접근했을 때 명과 일본은 군사적 도전에는 대처하면서도 상업적인 이익은 취하는 방향을 채택한 반면, 조선은 능동적·수동적 측면에서 일체의 교류를 거부했던 것입니다. _ 145쪽

  재미있고, 시각 자료도 풍부하고, 시각도 새로워서 읽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일본 역사의 주변부의 사실들을 너무 과잉대표한 것은 아닌지 생각도 들었고, 도쿠가와 막부가 가톨릭 신자들을 억압하지 않아서 지배종교나 세력이 교체되었다면 그것이 과연 일본 역사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었을까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기에, 그동안의 굳건했던 믿음과 사회질서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다시 전국시대와 같은 혼란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 혼란을 틈타 가톨릭 국가들이 군사적인 영향력을 강화했을 가능성은 없을지. 여러 방면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독서였다.



이처럼 막부에서 평민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접근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는 한편으로,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빼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이것은 일본에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자, 일본의 미래를 위한 행운이었습니다. 이 행운은 청나라와 일본에 동시에 찾아왔지만, 청나라의 경우 이 행운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에는 다른 문제들이 더 컸고, 일본은 이 행운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같은 시기 조선에는 이러한 위기와 행운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 P39

대항해시대에 유럽이 일본에 가한 군사적 위협과 위기의식, 그리고 난학이라는 준비작업을 통해 일본은 식민지가 되지 않고 거꾸로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행운의 덕을 얻으려면 행운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강렬한 의지를 갖고 끊임없이 준비해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세상은 정해진 법칙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물론 물질적인 조건에 크게 제약받지만, 때로는 강렬한 의지를 갖고 주어진 조건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 P49

유럽 세력의 침략을 미리 봉쇄하기 위해 일부러 기술을 퇴화시킨 일본을 스페인·포르투갈 등이 작심하고 공격하지 않은 것은 일본의 행운이었습니다. 유럽이 에도시대 일본을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 앞선 전국시대 일본의 군사력에 대한 평판 때문이었으니, 이는 곧 일본의 능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찍이 중화 문명의 성과를 흡수하는 데는 걸림돌이 됐으나 군사적으로 보면 일본을 지켜준 바다는, 이번에도 유럽 문명의 성과를 흡수하는 데는 지장이 된 반면 군사적으로는 일본을 지켜준 셈이었습니다. - P91

유럽이 상업·군사적으로 접근했을 때 명과 일본은 군사적 도전에는 대처하면서도 상업적인 이익은 취하는 방향을 채택한 반면, 조선은 능동적·수동적 측면에서 일체의 교류를 거부했던 것입니다. - P145

요약하자면 히데요시 정권과 도쿠가와 일본, 명나라와 청나라도 가톨릭 세력이 정치·군사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유럽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습니다. 이 점에서 중국과 일본은 같았고, 조선은 달랐습니다. - P246

사실상 이 모든 것이 정치입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무조건 밀어붙이는 정치를 펴다가 부하에게 배신당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군사력과 계략을 총동원해서 일본을 차지했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히데요시는 조카에게 권력을 물려줄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아들이 태어나는 바람에 모든 과정이 엉켜버린 상태에서 죽은 것이고, 이에야스는 아들에게 통치권을 물려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히데요시에게는 새로운 세계와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두 나라뿐이었지만, 이에야스에게는 네덜란드와 영국이라는 좀 더 입맛에 맞는 상대가 나타나주었습니다. 이것이 이에야스의 행운이었습니다. - P346

이리하여 도쿠가와 막부는 ‘네 개의 교역 창구’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망상에 빠져서 망쳐놓은 국가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습했다기보다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치세 덕분에 한껏 넓어진 일본의 국제적 활동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제한함으로써 무사 집단의 이익을 지키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외적으로는 무역이 번성하고 일본인들이 화교처럼 일본 바깥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경제성장에 따라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피지배민들이 무사 집단에 도전하는 상황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끝내려 한 것입니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지배 엘리트인 무사 집단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일본이라는 나라의 성장을 중단시켰습니다. - P392

16~17세기의 일본이 경험한 유럽과의 접촉은 그 후 일본 역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한때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중화문명이, 이제는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문명들 가운데 하나로서 상대적인 존재가 된 것입니다. 에도시대 일본이 아무리 유럽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길을 택했다고 해도, 한 번 열린 세계관이 다시 예전처럼 닫히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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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하루를 두 배로 사는 단 하나의 습관
김유진 지음 / 토네이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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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서 6시간 이상 수면한 후 4시 30분에 일어나는 습관은 좋은 습관이다. 하지만 책으로서는 중언부언이 많고, 임팩트도 약한 편이다. 제목만 읽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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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2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분은 책보다 유튜브만으로 모든것을 증명했죠.
 
오다 노부나가 7 - 혼노 사의 변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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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전국시대 이야기가 삼국지만큼이나 재미있다고들 한다. 개성이 강한 인물들도 많고, 그들의 이합집산이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물론, 자기네들의 혼란을 마무리 짓는 과정이 우리의 아픈 역사와 맞물려 있어 마냥 즐기기에는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런 점을 빼고라도 삼국지와 가장 큰 차이는, 죽음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길고, 상세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도 할복과 가이샤쿠로 이어지는 무사들의 죽음에 대해 최대한 비장하게,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그리고 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자결하는 인물이 있었던가? 있었다고 해도 이처럼 그 과정을 자세히 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자결했다' 한마디로 표현해도 그 비극성이 충분히 드러날 텐데, '죽음의 미학'이랄까, 이런 부분은 아무리 접해도 참 생경하기만 하다. 삼국지를 읽을 때, 배고픈 유비를 위해 자기 아이를 내다바치는 산골 농부(?)가 나오는 부분을 볼 때의 불편함, 매스꺼움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문화에 대한 나의 몰이해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의 특징이라면, 승자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한 시대의 천재 또는 풍운아로서 일본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것은 맞지만, 그의 성격적 결함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오다 노부나가의 모든 행동의 그의 혜안과 계획에서 나온 것인 양 그리고 있다. '그니까 그럴 수 있다'라는 관점이다. 하지만 패배자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노부나가의 계획, 웅대한 포부, 천하인으로서의 자기희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패배의 원인이 있는 양 그려진다.

가령 그럴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는 미쓰히데가 홧김에 에이잔을 불태웠다면 그것은 단순한 폭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경우가 달랐다. 그는 진실로 일본의 평정을 한 걸음 전진시켰으니까... _ 165쪽

  아직 직장의 말단에 있어서 그런지, 나는 오히려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공감이 가면서 읽었다. 까마득한 부하들이나 동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한다면, 알 듯 말 듯 한 지시를 해놓고 결과물에 대해 꾸짖음을 당한다면, 나라면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세상의 천재 중에 괴팍한 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작은 성취를 얻은 그들 모두 막돼먹게 행동할 '노부나가의 권리'를 획득했다고 믿는다면 그 얼마나 꼴불견인가. 박정희와 김재규도 떠올랐고, 크고 작은 CEO들의 갑질들도 떠올랐다. 아, 진짜 밥벌이의 어려움이란.

  지나치게 비장한 결말, 그리고 '죽음 이상의 죽음'과 같은 할복에 대한 레퀴엠이 몰입을 헤친다. 좀 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전국시대를 그린 소설은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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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무원에게 묻다 - 당신이 꿈꾸는 사회는 무엇인가? 어떤 일, 어떤 삶 5
윤기혁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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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출근하기 싫었던 것 같긴 하지만, 요새는 특히 심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어떤 일이든 이런 식으로 하면 욕은 안 먹던데.’라는 요령만 늘었다. 상사는 그놈이 그놈 같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 짜증스럽다. 이 책에 있는 말대로 '초심'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그들을 평가하기 위한 잣대(7)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살다가 정말 그저 그런 아저씨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진작에 잃어버린 열정이란 것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었다.

 

짧은 인터뷰 모음집이라 금세 읽었다. 정신이 번쩍 뜨이게 하는 부분은 없었다. 그래도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는지 간접경험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보니,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책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지망생을 위한 정보와 현직 공무원들이 공감하는 경험담 사이에서 길을 잃어 어중간해졌다. 둘째는, 날 것의 인터뷰가 아니라 지은이가 나름대로 정리하다 보니, 간이 너무 세진 것이 아닌가 싶다. 글에 너무 힘을 준 탓에 오히려 읽기 어색해지는 부분이 많다. 대화는 생각보다 너무 짧고, 글쓴이가 덧댄 부분이 많다 보니 재료는 잘 우러나지 않았는데, 국물이 좀 짜다.


그래도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을 쓰는 열정, 나에게는 없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 그가 부럽기만 하다.


특히 업무로 고민할 때면 ‘서무(庶務)‘가 되지 말고 ‘주무(主務)‘가 돼라‘고 합니다. 서무는 제출된 자료를 합쳐서 상사가 볼 수 있게 정리하는 거예요. 주무는 작성할 자료의 방향을 정하기도 하고, 때론 필요한 자료를 받아서 자신이 직접 최종 마무리하죠. ‘서‘에서 ‘주‘로 한 글자 바꾼 것이지만 꼼꼼하게 주도하는 업무 태도는 엄청난 차이를 불러옵니다. - P120

"승진하고 부서장이 되면 좋겠다고, 그러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곘죠.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많은 부서장을 보며 성공했다고 인정하지 않잖아요.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P147

나는 공무원의 실력은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행정복지센터에서 가서 민원 신청을 한다고 해 보자. 대다수 공무원은 시민의 물음에 대답한다. 규정에 따라 서류도 발급해 준다. 그런데 시민들은 공무원이 불친절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잦다. 왜 그럴까? 바로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 때문이다. 뚱하거나 화난 표정, 무뚝뚝한 말투,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 찾아온 주민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 거다. - P181

이런 일을 담당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난처한 상황에 놓인 거니까. 힘들겠지만 그냥 견디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혹여 공직 생활 중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업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감정적으로 빠져들면 더 힘들어진다. 엉킨 실타래를 한 번에 풀지 못해도, 그걸 자를 수 있는 가위가 내 손에 없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거다. - P187

미국 저널리스트 헨리 루이스 멩켄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의 생의 길이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넓이와 깊이에 대해서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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